초록주의(녹색주의)

지구 온난화

 

지난해(2016) 10월 세계기상기구(WMO)2015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400ppmv(단위 부피의 100만분의 1 부피, mL/)를 넘었다고 보고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수십만 년 동안 180~280ppmv 선을 유지하다가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후 약 1.5배로 뛰었다.

1904년부터 서울 관측소에서 측정한 겨울철(12~2) 기온 평균값이 1910년경 2.9도에서 2010년경 0.4도로 2.5도 정도 상승했다.

 

1. 수증기의 온실효과

온실효과 70~80%는 수증기에 의해 발생한다. 단순 부피로 대기 중의 수증기는 이산화탄소보다 약 25배 더 많다.

양의 되먹임 현상으로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가 증가하고 수증기의 온실효과로 지구에 에너지가 쌓여서 다시 지구 온도가 더욱 상승한다. 이론상 수증기의 되먹임이 강하게 지속되면 수증기의 온도가 고정돼 있을 때보다 온도가 2~3.5배 높아진다.

 

2.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

수증기 되먹임을 촉발하는 트리거(방아쇠)가 바로 이산화탄소로 수증기보다 양도 적고 효과도 미미하지만 최초에 지표면 온도를 상승시킨다. 인간의 힘으로는 대기 중 수증기의 농도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밖에 없다.

이산화탄소 생애주기는 80~100년이기 때문에 오늘 당장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도 효과는 수십 년 뒤에 나타난다.

 

3. 기후민감도

기후민감도는 이산화탄소가 2배가 될 때의 기온상승폭을 의미한다. 이는 지면, 식생, 해양, 빙권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기후민감도는 지역별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저위도보다 고위도가 훨씬 더 민감하다. 수증기나 이산화탄소가 아닌 에어로졸 같은 기타 온실가스도 고려해야 한다. IPCC보고서에서는 총 40여 개의 모델 결과값이 적용됐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기 모델은 기후민감도를 2~4.5로 두고 있다. IPCC 5차보고서는 이보다 조금 낮은 1.5~4.5이다. 이에 일부 과학자들은 과거 기후 모델들의 기후민감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었다고 비판한다. 이에 최용상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와 린첸 교수가 기후민감도를 0.5~1.3로 새롭게 도출한 연구 결과는 지오피지컬 리뷰 레더스에 실렸다.

최 교수는 지구 시스템 모델을 개발할 때 대기, 지면, 식생 등 각 분야의 모델을 부분적으로 개발한 뒤 합치는데, 이때 요소 간 상호작용이 의도치 않게 바뀌어 기후민감도가 바뀌는 일이 종종 생긴다.“고 설명했다.

 

4. 평균온도 상승의 위험

1상승은 식물 생장에 이롭다고 하지만 4월 평균 온도가 1상승했다고 할 때 30일 중 25일 정도는 온도가 전년과 같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평균 온도 1상승은 나머지 5일 동안 기온이 급격히 높아져 나타난 결과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국환경과학부 교수는 기후변화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한파, 열파, 태풍, 호우와 같은 극한의 기후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지중해 지역과 같은 무더운 나라에서는 가뭄이 증가하고, 북극에서는 해빙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한다. 허리케인과 같은 열대 사이클론도 최근 20년 사이 더 강해졌다. 이것은 열대 바다의 수온이 겨우 0.5증가해서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

 

5. 지구복사에너지

출처 : NASA Longley Research Center (단위 W/)


(1) 태양복사 340.4

1) 대기 중 흡수 77.1

2) 지표면에 흡수 163.3

3) 총 반사량 99.9

구름, 대기에 의한 반사 77.0

지표면에 의한 반사 22.9

 

(2) 지표복사 398.2

1) 대기에 흡수 358.2

2) 총 방출 239.9

대기 통과 40.1

대기에서 방출 169.9

구름에서 방출 29.9

 

(3) 온실가스 -> 후방복사 -> 340.3 (대기와 구름에서 방출된 양)

 

(4) ~~~> 18.4 (전도/대류)

 

(5) 증발산량 -> 80.4 점열(상태 변화)

 

대기 중 이산화탄소 약 400ppmv, 수증기는 1Kg 당 약 10g(중위도 지표면 기준, 대략 1ppmv) 존재

 

이산화탄소 증가 -> 지표면 온도 상승 -> 지구 복사 증가 -> 대류권 온도 증가 -> 대기 중 수증기 증가 -> 지표면 온도 상승

 

6. 대류권계면

대류권에서는 지표면에서 멀어질수록 대기가 흡수할 수 있는 복사 에너지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온도가 낮아진다. 반대로 성층권에서는 오존이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해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높아진다. 이 둘의 사이 구간을 대류권계면이라고 부른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대류권계면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수십m의 작은 차이지만 지구 전체를 보면 큰 변화다. 그만큼 대류활동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폭우나 태풍의 강도가 더 세질 수 있다.

 

- 과학동아 375(2017.3)

의도적 눈감기

- 마거릿 헤퍼넌 지음/김학영 옮김/푸른숲 펴냄/2013.4.15

 

6p

시메온 레이크 판사는 배심원단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렸다.

 

피고인이 다른 상황이라면 명백히 알았을 사실에 의도적으로 눈을 감아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배심원 여러분은 피고인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피고인이 사실의 존재에 대해 의도적으로 모른 체한다면, 진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7p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우리 스스로 눈감기를 선택하는 이유이다. 면전에서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커다란 위험을 부인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과연 어떤 힘이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면서 세력을 키우고 우리를 이토록 무력하게 만드는가? 도대체 왜 중대한 실패나 참사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위험을 감지하고 경고했지만 자신들의 경고가 묵살되었다는 목소리들이 들리는가? 도대체 왜 우리는, 기업은, 국가는 번번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어쩌다 그렇게 눈을 감았을까?’ 한탄만 할까?

 

17p

레베카와 로버트가 닮은 점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것 같지만 사실 이 부부의 경우는 지극히 평범하다. , 몸무게, 나이, 자라온 환경, 지능지수, 국적, 민족 등 대부분의 사람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은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한다. 정반대의 사람에게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지만 결혼은 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이러한 현상을 연구한 사회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이를 동질혼이라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닮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뜻한다. 사랑에 있어서도, 우리의 시야는 넓지 못하다.

 

21p

실험실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도 이와 똑같은 패턴이 나타난다. 캐롤은 코카콜라를 마시고, 피트는 펩시를 좋아한다. 레오는 리스테린 구강 청결제를 좋아하고, 캐서린은 콜게이트 치약을 즐겨 쓴다. 이런 선택들은 재미 삼아 그런다고 치고, 좋아하는 머리글자는 삶을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과의사들은 이름의 첫 글자가 ‘D’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조지아 주에는 의외로 조지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많다.

익숙하면 최소한 멸시하지는 않는다. 또 편안함을 느낀다.

 

86p

웨스터그렌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음악이나 책 혹은 사람의 범위를 좁혀가느라 스스로의 취향을 편협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의 뇌는 엉뚱하고 색다른 경험으로 우리를 안내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위험 부담이 큰 일에 가산점 따위를 주지도 않는다. 그런 식으로 다른 방향은 차단한 채 한 방향에만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유사성이 없는 경험에는 눈을 감아버린다.

 

27p

신입 교향악단 단원을 블라인드 오디션으로 뽑았던 유명한 사례는 고정관념의 오류를 보여주는 결정판이다.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과 프린스턴 대학의 세실리아 라우스는 연주자들의 음악성을 평가할 때 성별의 영향을 배제하고자 참가자들에게 칸막이 뒤에서 오디션을 치르게 했다. 1차 오디션에서 여성 참가자들의 합격률은 50퍼센트, 최종 오디션에서는 무려 3백 퍼센트가 높아졌다. 현재 미국에서는 블라인드 오디션이 표준이 되었으며, 그 결과 주요 교향악단의 여성 연주자 비율은 5퍼센트에서 36퍼센트로 증가했다.

 

32p

법학자 카스 선스타인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집단을 형성하면 서로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을뿐더러 서로의 견해를 더욱 극대화하는데, 이를 집단 양극화 효과라고 설명했다(하버드 대학의 교수인 선스타인 역시 하버드 대학 교수인 서맨사 파워와 결혼했다는 사실이나 두 사람 모두 오바마의 행정부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별로 새삼스럽지 않다. 집단 양극화 효과에 대해 글을 쓴 사람들조차 집단 양극화 효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판도라 라디오가 우리의 음악 취향을 협소하게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과 똑같은 기능을 한다.

 

45p

행동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같은 크기라면 수익보다 손실이 훨씬 더 크게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을 (주식 투자가 아니라) 사랑에 적용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어렵게 사랑을 시작할수록 그 사랑을 잃는다는 두려움은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보다 훨씬 깊게 느껴진다. 관계에서 문제라도 생긴다면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애쓰거나 문제를 축소하면서 관계에 집착한다.

 

49p

불륜의 비율을 정확히 밝히기란 어렵지만, 결혼한 부부의 30~60퍼센트 정도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추산된다. 이혼을 할 때도, 이혼한 부부의 24퍼센트가 이혼의 이유로 배신을 꼽는다.

 

51p

브라운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고 말한다. 이 경우 결혼 생활이 회복되기 어려운 이유는 배신당한 배우자가 상대방에게만 분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분노를 느끼기 때문이다. ‘어떻게 내가 몰랐을까?’라고 물으며 스스로를 너무 어리석고 순진하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마치 저절로 조립되는 직소퍼즐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조각들의 아귀가 들어맞고 아무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무서운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진실이 드러남과 동시에 사랑을 지속할 수 있다는 환상으로 지켜온 귀중한 자신의 가치와 자존심은 와르르 무너진다.

 

53p

영국 아동학대예방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16세가 되기 전에 성폭력을 당한 어린이의 비율이 16퍼센트나 된다. 숫자도 놀랍지만 가정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학대가 자행되는 것을 어떻게 가족이 모를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영국 아동학대예방협회의 아동보호 프로그램 책임자 크리스 클락은 이렇게 말한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포장하고 있어서 웬만해서는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은 거죠. 많은 사람들이 아동학대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가족이 아닌 낯선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56p

길 박사의 말에 따르면, 부모들이 원치 않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데는 몇 가지 두려움이 얽혀 있다고 한다. 아이를 학대하는 아버지가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경우, 생계가 위협받고 수입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학대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끄러움이나 사회적 소외도 눈을 감아버리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그러나 이 모든 두려움의 바탕에는 학대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파괴된다는 보다 현실적인 두려움이 있다.

 

57~58p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사랑을 할 때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밝히고 싶었다. 예상대로, 사랑은 보상과 관련이 있는 뇌를 활성화시켰다. 음식과 술, 돈과 코카인에 반응하는 세포들이 사랑에도 반응한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기분이 좋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실험의 결과를 사랑이 죽음의 공포도 이겨낼 수 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사랑에 집착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다소 억지스럽지만 우리 삶에 사랑이 필요한 것만은 확실하다.

사랑으로 활성화되는 부분보다 활성화되지 않는 뇌의 부분들이 더 관심을 받고 있다. 피험자들의 아이들이나 부모를 생각하는 동안 MRI 촬영을 했을 때, 특정 두 개 부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주의, 기억, 부정적 감정을 주관하는 부위, 두 번째로는 부정적 감정, 사회적 판단력,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의도를 구별하는 능력과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사랑할 때 일어나는 뇌의 화학 작용으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환상은 뇌가 지켜주기 때문에 지속될 수 있다. 수많은 신경과학 이론들과 마찬가지로 뇌과학은 시인들이 읊었던 사랑 노래에 구체적인 실체를 부여했다. ‘사랑은 판단하지 않는다’.

 

65p

뉘른베르크 재판(나치 독일의 전범들에 대한 국제군사재판)에서 교수형에 처해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던 슈페어는 히틀러 정권이 저지른 범행을 기탄없이 고백했고 자신이 그 정권의 일원으로서 저지른 행위에 대해 책임을 감수하겠다고 결심했다. 어떤 면에서 그 결심은 그의 단순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말한 책임이란 집단으로서의 책임감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개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을 직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슈페어의 문제점이었다.슈페어는 자신이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슈페어의 전기 작가 지타 세레니는 말한다. “그는 그런 능력을 갖기 원했지만 갖지 못했어요. 실제로 슈페어는 굉장히 재능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아주 똑똑했죠. 의도적으로 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의 방어수단이었습니다. 뭔가 잘못이 있다는 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어가 필요했을 겁니다.”

 

70p

슈페어는 공동 책임은 인정했으나 범죄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감옥에서 그리고 석방된 후에도 슈페어는 자기 자신과 힘겹게 사투를 벌였다. 스스로 사악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어리석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싶어서였다. 사랑이라는 환상에서 깬 연인처럼, 그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또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71~72p

성폭행 피해자 오고먼이 말했듯, 진실을 외면할 때 우리는 스스로 무력해진다. 우리는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는 순간에조차 안전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의도적 눈감기의 모순이다.

 

75p

그러나 웨스턴의 말에 따르면, 뇌는 불쾌한 반박을 없애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고 말한다. 거기서 더 나아가 뇌는 좋은 기분을 느끼는 위해, 보상 회로를 가동하여 지지하는 후보에게 자신들의 편향된 추론에 어울리는 긍정적 강화를 보낸다.

 

우리의 뇌는 갈등을 싫어해서 어떻게든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섞여 있을 때보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을 때 합의점을 찾기가 훨씬 더 쉬운지도 모른다. 쉽게 찾은 만큼 합의점을 마음에 들어 한다. 심지어 무조건 합리적인 합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바꿔 말하면, 중요한 신념을 지키려고 할 때는 그 신념의 오류를 입증하는 증거를 외면하는 위험까지도 감수한다는 의미이다.

 

76p

앨리스는 마침내 황달과 빈혈의 원인이 노동자들의 허약한 체질 탓이 아니라 TNT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사염화탄소를 다루는 노동자들이 이직률이 높은 이유, 광부들이 폐 질환에 잘 걸리는 이유 등을 밝히고자 현장 연구를 자처했던 것은 스튜어트가 의도적으로 선택했다기보다 사회의학과 역학 연구가 천직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회의학과 역학은 새롭게 등장한 의학 분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79p

엑스레이를 찍을 때 방사선 노출량은 극히 적으며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촬영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그 정도의 극미량도 어린이의 암 사망률을 거의 두 배로 높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79~80p

3년 동안 그녀의 연구팀은 1953년에서 1955년 사이에 영국에서 암으로 사망한 어린이들의 80퍼센트를 추적 조사했다. 1958,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연구 보고서 전문이 실렸고 마침내 엑스레이에 노출된 태아가 그렇지 않은 태아보다 향후 10년 내에 암에 걸릴 확률이 두 배 가량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81p

하버드 공공보건 대학원의 브라이언 맥매헌도 스튜어트의 논문을 반박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지만, 그의 연구 결과도 스튜어트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했다. 임신 중 엑스레이 촬영을 한 여성의 아이들이 암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40퍼센트나 높았던 것이다.

 

82p

여기에는 엑스레이의 도발적인 매력이 한몫을 담당했다. 1895년 발견된 이래로 엑스레이는 그 위용과 신비로움을 날로 더해갔다. 1890년대에는 우아하고 값비싼 초상화의 한 방식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심지어 케이크를 구울 때 실수로 빠트린 반지를 찾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발에 꼭 맞는 구두를 만들기 위해 엑스레이 기계를 들여놓았다고 광고하는 구두 가게도 있었다.

 

84p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과 더 아프게 만든다는 것은 양립할 수 없었다. 상화 배타적인 신념에서 생성된 부조화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고통이 따랐다. 부조화의 고통을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하나의 신념을 없애는 것이다. 과학자들로서는 한계 이론도 옳고 엑스레이도 효과가 있다는 자신들의 신념을 고수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다. 의사들은 여전히 권위적이고 똑똑하며 좋은 사람들이어야 했다. 앨리스 스튜어트와 그녀의 발견은 더 큰 신념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되었다. 상반되는 한 명제에 대해 눈을 감을 때 부조하는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

 

84~85p

이 기사를 쓴 사람은 시골에 사는 평범한 주부 매리언 키치였는데, 그녀는 자신이 무의식중에 1221일에 지구에 대홍수가 있을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적었다고 믿고 있었다. 특정한 날에 일어나기로 예정된 사건을 믿는 사람들, 이들의 예언이 실패로 드러났을 때의 인지부조화! 페스팅거의 연구를 검증할 완벽한 기회였다. 깊이 신봉하고 있던 믿음이 틀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상의 종말이 몇 년 후도 아니고 몇 달 후에 일어난다니 현실성도 있었다. 페스팅거는 홍수가 일어나지 않으면 키치 부인이 자신의 믿음을 포기할 것인지 궁금했다. 페스팅거의 이론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의 믿음을 계속 고수할 뿐 아니라 예전보다 더 강력한 믿음을 가질 터였다.

 

87p

새벽 445, 키치 부인은 새로운 메시지를 받았다. “태초 이래로 이 지구에는 이러한 선과 빛의 세력이 없었나니, 지구에 내재되었던 선한 빛이 속박에서 풀려나 이제 온 지구에 넘치노라.” 그 집단의 선함이 지구를 대홍수에서 구원한 것이다.

 

88p

페스팅거와 그의 뒤를 이은 심리학자들은 우리 모두가 조화롭고 안정적이며 정당하고 선량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신념은, 자기 자신이나 친구 혹은 동료의 눈에 비친 라는 자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된다. 이러한 자아를 위협하는 사람이나 생각은 굶주림이나 갈증만큼 불쾌하고 위험한 고통을 준다. 우리가 가진 중요한 사상에 대한 도전은 삶을 위협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틀렸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무시하고 지지하는 증거를 확대해석함으로써 고통을 줄이려고 맹렬히 애쓴다.

 

90p

어떤 일을 할 때, 혹은 이론이나 사상을 믿을 때도 혼자라면 상당히 불안하지만 사회적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사회적 지지는 주로 큰 생각들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같이 할 가족, 친구, 동료들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특히 더 매력적인 사회적 지지의 형태는 제도이다. 게다가 엄청난 조직의 중요한 지위에 있거나 정치적 권력자인 경우라면, 신념들을 공유하는 동료들로부터 무한한 확증을 받는다. 그 신념들에 의문을 제기했다가는 직업과 지위, 명성과 경력 등 모든 것을 위협받게 된다.

 

91p

정보나 소셜 네트워크의 부정적 확산처럼 모델화가 가능하지 않아서 빠트린 내용들이, 정작 경제 모델에서 내가 강조한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경제 모델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다른 어떤 정보보다 적합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델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적절한 정보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101p

파트노이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린스펀은 두 가지 사실을 외면했습니다. 그는 현대의 통제된 국가에서는 자유 시장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죠. 시장은 늘 부분적으로 통제된 상태이며, 따라서 사람들은 정보의 함정을 이용할 기회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린스펀은 시장에는 규제할 수 없는 한계도 있고, 따라서 무한 경쟁으로 빠져들 심각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던 겁니다. 미국과 영국에서 우리가 공통의 법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이러한 공통의 법률이 없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불공평한 부정뿐 아니라 불안과 변덕이 난무하게 됩니다.”

 

107~108p

화학안전위원회는 존의 평균 수면 시간이 하루 약 5.5시간이었으며 약 한 달 보름 동안 수면 부족이 누적되어 있었다고 추측했다. 이 정도면 단순히 컨디션이 나쁜 정도가 아니다. 화학안전위원회는 보통사람이라면 이 상태에서는 피곤해서 생각이 유연하지 못하고 상황 변화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반응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추론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어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모든 것들은 배제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를 인지 협착 또는 인지적 터널 시각이라고 하는데, 피로로 인한 전형적인 현상이다.

워런과 그의 상사는 문제를 볼 수 없었다. 그들은 한마디로 너무 피곤했다. 영국의 보건안전청은 이른 시간에 연속적으로 교대 근무를 함으로써(새벽 6시에 교대가 이루어졌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피로의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했다. 3일 연속으로 새벽에 교대를 하면, 피로감이 30퍼센트 상승하고 5일 연속 새벽 교대를 할 경우에는 60퍼센트, 7일째에는 첫날에 비해 피로감이 75퍼센트로 상승한다. 30일 동안 쉬지 않고 일했을 때 사람의 정신에 발생하는 변화는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다.

 

111p

일을 시작한 첫 네 시간 동안 가장 생산성이 좋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사람들은 민첩성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저하되며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늘어난다. 1908, 자이스 렌즈 연구소 설립자 중 하나였던 에른스트 아베는 하루 근무 시간을 아홉 시간에서 여덟 시간으로 줄였을 때 실제로 생산량이 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일을 하면 그냥 피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하게 된다. 그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나머지 노동시간을 모두 허비한다.

 

112p

잠을 못 잔 피험자 그룹에서 뇌의 중요한 두 부분, 두정엽과 후두엽의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두정엽은 감각기관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통합할 뿐만 아니라 숫자에 대한 인식과 물건을 조작하는 기능과 관련이 있다. 후두엽은 시각 정보와 숫자를 처리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 두 부분은 시각 정보와 숫자를 처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113p

무엇보다 수면 부족은 뇌를 굶주리게 만든다. 우리가 피곤할 때 달콤한 음식에서 위로를 얻으려고 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뇌가 당분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24시간 동안 잠을 못 자면, 뇌에 공급되는 포도당의 6퍼센트 정도가 감소한다. 그러나 뇌의 모든 부분이 포도당 부족을 같은 수준으로 겪는 것은 아니다. 전두엽과 전두피질은 12~14퍼센트의 포도당 손실을 겪는다. 전두엽과 전두피질은 생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사상을 분별하고 사회적 제약을 판단하며 선과 악의 차이를 이해하는 능력이 이 부분에 달려 있다.

 

114p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퍼센트라는 것은 음주 운전의 법적 한도를 훌쩍 뛰어 넘는 수치이다. 영국의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 0.08%부터는 법적으로 제한한다. 0.1퍼센트에서는 기분이 죽 끓듯 변하기 쉽고 감정 표현이 과도해지며 주변 시야가 좁아진다. 또한 높이나 거리 감각이 상실되고 추론 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차이슬러 연구팀은 병원 인턴들이 24시간 근무를 할 경우 실수로 주사바늘이나 외과용 메스로 자신을 찌를 확률이 61퍼센트나 증가하고, 자동차 추돌 사고의 위험은 168퍼센트, 대형 사고로 이어질 확률도 460퍼센트까지 증가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사고의 20퍼센트는 단지 수면 부족 때문에 일어난다.

 

116p

동영상 속에서 한 여학생이 고릴라 복장을 하고 걸어 들어와 한가운데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다가 가슴을 두드리고 유유히 걸어나간다. 그러나 피험자들 절반은 이를 보지 못했다. 이 여학생이 등장한 시간은 약 9초 정도였다.

 

117p

노련한 수화물 검색자들이 댄의 피험자들보다 무기를 발견한 확률은 높지만 아주 현저하게 높은 것은 아니다. 무기의 종류와 상관없이 세 번 중 한 번은 찾지 못한다.

댄은 자신의 실험뿐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의 실험을 10년간 지켜본 후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기대한 것만 보고, 기대하지 않은 것은 보지 못한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내에 우리가 볼 수 있는 시야에는 넘기 어려운 절대적인 한계가 있다.

인간 뇌의 주의력이 작동하는 방식은 제로섬 게임입니다.” 댄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한 장소, 한 대상 또는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면 필연적으로 다른 것에는 주의력이 떨어집니다.”

 

118p

유타 주립 대학에서 심리학과 부교수로 있는 프랭크 드루스가 실시한 재미있는 실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론을 얻었다. 40명의 학생을 세 그룹으로 나눈 다음, 첫 번째 그룹에게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동차 운전 시뮬레이터를 조작하게 했다. 두 번째 그룹은 통화를 하면서, 세 번째 그룹은 보드카와 오렌지를 먹어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8퍼센트까지 올린 다음에 시뮬레이터를 조작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8은 미국과 영국에서의 법적 한계 수치이다.

세 그룹을 비교한 연구팀은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통화를 하면서 운전한 두 번째 그룹은 후방 충돌 사고를 더 많이 일으켰고 브레이크 밟는 속도가 느렸다. 술에 취한 세 번째 그룹은 공격적으로 운전했으며 전방의 차량과의 거리도 더 짧았고 더욱 힘들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러나 사고는 일으키지 않았다. 이 결과만 보고 운전 중 통화보다 음주 운전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드루스와 그의 동료들은 운전자가 통화를 하면 운전에 충분한 주의력을 기울일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120p

피곤하거나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상태를 심리학자들은 자원 고갈상태라고 하는데, 이 상태가 되면 우리는 자원을 절약하고 보존하기 시작한다. 이 상태에서 고차원적인 사고는 꿈도 못 꿀 사치다. 의심과 회의, 논증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교수 대니얼 길버트는 자원의 고갈은 특히 정교한 인지적 사고를 방해한다.”고 말한다. “반론이나 의심을 제기하는 행위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 등장할 뿐 아니라 가장 먼저 사라진다. 의심하고 반론하는 것보다 믿을 때 우리 뇌가 덜 힘들기 때문이다. , 피곤하고 주의가 산만할 때 우리는 더 어리숙해진다.” 우리 모두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122p

KPMG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인수 및 합병의 83퍼센트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53퍼센트는 실제로 주가가 하락했다. 경영컨설팅 업체 A. T. 커니의 조사에서도 115개의 국제적인 기업 합병에서 주주에게 돌아온 총수익은 외려 마이너스 58퍼센트였다. 터널 시야는 우리의 결정으로 파생될 폭넓은 결론에 눈을 감게 만든다. 조종실에 앉아 있는 정유사 직원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123p

밀그램의 주장은 상당히 도발적이었다. 왜냐하면 막연하게 손실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그 손실을 정확하게 짚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과잉에 치이면 스스로 사회적 관계나 도덕적 관계를 제한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과잉은, ‘동정심의 범위를 제한해야 다루기 쉬워진다.”

 

125p

선동가들과 세뇌시키는 사람들은 기업의 관리자나 경영자들이 망각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정신은 과부하가 걸리거나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 도덕적으로 눈을 감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이해하면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일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129p

호크 교수는 온갖 주장들을 다 들어보았다. “비타민 D 섭취율을 높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비타민 D는 음식과 생체 항상성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일부러 높일 필요는 없어요. 어떤 사람들은 태닝을 하면 에도르핀이 생성되어서 진통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모두 터무니없는 주장이지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저는 태닝과 태닝 살롱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증거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러한 환자들을 보면서 애석한 점은 그들도 태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는 겁니다. 황당하죠. 알면서도 알기를 거부하는 겁니다.”

 

130p

에일리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흔한 일이다. 영국에서는 4시간마다 한 명씩 피부암으로 죽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유해한 태양광에 맨살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136p

1965년에 실시된 한 연구에서는, 우리의 눈동자가 마음이 끌리는 것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회피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남자, 여자, 학생, 주부, 비서로 구성된 피험자들에게 열 장의 그림을 보여준다. 그림들 중 몇 개는 성행위를 묘사한 야한 그림이었다. 카메라 하나가 피험자들의 눈동자의 움직임을 촬영한 다음, 피험자들의 시선의 이동 경로를 그림으로 나타냈다. 그런 다음 피험자들에게 그림에 대해 떠오르는 바를 물었다. 같은 그림에 대해서도 피험자들의 묘사가 다르다는 점은 놀랄 일도 아니다.

 

139~140p

스튜어트는 이렇게 말한다. “제 생각에,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재정적으로 거의 끝장난 상태입니다.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전형적인 유형도 없습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에서 교양이 넘치는 사람까지 별별 사람들이 다 있죠. 하지만 공통점은 타조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일단 곤경에 처하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그런 사람들은 다음 달, 내일, 심지어 몇 시간 앞만 보고 그 동안만이라도 파산을 면할 방법만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생각한 방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합니다.”

 

148p

이성적으로 문제를 마주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해결책을 쓰든 현상 유지를 깨트려야만 문제가 해결된다. 갈등과 변화냐 아니면 타성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타조의 머리 감추기는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156~157p

게일라는 그레이스 측이 리비의 오염 수준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또 하나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 엑스레이 검사가 비밀리에 행해졌다는 것뿐만 아니라 부검도 은밀히 실시되었다는 사실이다. 의사들은 침묵했고, 정부 당국은 진실을 은폐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충격적인 사실은 게일라의 친구들과 이웃들이 게일라가 발견한 진실을 알기 원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161p

제 생각엔, 어쩌면 사람들은 말하지 않으면, 보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아요. 그들은 싸움을 원하지 않죠. 벌거벗은 임금님의 새 옷과 같아요. 모두 멋지다고 말하면 정말 멋진 옷인 양 보이는 것 같죠.”

 

하지만 리비의 이야기를 몇 배로 더 슬프게 만든 것은,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스스로에게 일어난 일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62p

대부분의 사람들이 베수비오 산에서 멀리 달아나고 있는 와중에 플리니우스는 죽음을 무릎 쓰고 위험한 지역으로 곧장 걸어 들어가 생존자들을 찾아서 구했다. 그 과정에서 플리니우스는 죽었다. 그의 죽음을 기념하기 위해, 크라카토아 화산처럼 가장 맹렬한 화산 폭발은 무지를 계몽하려 했던 한 남자의 이름을 기려 울트라플리니안이라고 부른다.

 

166p

살아남은 마컴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었다는 이유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했다. “마컴 소장이 선회하라는 명령을 거부했더라면, 빅토리아 호는 전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해군 소장 두 명은 이렇게 기록했다. “마컴 소장이 군사 법정에서 판결을 받긴 했지만, 그가 그 재앙을 피할 수 있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안타깝게 여기지는 않았다. 복무 중인 군인으로서는 어차피 무조건 복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오늘날 우리 눈에는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지만 빅토리아시대 사람들에게는 비극이었다. 트라이언에게도 틀림없이 그 사건은 비극이었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마컴이 주도권을 쥐고 맹목적인 복종을 거부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트라이언의 생각이 옳았다는 사실은 결국 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입증되었지만, 그가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도 사고와 함께 사라졌다. 어쨌거나 이 사건은 명령 복종에 내재된 긴장과 어려움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167p

발달한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즉각적이고도 쾌락적인 욕구를 쉽게 채우지만 그렇게 얻은 만족감은 이내 시들해진다. 쉽게 말해서 일단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하면 더 좋은 집, 더 따뜻한 곳, 더 많은 핫도그를 원하게 되고, 그 욕구를 채우더라도 만족감은 차츰 줄어든다. 그때 우리는 자신만의 즉각적인 만족감을 넘어서는 대의에 헌신하기를 갈망한다. 따라서 더 위대한 목적을 발견할수록 더 행복하고 건강해지며, 심지어 더 오래 살기도 한다. 그러나 고립된 상태에서 더 원대한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훌륭한 미술관을 짓고 경기장을 건립하거나 스카우트 팀, 정부, 혹은 기업이나 자선단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조직이 필요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고 자신의 자율성을 기꺼이 포기하면서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을 때 더욱 많은 것을 성취하고,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 생존할 수 있다. 우리는 대의의 권위에 항복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대의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 이러한 행위는 사회 공동체 안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실 우리는 복종으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복종할 때 우리의 행동과 시각은 심각하게 달라진다.

 

168p

복종에 관한 저명한 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은 도시 생활의 부담에 대해 매우 조예가 깊은 사회과학자이기도 하다. 유대인 학살 사건에서 영향을 받은 그는 1960년대에 이르러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심리학 실험을 실시했다. 밀그램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임무를 부여받은 경우, 복종에 대한 보상도 없고 불복종에 대한 질책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그 권위에 복종을 할 것인가, 또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밝히고 싶었다. 시쳇말로 그는 복종이 우리 안에 내장된 프로그램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169~170p

실험의 핵심은 참가자들에게 그 어떤 위협이나 두려움도 주지 않는 상태에서 협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언제든 실험을 중단하거나 실험실을 나갈 수 있었다. 실험에서 권위 있는 지시자의 역할을 한 사람은 하얀색 실험복을 입은 노련한 과학자였다. 상사도 아니었고 군대의 사령관도 아니었다. 분명히 연구를 수행하는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참가자를 지원하는 역할만 수행했다.

실험을 계획하기 전에 밀그램은 정신과 의사, 대학생, 중산층의 성인 세 그룹에게 피험자들의 행동을 예측해보게 했다. “이들은 사실상 모든 피험자들이 복종을 거부하리라고 예측했다. 다만 1~2퍼센트 내외의 병리학적으로 정상이 아닌 사람들만이 전기쇼크를 최대 출력까지 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비록 대학 실험실에서 실시된 학술적인 실험이었지만, 이 실험은 모든 피험자들에게는 긴장감과 현실감이 넘치는 생생한실험이었다. 밀그램은 자신이 발견한 사실에 너무나 충격을 받은 나머지 이 연구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까지 10년이나 고민을 했다. 피험자들 가운데 65퍼센트가 명령에 완전히 복종했던 것이다. “40명의 피험자들 가운데 26명이 실험이 끝날 때까지 지시에 복종했다. 이들은 학습자에게 발전기를 돌려야 할 정도로 최대 출력까지 올라가는 전기쇼크를 주었다. 450볼트 쇼크를 세 번 가하고 나서는 지시자가 실험을 중지시켰다.” 밀그램이 발견한 것은 공격성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관찰을 이렇게 기술했다. “학습자에게 전기쇼크를 지시하는 피험자들에게는 어떤 분노도 없었고, 복수심이나 혐오감도 없었다. 사람들은 분노하면 다른 사람에게 증오 섞인 행동을 하거나 노여움을 표출한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분노는 없었다. 분노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 밝혀진 셈이다. 바로 인간이 인간미를 포기할 가능성이다. 자신이 가진 고유한 인격보다 더 큰 구조적인 제도를 따를 때는 필연적으로 인간성을 포기할 가능성이 드러난 것이다.

 

171p

다시 한 번, 두 사람이 틀렸다. 일단 남자 피험자들의 복종 수준은 밀그램의 본래 실험의 결과와 매우 흡사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여자 피험자 전원이 귀여운 강아지에게 최대 수준의 전기쇼크를 가하라는 지시에 복종한 것이다.

 

172p

비록 권위의 지배 하에서 한 사람이 한 행위는 양심의 기준이 무너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도덕적 관념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신 본질적으로 다른 관점을 획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그 사람은 자신이 권위가 자신에게 바라는 기대에 얼마나 잘 부응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도덕적인 관심사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전쟁 중에, 병사들은 한 마을에 폭탄을 투하하는 일이 선한 일인지 악한 일인지를 묻지 않는다. 그 병사는 한 마을을 파괴하는 일에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외려 자신에게 부과된 임무를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에 따라서 자부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낀다.

 

173p

달리 해석하면, 우리가 더 크고 선한 것을 추구하기 위해 권위에 복종하기로 동의하면, 우리는 그 순간 개인의 자아(양심에 대한 책임감도 함께)와 세상이 우리에게 부과한 사회적 자아를 맞바꾼다. 흔히 이를 가장 실감나게 표현한 말은, 개인의 자아는 집에 두고 사회적 자아는 직장으로 보내라는 말이다.

 

밀그램은 이러한 관점의 변화가 개인의 잘못이 아니며 복종의 문제가 심리적인 것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집단의 일원이라는 측면에서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것이다. 개인이 혼자서 일할 때는 자신의 양심에 따른다. 그러나 위계 체계 내에서 일할 때는 권위가 양심을 대신한다. 그러지 않으면 위계 체제가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심의 문제만 지나치게 앞세우면 집단의 이점은 사라진다.

 

174p

오하이오 팀이 실험을 수행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간호사들이 복종했다는 점이 아니라 복종하는 것에 간호사들이 아무런 갈등을 느끼지 않고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는 최우선의 의무에 대해 완전히 눈을 감았다는 사실이었다.

 

175p

당연히 멈춰야 할 최악의 상황처럼 보이는 순간이 전혀 없었다.” 이 말은 밀그램의 피험자들이 한 말이 아니다. MCI의 중간간부 월트 파블로가 한 말이다. 병원과 달리 장거리 전화 서비스 기업에는 헌신과 복종을 고취시키는 고결한 도덕적 목적 따위는 없다. 오로지 극도의 경쟁 문화와 실적이 높은 직원을 위한 상당한 보상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훌륭한 직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고 파블로는 말한다.

 

178p

그는 말한다. 문제는 한 방에 나쁜 행위를 하라는 요구가 없었다는 점이다. 아주 서서히 사소하고 미세한 단계로 나쁜 행위가 진행되는 동안 아니오라고 거절할 결정적인 순간이 없다는 것이다.

 

181p

목표를 이루기만 한다면 그 방법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복종의 힘이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사회적 존재의 눈에는 도덕성이나 적법성, 안전성 같은 그 외의 다른 생각들은 보이지 않게 된다. 아부그라이브 감옥의 미숙한 간수들이 죄수들을 구워삶아보라는 지시를 받을 때도, 구체적인 방식 따위는 지시받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하는 일이 실제로 유익한 일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지시를 따랐다. 포로들을 학대하는 수단을 통했는데도 중요한 군사 정보를 단 하나도 빼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상관이 없었다. 명령이니까 따랐을 뿐이고 다른 어떤 것도 염두에 없었다.

 

기장만이 위기 상황에서 규정을 따르지 않을 권위가 있다. 따라서 이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여간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사고 직전의 비행 기록 중 조종실 내부의 대화를 분석했는데, 실수가 발생했을 때 부조종사가 이의를 제기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는 무려 25퍼센트에 달했다.

 

181~182p

이를테면, 일본군의 경우 천황에 대한 사랑으로 무장했으며, 자살 폭탄 테러의 경우 종교적 열정으로 무장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피험자가 익명의 학습자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상해를 입히도록 계획된 훨씬 면밀하고 학술적인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피험자들은 불복종을 하느니 차라리 기꺼이 스스로에게 상해를 입히기를 택한다는 것이다.

 

182p

밀그램의 피험자들 가운데 지시에 불복종했던 한 사람은 군 생활 중에 불법적인 명령을 거절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후에 열린 뉘른베르크 재판에서는 상관 장교들이나 고위 정치가들이 명령권자로 있었기 때문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범들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에서 있었던 전쟁 범죄와 관련하여 최근에 설립된 특별 국제 재판소에서도 복종을 변명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184p

영국이나 미국 육군사관학교에는 사회화 과정이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거의 과한 수준입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1년 전에 도입했는데,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반응도 아주 적극적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군인 정신의 가치와 신념 그리고 군인으로서의 태도를 가르칩니다. 복종이 아니라, 조직의 일원이 되는 법을 가르칩니다. 기업을 예로 들어 말하자면, 인증 자격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진정성 있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가치와 조직의 가치를 동등하게 여기도록 교육하죠.

 

185p

학생들이 배운 교훈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해야 할 일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더 많이 줄수록 더욱 열중하고 더욱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합니다. 단지 버튼을 누르는 일만 시킨다면 신중함을 기대할 수 없지요. 부도덕한 명령은 반드시 거부해야 합니다. 도덕적인 면도 틀림없는 우리의 일부이니까요. 하지만 전, 우리가 늘 백 퍼센트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다고는 주장하지 않습니다.”

 

187p

명령권자를 존경하지도 않고 신뢰하지도 않는다면, ‘명령불복종말고도 명령을 무시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건 흑백논리가 아니에요. 제 생각에 군인들은 상당히 성과 지향적입니다. 우리는 임무에 전념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람직한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갈등 상황에 대처할 때 독립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얼마나 될까요?

 

188p

밀그램의 실험은 우리가 마음으로는 복종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되뇌어도 결국 대부분이 복종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러한 행동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의무 태만이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반성과 독자적인 생각과는 반대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복종의 일종의 지름길이다. 복종을 하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믿는다. 아주 간단하고 쉽다. 특히 지치고 마음이 사란하며 싸우기 싫을 때는 더욱 그렇다. 또한 복종은 우리를 눈감게 만드는 다른 모든 힘들을 증폭시키며 공고하게 한다.

 

193p

순응의 가장 큰 특징은 무조건적이고 자발적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틀린 줄을 고르라고 말한 사람도 없고 그런 선택을 하는 데는 아무런 규칙이나 정해진 이유가 없다. 마치 닮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우리는 무리와 어울리길 바란다. 자신이 튄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우리는 사람들을 바꾸거나 자기 자신을 바꾼다. 순응은 때로는 의식적으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우리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194p

애쉬의 실험과 달리, 1979년 오리건 대학에서 실험을 반복했을 때는 여성보다 남성이 순응할 가능성이 더 컸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순응을 잘 하는 사람들은 이를테면 행운이나 기회 혹은 운명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들을 믿는 경향이 강하다. 인생의 주도권을 자신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틀린 줄을 선택할 가능성이 적었다. 하지만 애쉬가 실시한 최초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순응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 모두가 깜짝 놀란다. “이런, 세상에! 내 눈이 멀었나 봐요! 내가 어떻게 이런 실수를.”

 

202p

수련의 표정이 진짜 당황한 것 같았더군요. 어쨌든 그는 비밀을 누설했던 거죠. 수많은 아이들을 죽일 수는 있지만 동료를 배신할 수 없다는 겁니다.

 

205p

정신약리학 분야를 개척한 자크 팡크세프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회적 정서와 사회적 유대는 신경 화학적 측면에서 오피오이드 탐닉의 근본을 이룬다.” 다시 말해,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를 추구하려는 우리의 소망은 사회적 보상뿐 아니라 신경 화학적 보상을 바라는 데서 시작된다.

 

묵살당하거나 코벤트리로 보내야 할 존재(따돌림 당하는 사람을 빗댄 영국의 속담)’가 되는 것 또는 형벌 체제에 갇히거나 고립되는 것, 이 모든 것은 처벌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방법들은 힘과 자존감의 원천이 거세당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해도(혹은 그러길 바라더라도) 우리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외된다는 것은 외롭고 무력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집단에 합류하면, 우리는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지름길을 배우며 스스로의 정당성을 입증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210~211p

비교 실험을 위해 한 번은 3차원 물체 중에서 똑같은 두 개를 피험자 스스로 찾게 했고, 또 한 번은 동료 피험자가 고른 물체들을 알려준 다음에 선택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실험에서는 컴퓨터가 선택한 물체들을 알려준 다음에 선택하게 했다. 과학자들은 이 실험을 통해 피험자의 순응 여부가 아니라, 이들의 뇌에서 어떠한 활성화가 일어나는지를 밝히고 싶었다. 순응하는 과정에서 전두피질이 가장 왕성하게 활성화된다면, 이는 순응이 의식적인 의사 결정의 결과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후두부나 두정부에서 활성화가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면, 순응이 지각 활동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 피험자들이 무엇을 보느냐는 사회적 영향이 결정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211p

3차원 테스트는 애쉬의 줄무늬 실험보다 어려웠기 때문에 아무런 압박감을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험자들이 실수를 많이 했다. 그러나 이들의 순응 확률은 똑같았다. 그리고 순응할 때 뇌의 전두피질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순응할 때 의식적인 결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뇌의 활성화는 지각을 담당하는 부분에 집중되었다. 집단이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피험자가 보는 것이 달라졌고, 피험자들은 차이에 눈을 감았다.

과학자들은 지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사회적 영향에 따라 바뀐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하지만 이 실험으로 몇 가지 다른 견해들도 등장했다. 집단의 결정을 아는 것은 피험자들의 정신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았을 때 피험자들의 사고 과정이 줄어드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집단의 결정과 일치한다고 느끼면 사고를 멈춘다. 왜냐하면 그것이 옳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들 여럿을 모아서 얻는 집단의 이점은 따지고 보면 개개인의 심사숙고를 줄여준다는 이점인 셈이다.

피험자들에게 컴퓨터나 다른 집단의 실수에 순응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 이유를 묻는 질문을 실시했을 때까지도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순응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들은 정말로 우연히 같은 선택을 내렸다고 믿고 있었다. 피험자들은 자유의지로 선택했다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다.

 

212p

게다가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집단의 결정과 반대로 완전히 독립적인 결정을 내린 한 피험자에게서는 색다른 일이 벌어졌다.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영역인 편도체가 매우 활성화되었다. 고통과 유사한 감정이 발생한 것이다. 집단으로부터의 독립에는 매우 큰 대가가 따른다는 의미이다.

 

물론 어느 선까지는 우리 모두 순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가 기능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에 따르면, 순응의 가장 큰 위험은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소속감으로 인해 위험에 눈감을 뿐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려는 용기에도 눈을 감는 것이다.

 

225p

혼자 있던 피험자는 연기가 새어 들어온 지 2분만에 행동을 취했다. 연기가 새어 들어오는 부분을 찾고 온도를 확인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두 명이 함께 있던 방에서는 열 번 중 단 한 번만 연기가 들어온다고 알렸다. 나머지 경우에는 기침을 하고 눈을 비비면서도 끝까지 설문지를 작성했다. 그리고 세 명이 함께 들어간 방의 경우, (달리와 라타네는 한 사람의 반응 속도에 비해 3배 정도는 더 걸릴 것이라고 추측했다) 스물네 명의 피험자들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연기가 난다고 알렸다. 그때는 연기가 난 지 이미 4분이 지났고 방 안은 겨우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달리와 라타네는 방관자 효과라는 말로 자신들의 발견을 설명했다. 두 사람이 이러한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키티 제노비스라는 뉴욕의 젊은 여성의 사망 사건 때문이었다. 이 여성은 뉴욕의 거리 한복판에서 칼에 찔려 죽었다. 사건이 발생할 당시, 서른여덟 명의 사람들이 30분 이상 지속된 여성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목사들과 뉴스 해설자들, 정치가들은 뉴욕 시민들의 무관심과 도시 내부의 아노미에 대해 거들먹거리며 떠들었지만, 역시 뉴욕 시민이었던 달리와 라타네는 외려 그러한 사회의 반응에 회의적이었다. 정말 뉴욕 시민들이 유독 타락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긴급 상황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일까? 어떤 쪽이든,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뉴욕 시민들보다 나을 것인가?

 

226p

단순히 다른 사람도 문제를 인식했다는 사실을 알기만 해도, (문제에 대해 누군가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를 모르면서)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는다. 연기가 자욱한 방에서라도 일단 집단에 속해 있으면 방관자 행동이 순응으로 인해 악화될 수 있지만, 순응이 방관자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실험을 하든 모든 피험자들은 목격자가 많을수록 사건에 반응할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최초의 명제를 입증했다. 다른 사람들의 존재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이타심이 감소한 것이다.

미국과 달리, 영국의 법정에서는 방관자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그들에 대한 대응을 공식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공동 참가라는 법적 해석에 따라, 치명적인 가격을 날렸다는 증거가 전혀 없는 방관자들에게도 살인에 대해 유죄를 적용할 수 있다.

 

227p

2001년 보안업체 직원이었던 서른 살의 케네스라는 남자가 런던의 한 버스 안에서 다섯 명의 젊은이들에게 과자를 바닥에 던지지 말라고 말했다가 폭력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케네스의 오른쪽 안구를 파내는 동안 버스에는 적어도 열다섯 명의 승객들이 동승하고 있었지만 모두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런 사례들은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고한 희생자들이 공격당하는 현장에 수십 명의 목격자들이 있어도 대부분 그저 지켜보거나 눈길을 돌려버리기 일쑤다.

이 목격자들이 유별나게 나쁜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릴 근거는 없다. 라타네와 달리의 실험에서도 이미 입증된 바이다. 우리 모두는 방관자처럼 행동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228p

그 후 4백여 개가 넘는 인터넷 채팅방 회원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어졌지만 하나같이 방관자 이론을 확증해줄 뿐이었다. 사람이 많을수록 반응은 적었다. 하지만 한 가지 미세한 특징이 드러났다. 도움을 청할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부탁할 경우 도움을 받을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228~229p

방관자 효과가 입증한 것은 사회적 자아와 개인의 자아 사이에 엄청난 긴장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단독으로 있을 경우 옳은 일을 할 확률이 크다. 그러나 집단으로 있을 경우, 우리의 도덕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는 서로 충돌하는데 그 충돌은 고통스럽다. 달리와 라타네의 실험에서 사건에 개입하지 않은 피험자들은 개입하지 않기로 결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개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다면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갈등과 망설임으로 얼어붙은 것처럼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이 불쾌한 감정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했고, 결국 그들은 더 쉬운 길, 일종의 도덕적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240p

2006년 실시된 조사에서 영국 학생들의 69퍼센트가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자녀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부모는 87퍼센트였다. 그러나 교사의 83퍼센트는 교내에서 괴롭힘을 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많은 경우, 학생 방관자들은 배우를 부추기는 관객처럼 응원자의 역할을 한다. 또는 개입하지 않는 다른 학생들 역시 괴롭히는 가해자에게는 보호막으로 보일 뿐이다. 응원자로든 보호막으로든 모두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괴롭힘을 정당화한다. 괴롭힘을 본 목격자들 가운데 겨우 10~20퍼센트의 학생들만이 피해자에게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가장 애석한 사실은 아이들이 어른들을 따라 하기 때문에 괴롭힘이 신고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말이다.

 

243p

달리는 심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주장을 언급한다. 카너먼은 우리의 사고 체계가 둘로 나누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시스템 1은 직관적이며 연상적이고 매우 신속하고 습관에 기인한다. 본질적으로 시스템 1은 지름길 사고라고 할 수 있으며 대부분 만족스럽다. 시스템 2는 더 신중하고 분석적이며 느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수학 문제를 정확하게 풀고자 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시스템 2를 이용하지만, 시스템 2의 또 다른 목적은 시스템 1의 오류를 감독하는 것이다.

 

254~255p

원래 실험에서 65퍼센트의 피험자들이 전기쇼크를 받는 학습지를 볼 수도 없고 비명을 듣지도 못한 채, 최대 한계의 전기쇼크를 학습자에게 가했다. 그 실험에서 피험자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밖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정말로 잊어버릴 수 있는지 신기했어요. 한참 동안 저는 오로지 스위치를 올리고 단어를 읽는 데만 집중했어요.” 하지만 두 번째 변형 실험에서 학습자와 피험자는 같은 방안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 학습자와의 근접성으로 인해 전기쇼크를 가하라는 지시에 끝까지 복종한 피험자 수는 40퍼센트까지 감소했다. 그리고 피험자에게 학습자의 손을 쇼크 판 위에 직접 올려놓게 했을 때 전기쇼크를 가하라는 지시에 끝까지 감행한 피험자는 3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전기쇼크 피해자와 같은 공간에 있음으로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었으며 급기야 신체 접촉을 함으로써 모든 것이 바뀌었다. 자신이 한 행동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필요가 없을 때는 그 행동의 결과들에 눈감기가 훨씬 쉽다.

이와 마찬가지로, 존 달리도 방관자 효과 실험을 변형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에서 그는 피험자들을 둘씩 짝지어서 한 방에 들어가게 하고, 몇 쌍은 얼굴을 마주보게, 몇 쌍은 등을 돌리고 앉게 했다. 피험자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40분 후에 마룻바닥에 누군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려주고 으악! 내 다리!’ 하는 절규와 신음을 들려주었다. 얼굴을 마주보고 앉았던 피험자들의 80퍼센트가 사고에 대해 반응을 했다. 반면 등을 돌리고 앉은 피험자들은 20퍼센트만 반응했다. 실질적인 관계, 얼굴을 서로 마주보는 진짜 관계는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255p

알베르트 슈페에는 자신이 감독하던 강제수용소 시찰을 하지 않으려고 늘 신경을 곤두세웠다. 마우트하우젠 수용소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현실을 직접 마주치지 않도록 수행원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아돌프 아이히만과 힘러 하인리히도 자신들이 내린 결정의 결과를 확인하고는 병이 났다고 한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객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거리감도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거리감은 보기 싫은 세부적인 사항들에 눈을 감게 만들기도 한다.

 

257p

한 그룹에게는 인턴사원을 선택할 권한을 주었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조언은 할 수 있지만 선택권은 주지 않았다. 권한을 가진 참가자들은 전형적인 틀에 맞는 정보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다시 말하면, 힘을 가진 사람들은 고정관념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후속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의 권위에 대한 욕구를 나타내는 성격 평가를 실시했다. 욕구 수준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을 분리한 다음 인턴사원에 지원한 학생들을 평가하게 했다. 권력욕을 가진 참가자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정보들을 완전히 무시하진 않았지만 관심도 낮았다. 권위적인 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고정관념에 따라 쉽게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권력욕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의지하는 고정관념은 도전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동기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권력은 타락한다. 그러나 그 타락은 권력자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다.

 

258p

그녀는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위험한 상황에 맞닥트렸을 때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확률이 높았다. 이들은 매우 낙천적이었는데, 험난한 역격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힘을 실제로 자신들이 가졌거나 혹은 가졌다는 생각이 낙천적인 태도를 갖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심리적인 거리가 있다는 의미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사람들만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훨씬 더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밀리컨의 연구에서 밝혀진 더 충격적인 사실은 권력과 낙천주의 그리고 추상적인 생각이 결합하면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확신이 더욱 공고해진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과 격리되면 될수록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더욱 확고부동해진다.

 

270p

BP가 딥워터 호라이즌 호의 폭발 사고 직후에 속죄양을 찾아 비난하기 급급했던 상황에서도 이러한 불명확성이 드러났다. 물론 BP는 시추선을 직접 건조하지 않았다. 딥워터 호라이즌은 텍사스 기업인 R&B 팰컨에서 디자인하고 한국의 현대가 건조했으며 스위스 오퍼레이터 트랜스오션이 사서 BP에 임대를 해주었다. 사망한 사람 대부분이 BP의 직원도 아니었고 따라서 이 영국회사의 책임도 아니었다. 일단 중요한 기능을 외주 업체에 맡기고 나면 그 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보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아웃소싱의 목적이라며 비웃을 수도 있다. 서구 경제에 아웃소싱의 뿌리가 깊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시급하다.

 

274p

왜 우리는, 제대로 돌아가는지 보지도 못하면서 더 크고 더 복잡한 제도나 기업을 만드는 것일까?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인간의 교만은 상상할 수 있다면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만들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스스로에게 심어주었다. 우리는 자신의 발명과 지능에 만족하고, 그 만족감에 취해서 스스로 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힘은 우리가 만든 것의 실체에서 우리를 더 멀어지게 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미노스를 위해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처럼, 우리는 스스로도 빠져나올 수 없는 교묘한 미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복잡한 구조가 야기할 수밖에 없는 맹목에도 눈을 감는다. 그렇게 우리는 완전히 잊는다.

 

276p

정말 그럴까? 거의 폭발 수준으로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천만 원을 호가하는 핸드백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전에 살던 집보다 더 큰 차고가 딸린 새집을 사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아졌는데 어떻게 돈이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미 마틴 샐리그먼과 같은 긍정 심리학자와 리처드 레이어드와 같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증거로 그들은 GDP가 증가해도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증가하지 않는다는 예를 들었다. 그리고 가장 부자 나라=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276~277p

돈은 동기부여의 원천이다. 1953, 피험자들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철봉에 매달리게 하는 실험이 있었다. 대부분의 피험자들이 약 45초 정도 매달려 있었다. 지시자의 권위에 복종하게 하거나 심지어 최면을 걸었을 때는 75초로 늘어났다. 그러나 5달러(현재 가치로는 약 35천 원 정도)의 포상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자 참가자들은 110초까지도 매달려 있었다. 150퍼센트까지 수행 능력을 신장시켰으니 상당한 동기부여인 셈이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가격이 매겨진 몇 장의 그림들을 보았다. 어떤 그림을 기억하면 5달러, 어떤 그림은 10센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림을 보여준 다음 날 검사했을 때, 피험자들은 비싼 가격이 매겨진 그림을 훨씬 더 잘 기억했다. 피험자들은 자신이 그런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람이 노력을 기울이는 정도는 기대하는 보상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대니얼 핑크와 같은 동기부여 연구가들은 돈이 우리를 열심히 일하게 만들 수 있지만 똑똑하게 일하게 만들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대니얼 핑크는 댄 애리얼 리가 했던 실험을 예로 들면서, 돈이 창조성과 문제해결력 같은 경제 발전에 필요한 고차원적인 사고를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돈이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돈에 대한 갈망을 멈추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277~278p

중국과 미국 연구원들이 수행했던 흥미로운 일련의 실험들에서 피험자들은 사이버볼 게임을 했는데, 게임 속에서 피험자들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사회적으로 배제되었다. 그 결과 피험자들은 고통스러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돈을 세도록 했더니 피험자들의 기분이 나아졌다. 대조 실험을 위해 피험자들 일부에게는 종이를 세도록 했는데 종이를 세는 반복적인 일은 기분 개선 효과가 없었다. , 종이는 진통제가 아니었지만, 돈은 확실한 진통제였다. 돈을 세는 단순한 행위만으로 사람들은 더 강해졌다.

 

278p

돈 그 자체가 우리의 행복을 절대적으로 보상하지는 않겠지만 담배나 초콜릿처럼, 우리는 반드시 유익한 것만 원하지는 않는다. 돈으로 얻는 즐거움은 대개 생명력이 짧다. 왜냐하면 늘 새롭고 더 크고 더 화려하고 더 매력적인 제품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돈으로 사는 물건들은 결코 기대만큼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쾌락의 쳇바퀴라고 부른다. 더 많이 소비할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쳇바퀴에 올라타서 즐거움을 낚으면, 적어도 처음에는 꽤 괜찮다는 기분이 든다.

 

280p

예전의 게임은, 진단을 잘하고 환자들과 소통도 잘하면서 수술도 잘하는 의사가 되는 게임입니다. 새로운 게임은 돈을 버는 겁니다. 그들은 게임이 바뀌었다는 것도 모릅니다. 눈을 감았으니까요. 하지만 게임은 이미 바뀌었죠.

 

282p

연구원들은 또 하나의 의문을 가졌다. 만약 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피험자들이 자신들이 잘 못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에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래서 연구원들은 돈과 관련이 있되 어렵지 않은 실험을 한 가지 고안했다. 대학 학생회 기금에 기부를 하는 것이다. 돈에 집착하는 피험자들은 받은 보상금의 39퍼센트만 학생회에 기부했다. 반면 돈을 별로 의식하지 않은 피험자들은 67퍼센트를 기부했다.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피험자들은 한결같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몹시 어려운 혹은 완수하기 불가능한 일을 맡겼을 때 그들은 48시간이나 그 일에 매달린 다음에야 도움을 청했다. 주어진 일을 완수하긴 했지만, 전적으로 혼자 해냈다. 연구원들이 내린 결론은 돈이 개개인의 노력을 고무하는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긴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상당히 부정적인 작용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이해가 얽힌 갈등 상황에 돈이 결부되면 우리는 자기 자신의 이해에 집중한다. , 우리는 돈 때문에 이기적이 되고 자기중심적이 된다.

 

285~286p

그 후에 크랜필드 경영대학원과 합작으로 실시한 563명의 위기 관리자들에 대한 연구에서 무어는 금융업계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주요 한 두 가지 원인으로 기업 문화와 보상 제도를 들었다. 비정하리만큼 현실적이고 수학적인 분석가들은 금융업계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규제나 경제 모델 따위는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세계적인 상황때문에 금융이 실패했다는 식의 변명도 완전히 배제했다. 그들이 보기에 잘못된 것은 문화였다. 돈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문제였던 것이다. 이윤 추구는 사람에 대한 배려를 효과적으로 대체해버렸다. 한 경제학자는 돈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단적으로 묘사했다. “악당을 위한 구조는 악당을 만들어낸다.”

 

288p

그리고 죽기 3년 전에는 경제계를 뒤흔들 역작을 발표했다. <관계의 능력>에서 그는 돈이 늘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돈이 사람들의 도덕적 동기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헌혈을 예로 들면서, 티트머스는 헌혈의 대가로 돈을 주면 헌혈할 의지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혈액 기부자에게 돈을 지급하면 혈액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의 책은 현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두 개의 근본적인 견해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두 견해 중 하나는 개개인은 자신의 이해에 따라 동기부여를 받는다는 견해였다. 더 많이 받을 때 일을 덜 한다면, 그것은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289p

두 사람은 1933년 스위스의 중심부에 있는 주 지역을 찾아갔다. 그곳은 핵폐기물을 보관할 지역으로 예정된 곳이었다. 두 사람은 305명의 주민들에게 핵폐기물 시설이 집 근처에 들어선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느냐고 물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0.8퍼센트)이 시설 수용에 관한 투표를 한다면 찬성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핵폐기물을 좋아해서 그런 응답을 한 것은 아니다. 거의 40퍼센트의 주민들은 심각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80퍼센트의 사람들은 정기적으로는 핵폐기물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응답한 사람들도 핵폐기물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기꺼이 수용하겠노라고 응답했다. 다시 말해, 공익과 사회적 선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이 개인적인 거리낌을 압도한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두 경제학자가 핵폐기물 시설을 짓는 대가로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주민들의 반응이었다. 제안한 금액도 만만치 않은 액수였다. 주민들의 매달 평균 수입에 가깝거나 그 이상의 금액을 매년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시설을 수용하겠다는 응답은 절반으로 줄었다. 두 학자는 주민들의 반응에 돈이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상금을 더 높여보았다. 처음 제안을 거절했던 사람들 중 단 한 사람만이 얼마를 더 주든 수용하겠노라고 대답했고, 4.9퍼센트만이 보상금의 액수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응답했다.

 

290p

보육 시설에 아이를 데리러 오는 부모들에게 지각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을 때는 지각하는 부모들이 적었다. 그러나 지각에 대한 벌금을 부과했을 때는 외려 지각을 더 많이 했다. 뿐만 아니라 벌금 제도를 없앤 후에도 시간을 잘 지키던 습관이 되살아나지 않았다. 일단 돈이 개입되면, 사회적으로 잘 성립되었던 관계들도 무너지고 만다.

 

291p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도덕적으로 선택을 내릴 때 뇌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작동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때 작동하는 부분이 자전적 기억(공감을 의미하기도 한다)과 사회적 인식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무도 동기를 좇는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도 그것은 무한히 매력적이지만 여전히 모호한, 지성과 감성의 경계에 속한 문제인 듯하다.

 

294p

세상에 BP만 이런다고 볼 수 없다. 포드가 자사의 자동차 모델 핀토의 후미를 보강하는 비용을 산출할 때, A. H. 로빈스 제약회사가 달콘 쉴드라는 피임 기구를 회수하지 않기로 결정할 때도, 그레이스가 몬태나주 리비의 골칫거리를 떨어내버리려고 파산을 결정할 때도 사람을 돈으로 환산했다. 더블린의 대주교 케빈 맥나마라가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의 피해 보상을 대비해서 보험을 들었을 때도 사회적 문제보다는 돈을 더 걱정했던 것 아닐까?

 

296p

사람들은 자존감을 구축하는 일에 상당한 의욕을 갖고 있습니다. ,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고 그 한계를 넘어서지도 못합니다. 자기가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지켜야만 하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를 위험한 행동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듭니다. 사회적으로 정당화시키거나, 자기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기거나, 또는 자신들의 조치로 인한 장기적인 결과를 무시하면서 말입니다.”

위험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가장 탁월한 방법은 돈에 관한 논쟁을 들먹이면서 도덕적, 사회적 핵심을 흐리는 것이다. 밴두러는 우리의 행동이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유해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기 때문에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 필연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또 환경과 인구 증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요구에 저항하는 사람들, 환경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흔히 내세우는 주장은 자신들은 그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잘 살기를 원하는 착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299p

돈은 우리가 반드시 집중해야 할 정보와 문제에 눈을 감게 만드는 수많은 권위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돈은 의도적 눈감기를 부추기는 다른 모든 요인들을 악화시키고 종종 보상까지도 한다. 익숙한 것에 대한 선호, 개인과 큰 사상에 대한 집착, 분주함에 대한 사랑, 갈등과 변화에 대한 혐오, 복종과 순응하려는 인간적 본능과 책임감을 떠넘기고 분산하는 능력들도 모두 눈감기를 부추기는 요인들이다. 이 모든 요인들은 삶의 다양한 순간에 다양한 강도로 협력하며 작동된다. 이 요인들에는 자존감을 지켜주고 부조화를 없애주며 경계심을 고취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어떤 면에서 이 모든 요인들은 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선 우리가 착한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면서 우리의 눈을 가려버린다. 안락함과 편안함이라는 혜택이 없다면 우리는 그렇게 눈감지 않을 것이다.

 

304p

세상에는 카산드라가 넘쳐난다.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 것을 보도록 운명 지어진 개인들, 눈을 감지 못하고 자신들이 아는 불편하고 도발적인 진실들을 알려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바로 카산드라다. 기업이나 조직이 파멸하기 전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사람들, 즉 위기가 올 것을 알고 경고했지만 무시당하고 조롱받았던 사람들이 바로 카산드라다.

 

305p

모든 카산드라가 옳고 그름을 분명히 인식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한편, 이들이 도덕성을 획득하는 경로는 역사나 개인적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인습적인 신념이 될 수도 있다. 비록 이 진실 전달자들이 때로는 감옥에 갇히거나 정신과 진단을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모두 머리가 돈 사람이라는 증거는 없는 것 같다.

 

343p

의도적 눈감기가 매우 은밀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눈감기를 조율할 수도 있고 경계심을 잃지 않도록 결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된 습관은 버리기 어렵다. 강바닥은 깊고 수천 년 진화의 결과인 신경생물학적 구조와 평생 몸담았던 문화의 안락함을 뿌리칠 수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의도적 눈감기는 어떤 조건에서 왕성하게 자라는가? 그 조건들을 다소나마 줄이고 우리 의식의 이면에서 관심을 애원하는 작은 목소리를 들으려면 얼마나 강해야 할까? 늘 깨어 있기 위해 새로운 습관을 개발할 수 있을까? 분명히 부담이 크겠지만, 열외가 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이들 안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우리 삶, 제도, 이웃, 친구들이 가진 동질성을 깨닫는 데서 출발할 수 있다. 의회에서 기업의 이사회와 두뇌 집단 그리고 교회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조직들 어느 곳을 보든, 동질성은 순식간에 약점이 되고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다양성이라는 것이 정책적으로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조직을 취약하게 만들고 고립시킬 내부적인 눈감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은 될 수 있다. 다양성이 있는 집단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이유는 경보기가 울린다는 사실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우리도 자신의 편견을 인정해야 한다.

 

357p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우리가 자주 이용한 방식은 소위 ‘1일 일탈자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어 자기 본래의 이미지와 정반대로 행동하고 결과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마에 점을 하나 찍고 하루 종일 다른 사람으로 행세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 세상의 반응도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자신의 시각도 달라진다.”

짐바르도는 이 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친구들의 기대치에 얼마나 유순하게 반응하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기대치에 자기들이 얼마나 쉽게 무심코 순응하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남들도 그러니까, 라는 이유로 학생들은 아첨꾼이 되는 데 익숙하다.

 

360p

최근 일어난 수많은 기업들과 기관들의 실패가 강력한 지도자들을 꼭대기에 둔 조직의 내부에서부터 발생한 점을 미루어보면, 잡지 표지를 장식하곤 하는 내로라하는 권위자들이 과연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존재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CEO들을 두고 태양왕”, “미국에서 가장 공격적인 CEO” 혹은 천재 소년등의 호칭으로 부르든 말든, 분명한 것은 CEO들의 권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들에게는 아무도 불편한 진실을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권위는 위험한 거품이자 장벽이다. 현명한 지도자들은 권위가 보상이 아닌 장애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알지 못하면 이미 그 주변에는 단절의 골이 깊을 것이다.

 

376p

존 브라운이 떠난 후 BP는 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인지 분석했다. 마침내 내린 결론은 회사 전체가 복잡성을 좋아했다는 사실이었다. 지적 교만에 빠진 기업의 지도자는 기업 내부의 복잡성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것이 바로 경쟁 우의를 점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했다. 다이달로스가 몰두했던 미궁도 결국 복잡성이었다. 복잡성은 숭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전해야 할 대상이다.

 

380p

의도적으로 눈을 감을 때, 그곳에는 알 수 있고 또 알아야 하지만 불편하기 때문에 알기를 꺼려하는 정보가 있다. 신경과학은 지금까지는 완전히 추상적으로만 여겼던 경험에도 명백한 실체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눈감기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쓰는 도중에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과학은 뇌가 독립적인 훌륭한 기관이며 우리는 뇌의 수동적인 매개자라는 사실을 입증해낼 것인가? ‘뇌가 시킨 대로 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대며 살인자가 무죄를 간청할 날이 과연 올까? 과학이 우리의 눈감기가 이미 내장된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현상일 뿐,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믿게 할 근거를 댈 수 있을까?

신경과학이 제시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죽는 순간까지 우리 인간이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모든 경험, 마주침, 새로운 지식들, 관계와 재평가는 우리 정신의 작동 방식을 바꾼다. 그리고 똑같은 경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381p

그러나 한편으로 결정론자의 뇌 과학은 우리가 경험을 독자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우리는 뇌 안의 마스터 컴퓨터에 따르도록 자동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변화에 대한 능력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알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든다. 그러나 보겠다고 주장할 때는 우리 스스로에게 희망이 생긴다. 의도적 눈감기가 의지에 의해 결정된 일이며 경험과 지식, 생각, 뉴런, 신경증 등이 한데 섞인 산물이라는 사실은 의도적 눈감기를 바꿀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어왕처럼, 우리는 더 잘 보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뇌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바꿔야 한다. 모든 지혜가 그렇듯, 보는 것은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내가 알 수 있고, 알아야 함에도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이 무엇인가? 지금 여기서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가?

밤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새벽에 이를 수 없다.


- 미안해, 스이카/하야시 미키 지음/김은희 옮김/놀 펴냄/2008.4.14

생각의 오류

- 토머스 키다 지음/박윤정 옮김/열음사 펴냄/2007.11.30

 

20p

  어떤 책이든 읽다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상세한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것 같다. 이런 나이에는 몇 가지 핵심 내용만 기억해도 운이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통계수치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확인하고 싶어 한다.

삶에서 운과 우연의 일치가 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다.

 

22p

  총기규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를 뒷받침해 주는 정보를 더 신뢰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대통령 후보의 호의적인 정보에 더 집중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대통령 후보의 호의적인 정보에 더 집중하지 않을까? 영매에게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영매의 예언이 적중했던 때만 기억하고 예언이 빗나갔던 대다수의 경우는 잊어버리지 않을까? 실제로 우리는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기존의 믿음이나 결정을 굳건하게 만들어주는전략을 쓰는 성향이 있는 것이다.

 

24~25p

  사람들은 자신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본 것을 난 알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우리의 오감은 잘 속아 넘어간다. 게다가 가끔은 세계를 선택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정신이 다른 데 쏠려 있어서, 분명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없는 것을 보기도 한다. 내가 유령을 봤다고 얘기했을 때처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어느 시점에서 환각을 본다고 한다.

이런 부정확한 인식을 사고 과장에 적용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는 특히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바로 기대와 욕망이다.

 

26~27p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정보들에 일일이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말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이런 분석마비증을 피하기 위해서 단순화 전략을 쓴다.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토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우리는 스키를 타다가 다칠 수 있는 경우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거나 스키로 인한 부상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하지 않는다. 대신에 친구의 경험이나 텔레비전에서 본 사고 보도를 떠올리고, 단순하게 판단을 내린다. 소니 보노(미국의 가수이자 배우, 정치가)와 마이클 케네디(전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의 조카)가 같은 해에 스키를 타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스키는 아주 위험한 스포츠라고 결론지어 버린다. 실제로는 보트나 자전거 타기처럼 사상자가 더 많이 발생하는 여가활동이 많은데도 말이다.

 

28~29p

  그러나 기억도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심지어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요컨대 우리의 기억은 과거의 경험들을 스냅 사진 찍듯 있는 그대로 담아두었다가 앨범을 펴 보듯 다시 불러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기억은 다분히 구축적이다. 현재의 믿음과 기대, 환경, 암시적인 질문까지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32p

  우리 사회에 위험한 것은 불신이 아니라 믿음이다.

- 조지 버나드 쇼

 

38p

  실제로 갤럽에서 조사한 결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현상들 중에서 최소한 한 가지를 믿는 사람이 73%나 되었다.

 

39p

  (1) 터무니없는 설들을 믿는 사람들의 비율 20056, 갤럽 조사 결과

41% 초감각적 지각력은 가능한 것이다.

37% 집에 귀신이 들 수 있다.

42% 이따금씩 사람도 악마에게 홀린다.

31% 텔레파시, 오감의 작용 없이 마음만으로도 서로 통할 수 있다.

24% 외계의 존재들이 지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

26% 투시, 오감으로는 알 수 없는 사물들도 파악할 수 있다.

21% 산 사람도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다.

25% 점성술

20% 환생

 

42~43p

  한 예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이 두뇌의 10%만 사용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신경과학적으로 이를 뒷받침해 주는 근거는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맹인들은 흔히 고감도의 청력을 자랑한다는 믿음은 어떤가?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또 미국에서는 이미 범죄자와 마약 복용이 통제 수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2003년까지 10년간 폭력 범죄율은 33%나 떨어졌으며, 마약 복용 인구도 줄었음을 알 수 있다. 또 낮은 자기존중감이 공격성의 원인이라는 대부분의 생각과는 달리, 둘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5~46p

  인간이 달 착륙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은 많다. 그런데도 19997월에 실시된 여론 조사를 보면, 11%의 미국인들이 이것을 조작된 사건으로 믿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폭스 사가 음모 이론: 우리는 정말 달에 발을 디뎠나?’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뒤 이 비율이 두 배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검증되지 않은 이상한 주장들만 보고 수백만 명이 생각을 바꾼 것이다.

 

47~48p

  또 미국에서 살인율이 20%나 떨어졌을 때도, 방송의 살인사건 보도는 600%까지 치솟았다. 이런 편향적인 보도는 당연히 우리의 믿음에 영향을 미친다.

 

1994년에는 살을 뜯어먹는 박테리아 이야기가 대중매체의 관심을 집어삼켰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환자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담은 생생한 영상들이 넘쳐났다. 살을 뜯어먹는 박테리아보다 번개에 맞아 죽을 가능성이 55배는 더 많다고 의학계의 권위자들이 지적했는데도 대중매체는 이런 사실을 무시해버렸다.

 

51p

  그래서 이후 몇 해 동안 다른 연구들을 여러 번 실시했다. 그 결과 유방확대수술이 유방암 같은 주요한 만성 질환의 원인은 아니라는 증거를 확보했다.

 

56p

  그런데 이 실험들은 한 가지 지배적인 경향을 보여주었다. 초감각적 지각력을 지지하는 실험들은 하나 같이 적절한 통제가 부족했고, 적절한 통제 아래 이루어진 실험에서는 초감각적 지각력을 입증해 주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58p

  (2) 사이비과학적인 사고의 특징

(1) 무엇을 믿을지 미리 생각하고 있다.

(2) 기존의 믿음을 뒷받침해 줄 증거를 찾는다.

(3) 자신의 주장이나 믿음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증거는 무시한다.

(4) 다른 설명들은 무시해 버린다.

(5) 터무니없는 믿음도 계속 유지한다.

(6) 근거가 빈약한 증거들을 토대로 황당무계한 주장을 펼친다.

(7) 일화적인 증거에 강하게 의존한다.

(8) 엄격한 통제 실험을 통한 검증이 부족하다.

(9) 비판적인 시각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61~62p

  사회학자인 배리 글래스너는 <두려움의 문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난폭 운전 같은 가상의 위험요인이나 다른 사람들을 전혀 또는 거의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찬 감방,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이나 은유적인 질병의 희생자들에게 보상을 해 주는 일 등에 해마다 수백억 달러를 허비하고 일인당 몇 시간씩을 낭비하고 있다.”

 

67p

  많은 자료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다 보면,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원하는 증거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비틀스의 노래 수백 곡을 뒤로 돌리거나 느리게 틀면, “폴은 죽은 사람이다.”와 같은 소리가 나오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물론 노래 속에 이런 가사는 없었다. 그러나 수백만까지는 아니어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것을 믿었다.

 

68p

  최근의 연구 결과, 흔히 유령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하던 이상한 느낌(등골이 오싹해지거나 몸이 후들거리거나 극도의 불쾌감과 두려움이 이는 것 같은)들이 10~20헤르츠의 저주파 음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귀신 들린집의 이런 초저주파 음은 들리지는 않아도 느낄 수는 있다.

 

78p

  현재 믿을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해서 어떤 주장이 거짓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증거가 없다는 것은 연속체상의 왼쪽 끝에서 강한 불신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간 지점에서 멀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뿐이다.

 

79p

그러므로 어떤 것이든 믿음을 형성할 때는 회의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믿음을 형성할 때는 어떤 접근법이 가장 좋을까? 케오도르 시크와 루이스 본은 다음의 네 단계가 상당히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1) 주장을 분명하게 적는다.

2) 이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를 고찰한다.

3) 다른 가정들을 살펴본다.

4) 가정의 타당성을 평가한다.

 

81p

여러 가설 중에서 어떤 가설이 나은지를 평가할 때는 여러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먼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된다.

 

검증이 가능한가?

현상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가설인가?

잘 정립된 다른 학설들과 상충되지는 않는가?

 

83p

불 위를 걷는 사람들의 주장을 믿으려면, 먼저 어떤 신비적이거나 영적인 힘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신비적인 힘을 믿어야만 불 위를 걷는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리학 법칙을 적용하면 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설명이 가장 간단한 가설을 선택한다는 규칙을 일컬어 오감의 면도날이라고 한다. 과학을 이끌어가는 이 규칙은 14세가 영국의 철학자인 오캄의 윌리엄에서 유래된 것이다.

 

93p

콜드 리딩은 쓸모 있는 정보를 얻을 때까지 심령술사가 망자에 대해서 일반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법이다. 쓸모 있는 정보를 얻으면 심령술사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 주고, 듣는 사람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하던 대로 계속 질문과 이야기를 이어 간다. 반대로 자신의 이야기가 빗나가면, 심령술사는 자신의 말이 옳은 것처럼 들리게 만든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심장마비 같은 흉부 질환으로 사망한다는 통계자료를 이용하는 것이다. 심령술사들이 쓰는 일반적인 기법은 다음과 같다.

 

심령술사 : 사랑하는 이를 잃었군요. 가슴에 통증이 느껴져요. 심장마비였나요?

피상담자 : 폐암이었는데요.

심령술사 : 맞아요. 그래서 가슴이 이렇게 아픈 거예요.

 

95p

많은 자료들을 보면, 실제로 잘 속아 넘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주 일반적인 말도 자신에게 직접 적용되는 말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연구자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인상착의를 아주 모호하게 묘사해도 우리는 자신을 묘사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똑같은 묘사가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포러 효과(Forer Effect)라고 한다.

 

103p

광고 문구가 눈길을 확 잡아끈다. “자신감이 커진다. 일이나 공부, 예술, 스포츠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다. 흡연이나 음주, 마약 복용 같은 악습도 힘들이지 않고 극복한다.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치유 효과는 향상된다. 평생 노력 없이 몸무게를 조절할 수 있다.” ‘대단한 걸!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읽어보니, 해답은 바로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명상음악 테이프에 있었다.

 

* 이 광고는 Pychology Today, April 2001, p91에 실린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광고는 잠재의식을 자극한다는 테이프 대부분이 효과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이런 테이프의 무용성을 지적한 믿을 만한 연구들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러나 이어서 새로운 획기적인 기술적 발견 덕분에 이 테이프들은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 혁신이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고 말이다.

 

107p

치료제를 나눠주는 사람이 누가 진짜 치료제를 복용하고 누가 플라시보를 복용하는지 알면, 피실험자에게 그가 먹는 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신도 모르게 암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약을 나눠주는 사람이나 복용하는 사람 모두 누가 무엇을 복용하는지 몰라야 한다. 이런 방식을 가리켜 더블블라인드실험이라고 한다.

 

109p

과학과 과학적인 방식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형성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국립과학위원회에서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중 3분의 2는 과학적인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학적인 절차를 몰라서, 믿음을 형성할 때 자료의 질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14p

진화론은 인간이 지금과 같이 존재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누군가 단순하게 추측해 낸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여러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는 하나의 개념체계이다. 그래서 다른 어떤 이론도 우리가 이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진화론만큼 잘 설명해 주지 못한다. 하지만 기억할 것이 있으니, 과학에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점이다. 과학적인 사실은 현재로서는 그것을 믿는 게 합당하다고 여겨질 만큼 확신이 가는 하나의 결론에 지나지 않는다. 요컨대 과학에서는 모든 지식을 잠정적인 것으로 본다.

 

119~120p

사람들은 대부분 종교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이타적이고, 상반되는 것들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행복한 고용인은 생산성이 더 높다고 믿는다. 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런 생각들이 틀렸음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126p

(3) 과학적인 사고의 특징

(1) 언제나 마음을 열어 두되, 입증되지 않은 주장은 어떤 것이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2) 어떤 주장이든 반드시 검증을 한다.

(3) 증거의 질을 보고 믿음을 결정한다. 실험 시 통제가 엄격했는지를 살피고, 일화적인 증거에 의존하지 않는다.

(4) 어떤 주장이든 그것이 틀렸음을 입증하려고 노력한다. 이 주장의 부당성을 입증해 주는 증거를 찾아보라는 말이다.

(5) 다른 대안적인 설명들을 살펴본다.

(6) 다른 점들이 같다면, 어떤 현상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는 주장을 선택한다. 추측이 가장 적은 주장이나 믿음을 선택하라는 의미이다.

(7) 다른 점들이 같다면, 기존의 과학 지식과 상충되지 않는 주장이나 믿음을 선택한다.

(8)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증거의 양에 따라 믿음의 정도를 결정한다.

 

130p

백만 번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뉴욕에서는 하루에 여덟 번 일어난다.

- 팬 질레트

 

132p

마이클 셔머가 즐겨 말하듯, 인간은 원인을 찾고 싶어 하는 동물이다. 인간에게는 세계 속에서 일정한 양상을 발견하려는 천부적인 욕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삼라만상의 원인을 발견한 이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원인을 찾는 천부적인 성향은 보통 인간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원인을 찾으려는 욕망이 너무 강해서, 아무 이유 없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에서까지 원인을 찾기도 한다.

 

143p

여러분은 아마 선수의 실력에 물이 오르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 아니라 가끔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확률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으로 보면, 물오른 손 이론은 거짓임을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이다. 또 여러분은 선수가 공을 몇 개 넣은 후에 이따금씩만 일어나고 다른 때는 없는 일이므로, 언제 이런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물오른 손은 검증할 수 없는 가설이다. 이런 가설은 심령술사들의 논리와 비슷하다. 이들은 연구자들이 부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해 내개 때문에 통제실험에서는 영적인 능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후 변명에 불과하다.

 

150~151p

우연한 사건들을 계기로 미신적인 생각과 행동 패턴을 갖게 되는 것은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과정 때문이다. 조작적 조건화 이론의 주창자인자 <비둘기의 미신>이라는 유명 논문의 저자인 심리학자 B. F. 스키너는 우연의 일치가 미신적인 행위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151p

이처럼 조작적 조건화 이론은 미신의 형성 과정을 잘 설명해 준다. 그래도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미신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답은 우리가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부분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미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확실성을 극복할 방법을 제시해 준다. 미신적인 행위를 하면 흔히 상황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느낌이 들고, 어느 면세서는 이런 행위가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신적인 행위는 불확실하고 무질서하며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쉽게 생겨난다.

 

157p

다른 예를 들어 보자. 검은 색 하트가 세 개 있는 카드를 사람들에게 슬쩍 보여주면, 대부분은 붉은 색 하트나 검은 색 스페이드가 세 개 있는 카드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하트가 검은색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생각에 맞게 그것을 붉은색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렇듯 실제가 우리 기대와 맞지 않을 때 우리는 세계를 잘못 인식한다.

 

161p

심판과 팬들 중에는 검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나오는 비디오를 본 사람도 있고,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나오는 비디오를 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 결과 이들은 흰색보다 검은 유니폼을 입은 팀의 선수들에게 가혹한 판정을 내렸다. 검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는 7.2,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는 5.3을 준 것이다. 우리의 기대는 우리의 인식과 판단은 물론이고 우리의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연구자들은 개복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수술이 얼마나 걸리고 어떤 통증이 생기며, 언제 의식이 돌아올지 등 수술 후 나타나는 반응들을 미리 알려주었다. 반면에 다른 그룹의 환자들에게는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다. 그러자 의사에게서 미리 설명을 들은 환자들은 통증도 덜 호소하고, 약물치료도 덜 필요로 했으며, 회복도 더 빨랐다. 그 결과 이들은 실제로 평균 3일 일찍 퇴원했다.

 

* 프랭크와 길로비치 또한 “The Dark Side of Self and Social Perception”에서 검은 옷이 실제로 부정적인 행위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162p

연구자들은 이번엔 다른 학생들에게 이 경기의 필름을 보여주고, 그들이 본 반칙을 기록하게 했다. 그 결과 다트마우스 학생들은 양편에서 비슷한 수의 반칙을 확인한 반면(평균 4.3개와 4.4), 프린스턴 학생들은 다트마우스 팀에게는 9.8개의 반칙을, 프린스턴 팀에게서는 4.2개의 반칙을 확인했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게임을 보았는데, 이들이 실제로 본 것은 아주 달랐다.

 

165p

아메리카 사람들은 달 속에서 남자를 보고, 사모아 사람들은 베 짜는 여인을, 동인도 사람들은 토끼를, 중국 사람들은 방아 찧는 원숭이를 보는데? 요컨대 화성과 달 위의 형상은 모호해서 마음대로 해석하기가 쉽다. 달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고 있었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166p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호한 자극들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발견하게 된다. 사실 이것은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고 하는 아주 일반적인 인식 현상이다. 화창한 여름날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볼 때 구름 속에서 온갖 형상의 이미지 보이는 것도 한 예다.

 

168p

몇 해 전, 신경생리학자 와일더 펜필드는 두뇌의 다양한 부위에 전기충격을 가하면 생생한 환각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 신경과학자 마이클 퍼싱거는 전자석이 들어 있는 헬멧을 머리에 쓰면 유체이탈을 경험하거나 누군가 방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거나 강렬한 종교적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보고 했다.

 

* 조 니켈은 이런 환각들이 자기력의 자극이 아니라 피실험자의 암시감응성 때문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도 있다고 보고했다.

 

169p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암시에 아주 잘 걸려든다. 실제로 우리 중 5~10%는 쉽게 최면에 빠진다고 한다. 강한 암시가 우리의 인식과 믿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73p

예를 들어 보자. 두뇌에는 약 30개의 서로 다른 시각 영역이 존재하는데, 이 영역들은 깊이나 운동, 색채 등 서로 다른 특징을 지각해 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두뇌의 중측두 영역에 손상을 입으면, ‘동작맹으로 고통을 받는다. 이런 사람은 사물이나 사람은 알아보고 책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차가 질주하는 모습을 봐도, 연속적인 움직임 대신에 정적인 순간촬영 사진 같은 일련의 장면들만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커피도 잘 따르지 못한다. 커피잔 속에서 카피가 얼마나 빨리 차오르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174p

시각경로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찰스버넷증후군(Charles Bonner syndrome)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완전하게 또는 부분적으로 시각을 상실한다. 하지만 실제보다도 더 생생한 환영을 본다.

 

175p

우리의 전두엽은 얼굴과 사물을 인식하게 해 준다. 그래서 이 부분에 손상을 입으면 부모의 얼굴도 못 알아본다. 그런가 하면 카그라스중후군(Capgras Syndrome)에 걸린 환자는 가까운 친지를 사기꾼으로 오인한다. 상대의 얼굴을 알아보지만, 상대가 자신의 부모를 형제자매로 가장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76p

과거의 경험도 우리가 보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생의 대부분을 눈이 먼 상태로 지내다가 시력을 회복했다고 하자. 이런 사람은 새로운 사물을 손으로 먼저 만져보아야 인식할 수 있다. 과거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물을 접하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사물을 손으로 만져보아야 비로소 이것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예로, 수직선만 보이는 환경에서 자란 고양이는 수평의 사물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반면, 수평적인 환경에서 자란 고양이는 수직의 사물들을 인식하지 못한다. 또 새끼 때 수직선만 보고 자란 고양이를 나중에 보통의 환경 속에 데려다놓으면, 탁자의 평평한 가장자리를 볼 수 없어서 탁자 끝에서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를 인식할 때 생기는 문제가 시각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환각지를 생각해 보자. 팔이나 다리를 잃은 환자는 때로 팔다리가 그대로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환각지가 엄청난 통증을 일으켜서,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한 예로, 어느 의사가 버거병(Buerger’s disease)에 걸렸다. 이 병으로 다리에 경련이 일자. 그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다리를 절단해 버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의 환각지에서 통증이 계속되었다!

 

177p

태어날 때 우리의 두뇌 속에는 1000억 개도 넘는 뉴런이 있다. 이 각각의 뉴런은 축색돌기와 수지상돌기를 갖고 있는데, 축색돌기는 다른 뉴런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고 수지상돌기는 다른 뉴런들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을 한다. 또 뉴런들은 시냅스에서 다른 뉴런들과 접촉하는데, 모든 뉴런은 1000~1만 개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래 한 알 크기의 두뇌 속에는 약 10만 개의 뉴런과 200만 개의 축색돌기, 10억 개의 시냅스가 있으며, 이것들 모두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이 신경조직들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외부의 실제를 실제와는 전혀 다르게 인식한다.

 

191p

이처럼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연관성이 있다고 인식하는 현상을 일컬어 착각성 상관(illusory correlation)이라고 한다. 로르샤흐 잉크 테스트에 대한 다른 반응들도 비슷한 문제를 보여준다. 환자가 고양이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보여요.”와 같은 반사반응을 보이면, 임상의들은 보통 환자에게 자기도취적인 성향이 있다고 해석한다. 반사반응과 자기도취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도 말이다.

 

210~211p

그런데 나중에 피실험자들에게 이 학생이 꾼 꿈 중에서 기억나는 것을 묻자, 현실로 실현된 꿈들을 더 많이 기억했다. 예언도 마찬가지다. 적중한 것만 기억하고 빗나간 것은 잊어버린다.

 

213p

이미 설명한 것처럼, 포러 효과는 아주 일반적인 묘사 속에서 자신의 성격적 특성들의 일부를 확인하는 현상이다. 사실은 애매모호하고 일반적인 설명인데도, 이것이 특별히 자신을 설명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포러 효과 예로 내가 즐겨 쓰는 것이 있다. 어느 과학자가 무료로 천궁도를 해석해 주겠다고 파리 신문에 광고를 냈다. 그리고 응모자 150명에게 전부 똑같은 천궁도 해석을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해석을 읽은 사람들 중 94%가 이 해석이 맞는다고 답했다. 이 천궁도가 실은 프랑스인 연쇄발인범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로 궁금하다!

 

215~216p

누군가 부엌에 앉아서 전화번호부를 보고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2000통의 편지를 보냈을 수도 있다. 이 편지들 중 반은 매크로테크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적고, 나머지 반은 주가가 내릴 것이라고 적는다. 그리고 그 달에 매크로테크 주가가 오르자, 매크로테크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편지를 보낸 1000명의 사람들에게만 다시 편지를 보낸다. 역시 이중 반은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내용을 보내고, 나머지 반은 주가가 내릴 것이라는 편지를 보낸 500명의 사람들에게만 다시 편지를 보낸다. 역시 반은 다음 달에 주가가 내릴 것이라고, 나머지 반은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적어 보낸다. 역시 이 중 반은 다음 달에 주가가 내릴 것이라고, 나머지 반은 다음 달에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적어 보낸다. 그런데 어쩌다 당신이 네 번 연속 정확한 예측 편지를 받은 125명 중에 들었다고 하자. 당신은 당연히 이런 적중률을 보고, 이 회보가 400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결국 정기구독을 신청한다. 다른 124명도 똑같이 생각한다면,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아마 부엌에 앉아서 엉터리 편지들을 보낸 대가로 단번에 5만 달러를 긁어모을 것이다.

 

231p

요컨대 아무리 정교한 모델로도 미래를 분명하게 예측하지는 못한다. 한 예로, 1995년 이코노미스트가 1985년에 실시했던 아주 흥미로운 콘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콘테스트에서 주최자들은 배경이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10년 후 영국의 경제상을 정확히 예측해 보라고 했다. 어떤 사람들이 이겼을까? 환경미화원들이 네 명의 다국적기업 회장과 똑같이 1등을 차지했다.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사안일 경우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의 양도 미래를 예측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231~232p

보통 경제학자의 특정한 믿음이나 가설이 경기예측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런 가설들은 경제의 미래를 상당히 다르게 예측하도록 만든다. 사실 두 명의 학자가 정 반대의 학설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학문은 경제학뿐인 것 같다. 사람들이 경제학의 첫 번째 법칙을 믿게 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경제학의 첫 번째 법칙은, 모든 경제학자에게는 반대를 가진 동등한 경제학자가 있다는 것이다.”

 

232p

한 가지 이유는, 경제학자들이 경제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해서 가설을 검증하는 것 같은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이들은 흔히 정교한 이론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런 이론들은 논리적으로는 일관성이 있을지 모릐만, 대개 비실제적인 개념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한 예로, 사람들이 언제나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기본 가정의 하나다.

 

234p

기상이 대단히 혼돈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장기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하고 있다. 조사 결과, 기상과는 12~44시간 이후의 날씨를 예보할 때만 기온이나 구름의 양, 강수의 확률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실제로 미국기상학회도 10일에서 14일 이후는 날씨를 예측하기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해도, 그렇게 멀리 내다보는 것은 경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236p

최근 몇 년 사이 기상학자들은 폭풍우를 감지해 내고 하루나 이틀 후의 단기적인 기상상태를 예측하는 일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셰든도 기상학만이 유일하게 향상의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예측은 여전히 믿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왜 장기적인 예측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일까? 의아할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앞날을 내다보고 싶은 바람 때문인 것 같다.

 

244p

우리에게는 확인을 받으려는 타고난 성향이 있다. 기존의 믿음과 기대를 지지해 주는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 간담회를 볼 때도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에 부합되는 정보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또 초감각적 지각력을 믿는 이들에게 초감각적 지각력에 대한 연구 자료를 보여준 결과, 상반되는 자료들보다는 초감각적 지각력을 지지해 주는 자료들을 더 많이 기억했다.

 

245p

*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선호하는 성향은 우리가 보는 자료는 물론이고 우리가 찾는 자료의 양에도 영향을 미친다. 처음에 본 자료가 우리가 믿고 싶은 것과 일치하면, 우리는 흔히 만족해서 조사를 멈추어버린다. 그러나 처음에 본 자료가 우리 믿음과 일치하지 않으면, 흔히 믿음을 지지해 주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 자료를 찾는다.

 

246p

마이클 셔머가 지적한 것처럼, 대개의 경우 우리는 무언가를 믿을 때 실험에서 입증된 증거나 논리적인 추론에 의지하지 않는다. 그보다 부모나 형제자매의 영향, 동료들의 압박, 교육, 삶의 경험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원인들로 인해 특별히 선호하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고는 이런 믿음을 지지해 줄 증거들을 찾아 나선다. 실제로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들을 믿게 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과정에 있다. 셔머의 말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들을 믿는 이유는, 이들이 바보 같은 연유로 갖게 된 믿음을 방어하는 데 아주 뛰어나기 때문이다.”

 

250p

확인받으려는 성향도 정보를 구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배리를 모르는 상황에서 다음 중 두 개의 질문을 던져서 그가 외향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하자.

 

1) 어떤 상황에서 말이 가장 많아지는가?

2)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3) 파티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어떻게 하나?

4) 시끌벅적한 파티에서 어떤 점들이 마음에 안 드나?

 

당신은 네 가지 중 어떤 질문을 던지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1번과 3번 질문을 선택한다. 그러나 배리가 내향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질 때 2번과 4번 질문을 던지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1번과 3번 질문은 외향적인 행위와 더 관련이 있는 반면, 2번과 4번 은 내향성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253p

요컨대 배심원들은 가혹한 판결을 먼저 접했을 때 가혹한 판결을 내리고, 관대한 판결을 먼저 접하면 덜 가혹한 평결을 내린다. 그러므로 재판장이 혐의 사항만 알려주고, 심의 순서는 정하지 않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또는 무죄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가장 관대한 판결을 먼저 심의하는 것이 우리의 법철학과 더 잘 부합될 수도 있다.

 

256p

서로 다른 카드들 위에 아래의 글자와 숫자들이 적혀 있다고 하자. 카드의 한 면에는 숫자가, 다른 면에는 글자가 적혀 있다. 그런데 누군가 카드 한 면에 모음 글자가 적혀 있으면, 이 카드의 다른 면에는 짝수가 적혀 있다.”고 말한다.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어느 카드를 뒤집어보아야 할까?

 

E K 4 7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다면, 당신은 E4가 적힌 카드 또는 E만 적힌 카드라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128명 중에서 E4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으며(59), 그 다음이 E(42) 순이었다. 왜 이렇게 답한 것일까? 확인시켜주는 증거가 들어 있는 카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답은 E7이 적힌 카드다.

 

258p

확인 전략도 올바른 답을 얻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 전략을 폭넓게 적용해서 정확한 판단을 많이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전략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총체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왜 그럴까? 검증하려는 가설을 지지해 주는 증거도 많지만, 상충되는 증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설을 뒷받침하는 자료에만 초점을 맞추면, 이 가설과 상충되는 자료들이 더 확실할 때도, 이 가설을 받아들이기 쉽다. 요컨대 확인 전략을 쓰면, 잘못된 판단으로 인도하는 불완전한 정보에 의존하기 쉽다.

 

* 물론 언제나 모든 자료들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관련 자료에 주의를 기울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회사의 고용실태를 평가할 때, 취직에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지만 입사에 실패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259p

단적인 예로 자신의 가설이 틀렸다는 말을 들어도, 이들 중 70%는 여전히 자신의 가설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들을 구했다. 이런 성향을 해결하는 방법은, 가설의 부당성을 입증해 주는 증거를 더욱 강화시키는 쪽으로 질문을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급 투자 분석가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자신의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해 주는 증거들을 특별히 구한다.

 

264~265p

이처럼 우리는 흔히 유사성을 근거로 판단을 내린다. AB와 유사하면, AB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같은 것끼리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일컬어 대표성 간편추론법(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고 한다. AB를 대표하는 정도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 대표성 간편추론법은 많은 경우에 아주 효과적이다. 하지만 다른 관련 자료들을 간과해서 결국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도 한다. 예컨대 스티브의 직업을 판단할 때, 어느 마을이든 도서관보다는 가계가 더 많으므로 도서관 사서보다 세일즈맨이 더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세일즈맨은 보통 소심하고 내성적이지 않다고 해도, 세일즈맨의 수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심하고 내성적인 세일즈맨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도서관 사서보다 소심한 세일즈맨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같은 것은 같은 것끼리 어울린다는 믿음은 하나가 다른 것의 원인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왜 그럴까? 결과는 원인과 비슷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아주 기이한 의학적 관행이 오랜 세월 지속되기도 했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시력에 문제가 생기면 다 자란 박쥐를 처방했다. 박쥐는 시력이 좋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 유럽에서는 천식에 여우 폐를 이용하기도 했었다. 여우는 원기가 강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몇몇 대체 의학에서는 정신 질환에 가공하지 않은 뇌를 처방한다. 정신부석도 상당 부분 우리의 사고에 대해서 비슷한 접근법을 취한다. 예컨대 정신분석가들은 어린 시절 구강기에 고착되어 있으면, 어른이 되서도 입에 집착해서 흡연과 입맞춤,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고 주장한다.

 

266~267p

의사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면, 당신은 어느 정도나 걱정을 해야 할까?

 

·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 이 검사는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100%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은 5%.

· 500명 중에 1명은 이 바이러스의 보균자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은 95% 정도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는가? 정답은 4%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런 답이 나올 수 있을까? 야간의 논리를 적용해서 계산을 해 보자.

500명 중에 1명이 이 바이러스 보균자라면 다른 499명에게는 이 바이러스 감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5%라고 한다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감염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이 검사에서 25(0.05X499)이나 나올 수 있다. 5%를 일컬어 가양성률(false positive rates)이라고 한다. 사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검사 결과 감염된 것으로 잘못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267p

하지만 대략 95%라고 답했어도 스스로를 멍청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 소속 의사 60명과 의대생, 사회복지시설 근무자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 결과, 대부분이 95%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의료 종사자들 중 절반이 95%라고 답한 반면, 정답을 말한 숫자는 11명밖에 안 됐다.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의료전문가들 역시 판단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지적인 사람들도 대개는 이런 문제들을 올바로 푸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

 

268~269p

검사 결과를 토대로 판단을 내릴 경우, 진단가는 아주 중요하다. 한 예로,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탐지기에 의존하고 있다. 경찰은 물론 변호사들도 죄인을 신문할 때 이것을 이용한다. 또 미국 연방수사국에서도 고용인들을 조사할 때 이것을 쓴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의 진단가는 2%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앞의 바이러스 검사에서 살펴보았듯이, 실제로 감염이 일어나는 기준율이 아주 낮고 진단가가 20이었을 때,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어도 실제로 감염이 됐을 가능성은 4%밖에 안 됐다.

 

270p

예를 들어 회계감사원은 회계감사 결과를 판단할 때 파산예측 모델을 이용한다. 그런데 어느 연구에서 회계감사원에게 파산예측 모델의 실양성률은 90%인 반면 가양성률은 5%이고, 모든 회사 중에서 약 2%는 파산한다고 말해 주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파산예측 모델상에서 파산이 예측됐을 경우 회사가 정말로 파산할 가능성은 27%일 것이다. 그러나 회계감사원이 내놓은 평균 파산가능성은 66%였으며, 이들이 가장 많이 한 대답은 80%였다. 초보자보다 더 잘 알 것 같은 전문가도 가능성을 판단할 때 기준율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271p

어떤 경우든 극단가(extreme value) 뒤에는 대개 극단가보다 못한 값이 온다. 부모의 키가 크면 아이도 키가 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개는 부모만큼 키가 크지 못하고, 일반적인 평균 신장에 더 가까워진다. 사람들의 평균 신장으로 회귀하는것이다. 마찬가지로 듀발이 지금은 평소보다 더 많은 버디를 기록해도, 다시 그의 평균기록으로 돌아가, 이 게임에서 버디를 다시 못 낚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흔히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그가 드디어 불이 붙었다고 생각한다.

 

* 대표성 간편추론법은 평균회귀 현상을 무시하게 만든다. 어떤 것의 미래를 예측할 때, 흔히 비슷한 기준을 근거로 예측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첫 번째 시험에서 예외적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면, 다음 시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으리라고 예측한다.

 

272p

평균회귀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교육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 예로, 연구자들은 이례적으로 이륙이 부드럽게 이루어졌을 때 교관이 학생을 칭찬해 주면, 학생들이 다음 비행에서는 제대로 이륙을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에 이륙이 거칠었을 때 꾸짖어주면, 다음번 시도에서는 대부분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교관들은 언어적인 칭찬은 해로운 반면, 징벌은 유익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교육에서 정말로 징벌이 칭찬보다 효과적인 것일까? 학생들이 이런 결과를 보인 것은 평균회귀 현상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273~274p

다른 예를 들어 보자. 동전을 아무 생각 없이 여섯 번 던지면, 다음의 (A)(B) 중에서 어떤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더 클까? (A)? (B)? 아니면 둘 다 가능성이 똑같을까?

 

(A) H T H T T H

(B) H H H T T T

 

대부분은 (A)라고 답한다. 그러나 사실은 둘의 가능성이 똑같다. 왜 그런 걸까? 동전던지기는 다음번 동전던지기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은 매번 2분의 1이 된다. 그러므로 (A)(B)의 확률을 구하려며, 2분의 1을 여섯 번(동전을 던지는 횟수) 곱하면 된다. 그러므로 두 개의 연속 모두 64분의 1, 1.5%가 나온다.

 

276p

고정화의 오류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갖고 타인을 판단한다. 이것은 단순화 전략의 하나다. 이 기법을 쓰면,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할지 짐작할 수 있다. 상대방을 특정한 유형으로 분류한 다음, 상대의 다양한 특성들을 이 유형에 꿰맞추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고정관념은 계속 유지된다. 자신의 생각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만을 찾는 성향으로 인해 자신의 고정관념에 들어맞는 면만을 보기 때문이다.

 

* 대표성 간편추론법을 쓸 때처럼, 일반화시킬 때도 유사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일반화하면, 개인을 집단의 일부로 생각하고, 이 집단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따라 집단의 여러 특성이 개인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277~278p

미국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을 가능성과 상어에게 먹혀 죽을 가능성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클까? 대부분은 상어에게 죽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답한다. 하지만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30배는 더 높다. 또 다른 예로 다음과 같은 죽음의 원인들을 생각해 보자. (1)독살이나 결핵 (2)백혈병이나 폐기종 (3)살인이나 자살 (4)온갖 사고나 뇌졸중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가? 두 번째가 더 일반적인 원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번째를 고른다. 실제로 뇌졸중으로 죽을 확률이 40배는 더 높은데도, 사고로 죽을 확률이 뇌졸중보다 두 배는 더 높다고 생각한다.

 

278p

예를 들어 k로 시작하는 단어가 더 많을 것 같은가? 아니면 k가 세 번째로 오는 단어가 더 많을 것 같은가? 대부분은 k가 처음에 오는 단어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k가 세 번째로 오는 단어가 두 배는 더 많다.

이렇게 오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기는 쉽지만, k가 세 번째로 오는 단어는 생각해 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가용성 간편추론법을 쓰기가 쉽다. 보통 특별한 것보다 일반적인 일을 더 쉽게 기억하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용성 간편추론법을 쓰면 이런 사건들을 과대평가하게 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피실험자들에게 명단을 주고 이들 중에 남자가 더 많은지 어떤지를 판단해 보라고 했다. 하나의 그룹에는 잘 알려진 남자들 이름이 들어 있는 명단을 주고, 다른 그룹에는 잘 알려진 여자들 이름이 포함된 명단을 주었다. 그러자 두 그룹 모두 잘 알려진 인물이 남자(여자)일 때는 남자들(여자들)이 더 많다고 오판했다.

 

278~279p

비행기로 750마일을 여행해야 한다고 하자. 그런데 친구가 공항까지 20마일이나 되는 거리를 차로 태워다 주었다. 친구는 당신을 터미널에 내려주고 이렇게 말한다. “안전한 여행되길 빈다.” 하지만 당신이 이 친구에게 집까지 안전하게 돌아가라고 당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죽을 가능성보다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 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세 배는 더 높다.

 

279p

부모에게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걱정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유괴라고 답했다. 실제로 아이가 유괴당할 가능성은 70만 분의 1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반면에 아이가 교통사고로 죽을까 봐 걱정하는 부모는 훨씬 적었다. 교통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유괴당할 가능성보다 100배는 더 높은데도 말이다. 부모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유괴사건이 일어나면 대중매체에서 크게 다루지만 교통사고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280p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권이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생각에 복권을 사러 24시간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심리학자 데이비드 메이어가 지적하듯, 복권을 사기 위해 10마일을 운전해서 갈 경우,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16배는 더 높다.

 

281p

이렇게 일을 억지로 밀고 나간 이유는, 농축코카인을 포함한 마약매매를 심각한 국내 문제로 대중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였다. 실제로는 지난 10년간 미국인의 마약 사용량이 줄어든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대중매체는 농축코카인이 인간에게 알려진 약물 중에서 중독성이 가장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공중위생국 장관의 보고에 따르면, 농축코카인 사용자 중에서 중독자는 33%가 채 안 되지만, 일정 기간 담배를 피운 사람들 중에서 담배에 중독되는 비율은 80%나 된다.

 

282p

1980년대 말, 미국 국회는 코카인 가루보다 농축코카인을 소지했을 때 더 과중한 형량을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까지 코카인 가루는 주로 백인들이 사용하고 농축코카인은 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마약 관련 수감자 중에서 네 명 중 셋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다. 실제로는 백인이 코카인을 더 많이 사용했는데도 말이다.

 

283~284p

10이나 200이라는 숫자는 사실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숫자를 높여서 질문하자, 전문가들이 추정한 회사의 수는 거의 세 배나 증가했다. 왜 그런 것일까? 이들이 정박과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이라는 간편추론법을 썼기 때문이다. 이 추론법에서는 먼저 추산(, 정박)을 한 다음, 새로운 정보가 얻어질 때마다 이것을 조정한다. 그러나 처음에 추정을 잘못하거나 새로운 정보가 생겼을 때 조정을 충분히 안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284p

또 다른 예로 다음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어떤 식으로든 계산은 하지 말고, 5초 동안 추산해 본다.

 

8X7X6X5X4X3X2X1=?

 

답이 어떻게 나오는가? 사람들은 평균 2250이라고 답했다. 그럼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 다음의 문제를 물으면 어떻게 답할까?

 

1X2X3X4X5X6X7X8=?

 

숫자는 똑같은데, 평균 512라고 답했다. 이유가 뭘까? 사람들은 처음의 숫자들을 정박시켜둔다. 그런데 첫 문제의 경우 이 숫자들이 더 높으므로, 사람들이 답으로 내놓은 숫자도 더 높아졌다.

 

287p

실제로 단순화 전략이 도움이 되는 경우들은 많다. 가용성 추론법을 쓰면, 관련 정보들을 힘들게 전부 조사하는 대신에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자료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면 된다. 이런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우리가 흔히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큰 일반적인 일들을 가장 쉽게 떠올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린 사람들을 더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암보다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은 우리를 올바른 판단으로 인도한다.

 

290p

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컵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 조지 칼린

 

292p

요컨대 이 두 쌍의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선택은 똑같지만, 우리는 아주 다르게 반응한다. 왜 그럴까? 질문의 (frame)’이 다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목숨을 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도 이득이라는 틀 속에서 생각하게 된다. 반면에 두 번째 질문은 목숨을 잃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상실의 틀 속에서 생각하게 된다. 요컨대 문제를 이득의 틀에서 보느냐 상실의 틀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단적인 예로 그 유명한 컵을 반이나 찬 것으로 보느냐 아니면 반밖에 차지 않은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판단은 정말로 달라진다!

 

293p

한 예로, 71명의 노련한 경영자들에게 비슷한 상황에서 사업적인 결정을 내리게 했다. 이 경우 경영자들은 처음의 대안을 선택하면 40만 달러를 잃거나 20만 달러를 얻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40만 달러를 잃는 것으로 질문의 틀을 잡자, 이 대안을 선택한 경영자는 25%밖에 안 됐다. 반면에 20만 달러를 얻는 것으로 틀을 잡았을 때는 63%가 이 대안을 선택했다.

 

이들 중 일부는 문제를 삶의 틀에서 보게 하고, 다른 이들은 죽음의 틀에서 생각하게 했다. 예컨대 이중 약 반에게는 수술을 받으면 1년 이상 살 가능성이 68%라고 말해 주고, 나머지 반에게는 수술을 받으면 1년 안에 죽을 확률이 32%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전자의 경우에는 75%가 수술을 선택한 반면, 후자는 58%만 수술을 선택했다.

 

295p

방금 1000달러를 잃었다고 하자. 기분이 어떨까? 그럼 이제 1000달러를 벌였다고 생각해 보자. 대부분이 1000달러를 벌었다며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강하게 반응하는 것은 1000달러를 잃었을 때다. 1000달러를 번 것보다 1000달러 잃은 것을 더욱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손실혐오(loss aversion)라고 부른다.

 

296p

이번에는 이 운동 경기를 보고 싶은데 표가 없다고 생각해 보자. 이 표를 사는 데 얼마까지 기꺼이 지불할 수 있겠는가? 갖고 있던 표를 팔 때는 대개 표를 살 때 지불했던 금액의 두 배를 요구한다. 왜 그럴까? 자신의 것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소유물은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소유물은 과소평가한다.

 

297p

이것을 소유효과라 부르는 이유는 어떤 물건이 우리의 소유물일 때 그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299p

심적회계가 일어나면, 우리는 돈을 서로 다른 범주나 계좌 속에 집어넣고, 이 계좌의 성격에 따라 돈을 다르게 다룬다. 그러나 사실 이런 심적 회계로 인해 돈을 낭비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모든 돈을 대용 가능성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월급이든 선물로 받은 돈이든 도박에서 딴 돈이든, 다르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 돈들은 모두 똑같이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

 

대부분이 세금환급금을 거저 얻은 돈으로 생각해서 마구 써버린다. 세금환급금이 사실은 월급의 일정액을 강제로 저축해 두었다가 나중에 지불받을 돈인데도 말이다. 자발적으로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어 저축했을 때는 나중에 이 돈을 어떻게 쓸지 신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세금환급금은 전혀 이렇게 다루지 않는다. 왜 그럴까? 마음속으로 세금환급금을 별도의 계좌 속에 집어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 Why Smart People Make Big Money Mistaken, p.36. 환급액의 크기도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요인이다. 적은 금액은 대개 써버리지만, 큰 금액은 은행에 숨겨둔다. 환급액이 많으면 쓸 돈도 많을 텐데 이렇게 하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301p

마찬가지로 F. Leclerc, B. Schmitt, and L. Dube, “Waiting Time and Decision Making: Is Time Like Money?”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2(1995)를 본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표를 사려고 40분 동안 기다리는 일을 면하는 것에 얼마를 쓰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표 값이 45달러일 경우 15달러일 때보다 두 배는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304~305p

흑인이 농구계를 주름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전적 자질을 포함한 온갖 이유들이 제시되었다. 어떤 이는 흑인이 더 높이 도약하고 더 빨리 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흑인이 농구에서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사실 다른 식으로는 설명이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사후확산편향(hindsight bias)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사람들은 그 일을 처음부터 분명했던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인과적 설명을 찾아낸다. 그래서 흑인이 유전적 특질 덕분에 프로 농구계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말도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다음의 사실을 기억해 보라.

한때는 유대인 농구계를 지배했었다. 1920~1940년대까지 농구는 주로 이스트 코스트의 도시빈민 지역에서 행해졌다. 당시 농구를 했던 사람들은 대개 억압받던 유대인이었다. 그런데 르포 기자인 존 엔티네의 말에 따르면, 유대인이 농구계를 장악하자 당시 스포츠 기자들도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했다고 한다. “기자들은 유대인이 유전적·문화적으로 농구 경기의 긴장과 체력을 잘 견디게끔 되어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또 키가 작은 사람은 균형도 잘 잡고 뛰는 속도도 더 빠르기 때문에 유대인이 농구를 하기에 유리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한편 유대인이 주의력도 더 뛰어나고 더 영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306p

어떤 일의 결과를 알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1)결과를 불가피한 것처럼 여긴다. (2)일이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를 쉽게 결론지어 버린다. 요컨대 어떤 일의 결과를 알면,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엄연히 존재했던 불확실성들은 잊어버리고, 실제로 벌어진 일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과거를 재국성하는 것이다. 지식의 저주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사후확신편향이 있으면, 경험을 통해 배우기도 힘들어진다. 결과를 보고 스스로를 일깨우지 않으면, 결과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307p

의사나 변호사, 증권분석가, 기술자 등과 같은 전문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예로, 의사들은 폐렴 진단을 내리고 나서 자신의 진단을 88% 확신했다. 그러나 실제로 폐렴에 걸린 환자는 20%에 불과했다. 또 변호사들 중에서 68%가 승소를 확신했지만, 실제로 이긴 경우는 50%에 지나지 않았다. 도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전망한 예측들 중에서 정확한 것은 47&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예측에 대해서 평균 65%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뿐인가? 우리 중에서 85%는 자신이 보통 사람들보다 운전을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우리는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일관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

 

309p

그런데 실패를 기억해도, 우리는 자신의 믿음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이 실패를 해석한다.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 에일린 랭거는 이것을 가리켜 앞면 승리 뒷면 승리 가능성(Heads I win, tails its chance)’ 현상이라고 부른다. 도박사들의 행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결과가 좋으면 우리의 지식과 능력 때문에 그런 긍정적인 결과가 생겨났다고 믿는다. 반면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실패도 우리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깨뜨리지 않는 쪽으로 재해석한다.

 

311p

어느 연구에서는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대학교 의과 대학생들의 성적을 비교해 보았다. 텍사스 주 의회는 대학 당국에 입학 정원을 늘리라고 권고했다. 그래서 대학 당국은 입학사정위원들의 면담 결과, 지원학생들 중에서 하위에 드는 학생들도 입학시켰다. 그런데 입학사정위원들이 상위 그룹으로 평가한 학생들과 이 학생들은 대학 성적에 별 차이가 없었다.

 

315p

실제로 전문가들의 직관적 판단이 통계학적 자료에만 의자한 판단보다 별로 정확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 직관적 판단이 더 부정확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직관적 판단을 여전히 확신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판단이 이처럼 부정확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가지고 있는 정보들이 형편없어서 예측을 하기가 어려울 경우들도 있다. 예컨대 믿을 만한 진단법이 없어서, 환자의 병이 심리적인 것인지 신체적인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 때도 있다. 반면에 유용한 정보가 있는데, 이것들을 잘못 해석하거나 오용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정보는 무시하면서 덜 중요한 정보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또 입학심사위원들처럼 판단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판단 전략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326p

19861월 챌린저호 추락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후, 연구자들은 여러 명의 학생에게 이 소식을 처음 어떻게 들었는지 물었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난 뒤 이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거의 모든 학생이 2년 반이 지났어도 자신의 기억은 정확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억 중에서 완벽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완전히 틀린 기억도 3분의 1을 넘었다.

 

실제로 이들은 챌린저호가 추락했을 때보다 지금 기억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리학자 울릭 나이서가 지적한 것처럼, 최초의 기억은 우리 두뇌 속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새롭게 재구성된 실재들이 이 기억들을 대체한다.

 

332p

거짓 자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흔하게 일어난다. 연구자들은 대학생들에게 자신들이 불러주는 글자를 입력하게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망가질 수 있으므로 Alt 키를 누르지 말라고 했다. 학생들 중에서 이 키를 누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연구자들은 이 키를 눌렀다고 학생들을 비난했다. 처음에는 학생들도 이를 부정했다. 그러나 연구자들과 공모한 증인들이 학생들이 Alt 키를 누르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하자, 70%의 학생들이 거짓자술서에 서명했다.

 

333p

1692년 세일럼의 마녀사냥으로 19명이 교수형을 당했으며, 한 명이 죽음을 강요당하고 수백 명이 수감되었다. 오늘날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한 예로, 우리는 이미 억압된 기억을 빌려 우리만의 마녀사냥을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학대 같은 범죄행위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데도, 되살아난 거짓 기억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감옥에서 썩고 있다.

 

336p

귀인오류 머릿속이 뒤범벅이야!

어느 날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친구 딕이 그의 아내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을 들려주었다. 우리는 전부 그의 아내가 처했던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런데 그때 식탁에 있던 한 동료가 이렇게 소리쳤다. “그거, 지난주 심슨네 가족들에 나왔던 이야기 아냐?” 사실인즉, 딕이 심슨네 가족들이라는 텔레비전 쇼에서 본 내용을 그날 아내가 들려준 경험담과 혼동한 것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런 귀인오류(misattribution)는 아주 흔하게 일어난다.

 

340p

증인의 잘못된 증언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갇히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자료는 있다. 목격자 증언을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 건수는 미국에서 해마다 75000건이 넘는다. DNA 분석 결과 엉뚱한 사람을 수감한 것으로 밝혀진 40건의 사례들을 최근에 분석해 보았는데, 이 중 36, 90%가 증인의 잘못된 증언과 연관되어 있었다.

 

* 연구자들은 또 거짓 확인도 보고했다. 한 예로, 연구자들은 학생들로 이루어진 증인들에게 일정 시간 동안 범죄자들을 보게 했다. 증인들은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 면밀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다. 연구자들은 2~3일 후 이들에게 범인들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이후 4~5일 뒤에는 줄지어 서 있는 용의자들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용의자 열에 서 있던 무고한사람들 중에서 18%를 범인으로 잘못 지목했으며, 얼굴 사진첩 중에서는 29%를 잘못 지적했다.

 

341p

몇몇 기억의 문제들이 두뇌의 특정 부위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해마상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기억 결합 오류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점을 밝혀냈다. 게다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데도 해마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5년 전에 해마상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그 후의 기억은 전혀 못해도 그 전의 일들은 기억했다. 이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두뇌가 특별한 회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견해를 뒷받침해 준다. 해마상에 기억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억을 기록하는 데 해마상이 필요한 것이다. 한 예로,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은 수학과 철학을 논할 수 있는 지적인 환자를 만났다. 그런데 라마찬드란이 잠시 방을 나갔다 돌아오자, 환자는 자신이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349p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복종에 대한 고전적인 실험을 했다. 밀그램은 먼저 40명의 정신의학자들에게 사람들이 전기 충격을 어느 정도까지 가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희생자가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시점, 150볼트 정도의 전압에서 거의 대부분이 멈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에서 약 62%가 끝까지 전기 충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었을까? 천만에! 이들 역시 희생자에게 가학적이거나 무감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격을 가할 때 땀을 흘리거나 몸을 떨거나 말을 더듬었다. 그러면서도 멈추지는 않았다. 게다가 남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교육 배경을 막론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반응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와 요르단, 스페인, 서독 등과 같은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왜 이들은 이런 식으로 행동한 걸까? 권위적인 인물에게 복종하는 성향이 우리의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350p

이처럼 우리에게는 권위자의 주장을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권위적인 인물이라고 해서 그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부적합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권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계획을 관철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354p

애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럴 때 피실험자가 틀린 판단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약 3분의 1 정도였으며, 피실험자들 중에서 4분의 3이 적어도 한 번은 틀린 견해를 받아들였다. 요컨대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판단을 내리면, 우리는 답이 분명한 문제도 틀리게 판단할 수 있다.

 

355p

우리의 행위 모델인 부모를 모방함으로써 믿음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나 다른 권위적인 인물이 우리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천사와 악마, 지옥이 존재한다고 말하면, 이들과 같아지기 위해서 우리도 이것들을 강하게 믿는다. 실제로 어른이 된 후에도 이것들을 믿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여긴다. 반면에 환생 같은 다른 종교의 주장은 괴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모가 환생이 사실이라고 가르쳐주면, 우리는 천국이나 지옥에 대한 믿음을 쉽게 뒤집어버린다.

 

357p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한 사람에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부러 연필을 떨어뜨려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연필을 집어주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연필을 집어주는 경우는 적었다. 실제로 56건의 실험 중 48건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대체로 혼자일 때는 도움을 주는 경우가 평균 75%에 달했지만, 여럿이 있을 때는 53%밖에 안 됐다. 흥미롭게도 이런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집단이 딱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아홉 살 미만의 아이들이었다.

또 우리는 무리에 섞여 있을 경우 혼자일 때만큼 열심히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사람들은 여덟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 속에 있을 때보다 혼자일 때 밧줄을 47%나 더 세게 잡아당겼다. 그 뿐만 아니다. 간단한 일이냐 복잡한 일이냐에 따라, 타인의 존재는 우리의 행위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평균 이상의 당구 선수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 공을 더 잘 치는 반면, 평균 이하의 선수들은 공을 더 못 쳤다. 실제로 200가지도 넘는 연구 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복잡한 일의 경우에는 보는 사람이 있을 때 일의 정확도가 떨어진 반면, 간단한 일의 경우에는 정확도가 약간 높아졌다.

 

360p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믿음을 공유하는 정도를 실제보다 더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거짓합치성 효과(false-consensus effect)라 한다. 한 예로, 학생들에게 회개합니다.”라는 글을 큭 쓰인 옷을 입고 교정 안을 돌아다닐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럴 수도 있다고 답한 학생들은 60%의 다른 학생들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그럴 수 없다고 답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 중에서 약 27%만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367p

다른 견해로부터 차단되어 있을 경우,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은 다른 궁극적인 사태에 적절한 대비책을 세워놓지도 않고 위험한 행동을 무릅쓰기 쉽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집단사고의 문제를 줄일 수 있을까? 최선 중 하나는 집단 지도자들이 반대 견해들을 확실하게 이끌어내는 것이다. 예컨대 아예 구성원 중 한 명을 전략적인 트집쟁이 의론이나 견해의 타당성을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 의견을 말하는 사람 로 임명한 다음, 그 사람 말을 진지하게 숙고하라고 못 박아 두는 것이다. 그리고 지도자들은 처음부터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일본 기업체들도 이런 사항들을 준수한다. 그래서 회의 때는 직급이 가장 낮은 직원에게 먼저 의견을 말하게 한다.

 

368p

집단극화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네 생각을 좀 듣고 싶어. 의사가 그러는데, 내 심장병이 심각해서 수술을 안 하면 일을 그만두고 식단도 바꾸고 내가 좋아하던 스포츠도 거의 다 그만두어야 한 대. 네 생각은 어떠니? 수술을 하는 게 좋을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심장병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아주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의사가 성공 확률이 90%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또 성공 확률이 80%70, 60, 50%라고 한다면? 최소한 몇 %가 돼야 수술을 권유하겠는가?

369p

그러나 구성원들 대다수가 처음부터 이쪽이나 저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집단 전체의 판단은 이 방향으로 더욱 분명하게 기운다. 왜 그럴까? 대다수의 견해를 뒷받침해 주는 주장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되고, 그러면 집단결정에 대한 개인의 책임감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집단 린치만 생각해 봐도, 집단극화가 불러오는 이런 끔찍한 결과들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370~371p

리더가 가만히 앉아서 개입을 안 할 경우에는 정답을 맞히는 비율이 72%, 리더가 구성원 전원에게 참여를 부추길 때는 84%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적극적인 리더는 처음부터 정답을 맞힌 구성원이 한 명뿐일 때, 특히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성원들 중 처음부터 정답을 맞힌 사람이 한 명뿐일 경우, 소극적인 리더를 둔 집단에서는 36%, 적극적인 리더를 둔 집단에서는 76%가 정답에 도달한 것이다. 요컨대 집단사고의 경우처럼, 리더가 반대 의견을 북돋워주는 것이 집단결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이다.

 

372p

우리의 지식은 유한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무지는 필연적으로 무한하다.

- 칼 포퍼

 

오늘날 이 세계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리석은 자들은 확신에 차 있는 반면 지적인 사람들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 버트런드 러셀

 

377p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의 말처럼, “우리를 곤란에 빠뜨리는 것은, 흔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인 것이다.


2017년을 맞이하여 다시 시작된 서클타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가장 먼저 열리는 서클타임 1 워크숍에 대한 안내를 먼저 드리며,

첨부해드리는 두 번째 웹자보에서 앞으로 열릴 3번의 전체 일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함께 놀고 함께 성찰하며 생기는 즐거운 배움의 시간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자세한 일정은 아래를 참고해주시고, 신청은 함께 공유하는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1. 서클타임 1 : 자아존중감 형성, 존중의 공동체 문화 만들기

 

일정 : 2017 / 3 / 4 ()

장소 : 광명 동그라미네모 (5)

/ 경기도 광명시 도덕공원로 23 서빈빌딩

시간 : 오전 9시반 ~ 오후 4시반

 

등록비 : 각 회당 8만원 / 식사포함 / CMS 30%할인 / 재수강 50%할인

입금계좌 : 100-022-751270(비폭력평화물결)

 

** 필독사항 : 원하는 회차 선택하여 수강가능 (. 1,3회만 신청, 혹은 2,3회만 신청)

 

신청방법 : 아래의 링크로 들어오셔서 신청서 제출

=> https://goo.gl/forms/Nu3ko1rMSMquFmlb2

 

비폭력평화물결- 110-100 서울시 종로구 통일로 162 (교남동 덕산빌딩) 201http://www.peacewave.net ; E-mail : peacewave@peacewave.net Tel 02) 312-1678 / Fax 02) 6261-0611


“2017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확 바꿔보자

1차 시민에게 권한을

- 스터디 포럼 요약

 

일시 : 201728() 15:00~17:30

장소 : 서울특별시의회 별관 7층 세미나실

 

1주제 : 민관협치의 이해(유창복 서울협치자문관)

1. 개요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 2012년 시행

서울시 협치조례 2015년 통과

 

2. 협치의 의미

경기도 남경필 지사 : 협치는 연정, 여소야대의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으나 정파연정(학자적인 관점)으로 가장 소중한 것을 내줘야 한다. -> 인사권을 쥔 정무부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줌.

서울시 박원순 시장 : 시민과의 협력인 시민연정 -> 주민참여예산제가 핵심으로 500억원 예산편성권을 줌. 대통령제에서도 실질적인 권한은 예산 편성을 하는 행정부 공무원에게 있고 의회에서는 승인만 하는 구조.

 

3. 시민협치의 문제

시민이 협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공공에 관심을 갖는 시민 등장 -> 주민 주도 마을정책 -> 시민사회 혁신

시민단체 위주 활동 -> 주민 당사자 운동

2013년 상반기(TOP -> DOWN) : 법 제도 만듦, 광역, 자치구, 중간지원조직 마련

공모제 개선 -> 인큐베이팅 시스템(사업이 아닌 사람 중심), 수시공모제(배식에서 뷔페 방식으로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으면 지원 가능), 포괄예산(꼬리표 예산에서 바구니 예산-시민이 시민단체보다 정직함)

주민의 등장(법인만 가능 -> 주민 3인 이상으로 조례 만듦)

2012년 마을공모사업 86%를 단체가 가져 감 -> 201385%가 일반주민

공모사업 수 : 작년 8,400개에 15만 명 참여

주민 모임 수 : 4,500

재수, 삼수해서 공모사업 준비한 주민 모임이 오히려 잘됨

마을의 단위

큰길 건너지 않는 걸어서 5분 거리 내의 주민들 모임

참여자 성향

보육 과제의 주부가 많이 참여

여성 60%, 청년(19~39세 행정적 청년 개념) 49%, 베이비부머(48~67) 25%

참여의 이유

시민단체 활동가는 국가와 사회의 문제 때문이지만 일반시민은 가장 시급한 나의 이해관계로 시작

절반의 성공

BOTTOM -> UP이 마을공동체에서 제대로 이루어졌나?

3인 이상 주민모임 수 : 20121,189-> 20133,602

 

4. 협치의 등장

서울시 150개 과가 개별적으로 공모사업 시행 -> 경쟁으로 공모제 피로도 증가 : 과 단위로 예산 편성되고 평가되므로 불가피

1) 공공성 주도의 역사

복지국가(국가 주도)

서유럽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 제도 : 경제 불안에 따른 재원 부족과 질적 저하(재정 형평성 때문에 수혜 과정에서 모멸감, 낙인 찍히기), 시혜적인 비효율성

신공공관리(시장 주도)

민간위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

원하는 것이 돈이 아니라 외롭지 않은 것 등 필요한 것을 직접 설계할 수 없는 대상(주체가 아님)

시민사회 영역 등장(대안적 공공시스템, 시민 참여 거버넌스)

필요한 것 직접 설계하는 주체

신공공관리론과 협력적 거버넌스

구분

신공공관리론

협력적 거버넌스

철학기조

신자유주의

공동체주의, 참여주의

핵심가치

결과(효율성, 생산성)

과정(민주성)

시민관

고객

주인

원리

경쟁

협력

공공서비스

민영화, 민간위탁

공동생산자

공무원역할

공공기업가

조정자, 촉진자

 

2) 한국사회 공공성 주도의 역사

60~80년대

국가 주도

산업화, 근대화 과제 수행

권위주의, 획일성, 기득권층 형성, 양극화

90~00년대

시민사회 주도

실질적 민주주의(다양한 분야 확산)

시민사회에 시간이 없다.”, 전문가주의

00~

WHO? 누가 주도해서 공공성 위기를 타계할 것인가?

3) 협치 체제의 문제 해결법

공무원 인사 시스템 정비 없이 행정 칸막이 없애는 문제와 민간 칸막이(자기 일에도 바쁨)도 심각 -> 관관협업과 민민협업을 통한 민관협업

효율성, 반응성, 공정성, 협업성 등이 이루어져야 함.

명목적 참여, 들러리가 아니라 일상적(4년마다 아닌)으로 권한 주어져야 공공문제 해결

현재 서울시 명목 참여 단계로 주민참여예산 500

거버넌스 발전 단계(서울연구원) : 정보제공 -> 협의 -> 개입 -> 협업 -> 권한 부여

소통에서 협력으로 참여에서 권한으로

권한이 없는 참여는 지치고, 예산 없는 참여는 공허하므로 민간 주도의 정책 발의하고 발의 정책에 대한 예산 편성이 되어야 함.

서울시 160여개의 위원회의 수동적, 의례적 운영에 따른 들러리 현상 극복하려 4년간 시민 100여회 청책 개최 -> 실행은 행정의 몫, 실행 과정에서 피드백 없음, 의회 승인에서 문제 발생으로 협치에 대한 불만과 피로도 증가의 문제 해결해야

재정민주주의 실현의 전제

공공성(개인적 이익이 아니면 수용) -> 민간주도의 정책 발의, 발의 정책에 대한 예산 편성(시민과 행정이 함께 공론으로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 -> 공론과 숙의 과정이 빠지면 담합과 묵인의 문제 발생

공론과 숙의 거친 4가지 경로 : 시민 개인, 지역사회, 시민사회, 예산편성 의견개진

 

2주제 : 민주시민교육의 확대(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서울시 민주시민교육 자문위원장)

1. 개요

서울시 민주시민교육조례 통과 2014년에 예산 세움.

국회에서 입법 발의 13번 시도했고 지금도 발의되어 있으나 서울시에서는 조례로 통과

서울시 시민대학에 몇 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고 그중 1/5이 민주시민교육임.

 

2. 민주시민교육의 핵심

현실 정치

시의회 등에서 벌어지는 실제 생활에서의 정치 교육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의 문제 등. 민주시민은 페이크뉴스 등 거짓말을 가릴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예산

독일연방에서는 시민정치교육에 연간 540억 원의 예산 투입, 16개 주에서도 540억 원씩 총 7,000억 원(우리나라 도로공사의 예산 정도)의 예산을 씀.

 

3. 민주시민교육의 역사

독일의 민주시민교육의 배경

독일에서는 6명이 6개가 아니라 9개의 의견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

히틀러의 나찌정권은 최고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마르 헌법에 따라 정권을 잡았고 민주주의 독재에 시민들이 열광했다.

히틀러에 속았다 -> 패전 20년 뒤 68혁명 때 재평가 -> 시민들이 동조한 공범임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완비되어 있어도 민주시민이 없으면 언제든지 나찌정권은 가능

독일 정치교육의 모델은 미국의 시민교육

루소의 시민

사회개혁론에서 시민에게 평생 먹고 살 토지 줘야 한다고 주장

- 과거

왕이 있으면 국가 세움 -> 토지 확보, 배분 -> 왕이 주권자

볼테르가 주권자 왕 교육해 잘 다스리게 하자는 계몽주의 전까지는 유럽에 이런 개념이 없었음. 조선은 주권자 왕에서 최고의 교육을 한 나라(특히 영조)

- 현재

자연 상태 : 인간

사회 상태 : 시민 -> 주권자=헌법 : 공화국 -> 권력(분별력 필요 : 지식권력(정보, 의견 다양성) -> 민주주의 -> 정치적 책임

이런 상태에서 스위스와 같이 연방 참사원 10명이 돌아가며 대통령이 되어도 문제 없는 라가가 됨

 

4. 민주시민교육의 실현

국가의 역할

국가가 제공하는 정보가 정확해야 하며, 1.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2. 인적 자원을 만들어야 하며, 3. 장소 등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서 국가가 감독이나 관리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이란

일상과 정치의 일치가 목표인 정치교육, 시민교육이어야 한다.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획과 조직이어야 한다.

글로벌(핵발전소의 문제), 내셔널(고용의 문제), 소셜(성평등, 장애인, 노등)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

민주시민이란

준법시민이 아닌 헌법시민

민주시민교육의 예

독일-연방 및 주 정치교육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가동되는 정치교육망(독일이 난민 100만 명 받아들이겠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배경임)

스웨덴-8~15명 단위 스터디 서클이 약 25만 개 존재하는 인민교육망이 있음(국가적 문제는 관료가 해결하지 못하고 이런 민주시민이 해결할 수 있음).

우리나라의 경우

성남, 의정부, 안양, 경기도에 민주시민교육 조례안 확산됨.

 

다음 포럼 일정 안내

일시 : 2/15() 4~6

장소 :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22층 제2대회의실

주제 : 2차 진짜 주민참여예산으로

[정관장의 종횡무진]

확증편향의 도전과 평생학습의 응전

이슈 l Writer_정성원 upload_관리자 posted_Feb 07, 2017
출처 : 평생학습아카이브와(http://www.wasuwon.net/115674)


#1 인지부조화

 

 

나는 흡연자다

우리나라도 지난 12월 23일부터 담뱃갑에 경고문구와 함께 혐오스런 사진 표기를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실제 실험에 따르면 흡연자에게 경고그림을 보여 준 후 뇌 MRI 촬영을 하였더니 공포반응을 일으키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경고 사진이 단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시각요소를 넘어 회피하고 싶은 반응을 본능적으로 일으키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끽연을 즐기고 있다. 그렇다고 흡연에 대한 회의와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 차례 금연을 시도했다. 아니 ‘시도만’ 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나의 의지는 무쇠처럼 단단하지만 유혹 앞에만 서면 왜 그리 한없이 말랑거리는지. 30년을 벼리고 벼려 생불이라 칭송받았으나 황진이의 단 한번 유혹에 속절없이 무너진 지족스님, 딱 그 짝이다. 니코틴을 달라는 육체의 아우성에 허벅지를 푹푹 찌르며 제압을 시도하지만 ‘딱 한 모금’의 유혹 앞에 맥없이 무너지고 만다.

단단히 조인 마음이 가뭇없이 풀리는 것을 보는 일은 참 씁쓸한 일이다. 특별한 계기와 자극에 의해 신발끈을 아주 꽉 조인 결심일수록, 그리고 그것을 주변인에게 호기롭게 장담했다면, 그 참담함의 질량은 몇 배는 더 커지고 내상은 더욱 깊어진다. 이런 참극을 마주하게 되면 ‘어휴 이번에도 또’ ‘내가 그렇지 뭐’라고 하는 자조의 정조가 먼저 찾아든다. 심할 경우 자존감이 가을 낙엽처럼 바닥을 뒹굴고 만다. 깊은 한숨과 초점 없이 허공을 떠도는 눈동자. 이때 폐 깊숙하게 빨아들이는 담배 연기는 헛헛하다.

 

 

금연 실패와 여우의 신포도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 받아 2013년 뇌물죄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법정에서 그는 금품을 받지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인지부조화’라며 다음과 같은 니체의 말을 인용했다. “내 기억은 그것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 자존심은 그것을 했을 리가 없다고 말한다. 기억은 결국 자존심에 굴복한다.”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연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금연에 실패할 경우 ‘건강과 실패’라는 두 가지 사실에서 부조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럴 때 심리적 긴장이 유발되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 같은 금연 실패자들은 ‘금연하면 살쪄서 오히려 건강이 악화된다’, ‘금연 스트레스 받고 사느니 편하게 사는 게 낫다’, ‘담배 핀다고 다 폐암 걸리는 게 아니다’ 등등의 자기합리화를 악착같이 하게 되는 것이다. 안쓰럽게.

배도 고프고 더위에 지친 여우가 포도를 따먹으려 하지만 제 아무리 옴짝거려봐야 헛일. 결국 쓸쓸하게 돌아서던 여우가 한 마디 내뱉는다. “저 포도는 시단 말이야.” 그래서 금연 실패자들은 모두 여우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정신승리를 하지 않으면 저 포도는 너무나 달콤할 것 같고 갈증과 허기는 미친 듯 나를 파괴할 테니 말이다.

 

 

 

#2 확증편향

 

 

전원책과 <백분토론>

지난 1월 3일 JTBC 신년 토론회 풍경.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을 중도에 싹둑 자르고 들어가길 수차례. 단지 예의 없는 끼어들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십여 차례 계속된 진행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험한 표정과 고성으로 토론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전원책 변호사. 그는 이 일로 단박에 국민주책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이번 토론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심각한 태도의 문제를 보였지만 일반적인 토론 프로그램은 어떨까. <100분토론>이나 기타 토론 프로그램을 수년간 시청해 본 소감은 ‘토론이 아닌 주장’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이 참여할 경우 더더욱 토론을 통해 합의와 결론이 도출되기 보다는 각자의 주장만이 넘실대다 끝나고 마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 그럴까. 남루한 진영논리가 기저에 깔려 있기도 하고, 유권자가 지켜보고 있으니 설사 자신의 의견이 잘못되었더라도 쉽사리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니 백분토론이 아니라 설사 끝장토론을 한다고 해도 결코 ‘끝장’이 나질 않는다.

 

 

정치인 VS 일반인

그렇다면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야만 하는 정치인, 그런 그들을 오징어 씹듯 손가락질 하던 일반 시민은 과연 상식과 합리성에 근거해 논의를 전개할까?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아니 불가능의 영역이다. 어떻게 토론이 이뤄지는 모든 현장을 다 확인해 볼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유추해석해 볼 수는 있겠지만 이것도 자신이 경험한 특정한 모습을 근거로 한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말들을 듣다보면 인간이란 생각보다 몰이성적이어서 결국 합리적이지 않은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렌 버핏은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기존의 견해들이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새로운 정보를 걸러내는 일이다." 라고 일갈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보는 의도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해보려면 베이컨을 소환하면 된다. "인간의 지성은 일단 어떤 의견을 채택한 뒤에는... 모든 얘기를 끌어들여 그 견해를 뒷받침하거나 동의한다. 설사 정반대를 가리키는 중요한 증거가 훨씬 더 많다고 해도 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하며... 미리 결정한 내용에 죽어라고 매달려 이미 내린 결론의 정당성을 지키려 한다." 아주 짧고 간명한 이야기로는 <로마인 이야기>를 저술한 시오노 나나미의 말이 참 제격이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것은 일종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관련한 발언인데 결국 사람들이 확증편향에 놓여 있는 한 제대로 된 토론과 합리적 결론을 내리기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법관과 반기문

확증편향으로 인한 장삼이사들 간의 토론이 제 아무리 엉망으로 마무리되었다 할지라도 서로 빈정상함과 앙금이 남을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재물의 손상이나 신체의 구속 같은 형벌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끼치는 파급력이 굉장한 법관이 이런 확증편향으로 인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원고를 쓰기 위해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2010년 1월 13일자 <법률신문>의 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법원행정처는 ‘법관의 의사결정인자 분석연구용역’을 발주하였는데 이에 책임연구원인 서울대 김정택교수가 약 50명의 법관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일반인에게서 나타나는 인지적 편향이 판사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는지,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원인 및 방지대책이 무엇인지와 관련하여 조사연구를 한 것이다.

결론은? 안타깝게도 판사가 일반인보다 확증편향이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또한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지 않고 선입관을 갖는 한 판사들이 재판과정에서 쉽게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법관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객관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려달라는 것인데 법관이 일반인보다 더 높은 확증편향이 있다면 그 판결결과를 어느 정도 신뢰해야 하는 것일까. 법관은 단지 한 명의 전문가가 아니라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자이다. 한 인간을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단절시킬 수도 있는 막강한 권력이 그 손 안에 있기 때문에 확증편향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사회적으로 권한과 권력이 큰 사람일수록 훨씬 엄격하고 꼼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이루어지는 각 후보자에 대한 각종 미디어의 세심한 검증작업이 그와 같은 일이다. 이 과정에서 반기문 씨가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나는 그의 포기 선언 전문을 몇 차례 읽어 보았는데 그야말로 전형적인 자기합리화, 인지부조화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자신의 준비 소홀이나 각종 어려움을 헤쳐 나갈 내공의 부족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고 오직 외부의 요인만 나열되어 있다. 그저 ‘포도는 시다’고 말한 것이다. 자신을 성찰하는 힘 속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품격을 읽을 수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반기문 씨의 조기 불출마 선언은 우리 국가를 위해 참 다행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미국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에 대한 MRI 결과

인지부조화가 스스로 자기방어기제를 만드는 내적 일관성에 관한 것이라면 확증편향은 기존의 생각을 고수하고 강화하는 쪽으로 정보를 선별 취득하는 외적 일관성에 관한 것이다. 확증편향은 상당히 강력하고 침투력이 뛰어나기에 웬만해선 막을 수 없다. 이런 확증편향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사례가 많이 있는데,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확증편향이 단지 심리적인 편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본능과도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체실험이다.

많이 언급되는 사례는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원과 민주당원 30명을 대상으로 MRI 촬영을 한 애모리대학 웨스턴 교수의 연구결과이다. 뇌를 스캔한 자료를 보면 추론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는 활성화되지 않은 반면, 감정처리와 관련한 부위는 가장 활성화되었다. 더불어 갈등해결이나 도덕적 책임과 관련한 부위가 활성화되었던 것이다. 이 실험 역시 사람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자기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선별해서 수용한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웨스턴 교수는 이런 결론을 맺었다고 한다.

“마치 당원들이 ‘인지적 만화경’을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빙빙 돌리는 것 같다. 그리고 일단 그 결론을 얻으면 엄청난 힘으로 강화되며 동시에 부정적인 감정 상태는 제거하고 긍정적인 것은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3 확증편향의 도전과 평생학습의 응전

 

 

“정보량이 늘수록 여론은 더욱 악화된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중앙일보에서 본 한 칼럼 때문이다. 작년 9월에 확증편향과 관련한 이 칼럼을 읽고는 가위로 오려 책상 옆 칸막이에 붙여 놓았다. 카스 선슈타인 하버드대 교수가 본래 <The New York Times>에 쓴 이 칼럼의 제목은 “‘사실’만으로 논쟁에서 이기기 힘든 이유”이다.

칼럼을 읽고 나니 나의 고민은 더 깊어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취미교양 수준의 프로그램이라면 별 관계는 없겠지만 가치관‧태도와 관련있는 시민교육 영역에서는 이 문제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확증편향의 영향 아래 놓여있다면 과연 학습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당연히 개인에 따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학습자가 자신의 기존 가치관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쪽으로 외부 정보를 선별해서 취득한다고 하면, 무비판적으로 흡수하거나 혹은 반대로 무조건적으로 배척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평생학습은 어떤 포지셔닝을 취해야 할 것인가. 아니 과연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는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고민 때문에 그 칼럼은 지난 9월부터 여직 내 책상 옆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좀 길긴 하지만 이 칼럼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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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칼럼 – 카스 선슈타인 「The New York Times」>

 

 

카스 선슈타인 교수는 미국인 300명에게 “기후변화는 인간이 야기한 지구 오염 때문이라 생각하느냐”와 같은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해 어떤 대답을 했느냐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눴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잘못 때문이라고 강하게 믿는 그룹, 중간 수준으로 믿는 그룹, 거의 믿지 않는 그룹으로 3등분한 것이다.

그리고는 참가자들에게 “2100년까지 미국의 평균기온은 6도 이상 상승할 것”이란 과학계의 다수설을 알려준 뒤 “당신은 2100년까지 온도가 몇 도 상승할 것으로 보느냐”고 물어봤다. 제출된 답의 평균 온도는 5.6도 상승이었는데 역시나 3개 그룹 간에 큰 격차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를 강력히 믿는 그룹은 6.3도 오를 것으로 봤지만 중간 그룹은 5.9도, 거의 믿지 않는 그룹은 3.6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정말 중요한 대목은 다음이다. 300명을 다시 무작위로 2개 그룹으로 나누어 기후변화에 대한 ‘희소식’과 ‘나쁜 소식’을 들려주었다.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기후변화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아 과학자들이 온도 상승 예상치를 1~5도로 내렸다”는 희소식을 들려 주었다. 나머지 절반에겐 ‘나쁜 소식’이 전달됐다. “기후변화가 생각보다 심각해 과학자들이 온도 상승 예상치를 7~11도로 올렸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희소식과 나쁜 소식을 각각 들은 참가자들은 “다시 한 번 본인이 예상하는 온도 상승치를 제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 실험 결과 기후변화가 인간의 잘못 때문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안심시키는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경각심을 일깨우는 정보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기후변화가 인간의 잘못 때문이라고 강하게 믿는 사람은 정반대의 패턴을 보였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카스 교수가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과 성공 가능성에 대해 정보를 얻으면 좋은 소식에만 편향되게 반응한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잘못 때문임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적 정보도 마찬가지이다.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위협하면 사람들은 이 소식을 무시해버린다.

이번 실험의 결과는 각종 현안마다 여론이 양극화되는 이유를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의 의료보험법을 예로 들면, 이 법안 덕분에 빈곤층 수백만 명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는 희소식과 이 법안으로 인해 보험료가 올랐다는 나쁜 소식이 동시에 나온다. 법안 지지자는 희소식에, 법안 반대자는 나쁜 소식에 각각 강하게 반응한다. 정보량이 늘수록 여론은 더욱 양극화 된다."

 

 

개방성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

수원시평생학습관의 경우 연간 30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런데 프로그램 기획자들은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에 주목하여 고민을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더 애를 써야 할 것은 어쩌면 메시지가 ‘어떻게’ 수용 되느냐의 측면에 있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확고히 정립된 성인들이 한 두 번의 메시지 접촉으로 그것을 바로 수용할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평생학습 현장은 자주 기획자의 의도와 학습자의 결과 사이에서 큰 괴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존의 가치관에 단단히 결박되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자신만의 필터링을 하게 될 때, 그렇다면 평생학습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철학자 칼 포퍼의 말에서 하나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옳다고 하는 만큼 우리는 언제나 틀릴 수 있다. 언제 틀릴지는 알지 못한다.”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게 하는 것. 유한한 인간이 완벽할 수는 없는 일이고 우리가 인간인 이상 우리는 이 진실 앞에서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오류 가능성은 다른 말로 하면 개방성이다. 결국 자신의 오류 가능성 따라서 자신과 다른 생각에 대한 ‘개방성’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일종의 인문학적 기초근육인 셈이다. 이런 개방성 속에서 외부 정보를 유연하게 처리하게 될 때 사람의 성장과 변화가 의미 있게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교수자가 아닌 동료를 바라보도록

그러나 개방적 자세가 끝이 아니다. 오픈 마인드를 가져 이질적인 생각을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질적인 정보와 콘텐츠는 필연적으로 궁금증과 혼란을 야기한다. 이때 동료들이 필요한 것이다. 해당 콘텐츠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전달하는 교수자가 아니라 자기와 함께 학습하는 평범한 동료와의 대화와 토론이 중요하다.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기존의 자기 인식과의 불화를 어떻게 조율해 나가는지 등등을 개방적인 태도로 보고, 듣고, 참여하는 가운데 자기의 생각을 정리해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교수자에게로 향해있는 학습의 공간구조를 동료를 바라볼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물론 학습자가 어떤 맥락에서 학습의 장으로 들어왔는지를 잘 파악하는 것, 그리고 이런 과정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 등등의 산적한 과제가 평생학습 현장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것을 다루는 것은 다음으로 슬쩍 밀어 두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모두는 확증편향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는 사실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

확증편향으로 인해 제대로 진실을 알아가기 어렵고 그로인해 때로는 서로에게 야수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특히 평생학습의 현장은. 우리가 학습의 힘에 절망하지 않는 한 말이다.

카스 선슈타인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칼럼을 끝맺는다.

 

“그러나 ‘사실’이 ‘이념’을 이기지 못한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내 실험에서 새로운 정보를 들은 참가자들의 과반수가 입장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보를 들었음에도 입장이 전혀 변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새로운 정보에 따라 ‘적어도 어느 정도는’ 의견을 바꿀 용의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학습과 민주적 자치의 가치를 믿는 이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세 번째 시민주권회의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박근혜퇴진 종로중구 촛불행진

 

일시 : 2017년 2월 9일(목) 6시 30분

장소 : 경복궁역


일시 : 2017년 2월 16일(목) 6시 30분

장소 : 경복궁역


일시 : 2017년 2월 23일(목) 6시 30분

장소 : 신당역


일시 : 2017년 3월 2일(목) 6시 30분

장소 : 신당역

 

풀무질책놀이터도 함께하며 누구든지 참여 가능합니다.



<엔트로피요약

제레미 리프킨 지음/세종연구원 발행/2005.12.15.(200.5.25 초판/미국 출판 1980)

 

102~103p

11세기가 되자 오늘날 볼 수 있는 마구와 편자가 고안되었고말 두 마리를 앞뒤로 부리는 방법이 완성되었다.

9세기부터 12세기가지 농작물의 잉여분이 생겼고 이에 따라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여 기존 농경지의 지력이 끊임없이 소진되었고더 많은 경작지를 얻기 위해 대대적인 벌목이 행해졌다.

14세기 중엽이 되자 유럽인들은 엔트로피 분수령에 도달했다인구가 에너지의 기반을 갉아먹었고 지력이 쇠퇴했으며나무는 부족해서 서유럽과 북유럽 사람들은 위기에 직면했다. 12세기 유럽 일부에서는 풍차(더 많은 경우 수차)를 이용해서 과거에는 불모지였던 땅을 경작지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그러나 그들은 산림파괴와 인구증가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역사학자 윌리엄 맥네일William McNeill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북유럽 대부분은 14세기 중엽에 일종의 인구 포화점에 도달했다서기 900년쯤 시작된 개발 붐으로 인해 거대한 장원과 농경지가 계속 들어섰고이로 인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숲이 드물어졌다숲은 연료와 건축자재의 원천으로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목재의 부족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105p

1700년경 영국에서 석탄은 에너지원으로서 나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그로부터 150년 사이에 서유럽 대부분이 같은 길을 걸었다.

 

109p

17세기와 18세기가 되자 인구증가로 인해 농경지 수요가 늘어 양의 방목은 경제성이 없어졌다(“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당시의 유명한 슬로건이다). 사람들은 목초지를 경작지로 바꿀 것을 요구했고이렇게 되자 양털을 대체할 재료가 필요해졌다여기에 대한 답이 바로 면이었다면화는 해외 식민지에서 값싸게 재배하여 본국으로 수입하여 의복으로 가공하면 되었다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는 <영국 근로계층의 생활조건The Condition of the Working Class in England>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근로자들은 양모로 된 옷은 어떤 것이든 거의 입지 못한다그들이 입는 무거운 면은 양모보다 두껍고뻣뻣하고무겁기만 하지 양모처럼 추위와 습기를 막아주지는 못한다반면 신사들은 양모로 만든 옷을 입었다브로드클로스broad cloth(폭이 넓고 질이 좋은 모직 천)라는 말은 중류계급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139p

미국 인구는 세계 총인구의 6%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에너지 총소비량의 1/3을 차지한다스웨덴과 서독(통일 이전)의 경우미국과 비슷한 생활수준이지만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미국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1970년 미국은 석유천연가스석탄원자력 발전소에서 1조 7,000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했다이것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4대 소비국가(소련일본서독영국)의 발전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아이티 같은 나라는 1인당 연간 에너지 소비량이 석탄 환산 68파운드(석탄으로 환산할 경우)이다미국은 이 수치가 2만 3,000파운드이다.

 

140p

세계의 에너지 수요는 2000년이 되면 현재의 네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이것은 주로 인구의 폭발적 증가 때문이다인구통계를 보면 매일 33만 3,000명의 아기가 지구상에 태어나는데, 1일 사망자 13만 4,000명을 빼면 24시간 동안 20만 명의 인구가 증가는 셈이다. 1년이면 7,300만 명이 증가하게 되고이들은 살기 위해 유용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세계 인구가 10억 명에 도달하는 데는 200만 년이 걸렸고, 20억이 되는 데는 10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그리고 1930년에서 1960년 사이 30년 동안 이 숫자는 30억으로 늘어났다그로부터 15년 후에는 40억에 도달했다현재의 세계 인구증가율 1.7%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2015년에는 현재의 두 배인 80억이 될 것이고, 2055년에는 다시 그 두 배인 160억이 될 것이다.

 

158~160p

1967년 이래 세계의 산림 생산성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어업은 1970년 정점에 달했으나 이제 긴 역사를 자랑하던 많은 어장에 고기의 씨가 말라버렸다.’ 연간 1인당 곡물생산을 kg단위로 계산해서 얻는 경작지 생산성도 1976년에 최고에 달했다. 1인당 양모양고기쇠고기(모두 풀밭에 의존한다생산량은 모두 감소하고 있다.

10대 주요 광물의 수요가 현재처럼 매년 3%씩 성장하면수백 년 후면 우리는 지구 전체를 파먹어버릴 것이다인류의 역사는 350만 년쯤 되고 지구의 역사는 40억 년이 넘는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것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현 추세로 소비가 증가한다면 1백 년 후의 구리수요는 현재의 90니켈은 28망간은 17배가 되어 바다에서 얼마쯤 건져올린다고 해야 몇 년 혹은 몇 십 년을 버틸 수 있을 뿐그 이후에는 모든 광물이 완전 고갈될 것이다.

 

179~180p

미국은 매년 1,100만 톤의 철, 80만 톤의 알루미늄, 40만 톤의 기타 금속, 1,300만 톤의 유리, 6,000만 톤의 종이를 버린다이외에도 170억 개의 깡통, 380억 개의 병, 760만 대의 TV, 700만 대의 자동차가 매년 폐기된다.

1인당으로 봐도 엄청나다. 1974년에 미국 사람들은 1인당 10톤의 광물자원(1,340파운드의 금속 및 1만 8,900파운드의 비금속 광물 포함)을 소비했다일생 동안 미국인 한 사람은 평균 700톤의 광물자원을 소비하는 셈이고이 중에는 약 50톤의 금속이 포함되어 있다화석연료와 목재까지 포함하면 1인당 사용량은 두 배로 늘어나 1,400톤이 된다물로 이 수치는 물과 식품을 뺀 수치이다.

중류층 미국인 한 사람은 200명의 인간노예가 생산하는 것만큼의 일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보통 사람의 1일 식사는 2,000칼로리쯤의 에너지를 담고 있다그러나 자동차전기 등을 쓰고 가공식품을 먹기도 하면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20만 칼로리쯤 된다생존을 위해 필요한 칼로리의 100배 정도를 쓰는 셈이다에너지 소비의 측면에서 볼 때미국 인구는 2억 2,5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에너지의 사용량은 220억 명의 사용량과 같다는 이야기이다.

 

183p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세계 인구의 1/3 가까운 15억 명의 사람들이 오늘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든다.

수십 년 후면 세계 인구가 현재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되므로식량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커질 것이다미국 농업은 이미 세계의 밀과 사료곡물의 20%를 생산하고 있으며이 중 절반 이상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구식’ 농부는 자신이 투입한 에너지 1칼로리당 10칼로리의 에너지를 생산한다물론 아이오와 주의 농부는 자신이 투입한 에너지 1칼로리당 6,000칼로리를 생산할 수 있다그러나 그의 체력 이외에 여기에 투입된 모든 에너지를 합산하면 이것은 엄청난 환상이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270칼로리짜리 옥수수 깡통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이 농부는 무려 2,790칼로리를 소비한다이 중 대부분은 영농기계를 가동하는 데 들어가며그가 사용하는 화학비료와 농약도 에너지를 투입하여 생산된 것이다그러므로 그는 에너지 1칼로리를 생산하는 데는 10칼로리를 소비한 것이 된다.

오늘날 농업은 미국 경제 전체 에너지 소비의 12%를 차지한다.

 

184p

같은 기간 동안 무기질소비료의 사용량은 1950년 100만 톤에서 1970년 700만 톤으로 일곱 배가 되었다농약 사용량은 이보다 더 늘어났다.

어떤 권위있는 연구보고에 따르면 1968년에 같은 수준의 수확량을 유지하기 위해 1949년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질소비료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185p

1950년 20만 파운드이던 농약 사용량은 1976년 16억 파운드로 늘었다.

엄청난 양의 농약을 뿌려대도 병충해에 의한 작물손실은 지난 30년간 전체 수확량의 1/3에 달했기 때문이다이것은 간단히 설명된다해충들이 농약에 대해 내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환경의 질에 관한 정부위원회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305종의 곤충진드기 등이 하나 이상의 농약에 대해 내성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1~192p

미국에서는 자동차 사고로 매년 5만 5,000명이 사망하고 500만 여명이 불구가 된다미국 안전위원회는 지난 200년간 미국이 개입된 모든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 수보다 자동차 사고로 죽은 사람의 수가 더 많다고 추정한다겨우 지난 30년간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차에 치어 죽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및 재산상의 손실은 다른 모든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의 10배이다. 1969년에 교통사고로 인한 손실은 130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1975년에 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손실의 사회적 비용은 370억 달러에 달했다.

 

197p

고대 아테네의 인구는 5만 명 정도였고바빌론은 10만 명이 약간 넘었다수백 년이 지난 르네상스 시대에도 도시의 크기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오히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활동한 피렌체의 인구는 5만 명 정도였고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정화를 그릴 당시 로마의 인구는 5만 5,000명 선이었다. 16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유럽 도시인구는 2만 명도 되지 않았다독립전쟁 당시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는 보스턴과 필라델피아였는데둘 다 인구가 5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198p

19세기 초에 산업혁명이 각지로 퍼져감에 따라 이 모든 것은 하루 아침에 달라졌다. 1820년 런던은 세계 최초로 인국 100만 명을 돌파했다. 1900년이 되자 인구 100만 명을 넘는 도시는 11개가 되었다. 1950년에는 75개였고 1976년에는 191개로 늘어났다현재의 세계적인 성장추세로 보아 1985년에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가 273개로 증가할 것이고이들 중 대부분은 제3세계 국가의 도시일 것이다.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보아도 도시의 주민수는 이제 절대다수에 육박하고 있다. 1800년 세계 총인구는 10억이었던 것으로 추산되는데이 중 2.5%에 불과한 2,500만 명만이 도시에 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그러나 1900년에는 세계 인구의 15%, 1960년에는 1/3이 도시에 살았다현재처럼 증가추세가 지속될 경우 서기 2000년이 되면 인구 십만 명 이상의 도시에 사는 사람수가 1960년도 세계 총인구보다 많을 것이다.

 

199p

고대의 대도시 바빌론은 면적이 3.2평방마일에 불과했다성곽으로 둘러싸인 중세의 런던 면적은 현재의 1/150에 불과했다.

전성기의 로마 인구는 100만 명에 육박했다그러나 로마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식민화해야만 했다무수한 노예집중적 경작방식대규모 수도교의 건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력한 군대가 없었더라면 로마는 그 인구를 먹여살릴 수 없었다로마는 태양에 의존하는 농업 에너지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이러한 기반이 가하는 근본적인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로마는 온 세상을 약탈해야 했던 것이다.

 

200p

결국 팽창할 대로 팽창한 이 거대도시는 안팎으로 와해되기 시작했고게르만 정복 후에야 에너지 평형을 회복할 수 있었다그 후의 로마인구는 3만 명에 불과했다.

인구 100만 명의 대도시는 보통 하루에 400만 파운드의 식량을 필요로 한다톤으로 환산하면 2,000톤에 달하는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는 전적으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농업시스템에 의존한다.

 

201p

100만 명의 도시는 하루에 9,500톤의 연료와 62만 5,000톤의 물을 필요로 한다.

 

256p

300만 가구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려면 20만 명의 사림이 8억 평방피트의 집열판을 만들고 설치하는 데 매달려야 하며그 비용도 200억 달러가 넘는다.

 

259~260p

60%의 태양 에너지 전환효율을 가진 장치를 250만 가구에 건설하려면 현재 미국의 구리 총소비량 중 1/3을 써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반을 태양연료전지(현재 알려진 태양 에너지 전환장치 중 가장 효율적인 것)로 발전시키려면 매년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백금의 총량보다 더 많은 백금이 연료전지 제작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대규모 태양 에너지인프라를 건설하려면 앞서 말한 것들 외에도 엄청난 양의 재생불가능한 자원이 소요된다카드뮴규소게르마늄셀레늄갈륨비소황뿐만이 아니라 수백만 톤의 유리플라스틱고무 그리고 대량의 에틸렌글리콜액체금속프레온 등이 필요하다어떤 자료에 의하면 태양광을 직접 전기로 전환하기 위해 황화카드뮴 셀을 사용할 경우 18만 메가와트만 발전하려 해도 1978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생산되 카드뮴을 모두 써야 할 것이다.”

 

278p

유기농법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퇴비나 천적을 이용한다두 가지를 비교한 연구결과를 보면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거의 비슷하지만 유기농법은 화학농법보다 에너지를 2/3 정도 덜 쓴다유기농법은 소출 1달러당 6,800BTU의 에너지를 쓰는 반면 재래식 농법은 1만 8,400BTU의 에너지를 쓴다고도로 기계화된 영농기계와 대량의 화학비료 및 농약에 의존하는 재래식 농법의 비용은 1에이커당 평균 47달러가 드는 반면 유기농법의 경우는 31달러에 불과하다.

 

283p

미래학자이며 작가인 샘 러브Sam Love는 적정기술을 지역 단위로 만들어지고노동집약적으로 활용되고탈집중적이고수리가 가능하고재생가능한 에너지로 가동되고생태적으로 안전하며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는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중급기술운동의 창시자로 알려진 E. F. 슈마허는 이렇게 말한다. “중급기술은 저엔트로피의 형태의 기술로 옛날의 원시적인 기술보다는 훨씬 뛰어나지만 오늘날의 최첨단 기술보다는 단순하고 값싸며더 자유로운 기술이다이것을 스스로 돕는 기술’, ‘민주적인 기술’, ‘대중의 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이 기술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고 따라서 부유하고 권력있는 사람들이 독점하는 기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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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의 거의 전부인 수백만 년이 지난 1800년 경이 되어서야 세계 인구는 10억 명이 넘어섰다.

재생불가능한 자원에 의존한 산업시대는 인류역사의 0.02%밖에 되지 않지만 인구증가의 80%가 이 기간 중에 이루어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구증가에 관한 열역학적 시각이 갖는 의미는 놀라운 것이다산업혁명 이전의 태양 에너지 시대에 지구가 인간을 지탱할 수 있는 능력은 10억 명에 불과했다그 정도의 인구를 가지고도 지구의 자원은 크게 착취당했다재생불가능한 자원으로부터 고에너지 흐름이 시작되자 그 직접적인 결과인 35억 명의 사람들은 지구에 부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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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어떻게 줄이냐이다. 여기에 의해 많은 의견이 나와 있다. 둘만 낳기, 둘 이상 낳을 경우 하나가 태어날 때마다 무거운 세금을 부담시키는 방법, 간디 시절 인도에서 1,100만 명에게 강제로 불임시술을 시키는 것과 비슷한 조치를 취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계획은 기껏해야 혐오스럽다는 얘기만 들을 뿐이다. 왜냐하면 사회에 의해 강제되기 때문이다. 유일한 대안은 엔트로피 패러다임을 완전히 내재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 스스로 아이를 갖고 싶은 욕망을 억제하여 인구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명이 태어날 때마다 결국 그 다음에 올 세계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써야 할 자원을 우리의 아이들이 미리 써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알고 나면 좀더 인도적인 인구통계를 향해가는 가치관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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