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자치분권 전문가 특강-스위스의 지방분권과 국민행복

강사: Reiner Eichenberger(Freiburg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스위스 재무 교육 정책)

통역: 안권욱(고신대 교수,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정책위원장)

일시: 2019년 10월 18일(금) 14:00~16:00

장소: 수원시청 중회의실

 

스위스에서 가장 작은 주의 인구는 16,000명, 가장 큰 주는 주리히주로 15만 명 이상이다.

스위스는 미국의 주보다 권한이 커서 주마다 독자적 조세로 세율을 입법화해 스스로 결정한다. 모든 주는 주가 위임해 자치단체가 세목, 세율을 결정한다. 연방은 누진세가 가장 강하다.

각 지방정부마다 조세 경쟁을 하고 지방정부 간 재정적 격차가 있어 조정제도가 있다.

아래 표와 같이 게마인데 간, 주들 간 세출, 세입에 차이가 있어 재정 조정, 조원을 한다.

다른 나라 지방분권과의 차이

1. 조세 행정이 따로 있다.

2. 조세 50% 이상으로 누진세가 크게 작용함: 미국, 캐나다보다 작고, 스칸디나비아 나라와 비슷하나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여서 크다.

의무적 국민투표: 직접민주주의로 헌법개정은 국민투표가 의무적이다.

임의적 국민투표: 모든 법률이나 의회 결정 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민이 다시 결정할 수 있다.

발안: 서명이 기본 요건이나 세계 어느 나라보다 조건이 완화되어 있다. 투표는 모든 주민이 참여할 수 있게 주말에 주로 투표하고 3주 이내에 우체통에 집어넣으면 참여된다.

게마인데 총회: 깜짝 놀랄 일로 자치단체의 80%가 실시한다. 집행기관 어떻게 뽑을 것인가와 주요 정책 사항을 승인한다.

독일과 비교하기에는 복잡하지만 1인당 세출 비율은 독일보다 크고, 보험 일부는 사보험으로 가서 국가 총생산에 비해 국가 세출이 적다.

출생자는 외국 출생자가 높다.

지방분권과 직접민주주의가 혼란이 아닌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 단 제도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정치는 시장과 비슷한 원리로 작용해서 완전하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의 정보 비대칭이 경제보다 심각해 중요하다.

정보는 조직화가 잘 되어 있는 이익집단이나 큰 집단이 일반 국민이나 주민보다 유리하다.

외부효과로 내가 낸 세금이 다른 지역에만 효과가 있다.

직접민주주의: 주민 그룹들이 발안한다.

지방분권: 자치단체끼리 경쟁하는 구조로 선호하는 지방정부로 유권자가 이주한다.

큰 도시나 도심에 살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나 잘 알 수 없고, 30~40만 명이 사는 곳은 시가 정보를 줘도 알 수 없다.

자치단체 규모는 시가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아야 알 수 있고, 지방정부가 경쟁할 수 있다.

예) 각 주마다 세목, 세율이 다른 것: 돈(세금) 분배에 갈등이 많고, 세금을 줄일 때는 불이익이, 세금을 늘일 때는 혜택이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

발안 안건에 대해 3개월에 한 번씩 토론을 하는데 국민이 뭘 원하는지 설문조사보다 훨씬 명확하다.

자치단체와 연방 모두에서 발안할 수 있으며, 서명 요건 충족 시(연방: 인구의 2%인 10만 명 이상) 모든 영역에서 가능하다. 일정 이해관계 단체가 만들어 제출하면 1차적으로 공론화(정당 차원 토론)하지만 국민 관계없이 정당 간 이해관계가 작용하는 부작용이 있다.

정치인의 포지션도 알 수 있어 명확히 정부가 해결할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만 작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양자 간 정보 부족 문제 해결을 통해서 대의민주주의를 강화한다.

연방정부는 7명 정도, 주요 정당 4~5개가 함께 내각을 구성한다. 지지단체는 7명 내외, 주는 6~7명으로 내각을 구성한다.

내각 구성원은 주민 직선으로 장기 재임하며, 연방뿐 아니라 주지사도 윤번제로 임명한다.

합의의 정부 근원은 선거제도로 비례제도와 다수대표제의 조화로 가능하다.

일반 관직은 모든 주와 지방회의에서 비례대표로, 하원 국회 200석 모두 비례대표이다.

스위스에서 큰 정당은 7개이고, 특별한(가장 큰) 권한을 가진 공직자는 한 명이 아니라 다수를 뽑아서 선출한다.

상원 의석은 46명으로 주마다 최소 2개 의석(반 주의 경우 1석)을 보장해 정당에게 자극을 받는다. 정당에게는 후보 남발하지 말라는 것이며, 후보자는 중도 정치를 표방한다.

주민이 각료 전체를 뽑고, 각 정당 선거 시에는 다양성이 확보된 중도를 표방한다.

결국 모든 각료가 다 바뀌어도 중도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조세와 선거제: 스위스의 비밀적인 제도

1. 미국에는 타운미팅, 스위스에는 주민총회가 있지만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주나 정부의 주요 인사 선거만으로는 곤란하다. 반대당(야당)이 무엇인가 해 줄 수 있나? 실제 정치에서 집권당을 망가뜨리거나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할 뿐, 대안 제시하는 야당은 없다.

2. 분석, 비평, 대안 제시, 정보를 주는 명예직 감사위원회와 정보위원회를 직접 선출해서 민주주의, 지방분권이 제대로 작동해야 가능하다. 감사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위원으로 재선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비평이 가능해야 한다. 굉장히 분석적이고 과학적으로 대안 및 자료 제시가 연방보다 앞선다. 그래야 구조적으로 장점 많은 제도로 발전한다.

인구 2만 명, 3만 명, 4만 명의 도시국가가 엄청 잘 산다. 인구 4만 명의 리히테슈타인은 독립국가로 엄청난 부를 창출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인구 50만 명의 도시국가이고, 인구 50만 명의 쥐트티롤(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치권이 주어지지 않았으나 1956년 이후 개혁으로 많은 자치권이 주어져 부흥했다.

타이완은 직접민주주의 도입한지 오래 안 되었으나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정치 행정은 단위가 작아야 제대로 작동한다.

 

- 질의 응답 -

- 지자체 간의 재정 조정

스위스는 한국에 비해 지자체의 재정 차이가 적다. 26개 주 중 2개 주가 가장 못 사는데 잘 사는 주가 못 사는 주를 도와주는 제도가 있다. 도와주는 조건으로 조세정책을 열심히 실시했는가와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데 최선을 다했는지 해명되어야 한다.

재정 격차는 특별한 원인 없이 구조적이거나 일반적인 경우도 있으며, 시민에게 물어 봐서 재정조정을 하는데, 과학적으로 이루어진다.

세금 적게 걷는 곳이 기업이 유치되어 부를 이루고 있어 조세 환경과 정책 환경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조세 조정을 중앙이나 연방에 맡기면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뜻대로 이루어져 나라가 엉망이 된다.

 

- 정보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위원의 인원과 요건

중앙이나 연방은 능동적 대처나 적합한 대안 내놓지 못하며, 정보위원회와 감사위원회의 인원이 6~7명 정도이다. 기능은 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 관련하기도 하지만 예결산만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자치단체에 따라 모든 위원회 수가 달라 26개 법률, 지차체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지자체의 감사위원회는 5명 정도이다.

예산은 실제 감사 형식은 미리 평가해 주민이 결정하게 감사보고서 제안한다.

결산은 정부안을 회계 분석해 시민이 결정하게 하거나 비평해 인가 여부를 시민이 결정하게 한다.

정보위원회나 감사위원회는 전문적 분야의 사람이 주로 참여하며, 관례적으로 정치인 안 들어가고 직업 정치인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회계의 경우 감사위원회의 노동 강도가 굉장히 강해 자기 일 중에 시간을 10% 정도 투자해야 한다.

 

- 세율에 따른 이주의 문제

돈 있는 사람은 세금 낮은 곳으로 많이 이주하고 부동산업자는 부동산 잘 되는 곳으로 이주한다.

 

- 시민의식과 문화 부족해도 직접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스위스 직접민주주의와 지방분권화는 오래 전부터 실시되었지만 1840년 헌법으로 법제화되어 작은 요소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19세기 중반까지 주 정부는 직접민주주의 원했으나 연방이 원하지 않았다.

헌법적 사항은 모두 국민이 직접선거한다. 연방헌법(입법, 조세)도 국민이 직접 결정하며, 국가 운영의 주요 사항이 들어 있다. 그런 반면 한국의 경우 국가 기관 구성만 있다.

1891년도에 현재 헌법 근간이 만들어졌다. 이전에는 민주국가였지만 각 주 형식적이지만 왕조국가, 선거국가들이 있었다.

직접민주주의는 당시 교육 수준이 낮아 국민 지식이나 의식 수준으로 가능할까 했으나 스스로 학습해 가능해졌다.

시민 의식 수준이나 문화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가능하냐고 하지만 관건은 스위스는 제도에 문화가 스며들어가 있어서 가능하므로 제도에 문화가 어떻게 스며들게 만드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오늘 하루 수확한 농작물

오늘 하루 수확한 농작물은 동부, 단호박, 맷돌호박, 애호박, 긴호박, 가지, 옥수수, 토마토, 방울토마토, 노랑토마토, 대추방울토마토, 여주, 오이, 노각오이, 참외.

별것 아닌 수확물이지만 너무 익어서 딱딱해지거나 터지거나 물러지기 때문에 이삼 일에 한 번씩은 수확은 해 줘야 한다. 400여 평의 밭을 돌아다니며 수확해야 하는데 종류가 많은데다가 밭의 잡초도 조금 정리하고 송충이(집 주위의 가로수에서 송충이가 번식해서 밭이 온통 송중이 투성이다)나 가지와 토마토의 무당벌레도 좀 잡고 하다 보면 최소한 네 시간, 어떤 때는 하루종일이 걸린다.

화성시로 이사 온지 벌써 6개월이 다 되어 간다. 집 주위 밭이 외지인들이 사 놓은 땅이라 놀고 있어서 전 집주인이 농사 짓던 땅을 이어서 농사 짓고 있다.

자급자족을 위해서는 우리집과 동생네 가족까지 200~250평이면 쌀 빼고는 거의 자급자족할 수 있다. 그런데 어머니 욕심이 그게 아니라 주변 밭을 모두 농사 짓고 싶다고 해서 결국 광교산에 있는 80~90평 정도와 집 주위 땅까지 합쳐 500평 정도의 밭농사를 짓게 되었다.

그중에 고추류(일반 고추 두 종류, 아삭이고추, 청양고추)가 70평, 콩류(완두콩, 강낭콩류, 작두콩, 백태, 서리태, 야생 돌콩)도 그 정도로 많이 차지한다. 그밖에 옥수수류(대학찰옥수수, 보라옥수수, 노랑옥수수, 흰옥수수, 쥐이빨옥수수), 팥류(일반 팥과 동부류), 호박(애호박, 긴호박, 꼬마단호박, 단호박, 맷돌호박), 수수류(붉은수수, 수수), 당근, 해바라기, 참깨, 들깨, 상추류(로매인, 청치마, 적치마, 양상추, 치거리류), 부추, 달래, 도라지, 더덕, 잔대, 아욱, 쑥갓, 갓류(홍갓, 청갓, 돌산갓), 배추류(구억배추, 개성배추, 베타후레쉬배추, 얼가리배추, 양배추), 무류(열무, 알타리무, 일반 무 두 종류), 방풍나물, 참나물, 초롱꽃나물, 머위, 곰취, 양파, 마늘,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고수, 울금, 생강, 토란, 감자, 고구마, 돼지감자, 당귀, 목화, 아주까리, 페퍼민트류, 근대, 적근대, 비트류, 수박류(수박, 미니수박,) 참외류(참외, 개구리참외, 애플참외), 미나리, 바실, 대파, 쪽파, 반하, 아마란스, 가지, 고들빼기, 마, 흰민들레 등.

거기에 유실수와 약초 나무로 대추나무 두 그루(새끼 두 그루도 크고 있는 중), 한 그루는 작은 것으로 예전 집에서 옮겨심은 것이고, 한 그루는 예전 주인이 심었던 것인데 빗자루병이 걸려 가지를 반 이상 자르고 약을 줘서 겨우 살렸음. 감나무 네 그루와 사과나무 한 그루, 엄나무 두 그루, 오갈피 나무 한 그루, 느릅나무로 보이는 것 한 그루, 산초나무 한 그루, 매실나무 한 그루도 예전 주인이 심어 놓은 것.  앵두나무 한 그루 작은 것은 예전 집에서, 치자나무 한 그루는 이사 오기 전에 이웃이 줘서, 청매실 한 그루와 황매실 두 그루, 밤나무 한 그루는 지율스님이 선물해서 심었다.

계절별, 아니 월별로 심고 관리하고 수확하고, 거기다 광교산 텃밭에까지 가야 하니 여간 고된 게 아니다. 물론 광교산 텃밭은 올해만 하고 내년부터는 하지 않을 것이지만. 수확물도 너무 많아서 친척들 오면 주고, 이웃집에도 주고, 냉장고에도 보관하다가 더 이상 넣을 곳이 없어서 어머니께서 그만 수확하라고 하지만 그냥 썩게 둘 수도 없고... 토마토는 다행히 동생이 알려 준대로 갈아서 요구르트나 꿀을 섞어 매일 두세 잔씩 마셔야 하는 고역(?)을 치러서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머니와의 갈등도 있다. 자연농을 꿈꾸고 유기농을 지향하는 나와 관행농으로 비료도 주고 약도 치고 해서 부드럽고 크게 키우는 것을 지향하는 어머니와의 갈등. 예전에 당수동시민텃밭에서는 유기농이 의무적이라 순종을 하더니 이제 관행농으로 닦달을 해서 내가 많이 참아야 한다. 물론 지금 고추밭에 탄저병이 돌아 속상해 하는 어머니의 말대로 약을 안 칠 수 없는 상황(그래도 나는 먹을 수 있을 때까지만 수확해 먹고 약을 치고 싶지 않지만)이어서 탄저병 약을 칠 수밖에 없었다.

2007년도 쯤인가 시작해 십 년이 넘게 텃밭 농사를 평균적으로 100평 이상 지어 왔고 2013년에는 양평 양동에서 두물머리 친구들 몇 명과 200여 평 공동 경작하고, 수원 농수산물유통센터 예정 부지 텃밭, 서울 노들섬의 노들 텃밭, 인사동 옥상 텃밭을 만들어 주말에 쉴 틈도 없이 최소 두 군데씩 다니며 농사를 짓기도 했지만 500평은 너무 벅차다.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을 주는 것만으로도 하루종일이 걸리고, 김매기는 아예 하루만으로 끝내기에는 엄두를 내지 못해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해야 한다. 거기다 벌레 잡는 일도 시간을 보통 잡아먹는 게 아니다. 여기저기 들춰 가며 잡아야 해서.

아무튼 텃밭 평수를 반으로 줄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될런지 모르겠다. 지금은 거의 일상의 반을 농사에 매달려야 해서 걱정이다. 어머니께서는 점점 노쇠하셔서 농사일이 벅찬지 도와주는 시간이 줄어들고 아버지께서도 수확한 것 다듬는 일이나 김매기에 좀 도움이 될 뿐 거의 내 일이다. 내년 농사는 좀 더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을까? 남의 땅이라 자연농으로 전환해 가기도 어렵고 시간 내기도 더 어려울 것 같은데.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줄도 체험한 것을 그대로 쓰지 않았다.

회복적 서클(RC)은 도미니크 바터가 소개한 갈등과 폭력에 있어서 공동체의 자기돌봄 프로세스 모델입니다.

90년대 브라질 상파울로의 슬럼가에서 마약갱 청소년들과의 대화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된 회복적 서클은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 빠르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2011년 말에 소개된 회복적서클 모델은 현재 가정, (대안)학교·교육청, 지역아동센터, 시민단체, 경찰서와 법원 등에서 대화를 통해 갈등과 폭력의 문제를 풀고 관계를 다시 맺으며,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는 데 있어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비폭력평화물결에서는 금년부터 실시하는 교육청들의 갈등조정단과 경찰청의 ‘회복적경찰활동(Restorative Policing)’의 시범사업과 내년 전국 확대의 새롭고 급박한 흐름에 따라 RC진행자의 수요에 따라 이번 RC입문과정을 마련했습니다. 향후 연습모임과 네트워크모임을 거치면서 참여자들이 현장에 다가갈 수 있도록 상호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갈등전환모델 중 가장 짧은 교육시간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RC훈련과정에 초대합니다.

<안내사항>
- 일시 : 2019. 5.3(금) 오후 6:30-9:30(3시간)
5.4(토),5.6(월;대체공휴일) 오전 9:00~오후5:30(15시간; 총18시간; 비숙박)
- 장소 : 사회적협동조합 평화물결 서클룸(용산구 효창동 5-3, 대신빌딩 2층)
(1호선 남영역/4호선 숙대역/6호선 효창공원앞역에서 도보로 10분내외 거리)
- 대상 : 회복적 서클을 처음 접하는 분, 15명 내외
- 등록 : 21만원(입금 및 구글등록으로 완료됨 https://forms.gle/9rg6BjjNKv7MoL2SA)
- 입금계좌 : 신한은행 100-022-751270 / 비폭력평화물결
- 내용 : 회복적 서클 이해와 실습, 경청실습, 현장적용사례, 회복적 시스템 구축,
연습안내, 및 활동을 위한 네트워크 지원
- 강사 : 박성용 비폭력평화물결 대표/회복적서클가이드북저자;경찰청회복적경찰활동자문위원
- 기타 문의: 010-2271-4319 (김석봉)

비폭력평화물결- 03735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11길 20 CI빌딩 501호
http://www.peacewave.net ; E-mail : peacewave@peacewave.net
Tel 02) 312-1678 / Fax 02) 6261-0611

넷째 시간

시인의 마을 l 2019. 2. 14. 11:58

넷째 시간

- 서벌

 

초침은 달리는 말 분침은 달팽이 발.

가는 건지 마는 건지 시침은 부처님 손.

손 얼른 움직이셔야 도시락 먹을 텐데·······

진실사회

- 줄리언 바지니 지음/오수원 옮김/()예문아카이브 펴냄/2018.8.23

 

서론

9~10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제 진실은 더 이상 단순하거나 분명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제는 진실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언사, 존재하는 것은 다양한 의견뿐이며, “당신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거나 내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뿐이라는 언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구글(Google)의 엔그램 뷰어(N-Gram viewer)가 수백 만 권의 단행본과 텍스트를 훑어본 바에 따르면,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진실이라는 단어의 빈도는 150년 전에 비해 약 3분의 1로 감소했다. 명백하고 단순한 진실의 감소 추세는 그보다 훨씬 더 가파르다.

문제는 우리가 진실의 의미가 무엇인지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니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진실을 두고 내렸던 고대의 정의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실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요, 존재하는 것을 존재한다고 말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진실이다.”

 

종교적 진실

22

<<모르몬경>>보다 훨씬 더 많은 신뢰를 받는 경전은 많다. 그러나 그 중에 전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이 진정한 신의 계시라고 믿는 경전은 하나도 없다. 그 각각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어떤 경전이건 이른바 계시를 받은 경전에 대한 의견은 그것이 전혀 계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와 동시에 계시를 받은 경전 하나 또는 여러 개가 계시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경이로운 역설은 이제부터다. 대다수가 대다수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역설이다. 다시 말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대다수 사람들이 거짓이라고 판단하는 계시의 존재를 최소한 하나는 믿고 있는 것이다. 군중의 지혜를 신뢰하는 누구에게나 유익한 교훈이 될 만한 역설이다.

 

29

그 누구도 신학을 과학으로, 신화를 역사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영원한 진리가 존재한다면, 그것들이 특별해질 수 있는 까닭은 평범한 경험적 종류의 진실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종교적 진실을 평범한 경험적 종류의 진실로 취급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신앙을 방어해내기는커녕 오히려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진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진리에 관해 말하기를 피해야 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종교의 지식과 세속의 지식이 충돌하는 것은 실재에 관해 경합하는 진리 중 진짜 진리를 제공하는 것은 자신뿐이라고 생각할 때다. 이들의 공존은 각자가 말하는 진실의 종류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권위적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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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어떤 전문가를 따를지 결정할 경우, 우리는 신뢰할 만한 전문가를 결정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에 합당한 전문가를 또 골라야 하는 난감한 역설에 바지게 된다.

결국 전문가에 대한 우리의 선택은 어쩔 수 없이 실제로는 우리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바탕으로 한 것이 된다. 그 판단이 온전한 정보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다. 요컨대 우리는 누구의 판단이 권위 있는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우리 자신이 내리는 판단의 권위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이 악순환을 빠져나갈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인간 이성의 더러운 비밀은 우리가 자신의 판단을 이성적으로 완벽하게 정당화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결국 자신의 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체념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타당한 근거와 증거에 주의를 기울이면 자기 혼자만의 통찰이 수행하는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실과 증거 그리고 건전한 추론의 역할을 최대화할 수 있다. 물론 사실을 논리적으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은 금물이다.

 

41

우리 자신의 판단과 다른 전문가들의 증언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찾는 일은 지극히 어렵고, 탈진실의 세계는 무리한 줄타기를 감행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곤경은 전문성을 가진 권위자들이 배짱과 직감에 의해 늘 묵살과 폄훼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과, 전문성이 박탈당한 자리를 인간 또는 신이 꿰차고 앉아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전 생애를 바쳐 특정 분야를 연구해 온 진정한 전문가들의 지혜와 식견이 충분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세계는 합리적인 세계와 완전히 결별한 다른 세상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되어버린 세상일 뿐이다.

진짜 진실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를 진실로 인도하는 듯 보이는 권위자들을 완전히 거부해서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수용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이 권위를 부여하는 인물에 관해, 그리고 어떤 근거에서 그 같은 권위를 부여하는지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한심할 만큼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판단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계몽주의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가 내린 사페레 아우데(Sapere Aude!)’라는 명령의 함의다.

 

은페적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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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조롱의 뜻으로 9.11 음모론 신봉자들(truthers)’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첩보 작전에서 토목공학 분야에 이르는 전문가들뿐 아니라 대다수의 대중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한다. 그들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영화사에서 조작한 사건이라거나, 나치의 유태인 홀로코스트(Holocaust)가 사실이 아니라거나, 세상이 일루미나티(Illuminati)나 도마뱀처럼 생긴 외계인이 인간 형상을 한 존재들로 이뤄진 비밀 조직에 의해 지배받는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같은 정신 나간 음모론자들과 한패 취급을 당한다.

물론 이 음모론 신봉자들은 거의 확실히 틀렸지만, 거들먹거리는 비웃음으로 이들을 묵살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는 아니다. 음모론이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부 사람들이 광기에 사로잡혔기 때문이 아닌, 일부 진실이 역사적으로 은폐되어 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은폐되어 있기 때문이다.

 

47

일찍이 플라톤이 언급한 바 있는 기게스의 반지(Ring of Gyges)’, 즉 착용한 사람을 투명인간으로 만드는 마법의 반지가 전하는 교훈만 알아도 충분히 추론 가능한 일이다. 소크라테스의 들러리 격 인물인 글라우콘(Glaucon)은 그런 반지를 낀 누구도 정의를 굳건히 지킬 만큼 강철 같은 인격을 갖고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하는 물건은 뭐든지 훔칠 수 있을 테고,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라도 동침할 수 있을 것이다. 거짓말 또한 기게스의 반지처럼 우리의 사악함을 은폐한다. 사악함을 발각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모든 사람들이 이 같은 은폐용 망토를 자신의 이익에 이용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하리라는 것 정도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일부 음모론이 진실로 판명되는 이유는 이런 식의 은폐를 자신의 이익에 활용하는 자들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미국 중앙정보부가 미디어를 조종한다는 음모론이다.

 

49

이들이 왜 틀렸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공학 관련 전문 지식이 있거나 그런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을 신뢰해야 한다. 전문 지식이 없는 우리로서는 전문가들을 신뢰하는 선택지를 받아들이는 것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러나 권위자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사상 최저치로 추락해버렸다. 정치가로 변신한 이탈리아의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Beppe Grillo)가 했던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세상을 정복하는 자들은 아마추어들이고, 나는 그래서 기쁘다. 전문가들이야말로 세상을 이 꼴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대한 이런 식의 폄훼를 불합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매우 중요한 의제에서 전문가들이 저질러온 잘못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방과 당분 중 건강에 더 나쁜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평가, 세상 모든 컴퓨터에 위험이 닥친다고 했던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 예언, 이라크 내 대량 살상 무기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세계 금융 시장의 건전성 평가, 유로화 도입의 장점 등의 쟁점을 다루는 데 있어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은 오류를 저질렀다.

 

이성적 진실

57

스피노자가 생각하기에 이런 인식의 가치는 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스피노자는 사물을 영원의 상 아래에서(sub specie aeternitatis) 보는 것이 이성의 본질이라고 썼다.

완고한 합리주의 철학자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들은 이성의 힘에 대한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의 야심만만한 주장 대부분을 포기했다. 많은 수의 철학자들이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가 했던 다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순수이성을 통해 절대 진리에 도달하는 일은 단연코 불가능하다.”

데이비드 흄은 18세기에 이미 합리주의의 근원적 결함을 밝혀냈다. 그에 따르면 순수이성이 분석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개념들 간의 관계뿐이었다. 순수이성은 개념들이 관계하는 세상 만물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예컨대 “1+1=2”라는 설명은 숫자에 대한 진리를 말하지만, 사물 두 개를 더했을 때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하는 것이다.

 

60

사람들은 보통 이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일을 이성이 틀렸음을 폭로하는 일과 혼동한다. 우리가 하는 사유 대부분이 냉정한 지성에 의해 차분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가득 실린 뜨거운과정을 통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는 심리학의 증거로 무장한 채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이성을 사건 이후의 정당화를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깎아내린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인간은 합리적인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존재, ‘타당한 이성을 근거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소급적 사유를 통해 이유를 찾아내는 존재가 된다.

이성을 바라보는 가장 합리적인 관점은 이성을 지나치게 격상시키는 것도 너무 끌어내리는 것도 아니다. 이성은 불완전한 사용자들이 쓰는 불완전한 도구다. 가능한 한 이성적이 되려고 노력하되 믿음의 진실성에 대한 우리의 확신과 그 노력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 조율 과정에는 확신의 정도에 대한 현실주의적 태도가 필요하다. 수동적이 추종의 대상인 이성은 우리를 진리로 이끌지 못한다.

 

경험적 진실

66

관념 간의 관계는 수학, 기하학 그리고 순수 논리적 진리와 관련이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대로 이런 진리는 정의상 진리일 뿐 실제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는다. 반면 사실은 순수한 논리만으로는 확립될 수 없다. 이는 또한 사실이 100퍼센트 확실하게 확립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흄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어떤 사실이건 그 반대의 사실이 존재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내일 태양이 떠오르지 않으리라는 명제는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는 확언 못지않게 타당한 명제이며,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반박 가능성 또한 정확히 그 확언 만큼이다.”

예컨대 지구에 거대한 소행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가정해 보면, 내일 태양이 뜨지 않을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결국 확실성의 부족은 경험적 진실을 다룰 때 받아들여야 하는 대가의 일부다. 세상에 대해 알 가능성을 확보하고 싶다면 확실성은 단념해야 한다. 절대적 확실성은 수학의 공리나 논리 법칙 등 순순하게 개념적인 문제에 국한된다.

 

창조적 진실

74

말 때문에 진실이 바뀌듯, 새로운 진실로 인해 말이 바뀌기도 한다. 동성 커플이 결혼할 수 있게 되지 결혼의 의미가 변화·확장됐고 이는 결혼에 필요한 것들에 대한 새로운 진실을 창출했다. 진실은 늘 창조되고 있으며 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현실을 변화시킨다. 경제 불평등에 대한 진실은 엄연한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일 즉 기정사실(旣定事實, fact on the ground)’은 건설, 폭격, 공공정책에 의해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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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사실이라는 용어는 원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 이스라엘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대중화된 표현으로, 이스라엘은 폭격과 건설을 통해 원주민을 몰아낼 때 이스라엘인들의 팔레스타인 거주를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77

트럼프 같은 사람들의 악의 없는 과장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이 실제로는 전혀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는 과장의 목적이 사람들의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것, 무언가 가장 크고 가장 위대하고 가장 화려하다고 믿으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상을 채워주는 것은 악의 없지도 무해하지도 않다.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대필한 작가 토니 슈워츠(Tony Schwartz)가 인정한 그대로다. 그는 기만이란 결코 무고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이제는 악명을 떨치게 된 악의 없는 과장이라는 구절과 절연했다.

악의 없는 과장이라는 표현은 형용모순이다. 그것은 그저 거짓말이긴 하지만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라고 말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진실을 창의적으로 날조할 수 있는 다수의 방식을 인식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또한 이 작업을 통하면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새로운 진실을 날조하려는 시도에 대응할 도구를 얻을 수 있다.

 

상대적 진실

80

에스키모(Eskimo) 사람들의 눈에 관련 단어 이야기는 사실 도시 괴담이다.”

어떤 말이 맞을까? 영리하긴 하지만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는 대답을 하자면 이렇다.

그것은 진실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런 얼버무리기 식 답변에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이누이트 족의 눈 관련 어휘는 50개라는 밈은 그 어떤 진실도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라는 관념을 방어하는 데 사용되는 가장 흔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다루는 한 이론인 대응이론(correspondence theory)’을 생각해보자. 이 대응이론에 따르면 눈은 하얗다라는 명제가 참이려면 눈이 실제로 하얀 색이어야 한다. 여기에 상대주의(relativism)’하얗다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대응이론이 제공하는 표면상의 단순성과 명확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83

이누이트의 언어는 포합어(抱合語)로서 다양한 접사들을 거의 무한히 단어에 붙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하나의 단어에 붙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하나의 단어로 간주되는 것과 한 단어를 변형시킨 변화형 단어가 늘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이누이트의 언어는 단일한 언어가 아니라 밀접하게 연관된 언어들이 모여 구성된 하나의 어족이고 그 때문에라도 일부 작은 변형어들이 서로 다른 단어를 만들어내는지 아니면 동일한 단어의 다양한 버전을 만드는 것인지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단어의 수를 세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상이한 관습 자체가 너무 많아서 결과적으로 각각의 관행에 따라 다른 숫자가 산출된다.

 

권력적 진실

90

게다가 지식의 이런 진보는 과학자들은 늘 생각을 바꾼다라는 부정적 고정관념이 시사하는 바보다 더 온건하게 진행된다. 예컨대 1933년에서 2014년 사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에서 섭취하는 열량이 각각 어느 정도여야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권고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저 단백질 12퍼센트가 10~15퍼센트가 되었고, 지방 27퍼센트는 33퍼센트로 약간 늘어났으며, 탄수화물 61퍼센트는 약간 줄어서 50~55퍼센트가 되었다.

세부적인 내용은 바뀌었지만 제대로 된 음식, 통곡물, 신선한 과일을 많이 섭취하라는 근본적 권고는 수십 년 동안 일관성을 지켜왔다. 회의적 태도보다는 유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영양과학이 비교적 신생 분야라는 것, 식단상의 권고에 대한 결정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감안해도 지방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방 관련 이야기가 복잡한 이유는 증거 이상의 요인, 즉 권력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 진실

99

도덕적 판단이라는 것이 행동의 옳고 그름에 대한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두 손 들고 판단 자체를 단념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반응은 아니다. 도덕적 사실은 정의와 발견 자체가 어렵다. 사실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관찰과 증거에 호소하면 된다.

그러나 살인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도대체 어떤 경험적 발견으로 입증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실험을 고안해야 살인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검증할 수 있단 말인가? 현미경이나 망원경을 이용한다고 해도 도대체 어디를 겨냥해서 봐야 특정 행동의 도덕적 본질을 찾아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인에 반감을 갖고 있으며 살해당한다는 것이 피해자에게 불행한 일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이를 통해 살인이 옳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

 

103

사실이 변하면 생각뿐 아니라 마음 또한 바뀐다. 도덕적 진보는 대개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왔다. 가령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인간 이외의 존재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인식이 과학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신념이 증대되면서 이뤄진 일이다. 동성애가 옳지 못하다는 믿음이 약화된 것도 성적 지향은 (일반적으로 최소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오염 입자나 온실 가스 배출이 잘못된 일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은 이런 물질이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에 전적으로 의존한 변화였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특정한 도덕적 가치가 다른 가치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지 않는 태도가 계몽된 태도이자 진보적이라는 통념은 비뚤어진 것일 뿐 아니라 매우 해롭다. 도덕적 가치는 단순히 다른 가치선호의 문제가 아니며 취향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의 도덕적 견해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왜곡되거나 편향된 인식은 왜곡되거나 편향된 도덕, 거짓된 믿음, 잘못된 윤리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세상을 참되고 바라본다고 해도 완전한 도덕적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105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참된 이론은 지식의 습득뿐 아니라 삶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위해서도 극히 소중하다. 참된 이론과 사실이 일치함으로써 이론이 확신을 주고, 그럼으로써 이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그 이론이 제시하는 방향 아래에서 살도록 독려받기 때문이다.”

아무것이나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아무거나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은 더욱 그렇다.

 

총체적 진실

113

진실의 핵심에 도달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핵심 따위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의 믿음을 하나로 결속시켜주는 핵심 가닥들이 있을 뿐이다. 타인을 설득하려고 노력할 때 이 점은 인내를 가르쳐주고, 때로는 설득 자체가 불가능하리라는 깨달음을 준다. 누구든 자신에게 익숙한 생각의 그물망이 끊어지지 않도록 진정 애쓰고 있는데 타인이 그 그물망 중 어느 부분이라도 끊어버리려 한다면, 이들은 자신이 지탱하고 있는 허약한 구조물이 실제로는 턱없이 가느다란 실 몇 가닥에 기대어 허공에 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끊어진 부분을 허둥지둥 다시 이어 붙이려고 할 것이다.

그물망의 기초가 믿음이라면, 그 비유만으로도 자신이 짜놓은 진실의 버전에 갇히게 될 우려스러운 가능성이 제기된다. 슬픈 이야기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중요한 한 가지 문제에 대한 관점을 바꾸려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개 다른 중요한 의견들 전체도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114

예수가 결국 구원자가 아니라거나, 자유무역이 세계의 모든 경제적 폐해에 대한 답이 아니라는 판단을 누군가 내릴 경우, 그는 단지 그 하나의 믿음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전체, 다시 말해 그것과 관련된 일련의 가치, 심지어 이런 가치를 중심으로 형성된 관계마저 포기해야 한다. 믿음이란 건드리는 즉시 간신히 붙여놓은 직물 전체의 올이 풀려 나가는 실 가닥과 같다. 누군가의 진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대부분 그의 세계 전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격한 자기검토의 의무에서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뒤돌아서 자신의 그물망을 정직한 태도로 살피면서, 어느 부분이 탄탄하고 어느 부분에 지지대가 부족하며 어느 부분의 올이 촘촘하게 짜여 있는지, 어느 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는 세계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차근차근 교정해날 수 있다. 지나치게 비관하는 것도, 그물망의 비유에 갇혀 자신의 믿음이 생각보다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단념하는 것도 금물이다.

 

결론

119

탈진실의 세계에서 이런 인식의 미덕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고, 미덕이 사라지는 만큼 악덕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과도한 확신, 냉소주의, 폐쇄적 태도, 끝 모를 개인주의, 권력을 향한 굴종, 더 나은 진실을 구축할 가능성에 대한 불신, 머리와 분리된 직감이 추동하는 도독 등이 이런 악덕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진실의 세계에서 우리가 느끼는 그나마 가장 큰 위안은 인식의 미덕을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악덕을 대놓고 수용하는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영국의 철학자 버나드 윌리엄스(Bernard Williams)가 밝혔던 진실의 두 가지 핵심적 미덕, 진정성(sincerity)’정확성(accuracy)’을 아직도 소중히 여긴다. 이 두 가지 미덕은 진실이 그것을 추구하는 자와 세계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요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실을 올바르게 확립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120~121

모든 구성인자들이 서로 연관을 맺는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체계다. 이 정원의 일부 요소들은 영구적이거나 불변의 것인 반면, 다른 것들은 성장하거나 변하거나 소멸된다. 또한 진실은 정원처럼 정성스레 돌봐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화와 왜곡과 오해와 거짓말이라는 온갖 잡초가 정원을 뒤덮어버리고 만다.

진실은 복잡하지만, 앞서 살펴본 열 가지 유형의 진실 각각으로부터 비교적 간단한 지침을 뽑아낸다면 진실을 꽃피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 종교적 진실은 세속적 진실과 경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별개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2. 생각은 혼자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하는 것이다.

3. 필요한 것은 회의적태도이지 냉소가 아니다.

4. 이성은 확신이 아니라 겸손을 요구한다.

5. 똑똑해지려면 우선적으로 자신의 어리석음부터 인식해야 한다.

6. 진실은 발견뿐 아니라 창조의 대상이기도 하다.

7. 대안적 견해는 대안적 진실이 아니라 진실을 풍성하게해줄 뿐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8. 권력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진실이 권력을 향해말해야 한다.

9. 더 나은 도덕성에는 더 나은 지식이 필요하다.

10. 진실의 인식은 총체적으로이뤄져야 한다.

 

거짓 진실을 방어하는 일은 대체로 우리를 분열시키는 특정 진실을 옹호하는 전투의 형식을 띤다. 전투도 때로는 필요한 형식이지만 군사적 비유가 암시하듯 전투는 반목을 악화시킨다.

더 넓고 통합적인 목표는 우리가 진실을 대할 때 공유하는 가치, 우리를 진실로 이끄는 미덕, 우리가 진실을 밝히도록 도와주는 원리를 방어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같은 방어를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서는 이들은 활짝 열린 문간에서 일을 추진한다. 궁극적으로 진실이란 철학적 사변이나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다.

  "여러분, 슈퍼마켓에서 우유를 살 때 여러분은 유통 기간이 짧게 남은 것을 고릅니까 아니면 길게 남은 것을 고릅니까?"

  거의 모든 사람이 유통 기간이 길게 남은 것을 고른다고 대답했지요. 그러자 다카기 씨가 질문을 하나 더 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집 냉장고에 유통 기간이 짧게 남은 우유와 길게 남은 우유가 있을 경우에는 어느 것부터 드시겠습니까?"

- 돈이 필요 없는 나라/나가시마 류진 지음/최성현 옮김/도서출판 샨티 펴냄/2018.4.25

"가능성은 두 가지이다. 우주에 우리뿐이거나 우리뿐이 아니거나, 둘 다 끔찍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녹색평론 제163호(2018년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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