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업을 해 본 다고 필리핀에서 좀 산 적이 있었다.
필리핀에 사는 친구 집에 얹혀 살았는데
친구가 사는 옆집 현지인 친구 시골에 놀러갈 기회가 생겨 함께 놀러갔다.
시골이라 대부분의 청년들은 할 일이 없어 놀고 있었고, 아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아이들의 피부색이 너무 다양한 게 신기했다.
백인 피부에서 거의 흑인 피부까지 그라데이션을 이루고 있었다.
필리핀은 원래 다양한 언어와 민족으로 구성된 섬나라인데다가
스페인과 미국, 일본 식민지를 거치면서
더 다양한 피부색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모아 놓고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좋아하며 혼쾌히 승락했다.
이 아이들이 지금쯤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지 않았을까 한다.
친구가 사는 아파트에도 한 가족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스페인계인 듯 싶지만 피부는 토착민처럼 약간 검었고,
누나는 완전히 백인, 동생은 거의 흑인인 가족이 있어서
누가 보아도 세 명이 한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누나는 독일인 아빠였고, 동생은 파키스탄인 아빠였다.
우리나라도 지금 나름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산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단일민족국가라는 말을 들어 왔지만
수 많은 외침을 겪었고 서역과도 활발한 교역을 이루었던
우리를 정말 단일민족국가라고 할 수 있었을까?
또, 종교, 민족, 이념 등 다양한 형태로 나와 남을 구분하고, 차별하며,
전쟁을 일으키는 현실에서 굳이 나와 남을 구분하는 게 옳은 것일까?
필리핀의 시골처럼 다양한 피부색의 아이들이 서로 차별없이 어울리듯
다양한 민족, 다양한 종교, 다양한 이념이
서로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