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인간의 두 얼굴-내면의 진실

EBS <인간의 두 얼굴> 제작팀 지음/지식채널 펴냄/2010.6

 

28p

이들의 실험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들에 비해 변화를 더 잘 알아차린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와 대니엘 레빈(Daniel Levin)은 이를 사회적 집단의 차이로 설명했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일 경우에는 변화를 잘 알아차리지만, 다른 나이대의 사람인 경우에는 속한 집단이 다르기 때문에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대학교 내에서 공사장 인부 차림의 실험자가 동원되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실험자가 학생의 복장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비교적 잘 알아차렸지만 공사장 인부의 복장일 경우에는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사회적 집단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변화에 둔감했던 것이다.

 

32p

이런 착각을 변화맹이라고 부른다. 이는 말 그대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 이외의 것에 소홀하게 되면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을 경험할 때 이에 해당하는 정보를 전부 수용하지는 못한다. 많은 정보들은 걸러지거나 버려지며, 바로 이때 우리는 보았으면서도 보지 못하는경험을 하는 것이다. 앞의 실험에서 실험참가자들은 길을 가르쳐 준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고 다음에 이어진 실험에서는 문진표를 작성한다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눈앞에서 사람이 바뀌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국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상황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변화조차 알아차릴 수 없게 만든다. 이것이 착각의 시작이다.

 

37p

이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심리적 편향성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편향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왜 자신이 선택한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착각했는지, 또 어째서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이 사실과는 다른 것임에도 진실이라고 착각했는지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인간의 심리적 편향성에 대한 설명으로는 기본적 귀인 오류가 있다. 심리학자 리 로스(Lee Ross)가 명명한 이 오류는 타인의 행동에 대해 외부 상황의 영향보다 그 사람의 성향에서 원인을 찾는 경향을 말한다.

 

38~39p

우리는 타인의 행동에 대해 상황보다 그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은 너무나도 일반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기본적귀인의 오류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때는 반대로 나타난다. 이것을 행위자-관찰자 편향이라고 한다. 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할 때는 상황적 요소를 많이 고려하는 반면,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요인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을 말한다.

 

43~44p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봉투를 다른 사람의 것과 바꿔서 읽어보세요.” 심리학자가 이렇게 말하고 나자, 각자 서로의 분석을 바꿔 읽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알고 보니 다섯 명의 성격 분석은 똑같은 내용이었다.

이 안에는 도대체 어떤 말이 적혀 있었던 걸까?

 

당신은 스스로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당신은 약속을 중시하는 사람이며 책임감이 강합니다. 당신은 속정이 많고 보기보다 다정다감해서 남의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하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자존심이 강해서 남에게 머리를 숙이고 아쉬운 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조직에서 생활할 때는 자존심을 굽힐 줄 아는 현명함도 있습니다.”

 

어떤가, 당신도 혹시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심리학에서는 바넘 효과라 불리는 이런 현상은 19세기말 미국의 유명한 서커스 흥행사였던 바넘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두 개의 명언을 남겼는데, 하나는 서커스 공연에서는 항상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신에게 해당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 순간 그는 잘 속아 넘어가는 얼간이를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바로 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무언가잘 속아 넘어간다는 것이 바넘 효과의 핵심이다.

 

49p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만 바라보는 것만 같은 착각,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스포트라이트 효과라고 한다. 이 역시 다른 착각처럼 마음의 자기중심적인 특징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코넬대 심리학과의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착각 중에 하나는 우리가 실제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덜 관심을 기울입니다.”

 

54p

부부 싸움을 하는 많은 부부들은 서로 상대방의 말하기 방식이나 태도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제작팀이 한 실험이 보여주듯이, 그것은 자기중심성에서 비롯된 하나의 착각일 수 있다.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잘 생각해 보면 자기중심적인 시각이 불러온 문제인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나보다 더 잘못했고, 내가 상대방보다 더 잘했다고 느끼는 것 역시 객관적인 평가이기보다는 자기중심성에서 비롯된 착각일 수 있다.

 

55p

토론 때 누가 가장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는가에 대해서도, 세 사람 모두 자기가 가장 주목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 역시 객관적인 사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이지만, 실험의 결과는 너무나도 분명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62p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인지 체계에 부합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는 취사선택되며 일부는 왜곡된다. 선택적 지각은 기억의 자기중심성에 의해 더욱 강화된 형태로 남게 된다. 우리가 받아들인 정보는 그대로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다. 뇌의 처리 과정을 통해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남는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기억이 오래 유지되는 것이다.

 

64p

우리가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는 1초에 11백만 개 정도이지만, 이중에 겨우 40개 정도만을 뇌에 저장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보고 싶고, 자기가 믿는 것만 보고 싶고, 믿는 대로만 보고 싶어 해요. 자기가 보고 있는 그 세상, 그게 바로 착각이죠.”

-허태균 교수(고려대 심리학과)

 

칵테일파티 효과란, 파티장과 같이 사람이 많고 혼잡스러운 곳에서도 자신의 이름이나 자기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소리를 들으면 다른 소리에 비해 훨씬 더 또렷하게 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68p

사람들은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통제한다고 착각하죠. 이 모든 것들이 다 자기중심성하고 관련이 있고요. 이런 모든 것들이 착각의 한 현상이면서 착각이 일어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허태균 교수

 

심리학에서 통제의 착각이라고 부르는 이런 현상은 운이나 우연, 확률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말한다.

 

73p

영상의 내용이 자동차 충돌 사고였다는 것은 동일했지만, 이것이 충돌이었다는 것을 강조하여 강한 이미지를 심어준 질문은 깨진 유리라는 연관성을 실제로 깨진 유리를 보았다고 믿도록 만드는 것이다. 적어도 이 단계에서, 당신의 기억 속에는 실제로 깨진 유리가 존재하고 있다.

 

74p

이처럼 우리의 뇌는 자신이 지각하는 정보가 실제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또 하나 유명한 개념은 인지 부조화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주창한 이 개념은, 태도와 사실 사이에 모순이 일어났을 때 이를 일치시키기 위해 태도를 바꾸는 경향을 이른다.

 

77p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자신이 행한 과제가 실제로 재미없었다는 느낌(태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 과제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미 일어난 행동) 사이에는 모순이 일어난다. 자신의 신념체계와 이미 일어난 사실 사이에 부조화가 생기는 것이다.

이때, 사람의 마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다. 앞에서 본 자기 유지 본능과 마찬가지로, 마음은 이런 모순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다.

 

86p

UCLA대 심리학과의 샐리 테일러(Sally Taylor) 교수 역시 이러한 편견을 과장된 믿음과 관념의 결과이기 때문에 일종의 착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단순히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만이 착각이 아니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의해 실제와는 다른 것을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착각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피하기 어려운 잘못된 믿음, 이것을 우리는 사회적 착각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편견은 상대 집단 혹은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의미한다. 이 부정적 평가가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하지 않다.

 

96p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법학연구실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로젠한(David Rosenhan)은 논문에서 인간의 정신 진단은 내면이 아닌 맥락 속에서 내려지며 그런 진단이 엄청난 실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98p

정신과 의사에게 제 발로 찾아와서 증상을 이야기한 사람은 우선적으로 환자로서 카테고리화 되는 것이다. 일단 고정관념이라는 마음의 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그 사람의 개체적 특성보다는 그가 속한 집단 내에서 평가받게 된다. 이에 대해 의심하거나 카테고리 밖에서 생각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 역시 이 실험은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아무런 정신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이 최대 52일 동안 정신병원에서 입원생활을 해야 했던 것이다.

사회심리학자인 토머스 길로비치는 이를 확증 편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 체계에 부합하는 정보에 대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쉽게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입관이나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중시하면서 반대되는 정보는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성은 편견에 기반하고 있을 경우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것을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114p

후광 효과란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 그 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나 평가가 다른 특성을 바라보는 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학력에 따라 상대방의 능력을 검증도 해보지 않고 높게 평가하는 것이 바로 그런 예이다.

 

123p

우리의 사회적 착각은 고정관념에 의해서 형성되고, 이 고정관념이 우리의 의식 체계를 형성하는 요소로 들어오면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지과학에서는 이를 정보처리의 효율성 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 항상 의심하거나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은 인간이 받아들이는 방대한 정보의 양을 생각할 때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뇌는 받아들이는 많은 정보들을 기존에 가지고 있는 선입관이나 확신을 통해 재빨리 처리한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뇌의 구조가 우리 선조에 해당하는 유인원 시기에 확립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숲 속에서 불명확하게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을 때, 판단이 늦거나 주저하는 일은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정보를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성향이 단순히 문을 여는 정도의 일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행동에 있어서도 나타난다는 점이다.

 

140p

세상이 아름답고 공평하고 정의롭다는 생각은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믿고 생각하면 그렇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셀리 테일러 교수

 

152~153p

우리는 앞서 변화맹이 주의가 선택적으로 쏠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보았다. 경인 씨나 승조 씨와 같이 자신이 선택한 것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선택맹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실험은 스웨덴의 심리학자 라르스 할(Lars Hall)2005'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실험을 참고한 것이다. 할의 실험에서도 약 80%의 참가자들이 사진이 바뀐 것을 알아채지 못했고, 바뀐 사진을 받아들고 그것을 선택한 이유를 만들어냈다. 인지과학에서는 이를 자기유지 본능또는 항상성 유지 본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스스로를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경험하는 세계를 일관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159p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이 두근두근거리면 그 이유를 찾으려 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그 여성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건 분명히 착각이고 이것을 귀인의 오류라고 합니다.”

-이철우 박사(사회심리학)

 

제작팀이 한 실험은 심리학자 발린스(S. S. Valins)의 실험을 각색한 것이다. 발린스는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누드 사진을 이용해 인간이 흥분하는 정도를 측정했는데, 그의 실험에서도 가짜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어 실험참가자들에게 자신이 흥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실험참가자들은 심장박동 소리가 빠르게 들린 누드 사진에 대해 높은 평가를 했다.

 

206~207p

부모나 주위 사람의 언어습관과 행동에 따라 사람의 능력이 달라지게 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른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름을 딴 것이다.이 남성 조각가는 여성을 혐오하여 평생 혼자 지내기로 결심했는데, 자신이 조각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자신의 조각상과 같은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해달라고 기원했고,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피그말리온이 집에 돌아와 여인의 조각상에 키스를 하자, 그 조각상에 피가 돌아 살아 움직이는 인간으로 변한 것이다. 신화에서처럼, 현실에서도 실제 상대가 어떠한지에 상관없이 기대와 지지를 심어주면 그 사람은 변화한다. 특히 한창 성장하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작용했을 때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246p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회의적인 의견을 피력했던 후보가 당선되자 저 사람이 될 줄 알았어.”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나, 대규모의 참사가 일어났을 때 방송에 나와 이를 분석하면서 예고된 사건이었다.”고 말하는 전문가를 본 기억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사후 인식 편향이 드러난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사후 인식 편향이란 이미 결과가 나온 상태일 때, 이 결과가 자신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부정하고 신이 이미 그 결과를 예측했다고 주장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이때 그 사람에게 과거의 일은 새로운 시각을 통해 받아들여진다. 내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고 생가하게 되는 것이다.

 

254p

이것은 수없이 일어나는 다른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핵심은 우리가 먼 훗날의 일에 대해서는 그것의 의미를 중심으로 파악하는 데 반해서 가까운 일에 대해서는 절차중심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할 수 있는 착각 중 하나이다. 언제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에 걸리는 절차와 그 일의 의미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모든 일을 의미중심의 상위 수준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가까운 미래나 현재의 일이라고 해서 절차만을 따지는 하위 수준으로 생각하면 그 일이 다만 지루하고 귀찮아질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오늘과 내일이 모여 먼 미래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충고는 아주 타당한 것이다.

, 인간을 읽다

마이클 코벌리스 지음/김미선 옮김/반니 펴냄/2013.3.30

 

21~22p

뇌의 나머지 부위에 대한 신피질의 비율을 구해 보면 우리는 4.1로 다른 영장류들보다 위에 있고, 침팬지가 3.2, 고릴라가 2.65, 오랑우탄이 2.99, 긴팔원숭이가 2.08로 바짝 뒤를 따른다.

 

이 비율은 함께 생활하는 집단의 크기에 비례해 커지는 것 같다. 긴팔원숭이는 약 15마리의 집단과, 오랑우탄은 약 50마리의 집단과, 침팬지는 약 65마리의 집단과 생활한다. 다소 고독한 고릴라는 오히려 예외적인 것 같다. 우리 사람족 선조들의 뇌 크기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추정하자면, 집단의 크기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경우 약 60명으로 일정했지만 250만 년 전쯤 사람속이 출현하면서부터 꾸준히 커지다가 호모사피엔스에서 절정을 이루었음에 틀림없다. 공식에 따르면, 인간의 집단 크기는 약 148명이어야 한다. 전형적인 신석기 마을의 집단 크기와 일치한다. 물론 현대 도시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살고 있지만, 실제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만 합산한다면 그 수준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51p

인간의 뇌가 주의를 통제하는 방식은 비대칭적이다. 좌뇌는 공간의 오른쪽에 주의를 기울이는데, 우뇌는 왼쪽을 향해 어느 정도 편향되어 있긴 하지만 양쪽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므로 우뇌가 손상된 환자는 왼쪽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지각하지 못하며, 이 현상을 편측무시라고 한다. 편측무시 환자는 접시의 오른쪽에 담긴 음식만 먹고, 몸의 오른쪽에만 옷을 걸치고, 왼쪽에서 말을 거는 사람을 무시하고, 체스에서 왼쪽 측면 공격을 당하면 쉽게 질 것이다. 유명한 예가 있다. 독일의 화가 로비스 코린트(Lovis Corinth)1911년에 우뇌가 뇌졸중에 걸렸지만 14년 뒤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그는 52쪽에 보이는 초사오하에서처럼 왼쪽을 무시하는 작품을 많이 그렸다.

 

62p

캘리포니아 신경외과의 필립 보겔(Philip J. Vogel)과 조지프 보겐(Joseph E. Bogen)이 난치성 간질 환자를 치료하려고 뇌의 양쪽을 잇는 커다란 섬유 다발(뇌량)을 절단하기로 했다. 발작의 전파를 막자는 발상이었고, 그런 면에서 수술은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이었다. 발작은 크게 줄거나, 약물 요법으로 즉시 진정되었다. 처음에는 이 수술이 이원론을 입증하는 것 같았다. 보겐은 분리뇌 환자들이 소위 사회적 정상성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일상 행동이 완전히 정상으로 보인다는 뜻이었다. 수술 후 환자는 골이 쪼개지도록 아픈 것만 빼면 괜찮다는 농담까지 했다.

 

그렇지만 이원론은 오히려 타당성이 떨어졌다. 심리학자 로저 스페리(Roger W. Sperry)가 더 구체적인 실험을 해 보았다. 뇌의 양쪽을 따로따로 실험했더니 각각 나름의 생각, 느낌, 기억을 가지고 나름의 의식 안에 거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가 발견한 대로라면 좌뇌와 우뇌가 서로 다른 종류의 의식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말이나 계산은 좌뇌만 할 수 있었고, 우뇌는 공간 처리나 감정 처리에 더 능숙한 것 같았다. 스페리는 이 연구 결과로 1981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70p

방추상얼굴영역이라고 하는 뇌의 측두엽에 있는 특별한 부분에서, 얼굴에 관한 정보를 부호화하고, 누군가를 아는지 모르는지에 관한 정보를 재빨리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 같다. 방추상얼굴영역이 손상을 입으면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만 잃어버리는 반면 다른 사물을 알아보는 능력은 멀쩡할 수 있다. 이것을 얼굴인식불능증이라고 하며, 올리버 색스(Oliver Sacks)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주목할 만한 한 연구에서는 환자들의 측두엽에 가느다란 전극을 꽂아 인간의 뇌 덩어리를 구성하는 1억 개의 세포 가운데 일부 세포의 활동들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이 기록의 목적은 간질 발작의 출처를 찾는 것이었다. 한 환자의 경우에는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턴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여줄 때마다 한 개의 특정한 세포가 활성화되었다. 그 세포는 다양한 자세의 애니스턴에게 반응했지만, 같은 사진에 브래드 피트가 나타나면 마치 뭔가 안다는 듯 침묵을 지켰다.(제니퍼 애니스턴과 브래드 피트는 결혼 후 5년 뒤에 이혼했다.)

 

71p

자전거나 나무와 같은 대부분의 사물은 뒤집어도 알아보기 쉽다. 그러나 얼굴은 뒤집으면 기묘하리만치 알아보기 어렵다. 72쪽 위 그림은 얼굴을 묘사하지만, 돌려보기 전에는 그것이 얼굴임을 알아보기 거의 불가능하고, 심지어 돌려놓은 다음에도 약간은 노력을 들여야 할지 모른다. 72쪽 아래 사진은 미소 짓는 마거릿 대처임을 알아볼 수 있다 싶지만, 막상 돌려놓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여기서 쓴 트릭은 입과 눈을 똑바로 두고 얼굴의 나머지만 뒤집는 것이었다. 이는 눈과 입이 얼굴을 알아보는 데 상당히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똑바로 세우고 볼 때만 해당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얼굴은 다른 사물들과 달리, 흑백이 뒤바뀐 음화로는 거의 알아볼 수 없다. 이는 교묘한 속임수를 써서 입증할 수 있다. 73쪽 위 그림의 가운데에 있는 네 개의 점을 20초가량 응시한 다음, 빈 벽이나 백지를 바라보라. 그 결과를 부의 잔상이라고 하며, 이 경우에는 틀림없이 얼굴이 보이고, 아마 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73쪽 위 그림은 그 얼굴의 음화다.

77~78p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욕설의 약 3분의 2는 좌절, 분노, 놀라움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욕설은 일종의 공격적 무기로서 신체적 폭행을 대신하는 구실을 할 것이다. 욕설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 외향적인 사람, 적개심에 가득 찬 사람이 더 많이 하며, 온순한 사람, 양심적인 사람, 종교적인 사람, 성적으로 불안한 사람은 욕설을 덜 한다. 욕설은 단순히 일종의 속어일 수도 있어서 죽인다쿨하다와 같은 다른 유사 단어들보다 더 불쾌할 것도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성 집단에서는 욕설이 충성의 상징일 수도 있다.

 

화가 났을 때 욕을 하느냐 마느냐는 뇌 깊숙한 곳의 몇몇 영역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이며, 감정과 관련되는 편도체라는 구조가 여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 선택은 아마 더 차원 높은 구조들, 특히 전두엽이 욕하려는 충동을 억누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피질이 손상되어 정상적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도 흔히 비속어를 내뱉는 능력만은 유일하게 보유하므로, 그 능력을 그토록 아낌없이 발휘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이는 욕설이 자동적이며 제어되지 않는 것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예로 투렛증후군이 있다. 투렛증후군은 유전되는 신경병이며 강박적 외설증과 더불어 틱 증세를 보인다. 자신도 모르게 욕설과 음담을 내뱉으면서 고개를 홱홱 꺾고, 침을 뱉고, 새된 소리를 지른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이 내뱉는 비속어에 당혹스러워하지만 자신도 어쩌지 못한다. 어떤 식으로든 뇌 안에서 예의바른 피질과 더 원시적인 감정 중추들 사이의 균형이 깨져버린 것이다.

 

83~85p

1977, 젊은 선교사 다니엘 에버렛(Daniel Everett)은 브라질 오지의 피다한족(Pirah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려 했다. 그는 6년간 가족과 함께 그들과 어울려 살며 그들의 언어를 배웠다. 피다한족에게는 시간 개념이 거의 없고 허구나 창조 신화도 전혀 없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현재에 산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었고 그들에게 종교를 이해시킬 수 없었던 에버렛은 오히려 스스로 무신론자가 되었다. 그의 관심은 언어학으로 옮겨갔고, 지금 그는 매사추세츠주 벤틀리대학교에서 예술과학 학장을 지내고 있다.

 

피다한족의 생활의 단순성은 그들의 언어에 반영된다. 그들에게는 색깔에 관한 단어가 없고, 셈을 위한 단어도 세 개뿐이다.(대충 하나’, ‘’, ‘많이로 번역된다.) 그들의 동사에는 현재와 비현재의 단순한 구분만 있을 뿐 시제가 없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를 표현할 방법도 없다. 그들의 문장은 수식문이 없는 단문이다. 에버렛은 그들이 어떤 유전병을 앓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보편 문법이란 단어 자체가 모든 언어가 표면적으로만 다르고 공통의 기본 구조를 타고난다는 뜻을 함축한다. 촘스키가 이 결론에 도달한 주된 이유는 인간이 언어를 닮은 무언가를 가진 유일한 종이며, 모든 아이가 모든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피다한어에는 보편 문법에서 으레 기대할 수 있는 구조가 거의 없다.

 

인간의 언어는 어떤 보편 문법의 관념도 편안히 수용할 수 없는, 훨씬 가변적인 것이라는 깨달음 말이다. 심지어 시제가 거의 없는 것도 그렇게까지 유별난 일은 아니다. 예컨대 중국어에도 시제가 없는 대신 과거와 미래를 가르키는 방법으로 어제 또는 내일과 같은 부사를 사용하기도 하고, ‘상 표지라는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령 그는 전에 자신의 다리를 부러뜨렸다.’라는 문장에 들어 있는 전에라는 단어가 상 표직에 해당한다. 영어에서도 이미나 마침내와 같은 부사들을 사용하거나 날짜와 시각 등의 표지들을 사용해서 시간을 더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

92~93p

세계의 언어에는 1,500개가 넘는 서로 다른 말소리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10퍼센트 이상을 사용하는 언어는 하나도 없으므로, 그 때문에 많은 언어에서 성조가 떨어져 나갔을 수도 있다. 언어에는 음성학적 가능성이 지나치게 많이 부여되어 있다.

 

99~100p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는 틀린 기억들이 기억 속에 쉽게 심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슈퍼마켓에서 길을 잃었던 사건이나 열기구에 탔던 사건 등을 떠올려 보라고 하자,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4분의 1 정도가 실제 경험하지 않았는데도 매우 상세하게 설명했다. 기억은 설득력 있는 질문을 받으면 쉽게 바뀌거나 심어지기도 한다.

 

이 사건과 더불어 로프터스의 연구는 과거 사건에 대한 기억을 탐색할 때는 유도심문과 유죄 추정을 피해 조심스럽게 행해야 한다는 것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뇌는 결코 사진기나 녹음기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기억이란 보통 우리의 사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일화에 대한 기억을 의미한다. 이를 일화기억이라고 하며, 의미기억과는 구분된다. 의미기억이란 웰링턴은 뉴질랜드의 수도다.’, ‘설탕의 맛은 달다.’와 같은, 세계에 관한 지속되는 사실에 대한 기억이다. 그런 사실들에는 우리가 아는 모든 단어와 함께 그 단어들이 가리키는 대상들도 포함된다. 당신도 아마 5만여 개의 단어를, 연상되는 사물들, 동작들, 성질들과 함께 알고 있을 것이다.

 

기억상실중에 걸리면 일화기억이 전형적으로 심하게 훼손되는 반면, 의미기억은 거의 온전하게 남는다. 극적인 일례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해마라는 뇌의 부위가 파괴된 뒤 심한 기억상실증에 걸린 영국의 음악가 클라이브 웨어링(Clive Wearing)이다. 일화기억을 상실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이 잠 또는 죽음에서 방금 깨어났다는 인상을 받으며 찰나적으로 살지만, 말도 하고 아내를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아직도 피아노를 치고 합창을 지휘할 수 있다. 그의 의미기억은 대부분 멀쩡해 보인다.

 

일화기억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려도 심각하게 훼손된다.

 

111~112p

단연코 가장 흔한 형태의 공감각이 바로 글자와 숫자로써 또는 요일로써 유발되는 색깔 감각이다. 가장 흔히 보고되는 감각은 색깔인 듯하지만 냄새, 촉감, , 소리, 온도를 포함한 다른 감각들이 유발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공감각을 유발할 수 있는 입력 항목의 종류도 많다. 예컨대 색깔은 냄새, 소리, , 심지어 오르가슴과도 연결된다. 묘하게도 공감각이 쌍방향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글자와 색깔을 연관시키는 사람들에게 색깔을 보여준다고 글자가 보이지는 않으며, 오르가슴에 색깔이 있는 사람들도 다행히 내가 아는 한, 색깔을 보고 오르가슴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1880,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자 프랜시스 골턴(Fracis Galton)은 약 20명 가운데 1명이 공감감자라고 추정했다. 더 근래의 추산으로는 23명 가운데 1명이 유형을 불문하고 공감각자이고, 글자나 숫자로써 색깔을 경험하는 공감각자는 90명 가운데 1명이다. 그러나 한 가지 난관은 정확히 누가 공감각자이고 누구는 아닌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정도의 문제다. 나의 경우도 화요일이 황갈색의 색조를 띠긴 하지만, 나는 내가 진정한 공감각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113p

그러나 공감각적 감각에 대응되는 영역들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되자 과학적으로 존중을 받게 되었다. 예를 들어 단어-색깔뿐만 아니라 단어만으로도 활성화된다. 같은 영역이 실제 색깔로는 활성화되지만, 색깔을 상상만 해서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록 소수에게만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공감각이 정말로 실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114p

신생아들은 사실 뇌 안에 연결 부위가 지나치게 많아서, 발달 과정에서 오히려 가지를 쳐낸다. 그러므로 공감각은 봄에 어린 가지들을 적당히 쳐주지 않은 정원처럼, 가지치기가 되다 만 결과일 수 있다. 심지어 신생아는 모두 다 공감각자이지만 대부분 생후 3개월 무렵에 이 능력을 잃는다는 가설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가설은 3세가 넘어서야 습득하는 인쇄체 단어나 글자들과 공감이 그토록 자주 연관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깔 처리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 단어나 글자의 확인을 담당하는 영역 옆에 있다는 사실은, 이미 색 지각에 부분적으로 바쳐졌으나 가지치기가 덜 된 영역에 비교적 늦게 출현한 읽기 기술들이 침입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121p

250만 년 전, 그 시기에 우리 수렵채집인 선조들이 사방이 뚫린 사바나에서 살아남으려면, 사회적으로 단결하여 먹을 것을 찾아다니며 사자, 하이에나 같은 위험한 동물들과 싸워야 했다. 그들이 일단 자연을 정복하자 사람족의 여러 부족이 먹을 것, 쉴 곳, 기타 생활필수품을 놓고 서로 경쟁하기 시작함으로써 오늘날 우리의 사회생활의 기반이 되는 협동과 기만의 미묘한 조합이 생겨났으리라는 것이 니컬러스 험프(Nicholas Humphrey)의 주장이다.

 

123~124p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는 동물 스스로 땅콩을 잡으려고 손을 뻗을 때뿐만 아니라, 사림이 이 동물의 눈앞에서 땅콩을 잡으려고 손을 뻗을 때에도 같은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이때부터 원숭이가 어떤 운동을 할 때에도 반응하고, 사림이 하는 같은 운동을 원숭이가 관찰만 할 때에도 반응하는 뉴런을 거울 뉴런이라고 일컬었다. ‘보는 대로 따라하는뉴런이라고 묘사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뇌를 일종의 입출력 장치로 보아 왔다. 이 장치에서 일부 뉴런은 같은 종에 속하는 다른 구성원의 얼굴이나 부르는 소리와 같은 특정 입력에 반응하고, 일부 뉴런은 동물이 무언가를 쥐거나 울부짖는 것과 같은 어떤 운동을 할 때 반응할 것이다. 다른 뉴런들은 입력과 출력 사이에서 아마도 우리가 대답하기 전에 질문의 의미를 숙고할 때 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표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거울 뉴런을 보면 입력이 출력으로 직접 연결되는 것 같다.

 

125p

이 거울 뉴런들은 우리에게 동작에서 반영되는 남들의 생각과 느낌에 공명하는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앞에서 거론했던 인간의 감정이입과 마음의 이론을 자연스럽게 설명해 준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정신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특징적 증상인 자폐증은 거울 뉴런 계통이 망가져서 생기는 것으로 널리 추정된다.

 

139p

몸이 좌우대칭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바로 이 좌우에 대한 무심함이다. 무슨 일이 어느 편에서 일어나든 똑같이 알아차리고 그에 따라 반응할 수 있도록 우리의 눈, , , 다리 등이 대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뇌마저도 대체로 대칭이다.

 

하지만 좌우를 구분하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는 비대칭이 필요하다. 여기서 좌우 구분이란 단순히 우리가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갈 때나 이쪽저쪽의 물건에 손을 뻗을 때처럼 비대칭 입력에 대해 비대칭으로 반응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의미하는 것은 b자를 라고 부르고 d자를 라고 부를 때나 구령을 듣고 정확히 좌향좌나 우향우를 할 때처럼 좌우의 거울상을 상징적으로 달리 해석하는 능력이다.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비대칭이 내장되어 있지 않다면 이런 식으로 반응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비대칭은 한 손의 점처럼 사소할 수도 있고, 뇌 자체의 비대칭처럼 복잡할 수도 있을 것이다.

 

141p

그렇다면 아마 사건을 일어난 대로 기록하고 좌우를 뒤집어서도 기록하는 우리의 성향도 이반 빌(Ivan Beale)과 내가 반구간 반전이라고 부른 이 과정으로 설명될 것이다. 이 성향은 읽기를 배울 때는 골칫거리이지만, 우리 선조의 실세계에서는 적응력을 얻게 해 주었다. 누군가 오른편에서 위험한 사자의 공격을 받았지만 운이 좋아서 탈출했다고 하자, 그가 동시에는 그 사건을 마치 왼편에서 공격이 온 것처럼 기록한다면, 다음번에는 어느 쪽에서 공격이 오건 더 훌륭하게 대처할 것이다.

 

149~150p

피실험자들에게 단순한 단어 말하기부터 미적 판단까지 광범위하게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그러나 뇌 안에서 마치 사용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두드러지게 조용한 부위는 하나도 없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될 운명을 타고난다. 우리에게 한계를 부과하는 것은 쓰이지 않는 뇌 공간이 아니라 바로 문화이다. 신경학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들 가운데 하나가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Gage)의 사례다. 철도 건설 감독이었던 그는 1848년에 폭발 사고를 당했는데, 이때 발파공을 틀어막는 1미터 길이의 막대가 그이 전전두피질 앞부분을 뚫고 날아가며 큰 손상을 입혔다. 그의 지적 기능은 놀랍도록 멀쩡한 것 같았지만, 정작 변한 것은 그의 성격이었다. 한때 책임감 있고 믿음직스러웠던 그가 불손하고 불경스런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전전두피질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흔히 관례적인 정신 기능 검사로는 장애를 거의 보이지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좌충우돌하게 될 수 있다. 아마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기껏해야 전전두피질은 기능이 다소 방만하다.’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은 정의하기 힘든 측면들, 예를 들면 자유의지와 같은 알쏭달쏭한 개념을 정립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예컨대 아이들은 누구나 세계 6,000여 개의 언어 가운데 어떤 언어라도 배울 능력이 있지만, 설사 뇌를 100퍼센트 사용한다고 해도 그 언어들 중에서 미미한 비율 이상을 배울 수 있는 아이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아인슈타인

  "어떤 문제를 일으킨 것과 같은 사고 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66~67쪽

  이슬람 문학으로, 나스레딘이라는 유쾌한 아주머니가 등장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저녁 무렵, 나그네가 나스레딘의 집 앞을 지나는데 집주인이 거리로 뛰쳐나와 뭔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찾고 있습니까, 아주머니?"

  "방 열쇠를 잃어버렸어요."

  둘이서 해가 질 때까지 찾았지만 열쇠는 없었습니다.

  "진짜 여기서 잃어버렸습니까, 아주머니?" 나그네가 확인했습니다.

  "집 안에서요."

  "그런데 왜 집 안을 찾아보지 않습니까?"

  "집 안은 어두워서요."

 

 

- 나비 문명/마사키 다카시 지음/김경옥 역/책세상 펴냄/201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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