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자급자족 위주로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400평 밭농사를 하고 있는 우리 집의 농가 소득은 얼마나 될까? 먼저 지출로는 퇴비, 모종, 종자, 친환경 농약, 각종 농자재 구입비 및 가공비(고춧가루, 들기름, 참기름) 등으로 1년에 100만 원 정도가 든다. 수입으로는 친척들에게 그냥 나눠주는 것 외에 고춧가루 등은 팔기도 해서 100만 원 내외가 된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겨우 지출 비용을 만회하는 정도가 된다. 물론 우리 집은 쌀과 과일을 제외하고 따로 구입하는 농산물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말이다. 경험상 1인이 자급자족하기 위해서는 밭농사의 경우 50평 정도가 필요하니 부모님과 함께 사는 우리 집의 경우 실제 자급자족을 위해서는 150평 정도면 충분하다. 400평이면 동생들과 가족까지 따지면 딱 맞는 정도다.

만일 수익을 위해 고추와 같은 단일 작물 위주의 농사를 우리 집같이 농기계 없이 친환경으로 짓는다면 400평에 2~30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최저임금만큼 벌기 위해서는 혼자서 농기계 없이 4,000평 정도를 경작해야 하니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농기계를 사용하는 관행농업으로는 400평 기준으로 건고추의 경우 평균 6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얻는다고 한다. 농업 생산성에는 한계가 있어 소득을 늘이려면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리나라 농가의 농지 면적과 수익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농가당 평균 농지 면적은 1.6ha이고 소득은 35,486달러라고 한다. 가구가 아닌 1인당으로 따지면 도시 노동자의 60% 수준이다. 그런데 도시인 농지 소유가 전체 농지의 49%에 이르며, 차명으로 소유하는 농지는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통계청 기준으로 2020년 우리나라 평균 가구 소득은 5,924만 원인데, 농가 평균 가구 소득은 4,502만 원이라고 한다. 이 중 농업 소득이 1,182만 원으로 전체의 26.2%에 달하고, 농업 외 소득이 36.8%, 이전소득(보조금 등)31.7%, 비경상소득(경조수입 등)5.1%라고 한다.네덜란드의 경우 농가당 평균 농지 면적은 33.8ha이고, 소득은 67,676달러로 도시 노동자와 비슷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농가 수가 네덜란드의 2배 수준이므로, 농가 수를 반으로 줄여 경작 면적을 2배로 늘려야 네덜란드 수준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사실상 농지 가격이 세계 1위로 임대 농지가 반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기에 1인당 농지 규모가 영국의 1/3, 산악 지역인 스위스에 비교해도 1/2.5에 불과하다.

미국의 곡창 지대인 아이오와주 옥수수 농장의 경우 평균 크기가 1,000에이커로 사방 2km이다. 이 정도의 대규모 농장을 가족 위주로 운영하기 위해서 농약은 항공기로 액체비료는 비료용 차량을 이용해 뿌린다. 그러면 인건비도 절약이 되어 대단한 부농일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직불금이 없으면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미국의 옥수수 농가 직불금은 농가 소득의 거의 반을 차지한다. 미국과 호주의 농업 보조금은 재배 면적을 기준으로 지급되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한다. 미국이 농장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거대했던 것은 아니다. 산업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농민 수를 줄이고 농장의 크기를 키워 농산물 가격을 싸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농가당 소득은 2014년 기준 6,000만 원 정도인데, 성인 남성 1인당 수입으로 따지면 4,200만 원이다. 이는 도시 노동자 평균 소득 7,700만 원에 훨씬 못 미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스위스는 농가당 연 6,500만 원 정도를 다양한 형태의 직불금으로 지급한다. 생산성이 약한 고산지대일수록 직불금 비중이 더 높다. 1999년과 2010년을 비교하면, 평야 지대의 농가 소득 중 농업 소득이 37%에서 10%로 줄어들었는데 직접 지불금 비중은 41%에서 62%로 늘었다. 산악 지대의 경우 농가 소득 중 농업 소득이 1999년에 비해 2010년 적자 폭이 3배가 늘었는데, 직접 지불금 비중은 82%에서 98%(2009)으로 늘었다.

식량 위기니 무기화니 하는 이야기를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와 전쟁과 같은 국제 정세의 변화 시기에 다시 거론할 필요는 없다. 식량은 물론 자원의 자급자족은 위기의 시대일수록 더욱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처는 아직도 미흡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이 21%44%인 스위스 반에도 못 미치는데도 오히려 우리는 반대로 스위스의 반도 안 되는 비율로 직불금을 지급해 주고 있다.

농민 지원금의 형태가 직불금(가구별, 농지 크기별)이든 기본소득(개인별)이든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이든 농민이 늘어나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란 항상 완벽할 수 없으며, 사각지대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농지 가격은 세계 1위 수준이며, 농지의 반 이상은 임대농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임대농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직불금이나 기본소득의 지원금을 늘릴수록 임대비는 늘기 마련이다. 지금도 직불금을 임대농이 받는 경우, 소유자가 받는 경우보다 임대비가 비싸다. 지원금이 늘수록 임대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실제 영세한 농민들에게는 혜택이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비싼 농지를 살 여력도 되지 않는다. 농산물 수급이 안정되지 못하고 유통 구조의 문제로 2~3년 밑진 것을 1년 벌어 갚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불규칙한 손실을 보상해 주는 안정적 예산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영세농에게 농지의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시키지 않고서는 지원금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바로 농산물 가격이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이 농민이다.

엥겔이 엥겔계수를 발표할 당시에는 외식비, 식료품 가격인상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 가계의 생활수준을 엥겔계수를 통해 측정하기에는 다소의 무리가 있으나 엥겔계수가 25% 이하이면 소득 최상위, 25~30%이면 상위, 30~50%이면 중위, 50~70%이면 하위, 70% 이상이면 극빈층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엥겔계수가 200013.29%에서 지난해 12.86%21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한다. 이는 수입 물가의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소득 최상위에 속한다. 식료품비는 저소득층보다 오히려 고소득층이 유기농 등 고급 식품비로 높아 엥겔계수가 높아지기도 한다. 어쨌든 엥겔계수가 낮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저평가되었다는 말이다.

나는 농산물 가격이 지금의 2~3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당연히 2차 생산물의 가격도 뛰고, 생존에 필요한 농산물 구입비가 늘어나고 소비 심리가 줄어들어 자동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거나 멈추게 된다. 그리고 적은 농지로도 충분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고물가에 취약한 저소득층은 농업에 종사하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거나 농산물을 지원하면 된다. 성장이 멈추면 좀 더 생태적인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제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느냐에 있다. 이 과정으로 가는 길에 직불금이나 기본소득이 소금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농업은 철기 문명과 함께 자연생태를 파괴하고 인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게 만들었으며,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다시 농지를 늘이는 악순환으로 인간을 노동의 노예로 만든 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수렵채취 시대로 돌아갈 수 없고, 총과 칼의 현대문명으로 수렵채취 사회는 더 위험하다. 지금 우리가 그나마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려면 경제 성장을 멈춰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소농 위주의 친환경 농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산물 가격이 제대로 평가되고, 지금 당장은 직불금이나 농민소득 같은 농민 지원금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반 일리히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에 따르면
사람은 몸무게 1g을 1km 이동 시키는데 0.75cal를 소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몸무게가 65kg인 사람이 1km 이동하는 데는 65kg×1,000×0.75cal=48,750cal(48.75kcal)가 소비된다.
자전거로는 평탄한 도로를 달릴 때 자기 체중의 1g을 1km 이동하는 데 겨우 0.15cal밖에 소비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전거는 걷는 것보다 3~4배나 빨리 이동할 수 있으면서도 걷는 것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5배나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자동차의 경우는 어떨까?
경유의 열량은 1리터 당 9,800kcal, 휘발유는 8,300kcal다.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연비가 12km라면
휘발유로 1km 이동하는 데는 8,300kcal÷12km=690kcal다.
도보로 1km 이동하는 데 48.75kcal, 자전거로 이동하는 데 9.75kcal가 소비되는 것에 비하면
각각 14배, 70배 정도 비효율적이다.
1인 탑승 기준으로 자동차의 무게가 1.5톤 정도라면
일반적인 사람 몸무게의 20배가 넘는 무게를 이동시켜서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 비효율적인 것이다.

사람이 인력만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 1cal를 소비해 10cal를 생산한다고 한다.
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지을 경우에는 10cal(3cal라고 하는 곳도 있다)를 소비해 1cal를 생산한다고 한다.
기계를 이용한 농사는 인력만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에너지 측면에서 30배~100배는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에너지 측면에서만 본다면 1cal를 생산하기 위해서 3~10cal를 소비하는 사람을 제 정신인인 사람으로 볼 수 있겠는가.
또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과도한 에너지 소비는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옛날 소련 시절에 쿠바는 풍요로웠다. 소련이 쿠바의 사탕수수를 국제 거래 가격의 세 배 가격으로 구입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련의 몰락과 미국의 경제 제재에 따라 쿠바는 파국을 맞았다. 쿠바는 자급자족 경제가 아닌 수입과 수출에 의존한 경제였기 때문이다. 쿠바의 원유는 대다수 심해 유전으로 개발이 어려워 미국이 쿠바 해상을 봉쇄 전에는 소련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해 왔다. 사탕수수나 담배 등 환금작물 위주였던 쿠바 농업은 1990년대 이래로 수출이 막히고 비료나 농약 등이 부족해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곧 바로 식량 위기가 닥쳤다.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다. 트랙터 등의 농기계도 가동할 수 없었던 쿠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도시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유기농 방식의 농사로 먹고 살아야 했다. 정부에서 도시 유기농 정책을 적극적으로 장려해 너나 할 것 없이 화분이나 도심 공터에 농사를 지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지은 농산물의 거래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소득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의 경우는 어떠한가. 1995~1998년 동안 북한은 홍수와 우박 등 자연 재해가 계속되어 식량 생산이 크게 타격을 입었다. 소련의 붕괴로 소련으로부터 원조도 받을 수 없었던 북한은 식량 배급을 중단해야 했다. 북한은 국제기구에 식량 원조를 호소하였고 국제사회로부터 수년 간 수백만 톤의 식량 원조가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북한에서 굶어 죽은 사람이 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당시 북한의 식량 자급률은 평균 75% 정도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사료용 제외)45.8%, 곡물 자급률(사료용 포함)21.0%OECD 최저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타격을 입자 한때 곡물 수출국들이 긴급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만약에 이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기후위기로 세계 곡창 지대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어 식량을 수입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북한은 75%의 식량 자급률에 한 해에 평균 70만 명이 넘는 아사자가 발생하였다. 식량 수입이 막히면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 20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쿠바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도심 유기농업도 옛날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텃밭 상자도 보급하고, 텃밭도 분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텃밭의 경우 개인들이 분양하는 텃밭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텃밭은 친환경 농법을 의무화하는 등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수 있어 경쟁률이 높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시민 텃밭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특히 서울과 같은 경우에는 도심에 텃밭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확보한다고 해도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서울은 양평과 같은 서울 인근에 텃밭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을 위한 텃밭을 마련하려면 규모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사유지는 임대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도시 텃밭은 지자체의 땅보다는 주로 국유지를 임대해 사용한다. 텃밭 분양비를 받기는 하지만 임대비와 관리비, 텃밭 축제 등 행사비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 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면 텃밭을 더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텃밭을 원하는 시민들은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밭이 바로 집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출퇴근하듯 다니기도 쉽지 않고, 비록 몇 평 되지 않아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텃밭을 가꾸기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또 소규모로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해서 유기농산물을 사 먹는 게 오히려 싸고 편하기 때문이다. 시민 텃밭을 크게 확대하려면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대다수 시민들의 요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자체에서 분양 받은 텃밭에서 키운 작물의 경우 제도적인 문제로 기본적으로는 판매를 할 수 없다. 자신이 소비하거나 이웃이나 친지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몇 평 되지 않는 텃밭이라도 여러 가지 작물을 골고루 심지 않으면 한 가족이 먹기에도 많은 양이 생산된다. 특히 상추 종류가 그렇다. 작물을 많이 가꾸어 보지 못해 수확량을 예상하지 못하거나 한 작물에 조금만 욕심을 내도 먹고 이웃에 나눠주고도 남을 만큼 생산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판매하기를 원하는 시민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불만을 해소하고 텃밭 행사도 풍성하게 하기 위해 텃밭 축제 등 행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신청을 받아 판매를 허용하기도 한다. 시민 텃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쿠바처럼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을 쉽게 팔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만일 기후 위기 등으로 식량을 수입할 수 없게 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굶주림을 피할 수 없다. 주식이 될 수 있는 식량은 생산하는 데 적어도 3개월은 걸린다. 거기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있어서 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쌀 공공 비축량은 총 80t이다(2021년에는 쌀을 3882t 생산). 이는 쌀 연간 소비량의 약 18% 수준으로 FAO의 적정 식량 비축 권고량이라고 한다. 가공식품을 제외하고 쌀 비축량만으로 두 달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1970년대 초에 1인당 1년 쌀 소비량은 140kg 가까이 되었으나 지금은 그 반도 되지 않는다. 다른 곡물을 수입할 수 없게 되면 쌀 소비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말이다. 실제 곡물을 수입할 수 없게 된다면 쌀 비축량만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한 달 정도이다. 우리 국민이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밀은 자급률 0.7% 비축량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853t이다. 2019년 밀 비축량 1201t에 비해 91.6% 급감했다. 2019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3.0으로 쌀(59.2) 다음으로 많았다. 연간 밀 소비량이 2128t인데 이 비축량은 국민 하루 소비량의 1/7에도 못 미친다.

식량을 자급자족하기 위해서는 쌀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논의 면적을 두 배 늘리거나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두 배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토지의 비율을 보면 논의 면적을 두 배 늘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품종 개량도 한계에 와서 아무리 품종 개량을 하고, 문제가 많은 GMO를 도입한다고 할지라도 두 배의 생산량 증가는 불가능하다. 다행인 것은 기후온난화로 과거에 비해 밀이나 보리를 이모작할 수 있는 농지가 많이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또 거기다가 시설 재배 기술의 발달로 토지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심에서 쌀을 재배하기는 어려워도 텃밭이나 텃밭 상자에 옥수수나 구황작물인 감자나 고구마는 쉽게 재배할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조합으로 어느 정도 식량 위기는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몇 개월 동안 굶주림은 피할 수 없고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굶어죽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쿠바가 식량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알고 있다. 식량 위기가 닥치기 전에 도시 농업을 활성화해서 미리 식량 자급률을 높이면 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도심에서 가능한 식량 생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많이 보급되지는 않지만 지금도 텃밭 공원, 학교 텃밭, 아파트 단지 텃밭 등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다.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옥상 텃밭, 베란다 텃밭, 화분 등을 이용한 상자 텃밭을 가꾸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 공원, 아파트나 학교의 공터, 건물 옥상의 대부분을 텃밭으로 만들도록 법으로 제정하거나 조례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를 지을 때 일정 비율 공원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공동 텃밭을 만들도록 해야 하고 건물을 지을 때 소방 시설처럼 옥상에 텃밭을 만들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지금도 가꾸는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충무로에 있는 CJ제일제당 건물 1층 로비에 벼를 키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전시용이라 실내 조명으로 벼가 제대로 여물이 들지는 의문이지만 벼는 잘 자랐다. 농사짓기에 필요한 공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지금은 베란다 확장으로 아파트 평수를 늘리지만 식량 위기가 닥치고 식량 가격이 미치듯이 뛰면 베란다를 텃밭으로 바꾸는 공사가 유행할 수도 있다. 굳이 흙을 고집할 필요 없이 수경재배를 이용하면 작은 베란다도 효율적으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경작지가 된다. 도심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워진 주차타워를 텃밭타워로 바꿀 수도 있다. 서울은 한강 고수부지만 하더라도 엄청난 면적의 농지가 될 수 있다. 홍수 시 범람의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지금도 일부 농부들은 하천의 고수부지에 농사를 짓고 있다. 홍수 시기만 피해 얼마든지 작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 위기가 닥쳐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농사로 안정되고 확실한 수입이 보장되면 그만큼 텃밭이나 텃밭 상자 등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고, 농사를 직업으로 하겠다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또 소규모 도심 농업에 관한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실제 식량 위기가 닥친다면 정부나 기업, 개인들이 빠르게 조치를 취하겠지만 부족한 식량 생산에는 수개월이 필요하므로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피해는 피할 수 없다. 단지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간을 얼마만큼 빨리 마련하느냐에 따라 피해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식량 문제는 위기가 닥친 후 조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위기가 닥치기 않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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