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생각의 오류

- 토머스 키다 지음/박윤정 옮김/열음사 펴냄/2007.11.30

 

20p

  어떤 책이든 읽다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상세한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것 같다. 이런 나이에는 몇 가지 핵심 내용만 기억해도 운이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통계수치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확인하고 싶어 한다.

삶에서 운과 우연의 일치가 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다.

 

22p

  총기규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를 뒷받침해 주는 정보를 더 신뢰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대통령 후보의 호의적인 정보에 더 집중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대통령 후보의 호의적인 정보에 더 집중하지 않을까? 영매에게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영매의 예언이 적중했던 때만 기억하고 예언이 빗나갔던 대다수의 경우는 잊어버리지 않을까? 실제로 우리는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기존의 믿음이나 결정을 굳건하게 만들어주는전략을 쓰는 성향이 있는 것이다.

 

24~25p

  사람들은 자신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본 것을 난 알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우리의 오감은 잘 속아 넘어간다. 게다가 가끔은 세계를 선택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정신이 다른 데 쏠려 있어서, 분명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없는 것을 보기도 한다. 내가 유령을 봤다고 얘기했을 때처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어느 시점에서 환각을 본다고 한다.

이런 부정확한 인식을 사고 과장에 적용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는 특히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바로 기대와 욕망이다.

 

26~27p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정보들에 일일이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말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이런 분석마비증을 피하기 위해서 단순화 전략을 쓴다.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토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우리는 스키를 타다가 다칠 수 있는 경우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거나 스키로 인한 부상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하지 않는다. 대신에 친구의 경험이나 텔레비전에서 본 사고 보도를 떠올리고, 단순하게 판단을 내린다. 소니 보노(미국의 가수이자 배우, 정치가)와 마이클 케네디(전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의 조카)가 같은 해에 스키를 타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스키는 아주 위험한 스포츠라고 결론지어 버린다. 실제로는 보트나 자전거 타기처럼 사상자가 더 많이 발생하는 여가활동이 많은데도 말이다.

 

28~29p

  그러나 기억도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심지어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요컨대 우리의 기억은 과거의 경험들을 스냅 사진 찍듯 있는 그대로 담아두었다가 앨범을 펴 보듯 다시 불러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기억은 다분히 구축적이다. 현재의 믿음과 기대, 환경, 암시적인 질문까지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32p

  우리 사회에 위험한 것은 불신이 아니라 믿음이다.

- 조지 버나드 쇼

 

38p

  실제로 갤럽에서 조사한 결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현상들 중에서 최소한 한 가지를 믿는 사람이 73%나 되었다.

 

39p

  (1) 터무니없는 설들을 믿는 사람들의 비율 20056, 갤럽 조사 결과

41% 초감각적 지각력은 가능한 것이다.

37% 집에 귀신이 들 수 있다.

42% 이따금씩 사람도 악마에게 홀린다.

31% 텔레파시, 오감의 작용 없이 마음만으로도 서로 통할 수 있다.

24% 외계의 존재들이 지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

26% 투시, 오감으로는 알 수 없는 사물들도 파악할 수 있다.

21% 산 사람도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다.

25% 점성술

20% 환생

 

42~43p

  한 예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이 두뇌의 10%만 사용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신경과학적으로 이를 뒷받침해 주는 근거는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맹인들은 흔히 고감도의 청력을 자랑한다는 믿음은 어떤가?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또 미국에서는 이미 범죄자와 마약 복용이 통제 수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2003년까지 10년간 폭력 범죄율은 33%나 떨어졌으며, 마약 복용 인구도 줄었음을 알 수 있다. 또 낮은 자기존중감이 공격성의 원인이라는 대부분의 생각과는 달리, 둘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5~46p

  인간이 달 착륙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은 많다. 그런데도 19997월에 실시된 여론 조사를 보면, 11%의 미국인들이 이것을 조작된 사건으로 믿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폭스 사가 음모 이론: 우리는 정말 달에 발을 디뎠나?’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뒤 이 비율이 두 배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검증되지 않은 이상한 주장들만 보고 수백만 명이 생각을 바꾼 것이다.

 

47~48p

  또 미국에서 살인율이 20%나 떨어졌을 때도, 방송의 살인사건 보도는 600%까지 치솟았다. 이런 편향적인 보도는 당연히 우리의 믿음에 영향을 미친다.

 

1994년에는 살을 뜯어먹는 박테리아 이야기가 대중매체의 관심을 집어삼켰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환자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담은 생생한 영상들이 넘쳐났다. 살을 뜯어먹는 박테리아보다 번개에 맞아 죽을 가능성이 55배는 더 많다고 의학계의 권위자들이 지적했는데도 대중매체는 이런 사실을 무시해버렸다.

 

51p

  그래서 이후 몇 해 동안 다른 연구들을 여러 번 실시했다. 그 결과 유방확대수술이 유방암 같은 주요한 만성 질환의 원인은 아니라는 증거를 확보했다.

 

56p

  그런데 이 실험들은 한 가지 지배적인 경향을 보여주었다. 초감각적 지각력을 지지하는 실험들은 하나 같이 적절한 통제가 부족했고, 적절한 통제 아래 이루어진 실험에서는 초감각적 지각력을 입증해 주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58p

  (2) 사이비과학적인 사고의 특징

(1) 무엇을 믿을지 미리 생각하고 있다.

(2) 기존의 믿음을 뒷받침해 줄 증거를 찾는다.

(3) 자신의 주장이나 믿음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증거는 무시한다.

(4) 다른 설명들은 무시해 버린다.

(5) 터무니없는 믿음도 계속 유지한다.

(6) 근거가 빈약한 증거들을 토대로 황당무계한 주장을 펼친다.

(7) 일화적인 증거에 강하게 의존한다.

(8) 엄격한 통제 실험을 통한 검증이 부족하다.

(9) 비판적인 시각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61~62p

  사회학자인 배리 글래스너는 <두려움의 문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난폭 운전 같은 가상의 위험요인이나 다른 사람들을 전혀 또는 거의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찬 감방,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이나 은유적인 질병의 희생자들에게 보상을 해 주는 일 등에 해마다 수백억 달러를 허비하고 일인당 몇 시간씩을 낭비하고 있다.”

 

67p

  많은 자료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다 보면,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원하는 증거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비틀스의 노래 수백 곡을 뒤로 돌리거나 느리게 틀면, “폴은 죽은 사람이다.”와 같은 소리가 나오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물론 노래 속에 이런 가사는 없었다. 그러나 수백만까지는 아니어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것을 믿었다.

 

68p

  최근의 연구 결과, 흔히 유령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하던 이상한 느낌(등골이 오싹해지거나 몸이 후들거리거나 극도의 불쾌감과 두려움이 이는 것 같은)들이 10~20헤르츠의 저주파 음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귀신 들린집의 이런 초저주파 음은 들리지는 않아도 느낄 수는 있다.

 

78p

  현재 믿을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해서 어떤 주장이 거짓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증거가 없다는 것은 연속체상의 왼쪽 끝에서 강한 불신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간 지점에서 멀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뿐이다.

 

79p

그러므로 어떤 것이든 믿음을 형성할 때는 회의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믿음을 형성할 때는 어떤 접근법이 가장 좋을까? 케오도르 시크와 루이스 본은 다음의 네 단계가 상당히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1) 주장을 분명하게 적는다.

2) 이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를 고찰한다.

3) 다른 가정들을 살펴본다.

4) 가정의 타당성을 평가한다.

 

81p

여러 가설 중에서 어떤 가설이 나은지를 평가할 때는 여러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먼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된다.

 

검증이 가능한가?

현상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가설인가?

잘 정립된 다른 학설들과 상충되지는 않는가?

 

83p

불 위를 걷는 사람들의 주장을 믿으려면, 먼저 어떤 신비적이거나 영적인 힘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신비적인 힘을 믿어야만 불 위를 걷는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리학 법칙을 적용하면 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설명이 가장 간단한 가설을 선택한다는 규칙을 일컬어 오감의 면도날이라고 한다. 과학을 이끌어가는 이 규칙은 14세가 영국의 철학자인 오캄의 윌리엄에서 유래된 것이다.

 

93p

콜드 리딩은 쓸모 있는 정보를 얻을 때까지 심령술사가 망자에 대해서 일반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법이다. 쓸모 있는 정보를 얻으면 심령술사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 주고, 듣는 사람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하던 대로 계속 질문과 이야기를 이어 간다. 반대로 자신의 이야기가 빗나가면, 심령술사는 자신의 말이 옳은 것처럼 들리게 만든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심장마비 같은 흉부 질환으로 사망한다는 통계자료를 이용하는 것이다. 심령술사들이 쓰는 일반적인 기법은 다음과 같다.

 

심령술사 : 사랑하는 이를 잃었군요. 가슴에 통증이 느껴져요. 심장마비였나요?

피상담자 : 폐암이었는데요.

심령술사 : 맞아요. 그래서 가슴이 이렇게 아픈 거예요.

 

95p

많은 자료들을 보면, 실제로 잘 속아 넘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주 일반적인 말도 자신에게 직접 적용되는 말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연구자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인상착의를 아주 모호하게 묘사해도 우리는 자신을 묘사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똑같은 묘사가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포러 효과(Forer Effect)라고 한다.

 

103p

광고 문구가 눈길을 확 잡아끈다. “자신감이 커진다. 일이나 공부, 예술, 스포츠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다. 흡연이나 음주, 마약 복용 같은 악습도 힘들이지 않고 극복한다.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치유 효과는 향상된다. 평생 노력 없이 몸무게를 조절할 수 있다.” ‘대단한 걸!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읽어보니, 해답은 바로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명상음악 테이프에 있었다.

 

* 이 광고는 Pychology Today, April 2001, p91에 실린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광고는 잠재의식을 자극한다는 테이프 대부분이 효과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이런 테이프의 무용성을 지적한 믿을 만한 연구들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러나 이어서 새로운 획기적인 기술적 발견 덕분에 이 테이프들은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 혁신이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고 말이다.

 

107p

치료제를 나눠주는 사람이 누가 진짜 치료제를 복용하고 누가 플라시보를 복용하는지 알면, 피실험자에게 그가 먹는 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신도 모르게 암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약을 나눠주는 사람이나 복용하는 사람 모두 누가 무엇을 복용하는지 몰라야 한다. 이런 방식을 가리켜 더블블라인드실험이라고 한다.

 

109p

과학과 과학적인 방식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형성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국립과학위원회에서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중 3분의 2는 과학적인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학적인 절차를 몰라서, 믿음을 형성할 때 자료의 질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14p

진화론은 인간이 지금과 같이 존재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누군가 단순하게 추측해 낸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여러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는 하나의 개념체계이다. 그래서 다른 어떤 이론도 우리가 이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진화론만큼 잘 설명해 주지 못한다. 하지만 기억할 것이 있으니, 과학에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점이다. 과학적인 사실은 현재로서는 그것을 믿는 게 합당하다고 여겨질 만큼 확신이 가는 하나의 결론에 지나지 않는다. 요컨대 과학에서는 모든 지식을 잠정적인 것으로 본다.

 

119~120p

사람들은 대부분 종교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이타적이고, 상반되는 것들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행복한 고용인은 생산성이 더 높다고 믿는다. 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런 생각들이 틀렸음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126p

(3) 과학적인 사고의 특징

(1) 언제나 마음을 열어 두되, 입증되지 않은 주장은 어떤 것이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2) 어떤 주장이든 반드시 검증을 한다.

(3) 증거의 질을 보고 믿음을 결정한다. 실험 시 통제가 엄격했는지를 살피고, 일화적인 증거에 의존하지 않는다.

(4) 어떤 주장이든 그것이 틀렸음을 입증하려고 노력한다. 이 주장의 부당성을 입증해 주는 증거를 찾아보라는 말이다.

(5) 다른 대안적인 설명들을 살펴본다.

(6) 다른 점들이 같다면, 어떤 현상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는 주장을 선택한다. 추측이 가장 적은 주장이나 믿음을 선택하라는 의미이다.

(7) 다른 점들이 같다면, 기존의 과학 지식과 상충되지 않는 주장이나 믿음을 선택한다.

(8)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증거의 양에 따라 믿음의 정도를 결정한다.

 

130p

백만 번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뉴욕에서는 하루에 여덟 번 일어난다.

- 팬 질레트

 

132p

마이클 셔머가 즐겨 말하듯, 인간은 원인을 찾고 싶어 하는 동물이다. 인간에게는 세계 속에서 일정한 양상을 발견하려는 천부적인 욕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삼라만상의 원인을 발견한 이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원인을 찾는 천부적인 성향은 보통 인간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원인을 찾으려는 욕망이 너무 강해서, 아무 이유 없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에서까지 원인을 찾기도 한다.

 

143p

여러분은 아마 선수의 실력에 물이 오르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 아니라 가끔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확률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으로 보면, 물오른 손 이론은 거짓임을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이다. 또 여러분은 선수가 공을 몇 개 넣은 후에 이따금씩만 일어나고 다른 때는 없는 일이므로, 언제 이런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물오른 손은 검증할 수 없는 가설이다. 이런 가설은 심령술사들의 논리와 비슷하다. 이들은 연구자들이 부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해 내개 때문에 통제실험에서는 영적인 능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후 변명에 불과하다.

 

150~151p

우연한 사건들을 계기로 미신적인 생각과 행동 패턴을 갖게 되는 것은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과정 때문이다. 조작적 조건화 이론의 주창자인자 <비둘기의 미신>이라는 유명 논문의 저자인 심리학자 B. F. 스키너는 우연의 일치가 미신적인 행위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151p

이처럼 조작적 조건화 이론은 미신의 형성 과정을 잘 설명해 준다. 그래도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미신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답은 우리가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부분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미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확실성을 극복할 방법을 제시해 준다. 미신적인 행위를 하면 흔히 상황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느낌이 들고, 어느 면세서는 이런 행위가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신적인 행위는 불확실하고 무질서하며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쉽게 생겨난다.

 

157p

다른 예를 들어 보자. 검은 색 하트가 세 개 있는 카드를 사람들에게 슬쩍 보여주면, 대부분은 붉은 색 하트나 검은 색 스페이드가 세 개 있는 카드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하트가 검은색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생각에 맞게 그것을 붉은색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렇듯 실제가 우리 기대와 맞지 않을 때 우리는 세계를 잘못 인식한다.

 

161p

심판과 팬들 중에는 검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나오는 비디오를 본 사람도 있고,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나오는 비디오를 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 결과 이들은 흰색보다 검은 유니폼을 입은 팀의 선수들에게 가혹한 판정을 내렸다. 검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는 7.2,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는 5.3을 준 것이다. 우리의 기대는 우리의 인식과 판단은 물론이고 우리의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연구자들은 개복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수술이 얼마나 걸리고 어떤 통증이 생기며, 언제 의식이 돌아올지 등 수술 후 나타나는 반응들을 미리 알려주었다. 반면에 다른 그룹의 환자들에게는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다. 그러자 의사에게서 미리 설명을 들은 환자들은 통증도 덜 호소하고, 약물치료도 덜 필요로 했으며, 회복도 더 빨랐다. 그 결과 이들은 실제로 평균 3일 일찍 퇴원했다.

 

* 프랭크와 길로비치 또한 “The Dark Side of Self and Social Perception”에서 검은 옷이 실제로 부정적인 행위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162p

연구자들은 이번엔 다른 학생들에게 이 경기의 필름을 보여주고, 그들이 본 반칙을 기록하게 했다. 그 결과 다트마우스 학생들은 양편에서 비슷한 수의 반칙을 확인한 반면(평균 4.3개와 4.4), 프린스턴 학생들은 다트마우스 팀에게는 9.8개의 반칙을, 프린스턴 팀에게서는 4.2개의 반칙을 확인했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게임을 보았는데, 이들이 실제로 본 것은 아주 달랐다.

 

165p

아메리카 사람들은 달 속에서 남자를 보고, 사모아 사람들은 베 짜는 여인을, 동인도 사람들은 토끼를, 중국 사람들은 방아 찧는 원숭이를 보는데? 요컨대 화성과 달 위의 형상은 모호해서 마음대로 해석하기가 쉽다. 달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고 있었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166p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호한 자극들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발견하게 된다. 사실 이것은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고 하는 아주 일반적인 인식 현상이다. 화창한 여름날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볼 때 구름 속에서 온갖 형상의 이미지 보이는 것도 한 예다.

 

168p

몇 해 전, 신경생리학자 와일더 펜필드는 두뇌의 다양한 부위에 전기충격을 가하면 생생한 환각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 신경과학자 마이클 퍼싱거는 전자석이 들어 있는 헬멧을 머리에 쓰면 유체이탈을 경험하거나 누군가 방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거나 강렬한 종교적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보고 했다.

 

* 조 니켈은 이런 환각들이 자기력의 자극이 아니라 피실험자의 암시감응성 때문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도 있다고 보고했다.

 

169p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암시에 아주 잘 걸려든다. 실제로 우리 중 5~10%는 쉽게 최면에 빠진다고 한다. 강한 암시가 우리의 인식과 믿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73p

예를 들어 보자. 두뇌에는 약 30개의 서로 다른 시각 영역이 존재하는데, 이 영역들은 깊이나 운동, 색채 등 서로 다른 특징을 지각해 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두뇌의 중측두 영역에 손상을 입으면, ‘동작맹으로 고통을 받는다. 이런 사람은 사물이나 사람은 알아보고 책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차가 질주하는 모습을 봐도, 연속적인 움직임 대신에 정적인 순간촬영 사진 같은 일련의 장면들만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커피도 잘 따르지 못한다. 커피잔 속에서 카피가 얼마나 빨리 차오르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174p

시각경로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찰스버넷증후군(Charles Bonner syndrome)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완전하게 또는 부분적으로 시각을 상실한다. 하지만 실제보다도 더 생생한 환영을 본다.

 

175p

우리의 전두엽은 얼굴과 사물을 인식하게 해 준다. 그래서 이 부분에 손상을 입으면 부모의 얼굴도 못 알아본다. 그런가 하면 카그라스중후군(Capgras Syndrome)에 걸린 환자는 가까운 친지를 사기꾼으로 오인한다. 상대의 얼굴을 알아보지만, 상대가 자신의 부모를 형제자매로 가장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76p

과거의 경험도 우리가 보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생의 대부분을 눈이 먼 상태로 지내다가 시력을 회복했다고 하자. 이런 사람은 새로운 사물을 손으로 먼저 만져보아야 인식할 수 있다. 과거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물을 접하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사물을 손으로 만져보아야 비로소 이것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예로, 수직선만 보이는 환경에서 자란 고양이는 수평의 사물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반면, 수평적인 환경에서 자란 고양이는 수직의 사물들을 인식하지 못한다. 또 새끼 때 수직선만 보고 자란 고양이를 나중에 보통의 환경 속에 데려다놓으면, 탁자의 평평한 가장자리를 볼 수 없어서 탁자 끝에서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를 인식할 때 생기는 문제가 시각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환각지를 생각해 보자. 팔이나 다리를 잃은 환자는 때로 팔다리가 그대로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환각지가 엄청난 통증을 일으켜서,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한 예로, 어느 의사가 버거병(Buerger’s disease)에 걸렸다. 이 병으로 다리에 경련이 일자. 그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다리를 절단해 버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의 환각지에서 통증이 계속되었다!

 

177p

태어날 때 우리의 두뇌 속에는 1000억 개도 넘는 뉴런이 있다. 이 각각의 뉴런은 축색돌기와 수지상돌기를 갖고 있는데, 축색돌기는 다른 뉴런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고 수지상돌기는 다른 뉴런들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을 한다. 또 뉴런들은 시냅스에서 다른 뉴런들과 접촉하는데, 모든 뉴런은 1000~1만 개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래 한 알 크기의 두뇌 속에는 약 10만 개의 뉴런과 200만 개의 축색돌기, 10억 개의 시냅스가 있으며, 이것들 모두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이 신경조직들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외부의 실제를 실제와는 전혀 다르게 인식한다.

 

191p

이처럼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연관성이 있다고 인식하는 현상을 일컬어 착각성 상관(illusory correlation)이라고 한다. 로르샤흐 잉크 테스트에 대한 다른 반응들도 비슷한 문제를 보여준다. 환자가 고양이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보여요.”와 같은 반사반응을 보이면, 임상의들은 보통 환자에게 자기도취적인 성향이 있다고 해석한다. 반사반응과 자기도취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도 말이다.

 

210~211p

그런데 나중에 피실험자들에게 이 학생이 꾼 꿈 중에서 기억나는 것을 묻자, 현실로 실현된 꿈들을 더 많이 기억했다. 예언도 마찬가지다. 적중한 것만 기억하고 빗나간 것은 잊어버린다.

 

213p

이미 설명한 것처럼, 포러 효과는 아주 일반적인 묘사 속에서 자신의 성격적 특성들의 일부를 확인하는 현상이다. 사실은 애매모호하고 일반적인 설명인데도, 이것이 특별히 자신을 설명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포러 효과 예로 내가 즐겨 쓰는 것이 있다. 어느 과학자가 무료로 천궁도를 해석해 주겠다고 파리 신문에 광고를 냈다. 그리고 응모자 150명에게 전부 똑같은 천궁도 해석을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해석을 읽은 사람들 중 94%가 이 해석이 맞는다고 답했다. 이 천궁도가 실은 프랑스인 연쇄발인범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로 궁금하다!

 

215~216p

누군가 부엌에 앉아서 전화번호부를 보고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2000통의 편지를 보냈을 수도 있다. 이 편지들 중 반은 매크로테크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적고, 나머지 반은 주가가 내릴 것이라고 적는다. 그리고 그 달에 매크로테크 주가가 오르자, 매크로테크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편지를 보낸 1000명의 사람들에게만 다시 편지를 보낸다. 역시 이중 반은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내용을 보내고, 나머지 반은 주가가 내릴 것이라는 편지를 보낸 500명의 사람들에게만 다시 편지를 보낸다. 역시 반은 다음 달에 주가가 내릴 것이라고, 나머지 반은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적어 보낸다. 역시 이 중 반은 다음 달에 주가가 내릴 것이라고, 나머지 반은 다음 달에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적어 보낸다. 그런데 어쩌다 당신이 네 번 연속 정확한 예측 편지를 받은 125명 중에 들었다고 하자. 당신은 당연히 이런 적중률을 보고, 이 회보가 400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결국 정기구독을 신청한다. 다른 124명도 똑같이 생각한다면,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아마 부엌에 앉아서 엉터리 편지들을 보낸 대가로 단번에 5만 달러를 긁어모을 것이다.

 

231p

요컨대 아무리 정교한 모델로도 미래를 분명하게 예측하지는 못한다. 한 예로, 1995년 이코노미스트가 1985년에 실시했던 아주 흥미로운 콘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콘테스트에서 주최자들은 배경이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10년 후 영국의 경제상을 정확히 예측해 보라고 했다. 어떤 사람들이 이겼을까? 환경미화원들이 네 명의 다국적기업 회장과 똑같이 1등을 차지했다.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사안일 경우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의 양도 미래를 예측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231~232p

보통 경제학자의 특정한 믿음이나 가설이 경기예측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런 가설들은 경제의 미래를 상당히 다르게 예측하도록 만든다. 사실 두 명의 학자가 정 반대의 학설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학문은 경제학뿐인 것 같다. 사람들이 경제학의 첫 번째 법칙을 믿게 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경제학의 첫 번째 법칙은, 모든 경제학자에게는 반대를 가진 동등한 경제학자가 있다는 것이다.”

 

232p

한 가지 이유는, 경제학자들이 경제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해서 가설을 검증하는 것 같은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이들은 흔히 정교한 이론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런 이론들은 논리적으로는 일관성이 있을지 모릐만, 대개 비실제적인 개념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한 예로, 사람들이 언제나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기본 가정의 하나다.

 

234p

기상이 대단히 혼돈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장기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하고 있다. 조사 결과, 기상과는 12~44시간 이후의 날씨를 예보할 때만 기온이나 구름의 양, 강수의 확률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실제로 미국기상학회도 10일에서 14일 이후는 날씨를 예측하기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해도, 그렇게 멀리 내다보는 것은 경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236p

최근 몇 년 사이 기상학자들은 폭풍우를 감지해 내고 하루나 이틀 후의 단기적인 기상상태를 예측하는 일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셰든도 기상학만이 유일하게 향상의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예측은 여전히 믿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왜 장기적인 예측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일까? 의아할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앞날을 내다보고 싶은 바람 때문인 것 같다.

 

244p

우리에게는 확인을 받으려는 타고난 성향이 있다. 기존의 믿음과 기대를 지지해 주는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 간담회를 볼 때도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에 부합되는 정보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또 초감각적 지각력을 믿는 이들에게 초감각적 지각력에 대한 연구 자료를 보여준 결과, 상반되는 자료들보다는 초감각적 지각력을 지지해 주는 자료들을 더 많이 기억했다.

 

245p

*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선호하는 성향은 우리가 보는 자료는 물론이고 우리가 찾는 자료의 양에도 영향을 미친다. 처음에 본 자료가 우리가 믿고 싶은 것과 일치하면, 우리는 흔히 만족해서 조사를 멈추어버린다. 그러나 처음에 본 자료가 우리 믿음과 일치하지 않으면, 흔히 믿음을 지지해 주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 자료를 찾는다.

 

246p

마이클 셔머가 지적한 것처럼, 대개의 경우 우리는 무언가를 믿을 때 실험에서 입증된 증거나 논리적인 추론에 의지하지 않는다. 그보다 부모나 형제자매의 영향, 동료들의 압박, 교육, 삶의 경험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원인들로 인해 특별히 선호하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고는 이런 믿음을 지지해 줄 증거들을 찾아 나선다. 실제로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들을 믿게 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과정에 있다. 셔머의 말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들을 믿는 이유는, 이들이 바보 같은 연유로 갖게 된 믿음을 방어하는 데 아주 뛰어나기 때문이다.”

 

250p

확인받으려는 성향도 정보를 구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배리를 모르는 상황에서 다음 중 두 개의 질문을 던져서 그가 외향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하자.

 

1) 어떤 상황에서 말이 가장 많아지는가?

2)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3) 파티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어떻게 하나?

4) 시끌벅적한 파티에서 어떤 점들이 마음에 안 드나?

 

당신은 네 가지 중 어떤 질문을 던지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1번과 3번 질문을 선택한다. 그러나 배리가 내향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질 때 2번과 4번 질문을 던지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1번과 3번 질문은 외향적인 행위와 더 관련이 있는 반면, 2번과 4번 은 내향성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253p

요컨대 배심원들은 가혹한 판결을 먼저 접했을 때 가혹한 판결을 내리고, 관대한 판결을 먼저 접하면 덜 가혹한 평결을 내린다. 그러므로 재판장이 혐의 사항만 알려주고, 심의 순서는 정하지 않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또는 무죄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가장 관대한 판결을 먼저 심의하는 것이 우리의 법철학과 더 잘 부합될 수도 있다.

 

256p

서로 다른 카드들 위에 아래의 글자와 숫자들이 적혀 있다고 하자. 카드의 한 면에는 숫자가, 다른 면에는 글자가 적혀 있다. 그런데 누군가 카드 한 면에 모음 글자가 적혀 있으면, 이 카드의 다른 면에는 짝수가 적혀 있다.”고 말한다.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어느 카드를 뒤집어보아야 할까?

 

E K 4 7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다면, 당신은 E4가 적힌 카드 또는 E만 적힌 카드라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128명 중에서 E4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으며(59), 그 다음이 E(42) 순이었다. 왜 이렇게 답한 것일까? 확인시켜주는 증거가 들어 있는 카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답은 E7이 적힌 카드다.

 

258p

확인 전략도 올바른 답을 얻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 전략을 폭넓게 적용해서 정확한 판단을 많이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전략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총체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왜 그럴까? 검증하려는 가설을 지지해 주는 증거도 많지만, 상충되는 증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설을 뒷받침하는 자료에만 초점을 맞추면, 이 가설과 상충되는 자료들이 더 확실할 때도, 이 가설을 받아들이기 쉽다. 요컨대 확인 전략을 쓰면, 잘못된 판단으로 인도하는 불완전한 정보에 의존하기 쉽다.

 

* 물론 언제나 모든 자료들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관련 자료에 주의를 기울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회사의 고용실태를 평가할 때, 취직에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지만 입사에 실패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259p

단적인 예로 자신의 가설이 틀렸다는 말을 들어도, 이들 중 70%는 여전히 자신의 가설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들을 구했다. 이런 성향을 해결하는 방법은, 가설의 부당성을 입증해 주는 증거를 더욱 강화시키는 쪽으로 질문을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급 투자 분석가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자신의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해 주는 증거들을 특별히 구한다.

 

264~265p

이처럼 우리는 흔히 유사성을 근거로 판단을 내린다. AB와 유사하면, AB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같은 것끼리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일컬어 대표성 간편추론법(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고 한다. AB를 대표하는 정도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 대표성 간편추론법은 많은 경우에 아주 효과적이다. 하지만 다른 관련 자료들을 간과해서 결국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도 한다. 예컨대 스티브의 직업을 판단할 때, 어느 마을이든 도서관보다는 가계가 더 많으므로 도서관 사서보다 세일즈맨이 더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세일즈맨은 보통 소심하고 내성적이지 않다고 해도, 세일즈맨의 수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심하고 내성적인 세일즈맨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도서관 사서보다 소심한 세일즈맨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같은 것은 같은 것끼리 어울린다는 믿음은 하나가 다른 것의 원인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왜 그럴까? 결과는 원인과 비슷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아주 기이한 의학적 관행이 오랜 세월 지속되기도 했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시력에 문제가 생기면 다 자란 박쥐를 처방했다. 박쥐는 시력이 좋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 유럽에서는 천식에 여우 폐를 이용하기도 했었다. 여우는 원기가 강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몇몇 대체 의학에서는 정신 질환에 가공하지 않은 뇌를 처방한다. 정신부석도 상당 부분 우리의 사고에 대해서 비슷한 접근법을 취한다. 예컨대 정신분석가들은 어린 시절 구강기에 고착되어 있으면, 어른이 되서도 입에 집착해서 흡연과 입맞춤,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고 주장한다.

 

266~267p

의사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면, 당신은 어느 정도나 걱정을 해야 할까?

 

·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 이 검사는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100%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은 5%.

· 500명 중에 1명은 이 바이러스의 보균자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은 95% 정도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는가? 정답은 4%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런 답이 나올 수 있을까? 야간의 논리를 적용해서 계산을 해 보자.

500명 중에 1명이 이 바이러스 보균자라면 다른 499명에게는 이 바이러스 감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5%라고 한다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감염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이 검사에서 25(0.05X499)이나 나올 수 있다. 5%를 일컬어 가양성률(false positive rates)이라고 한다. 사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검사 결과 감염된 것으로 잘못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267p

하지만 대략 95%라고 답했어도 스스로를 멍청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 소속 의사 60명과 의대생, 사회복지시설 근무자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 결과, 대부분이 95%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의료 종사자들 중 절반이 95%라고 답한 반면, 정답을 말한 숫자는 11명밖에 안 됐다.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의료전문가들 역시 판단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지적인 사람들도 대개는 이런 문제들을 올바로 푸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

 

268~269p

검사 결과를 토대로 판단을 내릴 경우, 진단가는 아주 중요하다. 한 예로,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탐지기에 의존하고 있다. 경찰은 물론 변호사들도 죄인을 신문할 때 이것을 이용한다. 또 미국 연방수사국에서도 고용인들을 조사할 때 이것을 쓴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의 진단가는 2%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앞의 바이러스 검사에서 살펴보았듯이, 실제로 감염이 일어나는 기준율이 아주 낮고 진단가가 20이었을 때,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어도 실제로 감염이 됐을 가능성은 4%밖에 안 됐다.

 

270p

예를 들어 회계감사원은 회계감사 결과를 판단할 때 파산예측 모델을 이용한다. 그런데 어느 연구에서 회계감사원에게 파산예측 모델의 실양성률은 90%인 반면 가양성률은 5%이고, 모든 회사 중에서 약 2%는 파산한다고 말해 주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파산예측 모델상에서 파산이 예측됐을 경우 회사가 정말로 파산할 가능성은 27%일 것이다. 그러나 회계감사원이 내놓은 평균 파산가능성은 66%였으며, 이들이 가장 많이 한 대답은 80%였다. 초보자보다 더 잘 알 것 같은 전문가도 가능성을 판단할 때 기준율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271p

어떤 경우든 극단가(extreme value) 뒤에는 대개 극단가보다 못한 값이 온다. 부모의 키가 크면 아이도 키가 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개는 부모만큼 키가 크지 못하고, 일반적인 평균 신장에 더 가까워진다. 사람들의 평균 신장으로 회귀하는것이다. 마찬가지로 듀발이 지금은 평소보다 더 많은 버디를 기록해도, 다시 그의 평균기록으로 돌아가, 이 게임에서 버디를 다시 못 낚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흔히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그가 드디어 불이 붙었다고 생각한다.

 

* 대표성 간편추론법은 평균회귀 현상을 무시하게 만든다. 어떤 것의 미래를 예측할 때, 흔히 비슷한 기준을 근거로 예측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첫 번째 시험에서 예외적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면, 다음 시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으리라고 예측한다.

 

272p

평균회귀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교육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 예로, 연구자들은 이례적으로 이륙이 부드럽게 이루어졌을 때 교관이 학생을 칭찬해 주면, 학생들이 다음 비행에서는 제대로 이륙을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에 이륙이 거칠었을 때 꾸짖어주면, 다음번 시도에서는 대부분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교관들은 언어적인 칭찬은 해로운 반면, 징벌은 유익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교육에서 정말로 징벌이 칭찬보다 효과적인 것일까? 학생들이 이런 결과를 보인 것은 평균회귀 현상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273~274p

다른 예를 들어 보자. 동전을 아무 생각 없이 여섯 번 던지면, 다음의 (A)(B) 중에서 어떤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더 클까? (A)? (B)? 아니면 둘 다 가능성이 똑같을까?

 

(A) H T H T T H

(B) H H H T T T

 

대부분은 (A)라고 답한다. 그러나 사실은 둘의 가능성이 똑같다. 왜 그런 걸까? 동전던지기는 다음번 동전던지기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은 매번 2분의 1이 된다. 그러므로 (A)(B)의 확률을 구하려며, 2분의 1을 여섯 번(동전을 던지는 횟수) 곱하면 된다. 그러므로 두 개의 연속 모두 64분의 1, 1.5%가 나온다.

 

276p

고정화의 오류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갖고 타인을 판단한다. 이것은 단순화 전략의 하나다. 이 기법을 쓰면,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할지 짐작할 수 있다. 상대방을 특정한 유형으로 분류한 다음, 상대의 다양한 특성들을 이 유형에 꿰맞추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고정관념은 계속 유지된다. 자신의 생각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만을 찾는 성향으로 인해 자신의 고정관념에 들어맞는 면만을 보기 때문이다.

 

* 대표성 간편추론법을 쓸 때처럼, 일반화시킬 때도 유사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일반화하면, 개인을 집단의 일부로 생각하고, 이 집단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따라 집단의 여러 특성이 개인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277~278p

미국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을 가능성과 상어에게 먹혀 죽을 가능성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클까? 대부분은 상어에게 죽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답한다. 하지만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30배는 더 높다. 또 다른 예로 다음과 같은 죽음의 원인들을 생각해 보자. (1)독살이나 결핵 (2)백혈병이나 폐기종 (3)살인이나 자살 (4)온갖 사고나 뇌졸중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가? 두 번째가 더 일반적인 원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번째를 고른다. 실제로 뇌졸중으로 죽을 확률이 40배는 더 높은데도, 사고로 죽을 확률이 뇌졸중보다 두 배는 더 높다고 생각한다.

 

278p

예를 들어 k로 시작하는 단어가 더 많을 것 같은가? 아니면 k가 세 번째로 오는 단어가 더 많을 것 같은가? 대부분은 k가 처음에 오는 단어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k가 세 번째로 오는 단어가 두 배는 더 많다.

이렇게 오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기는 쉽지만, k가 세 번째로 오는 단어는 생각해 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가용성 간편추론법을 쓰기가 쉽다. 보통 특별한 것보다 일반적인 일을 더 쉽게 기억하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용성 간편추론법을 쓰면 이런 사건들을 과대평가하게 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피실험자들에게 명단을 주고 이들 중에 남자가 더 많은지 어떤지를 판단해 보라고 했다. 하나의 그룹에는 잘 알려진 남자들 이름이 들어 있는 명단을 주고, 다른 그룹에는 잘 알려진 여자들 이름이 포함된 명단을 주었다. 그러자 두 그룹 모두 잘 알려진 인물이 남자(여자)일 때는 남자들(여자들)이 더 많다고 오판했다.

 

278~279p

비행기로 750마일을 여행해야 한다고 하자. 그런데 친구가 공항까지 20마일이나 되는 거리를 차로 태워다 주었다. 친구는 당신을 터미널에 내려주고 이렇게 말한다. “안전한 여행되길 빈다.” 하지만 당신이 이 친구에게 집까지 안전하게 돌아가라고 당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죽을 가능성보다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 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세 배는 더 높다.

 

279p

부모에게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걱정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유괴라고 답했다. 실제로 아이가 유괴당할 가능성은 70만 분의 1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반면에 아이가 교통사고로 죽을까 봐 걱정하는 부모는 훨씬 적었다. 교통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유괴당할 가능성보다 100배는 더 높은데도 말이다. 부모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유괴사건이 일어나면 대중매체에서 크게 다루지만 교통사고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280p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권이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생각에 복권을 사러 24시간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심리학자 데이비드 메이어가 지적하듯, 복권을 사기 위해 10마일을 운전해서 갈 경우,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16배는 더 높다.

 

281p

이렇게 일을 억지로 밀고 나간 이유는, 농축코카인을 포함한 마약매매를 심각한 국내 문제로 대중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였다. 실제로는 지난 10년간 미국인의 마약 사용량이 줄어든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대중매체는 농축코카인이 인간에게 알려진 약물 중에서 중독성이 가장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공중위생국 장관의 보고에 따르면, 농축코카인 사용자 중에서 중독자는 33%가 채 안 되지만, 일정 기간 담배를 피운 사람들 중에서 담배에 중독되는 비율은 80%나 된다.

 

282p

1980년대 말, 미국 국회는 코카인 가루보다 농축코카인을 소지했을 때 더 과중한 형량을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까지 코카인 가루는 주로 백인들이 사용하고 농축코카인은 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마약 관련 수감자 중에서 네 명 중 셋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다. 실제로는 백인이 코카인을 더 많이 사용했는데도 말이다.

 

283~284p

10이나 200이라는 숫자는 사실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숫자를 높여서 질문하자, 전문가들이 추정한 회사의 수는 거의 세 배나 증가했다. 왜 그런 것일까? 이들이 정박과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이라는 간편추론법을 썼기 때문이다. 이 추론법에서는 먼저 추산(, 정박)을 한 다음, 새로운 정보가 얻어질 때마다 이것을 조정한다. 그러나 처음에 추정을 잘못하거나 새로운 정보가 생겼을 때 조정을 충분히 안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284p

또 다른 예로 다음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어떤 식으로든 계산은 하지 말고, 5초 동안 추산해 본다.

 

8X7X6X5X4X3X2X1=?

 

답이 어떻게 나오는가? 사람들은 평균 2250이라고 답했다. 그럼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 다음의 문제를 물으면 어떻게 답할까?

 

1X2X3X4X5X6X7X8=?

 

숫자는 똑같은데, 평균 512라고 답했다. 이유가 뭘까? 사람들은 처음의 숫자들을 정박시켜둔다. 그런데 첫 문제의 경우 이 숫자들이 더 높으므로, 사람들이 답으로 내놓은 숫자도 더 높아졌다.

 

287p

실제로 단순화 전략이 도움이 되는 경우들은 많다. 가용성 추론법을 쓰면, 관련 정보들을 힘들게 전부 조사하는 대신에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자료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면 된다. 이런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우리가 흔히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큰 일반적인 일들을 가장 쉽게 떠올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린 사람들을 더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암보다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은 우리를 올바른 판단으로 인도한다.

 

290p

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컵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 조지 칼린

 

292p

요컨대 이 두 쌍의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선택은 똑같지만, 우리는 아주 다르게 반응한다. 왜 그럴까? 질문의 (frame)’이 다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목숨을 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도 이득이라는 틀 속에서 생각하게 된다. 반면에 두 번째 질문은 목숨을 잃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상실의 틀 속에서 생각하게 된다. 요컨대 문제를 이득의 틀에서 보느냐 상실의 틀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단적인 예로 그 유명한 컵을 반이나 찬 것으로 보느냐 아니면 반밖에 차지 않은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판단은 정말로 달라진다!

 

293p

한 예로, 71명의 노련한 경영자들에게 비슷한 상황에서 사업적인 결정을 내리게 했다. 이 경우 경영자들은 처음의 대안을 선택하면 40만 달러를 잃거나 20만 달러를 얻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40만 달러를 잃는 것으로 질문의 틀을 잡자, 이 대안을 선택한 경영자는 25%밖에 안 됐다. 반면에 20만 달러를 얻는 것으로 틀을 잡았을 때는 63%가 이 대안을 선택했다.

 

이들 중 일부는 문제를 삶의 틀에서 보게 하고, 다른 이들은 죽음의 틀에서 생각하게 했다. 예컨대 이중 약 반에게는 수술을 받으면 1년 이상 살 가능성이 68%라고 말해 주고, 나머지 반에게는 수술을 받으면 1년 안에 죽을 확률이 32%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전자의 경우에는 75%가 수술을 선택한 반면, 후자는 58%만 수술을 선택했다.

 

295p

방금 1000달러를 잃었다고 하자. 기분이 어떨까? 그럼 이제 1000달러를 벌였다고 생각해 보자. 대부분이 1000달러를 벌었다며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강하게 반응하는 것은 1000달러를 잃었을 때다. 1000달러를 번 것보다 1000달러 잃은 것을 더욱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손실혐오(loss aversion)라고 부른다.

 

296p

이번에는 이 운동 경기를 보고 싶은데 표가 없다고 생각해 보자. 이 표를 사는 데 얼마까지 기꺼이 지불할 수 있겠는가? 갖고 있던 표를 팔 때는 대개 표를 살 때 지불했던 금액의 두 배를 요구한다. 왜 그럴까? 자신의 것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소유물은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소유물은 과소평가한다.

 

297p

이것을 소유효과라 부르는 이유는 어떤 물건이 우리의 소유물일 때 그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299p

심적회계가 일어나면, 우리는 돈을 서로 다른 범주나 계좌 속에 집어넣고, 이 계좌의 성격에 따라 돈을 다르게 다룬다. 그러나 사실 이런 심적 회계로 인해 돈을 낭비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모든 돈을 대용 가능성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월급이든 선물로 받은 돈이든 도박에서 딴 돈이든, 다르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 돈들은 모두 똑같이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

 

대부분이 세금환급금을 거저 얻은 돈으로 생각해서 마구 써버린다. 세금환급금이 사실은 월급의 일정액을 강제로 저축해 두었다가 나중에 지불받을 돈인데도 말이다. 자발적으로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어 저축했을 때는 나중에 이 돈을 어떻게 쓸지 신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세금환급금은 전혀 이렇게 다루지 않는다. 왜 그럴까? 마음속으로 세금환급금을 별도의 계좌 속에 집어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 Why Smart People Make Big Money Mistaken, p.36. 환급액의 크기도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요인이다. 적은 금액은 대개 써버리지만, 큰 금액은 은행에 숨겨둔다. 환급액이 많으면 쓸 돈도 많을 텐데 이렇게 하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301p

마찬가지로 F. Leclerc, B. Schmitt, and L. Dube, “Waiting Time and Decision Making: Is Time Like Money?”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2(1995)를 본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표를 사려고 40분 동안 기다리는 일을 면하는 것에 얼마를 쓰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표 값이 45달러일 경우 15달러일 때보다 두 배는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304~305p

흑인이 농구계를 주름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전적 자질을 포함한 온갖 이유들이 제시되었다. 어떤 이는 흑인이 더 높이 도약하고 더 빨리 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흑인이 농구에서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사실 다른 식으로는 설명이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사후확산편향(hindsight bias)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사람들은 그 일을 처음부터 분명했던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인과적 설명을 찾아낸다. 그래서 흑인이 유전적 특질 덕분에 프로 농구계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말도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다음의 사실을 기억해 보라.

한때는 유대인 농구계를 지배했었다. 1920~1940년대까지 농구는 주로 이스트 코스트의 도시빈민 지역에서 행해졌다. 당시 농구를 했던 사람들은 대개 억압받던 유대인이었다. 그런데 르포 기자인 존 엔티네의 말에 따르면, 유대인이 농구계를 장악하자 당시 스포츠 기자들도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했다고 한다. “기자들은 유대인이 유전적·문화적으로 농구 경기의 긴장과 체력을 잘 견디게끔 되어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또 키가 작은 사람은 균형도 잘 잡고 뛰는 속도도 더 빠르기 때문에 유대인이 농구를 하기에 유리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한편 유대인이 주의력도 더 뛰어나고 더 영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306p

어떤 일의 결과를 알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1)결과를 불가피한 것처럼 여긴다. (2)일이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를 쉽게 결론지어 버린다. 요컨대 어떤 일의 결과를 알면,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엄연히 존재했던 불확실성들은 잊어버리고, 실제로 벌어진 일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과거를 재국성하는 것이다. 지식의 저주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사후확신편향이 있으면, 경험을 통해 배우기도 힘들어진다. 결과를 보고 스스로를 일깨우지 않으면, 결과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307p

의사나 변호사, 증권분석가, 기술자 등과 같은 전문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예로, 의사들은 폐렴 진단을 내리고 나서 자신의 진단을 88% 확신했다. 그러나 실제로 폐렴에 걸린 환자는 20%에 불과했다. 또 변호사들 중에서 68%가 승소를 확신했지만, 실제로 이긴 경우는 50%에 지나지 않았다. 도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전망한 예측들 중에서 정확한 것은 47&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예측에 대해서 평균 65%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뿐인가? 우리 중에서 85%는 자신이 보통 사람들보다 운전을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우리는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일관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

 

309p

그런데 실패를 기억해도, 우리는 자신의 믿음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이 실패를 해석한다.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 에일린 랭거는 이것을 가리켜 앞면 승리 뒷면 승리 가능성(Heads I win, tails its chance)’ 현상이라고 부른다. 도박사들의 행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결과가 좋으면 우리의 지식과 능력 때문에 그런 긍정적인 결과가 생겨났다고 믿는다. 반면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실패도 우리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깨뜨리지 않는 쪽으로 재해석한다.

 

311p

어느 연구에서는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대학교 의과 대학생들의 성적을 비교해 보았다. 텍사스 주 의회는 대학 당국에 입학 정원을 늘리라고 권고했다. 그래서 대학 당국은 입학사정위원들의 면담 결과, 지원학생들 중에서 하위에 드는 학생들도 입학시켰다. 그런데 입학사정위원들이 상위 그룹으로 평가한 학생들과 이 학생들은 대학 성적에 별 차이가 없었다.

 

315p

실제로 전문가들의 직관적 판단이 통계학적 자료에만 의자한 판단보다 별로 정확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 직관적 판단이 더 부정확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직관적 판단을 여전히 확신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판단이 이처럼 부정확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가지고 있는 정보들이 형편없어서 예측을 하기가 어려울 경우들도 있다. 예컨대 믿을 만한 진단법이 없어서, 환자의 병이 심리적인 것인지 신체적인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 때도 있다. 반면에 유용한 정보가 있는데, 이것들을 잘못 해석하거나 오용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정보는 무시하면서 덜 중요한 정보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또 입학심사위원들처럼 판단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판단 전략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326p

19861월 챌린저호 추락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후, 연구자들은 여러 명의 학생에게 이 소식을 처음 어떻게 들었는지 물었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난 뒤 이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거의 모든 학생이 2년 반이 지났어도 자신의 기억은 정확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억 중에서 완벽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완전히 틀린 기억도 3분의 1을 넘었다.

 

실제로 이들은 챌린저호가 추락했을 때보다 지금 기억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리학자 울릭 나이서가 지적한 것처럼, 최초의 기억은 우리 두뇌 속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새롭게 재구성된 실재들이 이 기억들을 대체한다.

 

332p

거짓 자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흔하게 일어난다. 연구자들은 대학생들에게 자신들이 불러주는 글자를 입력하게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망가질 수 있으므로 Alt 키를 누르지 말라고 했다. 학생들 중에서 이 키를 누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연구자들은 이 키를 눌렀다고 학생들을 비난했다. 처음에는 학생들도 이를 부정했다. 그러나 연구자들과 공모한 증인들이 학생들이 Alt 키를 누르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하자, 70%의 학생들이 거짓자술서에 서명했다.

 

333p

1692년 세일럼의 마녀사냥으로 19명이 교수형을 당했으며, 한 명이 죽음을 강요당하고 수백 명이 수감되었다. 오늘날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한 예로, 우리는 이미 억압된 기억을 빌려 우리만의 마녀사냥을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학대 같은 범죄행위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데도, 되살아난 거짓 기억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감옥에서 썩고 있다.

 

336p

귀인오류 머릿속이 뒤범벅이야!

어느 날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친구 딕이 그의 아내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을 들려주었다. 우리는 전부 그의 아내가 처했던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런데 그때 식탁에 있던 한 동료가 이렇게 소리쳤다. “그거, 지난주 심슨네 가족들에 나왔던 이야기 아냐?” 사실인즉, 딕이 심슨네 가족들이라는 텔레비전 쇼에서 본 내용을 그날 아내가 들려준 경험담과 혼동한 것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런 귀인오류(misattribution)는 아주 흔하게 일어난다.

 

340p

증인의 잘못된 증언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갇히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자료는 있다. 목격자 증언을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 건수는 미국에서 해마다 75000건이 넘는다. DNA 분석 결과 엉뚱한 사람을 수감한 것으로 밝혀진 40건의 사례들을 최근에 분석해 보았는데, 이 중 36, 90%가 증인의 잘못된 증언과 연관되어 있었다.

 

* 연구자들은 또 거짓 확인도 보고했다. 한 예로, 연구자들은 학생들로 이루어진 증인들에게 일정 시간 동안 범죄자들을 보게 했다. 증인들은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 면밀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다. 연구자들은 2~3일 후 이들에게 범인들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이후 4~5일 뒤에는 줄지어 서 있는 용의자들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용의자 열에 서 있던 무고한사람들 중에서 18%를 범인으로 잘못 지목했으며, 얼굴 사진첩 중에서는 29%를 잘못 지적했다.

 

341p

몇몇 기억의 문제들이 두뇌의 특정 부위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해마상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기억 결합 오류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점을 밝혀냈다. 게다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데도 해마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5년 전에 해마상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그 후의 기억은 전혀 못해도 그 전의 일들은 기억했다. 이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두뇌가 특별한 회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견해를 뒷받침해 준다. 해마상에 기억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억을 기록하는 데 해마상이 필요한 것이다. 한 예로,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은 수학과 철학을 논할 수 있는 지적인 환자를 만났다. 그런데 라마찬드란이 잠시 방을 나갔다 돌아오자, 환자는 자신이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349p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복종에 대한 고전적인 실험을 했다. 밀그램은 먼저 40명의 정신의학자들에게 사람들이 전기 충격을 어느 정도까지 가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희생자가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시점, 150볼트 정도의 전압에서 거의 대부분이 멈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에서 약 62%가 끝까지 전기 충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었을까? 천만에! 이들 역시 희생자에게 가학적이거나 무감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격을 가할 때 땀을 흘리거나 몸을 떨거나 말을 더듬었다. 그러면서도 멈추지는 않았다. 게다가 남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교육 배경을 막론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반응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와 요르단, 스페인, 서독 등과 같은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왜 이들은 이런 식으로 행동한 걸까? 권위적인 인물에게 복종하는 성향이 우리의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350p

이처럼 우리에게는 권위자의 주장을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권위적인 인물이라고 해서 그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부적합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권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계획을 관철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354p

애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럴 때 피실험자가 틀린 판단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약 3분의 1 정도였으며, 피실험자들 중에서 4분의 3이 적어도 한 번은 틀린 견해를 받아들였다. 요컨대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판단을 내리면, 우리는 답이 분명한 문제도 틀리게 판단할 수 있다.

 

355p

우리의 행위 모델인 부모를 모방함으로써 믿음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나 다른 권위적인 인물이 우리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천사와 악마, 지옥이 존재한다고 말하면, 이들과 같아지기 위해서 우리도 이것들을 강하게 믿는다. 실제로 어른이 된 후에도 이것들을 믿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여긴다. 반면에 환생 같은 다른 종교의 주장은 괴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모가 환생이 사실이라고 가르쳐주면, 우리는 천국이나 지옥에 대한 믿음을 쉽게 뒤집어버린다.

 

357p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한 사람에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부러 연필을 떨어뜨려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연필을 집어주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연필을 집어주는 경우는 적었다. 실제로 56건의 실험 중 48건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대체로 혼자일 때는 도움을 주는 경우가 평균 75%에 달했지만, 여럿이 있을 때는 53%밖에 안 됐다. 흥미롭게도 이런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집단이 딱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아홉 살 미만의 아이들이었다.

또 우리는 무리에 섞여 있을 경우 혼자일 때만큼 열심히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사람들은 여덟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 속에 있을 때보다 혼자일 때 밧줄을 47%나 더 세게 잡아당겼다. 그 뿐만 아니다. 간단한 일이냐 복잡한 일이냐에 따라, 타인의 존재는 우리의 행위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평균 이상의 당구 선수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 공을 더 잘 치는 반면, 평균 이하의 선수들은 공을 더 못 쳤다. 실제로 200가지도 넘는 연구 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복잡한 일의 경우에는 보는 사람이 있을 때 일의 정확도가 떨어진 반면, 간단한 일의 경우에는 정확도가 약간 높아졌다.

 

360p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믿음을 공유하는 정도를 실제보다 더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거짓합치성 효과(false-consensus effect)라 한다. 한 예로, 학생들에게 회개합니다.”라는 글을 큭 쓰인 옷을 입고 교정 안을 돌아다닐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럴 수도 있다고 답한 학생들은 60%의 다른 학생들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그럴 수 없다고 답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 중에서 약 27%만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367p

다른 견해로부터 차단되어 있을 경우,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은 다른 궁극적인 사태에 적절한 대비책을 세워놓지도 않고 위험한 행동을 무릅쓰기 쉽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집단사고의 문제를 줄일 수 있을까? 최선 중 하나는 집단 지도자들이 반대 견해들을 확실하게 이끌어내는 것이다. 예컨대 아예 구성원 중 한 명을 전략적인 트집쟁이 의론이나 견해의 타당성을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 의견을 말하는 사람 로 임명한 다음, 그 사람 말을 진지하게 숙고하라고 못 박아 두는 것이다. 그리고 지도자들은 처음부터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일본 기업체들도 이런 사항들을 준수한다. 그래서 회의 때는 직급이 가장 낮은 직원에게 먼저 의견을 말하게 한다.

 

368p

집단극화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네 생각을 좀 듣고 싶어. 의사가 그러는데, 내 심장병이 심각해서 수술을 안 하면 일을 그만두고 식단도 바꾸고 내가 좋아하던 스포츠도 거의 다 그만두어야 한 대. 네 생각은 어떠니? 수술을 하는 게 좋을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심장병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아주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의사가 성공 확률이 90%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또 성공 확률이 80%70, 60, 50%라고 한다면? 최소한 몇 %가 돼야 수술을 권유하겠는가?

369p

그러나 구성원들 대다수가 처음부터 이쪽이나 저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집단 전체의 판단은 이 방향으로 더욱 분명하게 기운다. 왜 그럴까? 대다수의 견해를 뒷받침해 주는 주장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되고, 그러면 집단결정에 대한 개인의 책임감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집단 린치만 생각해 봐도, 집단극화가 불러오는 이런 끔찍한 결과들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370~371p

리더가 가만히 앉아서 개입을 안 할 경우에는 정답을 맞히는 비율이 72%, 리더가 구성원 전원에게 참여를 부추길 때는 84%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적극적인 리더는 처음부터 정답을 맞힌 구성원이 한 명뿐일 때, 특히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성원들 중 처음부터 정답을 맞힌 사람이 한 명뿐일 경우, 소극적인 리더를 둔 집단에서는 36%, 적극적인 리더를 둔 집단에서는 76%가 정답에 도달한 것이다. 요컨대 집단사고의 경우처럼, 리더가 반대 의견을 북돋워주는 것이 집단결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이다.

 

372p

우리의 지식은 유한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무지는 필연적으로 무한하다.

- 칼 포퍼

 

오늘날 이 세계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리석은 자들은 확신에 차 있는 반면 지적인 사람들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 버트런드 러셀

 

377p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의 말처럼, “우리를 곤란에 빠뜨리는 것은, 흔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인 것이다.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 조지프 핼리넌 지음/김광수 옮김/문학동네 펴냄/2012.5.7

 

10~11p

  비행기 사고의 70퍼센트, 자동차 사고의 90퍼센트, 직장 내 사고의 90퍼센트가 당사자들의 실수 때문에 일어난다. 따라서 비난받을 대상도 인간이다. 그러나 비난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적절한 해결책에서 멀어진다. 그래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비난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의 상당수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인간은 주변 세계를 보고 기억하고 인지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구조적 편향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구조적 편향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예를 들어 오른손잡이는 건물에 들어설 때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 길이 가장 가까워서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숫자 7이나 푸른색 계통을 이유 없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무언가의 첫인상에 집착하는 태도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시험을 볼 때도 처음 적은 답을 웬만하면 바꾸려 하지 않는다.

 

15p

  운전자가 대시보드 위의 GPS 기기를 만지작거리다가 사고를 냈을 때 사람들은 그 책임을 운전자에게 돌린다. 그러나 같은 사고가 또다시 반복되는 것을 피하려면 운전자를 바꾸기보다 자동차 시스템을 바꾸는 편이 효과적이다.

 

17p

  포드에서 만든 마취약 조절 밸브는 시계 방향으로 돌려야 하는 데 반해 GM의 밸브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도록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의사들이 착각해 밸브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는 일이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치를 표준화해야 했다. 이후 두 기업은 밸브 방향을 통일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20p

  충분히 쉬면 행복감도 높아진다. 행복감은 체계적인 사고와 유연한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다. 그뿐만 아니라 행복감은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계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실수를 자초한다. 과신이야말로 실수의 주요 원인이다.

 

26p

  예를 들면 적정 시거리에서 명확히 바라볼 수 있는 시야의 범위는 전체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눈은 1초에 세 번씩 대상을 바라보고 이동하고 정지하면서 범위의 한계에 대응한다.

눈을 움직여 바라보는 대상은, 보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컨대 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도 실제로 남자와 여자가 보는 대상은 다르다. 소매치기가 여자의 지갑을 낚아채는 장명을 포착할 때, 여자는 소매치기 당하는 여자의 외모와 행동을 눈여겨보는 데 비해 남자는 도둑의 인상착의를 더 세밀히 살핀다.

또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에 비해 대상의 방위를 더 정확히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7p

  시선고정 시간이란 인간의 운동 반응을 신체에 정확히 입력하는 데 필요한 시간으로, 목표물을 마지막으로 훑어본 순간부터 신경계가 처음으로 가동하기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연구진은 농구의 자유투에서 사격의 격발에 이르기까지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전문가와 초보자 사이에 시선고정 시간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문가에게는 시선을 오래도록 고정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도 알아냈다.

 

28p

  맹점 중에서도 매우 황당한 것으로 주의맹이라는 것이 있다. 주의맹이란 눈 깜빡이 같은 사소하고 순간적인 시선 혼란으로 인해 그 장면에 나타나는 중대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32p

사이먼스는 인간의 눈이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각도는 겨우 2도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주먹을 쥔 채로 팔을 쭉 뻗어 엄지손가락을 세웠을 때, 엄지손가락의 폭과 눈이 이루는 각도가 약 2도이다.

 

 

33p

  세부 요소들을 얼마나 발견할 수 있는가는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문짝 실험에서 사이먼스와 레빈은 상대방이 바뀐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일곱 명의 학생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들은 모두 실험에 등장한 이방인과 비슷한 또래였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이 소속된 사회집단과 성향이 다른 사회집단의 사람들을 대할 때면 행동을 달리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흑인은 같은 흑인을 만날 때와 다른 인종집단의 사람을 만날 때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만날 때, 젊은 사람이 노인을 만날 때, 남자가 여자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사인먼스와 레빈은 타인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확대했을까?

 

36p

  ‘테이블 회전이라고 이름 붙인 이 착시모델은 지각의 왜곡현상이 우리의 신경계에도 깊이 자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왜곡현상이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 결과, 눈앞에 있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어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서로 달라 보이는 두 테이블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누군가 얘기해 주어도 우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지 못한다. 착오를 일으키고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39p

  울프 박사는 이 실험에서 얻은 교훈이 다른 상황들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즉 사람들은 표적을 손에 넣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될 때는 서둘러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고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말한다. “제 생각은 그래요. 가당치도 않은 것을 찾아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일 자체가 어리석은 것 아닌가요?”

 

40p

메이요 의료원(Mayo Clinic) 의사들이, 과거에는 정상으로 판별되었지만 이후 폐암에 걸린 환자들의 X선 사진을 다시 검사했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던 사진들의 90퍼센트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진은 당시의 암이 이미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진행된 상태였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방사선 전문의들이 무심코 놓친 것이다.

 

45p

  알다시피 인간의 장기기억력은 완전하지 못하다. 게다가 장기기억은 다분히 의미 중심적이다. 우리가 일상 사건들에 대해 기억을 떠올릴 때 그 사건의 표면적인 세부 요소보다는 의미를 기억한다는 뜻이다.

 

56p

  하지만 훗날 밝혀진 사실은 그 반대다. 특이한 장소는 기억하기 쉽기는커녕 오히려 잊어버리기 쉽다.

 

60p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성인인 우리도 누군가의 얼굴을 채 1초도 안 될 만큼 잠깐 바라보고도 그 사람에 대해 상당히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 게다가 상대방을 볼 때 항상 신체적 특징만을 보지는 않는다.

 

65p

  최근의 연구 사례들에서도 보듯이 사람을 잘못 알아보는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한 예로 1989년부터 2007년 사이에 미국의 수감자 중 201명이 유전자 증거를 통해 뒤늦게 무죄로 밝혀져 석방되었다. 더욱이 그중 77명은 증인의 잘못된 진술로 투옥된 경우였다.

 

66p

  아름다움을 인식할 때도 마찬가지다. 얼굴이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눈에 더 잘 띈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 300명을 노인과 젊은이, 흑인과 백인, 여성과 남성 집단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학교 졸업앨범을 보여주며 어떤 얼굴이 눈에 잘 띄는지 찾아보라고 했다. 그러자 집단에 상관없이 대다수 피험자들은 미모가 뛰어난 사진을 우선으로 고르는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범죄자의 얼굴을 규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인간의 이런 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 ‘범죄의 추악한 얼굴이라는 비유적 표현도 있듯이,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범죄자들의 얼굴이 보통 사람들보다 추악해 보인다는 설을 입증했다.

 

72p

  더 중요한 사실은, 피험자들이 사진 속 인물의 능력을 추측한 시간이 대단히 짧았다는 점이다. 이어진 실험에서 피험자들이 정치인의 사진을 보고 그들의 능력을 추측한 시간은 각각 1초 이내였다. 게다가 연구진은 사진을 보여주는 횟수를 늘리더라도 피험자들의 처음 추측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첫인상이 머릿속에 각인된 것이다.

 

73p

  여성의 신체가 월경 주기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월경기에는 얼굴 표정과 체형뿐 아니라 체취까지 달라진다. 실험 결과, 여성의 월경 주기 중 배란 직전의 얼굴이 (이성이 보기에는) 가장 매력적으로,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도 가장 멋지게, 체취도 가장 유혹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변화에서 주목할 사실은 변화의 정도가 눈에 띄게 확연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76p

남자들의 소비 습관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이미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예컨대 특정 향기가 남자들의 지갑을 연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 실험에서 어느 소매점에 남성 취향의 방향제를 뿌렸더니 남성 1인당 평균 지출이 55달러였는데 반해, ‘여성 취향의 방향제를 사용했을 때는 그 절반도 안 되는 23달러에 그쳤다.

 

* 설명 가능한 경로로 무희의 목소리를 들 수 있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생식주기에서 최고조에 다다른 여성들은 목소리가 더 매력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호르몬의 변화로 후두부의 형태와 크기가 달리지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Pjptone and Gallup(2008) 참조.

 

77p

값비싼 와인을 예로 들어 보자. 스탠포드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기술원의 연구진이 자원한 20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각각 5, 10, 35, 45, 90달러라고 적힌 와인을 맛보게 한 뒤 맛을 평가해달라고 주문했다. 피험자들은 와인 전문가가 아니라 우리처럼 간혹 와인을 마시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시음 후의 반응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가장 비싼 와인이 가장 맛있다는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시음 과정에서 연구진은 가격표와 내용물을 바꿨다. 90달러짜리 와인을 한 번은 90달러 병에, 또 한 번은 10달러 병에 넣었다. 45달러 와인도 한 번은 45달러, 또 한 번은 5달러 병에 넣었다.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시음을 계속했더니 피험자들은 예외 없이 높은 가격표가 붙은 왕ᅟᅵᆫ을 선택했다.

 

78p

우리의 판단을 흐르는 것은 가격뿐만이 아니다. 색상도 그중 하나다. 앞의 실험에서 약의 색깔에 따라서도 피험자들이 느끼는 약의 효능에 차이가 있었다. 실제 실험에서 사람들은 검정색과 빨간색 캡슐의 효능에 가장 강한것으로, 흰색이 가장 약한것으로 평가했다.

 

81p

그러나 살아가면서 가끔 경험하듯이,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답 바꾸기를 주제로 지난 70년 이상 진행해 온 연구를 살펴보면, 답을 바꾼 사람들 대다수가 틀린 답을 옳은 다으로 고쳐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객관식이든 양자택일형이든, 혹은 시간이 정해져 있든 없든, 시험의 유형과 상관없이 결과는 동일했다.

그런데도 처음 선택한 답이 정답이라는 신화는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학생들은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도 여전히 처음의 답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2p

일반적으로 인간은 행동하지 않을 때보다 행동했을 때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무언가를 실행하다가 일이 어긋나버릴 바에야 차라리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수동적’,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과 같이 인식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르는 죄책감도 훨씬 적다.

 

83p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은 사후에 가진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정답을 오답으로 바꾼 학생들 대부분이 오답을 정답으로 바꿀 시도조차 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훨씬 많이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두 경우 모두 정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바꿔서 틀리는 것보다 차라리 틀리더라도 내버려두는 편이 덜 후회스럽다는 뜻이다.

 

84~85p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처음 선택한 답을 고수하는 것이 더 훌륭한 전략이라고 기억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크루거 교수는 사람들이 처음 선택을 고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믿게 된 배경에 이런 기억 편향도 한몫을 한다고 설명한다.

선택을 바꿔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반대의 현실을 더 잘 기억합니다. 역설인 셈이지요.”

 

90p

아마도 학생들은 성적이 나빴을 때보다 좋았을 때를 더 잘 기억하는 듯하다. 실제로 A학점을 기억한 비율이 89퍼센트였던 반해 D학점은 29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그래서 연구진은 F학점은 아예 계산도 하지 않았다).

91p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과거의 기억을 긍정적이고 자기만족적인 내용으로 재구성한다. 한 예로 부모는 자신들의 양육 방식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기보다 전문가가 권유하는 이상적인 모델에 가깝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또 비슷한 예로, 도박꾼도 돈을 잃었을 때보다 땄을 때의 상황을 더 생생히 기억했다.

 

98p

실수를 유발하는 한 가지 중요한 원천이 바로 이 사후해석 편향이다. 사건의 결말을 충분히 알고 나면 과거의 그 사건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이 사후해석 편향의 핵심이다.

 

99p

게티즈버그 전투든 진주만 폭격이든, 사건이 지나고 나서야 역사학자들은 의미 없는 것들로부터 의미 있는 것들을 더 쉽게 추출해낼 수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그 사건의 결과를 필연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해석은 또 다른 무언가를 대가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른바 점진적 결정론이라고 알려진 과정이다.

 

사후해석 편향을 주제로 한 여러 실험의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사건 당시에 알게 된 것들을 과장할 뿐 아니라 그것들을 엉뚱하게 기억했다. 특히 사건 당시의 상황을 애초부터 잘못 파악했을 때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

 

101p

그뿐만 아니라 웨슬리언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학생 역시 자신들이 실제보다 똑똑해 보일 법한 기억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음의 예측이 현실로 드러났을 때 학생들은 처음의 그 예측을 과도하게 강조했다. 예를 들어 처음 예측의 발생 확률이 30퍼센트에 불과했음에도, 그것이 현실로 드러났을 때는 확률을 50퍼센트 정도로 높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처음의 예측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는 그 반대였다. 즉 처음 예측의 발생 확률이 50퍼센트였더라도 실제로 기억하는 확률은 30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102p

미국 전역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남자들이 말한 평생의 섹스 파트너 수치는 일반적으로 여자들에 비해 최대 네 배나 많았다. 한 남자의 새로운 파트너는 결국 한 여자의 새로운 파트너와 수적으로 동일함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107p

한 연구에서는, 동료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뇌물 공세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의사들의 비율이 84퍼센트에 달했다. 그럼 본인은 어떨까? 자신이 그 뇌물에 영향을 받는다고 대답한 비율은 고작 16퍼센트였다.

 

111p

한 연구진은 실험실 연구 결과, 자신은 부정하지 않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일수록 이후의 잇따른 상황에서 부정한 행위를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프린스턴 대학교 연구진의 최근 실험에서 이 점이 입증되었다. 자신은 편견이 없다고 당당히 선언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정확하지 않는 견해를 드러내는 경향이 더 많았다.

 

112p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공개해버리면 이런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담배회사들은 경고성 문구 하나를 표기해 놓고 마치 흡연자들을 죽여도 된다는 면허를 받은 것처럼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뢰벤슈타인의 투자 상담사들 역시 정확하게 예측하려 하기보다 자기 이익을 추구해도 좋다는 면허를 받은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이봐요, 저는 분명히 경고했어요.”)

 

117p

기술이 계속 혁신되고 있음에도 CFTT(정상 운항 중의 지상 충돌) 사고는 여전히 비행기 운항에서 치명적인 위험으로 분류된다. 비행기 사고의 40퍼센트 이상이, 그리고 비행기 사고 희생자들의 절반을 훨씬 넘는 사람들이 CFTT와 관련되어 있다. 1990년 이후로 발생한 사고 중에는 이처럼 많은 생명을 앗아간 유형도 없었다.

 

사고 원인을 분석한 공군은 대다수 사례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절반 이상의 사고에서 승무원들은 로프트 기장처럼 조종실 내부의 상황에 대한 주의력을 상실했다. 긴급한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비행기를 제어할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공군에서 지칭한 업무 포화이다. 업무 포화란 한 번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진 상황을 말한다.

 

120p

한 실험에서 연구진이 학생들에게 채색된 십자가 형태와 삼각형 같은 도형 형태의 이미지 두 가지를 구분하게 했다. 순간적으로 보여 준다면 충분히 헷갈릴 법한 형태였다. 두 이미지를 동시에 본 학생들이 형태를 구분하는 데 약 1초의 반응 시간이 걸렸고, 그럼에도 실수가 여러 번 있었다. 반면에 이미지를 한 번에 하나씩, 예컨대 처음에는 십자가를 보여 주고 이어서 도형을 보여 주는 식으로 했을 때는 시간이 그 절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121p

직장 내 여러 연구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하다가 전화 등을 이유로 방해를 받았을 때 본래의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는 약 15분이 걸린다고 한다.

 

125p

클라워는 운전자의 주의를 빼앗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불과 2초만 눈을 돌려도 사고 위험이 두 배로 증가한다. 따라서 운전하다가 다른 무언가를 2초간 바라보아야 할 상황이라면 짧게 여러 번 나눠 봐야 한다.

 

130p

그는 초록색이라는 단어를 이와 대조적인 색상인 빨간색으로 인쇄해 놓고 실험 참여자들에게 읽게 하자 그들이 약간 머뭇거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트루프 효과(Stroop Effect)로 알려진 이 현상은 두 가지 일이 서로 얽혀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131p

운전자도 하나의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비가동 시간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특히 60대 이상의 노인들은 이것이 더 어렵다. 바뀐 일에 집중하기까지 걸리는 이 시간은 노인들의 경우 젊은이들에 비해 두배까지 길어진다.

 

138p

그 결과, 프랑스 음악을 튼 날은 프랑스 와인의 판매량이 독일 와인을 압도했다. 반면에 독일 음악을 튼 날은 판매량이 그 반대였다(식품점 와인 코너에서는 보통 프랑스 음악을 트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고객들 대부분은 음악이 자신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와인을 선택한 구매자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해당 항목에 답하게 했따. 그랬더니 응답자 4명 중 음악이 자신의 와인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대답한 사람은 14퍼센트인 6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구성의 위력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구성이란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깨닫지 못한다.

 

140p

* 다른 몇몇 실험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암 치료법으로 방사선 요법과 수술 요법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리고 생존율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자 피험자들은 수술 요법을 더 많이 선택했다. 반대로 사망률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을 때는 방사선 요법을 선택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피험자들의 의학 지식이나 학력 등은 선택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일반 대학생과 의대생,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결과는 모두 비슷했다.

 

141p

인간이 위험을 판단하는 시스템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반사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이고, 둘째는 그보다 깊이 생각하여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오리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폴 슬로빅 교수의 말이다. “인간의 위기 인식은 주로 감정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합니다.”

 

145p

시간적 압박을 여러 경로로 우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2001911,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고 나서 많은 미국 사람들의 시간관념이 변했다. 특히 뉴욕과 같은 대도시 사람들일수록 하루살이식의 시간관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다이어트나 운동처럼 많은 시간이 필요한 활동들을 거부한 채 그럭저럭 편하게 지내는 생활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 결과, 다이어트 클럽에 계약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149p

물라이나단은 말했다. “놀랍게도 남자 대신에 여자 직원의 사진을 붙이자 이자율을 5퍼센트 내린 것도 동일한 수요 창출 효과가 있었습니다.”

 

150p

* 앵커링 효과란 누군가가 먼저 제시한 수치를 준거로 삼는 현상을 말한다.

 

153p

복숭아 통조림의 경우에는 ‘4’라는 숫자가 구매자들에게 준거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네 개라는 것만 보고 별 생각 없이 통조림을 집어 든다. 묶음 가격의 효과는 매우 확실하다. 식품점 86군데에서 실험한 결과, 묶음 가격 방식으로 판매된 제품의 매출이 단일 가격 방식에 비해 32퍼센트나 향상되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앵커링 기법을 이용하는 또 다른 사례가 보로 한정 수량이다. “고객 1인당 12개 이내 한정 판매와 같은 식이다. 이때는 숫자 12가 준거로 작용한다. 수량 한정이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실제로도 그렇다. 준거의 수치가 올라갈수록 매출도 더 늘어난다.

 

154p

실제도 거대 정당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선거에서 투표용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후보자들이 3퍼센트 정도 더 많은 표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156~157p

영향력이 매우 큰데다 이러한 심리적 조작은 식품점에서 투표소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에 소개하는 몇 가지를 참조하면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도 있다.

첫째, 재구성을 해봐야 한다. 한 예로 집을 사기 위해 가격을 절충해야 하는 사람은 전체 가격(25만 달러)이 아니라 면적당 가격(1평방미터당 2,500달러)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

둘째, 먼저 제시해야 한다. 물론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압류되었거나 그럴 예정인 부동산이라면 임대인이나 소유주에게 먼저 가격을 제시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러면 이 가격에서 시작하여 앞으로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셋째, ‘할인가격에 유의해야 한다. 판매자는 자신의 정한 가격을 내세워 구매자의 생각을 그 수준에 묶으려 한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도 밝혀졌듯이, 판매자 입장에서 할인가격은 더 이상의 할인을 차단하는 좋은 무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구매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 곳의 가격을 비교하여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161p

심한 갈증으로 ㅇㅇ이 탄다.” 이 문장을 읽고 굳이 고민하지 않더라도 ㅇㅇ에 들어갈 단어가 입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은 이처럼 어떤 대상을 대충 훑어보는 성향을 교정자 실수라고 부른다.

 

169p

연구진은 수중에서 외운 피험자들은 수중에서, 지상에서 외운 사람들은 지상에서 단어를 더 잘 기억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컨대 지상 암기자들은 지상에서 평균 13.5개의 단어를 기억한 데 반해 수주에서는 8.6개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수중 암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수중에서 평균 11.4개를 기억한 데 반해 지상에서는 8.4개밖에 기억해내지 못했다.

 

185p

한 연구진의 실험에서 가격표의 음절이 하나 늘어나면 기억하는 비율은 20퍼센트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둥글고 매끄러운 형태의 가격표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했다.

 

188p

몇 년 전에 바버라 트버스키와 듀크 대학교의 동료 교수 엘리자베스 마시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몇 주간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매일 기록하도록 지시했다.

 

몇 주 뒤에 두 교수가 기록을 정리한 결과, 학생들의 이야기 중 절반 이상(58퍼센트)은 정보 전달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 내용은 주로 사회적 사건과 관련되었으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 횟수는 평균 2.7회였다. 두 사람의 예상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왜곡 수준은 뜻밖이었다, 학생들이 왜곡했다고 인정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지만 실제 왜곡 횟수는 학생들의 생각보다도 더 많았다. 트버스키와 마시가 분석한 바로는 학생들이 이야기를 첨가하거나, 생략하거나, 과장 또는 축소한 경우가 전체의 61퍼센트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인정한 비율은 42퍼센트에 불과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시사한다. 즉 왜곡 현상이 매우 일반적이어서 학생들은 사실을 엉터리로 전달하면서도 스스로 인식조차 못 한다는 것이다.

 

189p

두 교수가 이 실험에서 확인한 사실 중의 일부는 다른 한 실험에서 얻은 결과와도 놀랍도록 흡사했다. 다른 실험에서 두 교수는 피험자들을 낯선 사람과 만나게 하여 10분간 이야기하게 하고는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대화 후에 녹음한 내용을 틀어 주면서 그 내용 중 얼마만큼이 진실인지 본인이 직접 확인하게 했다. 그랬더니 피험자들의 60퍼센트가 대화 도중에 거짓말을 했다고 인정했다.

 

190p

대화가 일종의 행동이라면, 우리는 상대방이 내 위주로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움직이도록 행동(대화)하는 셈입니다. 즉 나를 좋아하게 만들거나, 내가 현명하거나 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려는 것이지요.”

그녀는, 이런 이유 때문에 대화의 목적은 사실 전달이 아니라 이미지(인상)를 창조하는 데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대화에서 정확성은 이미지 관리보다 후순위라는 뜻이다.

 

듣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쉽게 속지도, 쉽게 믿지도 않는다. 즉 이야기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곧바로 바로잡으려 한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으로서, 이야기를 들을 때 남성이 여성보다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91p

트버스키와 마시는 앞의 연구에서,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마저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변형된 내용이 말하는 사람의 기억에 자리잡는 바람에 사실이 아닌 것사실처럼 기억되는 것이다. 이 점을 현실에서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통제되는 실험실 환경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입증할 수 있다.

 

198p

바꾸어 말하면, 남성은 자신의 IQ를 과대평가하는 반면에 여성은 과소평가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비단 IQ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은 자신의 매력에 대해서도 실제보다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201p

남성이 반드시 위험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위험의 가치를 여성에 비해 더 크게 생각할 뿐이었다(이번에도 사회영역은 제외되었다).

 

로프 끝에 매달린 사람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번지점프는 번지점프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베버가 발견한 바로는, 이런 행동의 인식 가치에는 차이가 있으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번지점프를 원치 않는 경우가 더 많은 이유도 바로 이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즉 여성은 위험을 무릅쓸 정도로 번지점프에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202p

한편, 남성과 여성은 거짓말을 하는 방식도 달랐다. 남자 대학생들은 (특히 여성과 이야기할 때) 계획이나 성적을 과장하는 등 자신에 대해 거짓말을 많이 했다. 반면에 여대생들은 다른 사람을 치켜세우는 거짓말을 많이 했다.

 

204p

자신에게 회의적인 사람은 잘못된 전략을 과감히 버리지 못하고 대안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껏 해오던 대로 고수할 뿐이다.

 

205p

남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지리, 게임 등의 분야에 대해 연구했더니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으로 도구를 활용했다. 그에 비해 여학생은 임기응변보다는 분명한 지침에 따른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선호했다.

 

211p

길을 묻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연구한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대니얼 몬텔로 교수의 말이다. 그는 남자들이 이 남성 자아에 얽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드 코넬 실험에서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닌 6세 남자아이들이 그랬듯이, 많은 성인 남자들도 현실에서 이렇게 배회하는 것을 그다지 불편하게 여기지 않았다. 몬텔로는, 남자들은 경로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방향을 상실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했다.

 

217p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고객은 실패하는데 회사는 성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해답은-다른 대기업들이 흔히 그렇듯이-뉴트리시스템이 고객들의 믿음을 최대한 이용하는 데 있다. 즉 고객들이 앞으로 도전할 일이 아니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233p

모든 실험에서 전문보다 요약본이 더 효과적이었다. 학생들에게 20~30분의 시간을 주고 전문과 요약본을 구분하여 읽게 했더니 요약본을 읽은 학생들의 이해도가 더 높았다. 글을 읽은 지 20분 후와 1년 후에 각각 시험을 쳤을 때도 결과는 동일했다. 두 경우 모두 요약본을 읽은 학생들이 내용을 더 잘 기억했다(그러니 요약본이라고 해서 하찮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소용이 있든 없든 정보를 과도하게 축적하려는 욕구가 숨어 있다.

 

정말로 쓸모 있는 정보가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지금도 정보를 열망한다.

 

246p

전문가를 진짜전문가답게 만들어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 문제에 대해 남보다 빠르게, 남보다 깊이 생각하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런 능력을 어떻게 계발했을까?

보통은 뛰어난 기억력 덕분이라고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의 앤더스 에릭슨 교수는 말한다.

 

그는 분야에 상관없이 이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전문가들은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중요한 것은 연습이다. 세계적 권위자들은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부단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248p

이처럼 각 분야 전문가들의 머릿속에는 커다란 도서관들이 하나씩 있기 때문에 이들은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문제점도 재빨리 파악할 수 있다.

 

258p

인간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때 그리 창의적인 편은 아닌 것 같다. 특히 현재와 비슷한 상황을 과거에 겪으면서 그 해결책을 이미 학습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262p

실수를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은 제약이다. 제약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가진 다른 대안들을 제한함으로써 정도를 유지하게 도와주는 의식적 도구로 정의된다. 나 역시 제약을, 정해진 코스로 주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범퍼와 같다고 생각한다. 달리 생각하면, 제약은 실수를 막아 주는 차단막이기도 하다.

 

263p

제약과 유사한 개념 중 하나가 유도. 사용방식을 유도하는 것도 결국은 사용방식을 제약하는 것과 비슷하다. 유도의 방식도 다양하다. 제품의 형태, 구조, 크기 등을 통해 사용방식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은 바닥에 튀기거나 던지기에 좋은 생김새다. 자동차의 운전대도 돌리기 좋게 되어 있고, 현금 투입구는 슬로이 있어 지폐를 밀어 넣기에 편하다. 처음 접한 물건도 유도의 의미만 잘 이해하면 그것의 기능과 작동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71p

인간의 실수도 마찬가지다. 실수의 원인을 분석하려면 인간이 가진 동기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인가의 행동이 반드시 자기 의지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게다가 자신에게 편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과신, 뒤늦은 깨달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간의 판단은 왜곡된다.

 

275p

지난 10년 사이에 미국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비행기 사고는 65퍼센트나 줄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1997년에는 이륙한 비행기를 기준으로 거의 200만 대당 한 대의 비율로 치명적 사고가 발생했지만 2007년에는 약 450만 대당 한 대꼴로 줄었다.

 

276p

부검 사례를 연구했더니 의사들이 치명적인 질병을 오진한 비율이 무려 20퍼센트에 달했다. 이는 다섯 번 진단 중 한 번은 오진이라는 뜻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오진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다. 오진 비율이 1930년대 이후로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학협회저널은 개선 없음!”이라는 제목으로 이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을 요약했다.

291p

사람들은 누구나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며, 어떤 상황에서든 결과가 더 좋은 쪽으로 달리질 수 있기를 바란다. 대출할 때 변동금리를 선화하고, 이혼에 대비해 결혼 전에 재산 분할 합의서를 만들고, 물건을 사더라도 자유롭게 반품할 수 있는 판매회사를 선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292p

뢰벤슈타인은 희망이 적응을 방해한다.”라고 결론지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무언가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 상황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방법을 빨리 배울수록 행복이 빨리 찾아온다.

 

293p

캘리포니아 대학교 새디에이고 캠퍼스의 데이비드 슈케이드 교수는 사람들의 예상과 실제 미래의 행복 사이의 관계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그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 중에서도 사람들이 특정 용인의 가치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와 동료들은 이런 경향을 매몰 환상'이라고 불렀다. 이 환상도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그르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요인이다.

 

298p

대출자의 관심을 유발한 것은 무엇이었나?

 

여자 직원의 미모가 대출자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그러면 NHL이나 NFL에서 팀에 주어지는 벌칙의 경우는 어떨까? 벌칙을 유발하는 범인은 선수도, 코치도, 심판도 아니었다. 선수들의 유니폼 색깔이 바로 범인이었다.

 

299p

최근에 일부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두 가지, 즉 이성적 차원과 본능적 차원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며, 마치 자동차의 전조등으로 아래위를 비출 수 있듯이 이성과 본능이라는 두 가지 차원이 지속적으로 교차한다는 사실에 의견을 같이했다. 우리의 실수 중 상당수는 행동하는 상황과 생각하는 상황의 경차 속에서 일어난다.

304p

실수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들도 있다. 그중에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것도 있는데, 자기 방식에 대한 고집을 내려놓는 것도 그런 방법 중 하나다. 습관은 우리의 시간과 정신노동을 아껴 주는 좋은 친구다. 하지만 그 습관 때문에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 눈에는 애초에 보려 했던 것만 보인다.

 

306p

무언가를 결정할 때 우리는 다이어트 체험기 같은 눈에 보이는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에 그릇된 결정을 할 때도 많다. 실제로 미국 중앙정보국은 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부 정보 분석관들에게 사례 제시를 경계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사례가 사람들을 혼동하게 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결론은 이렇다. “정보 분석가들은 매우 일반적이거나 정보로서 가치가 거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례나 개인적인 상황에 큰 비중을 두지 말아야 한다.” 훌륭한 조언이다. 우리도 누군가의 추천이 아니라 상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310p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사고파는 현실 세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효과가 나타난다. 행복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오래 머뭇거리지 않고 신속하게 의사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뇌의 거짓말

- 마이클 캐플런, 엘런 캐플런 지음/이지선 옮김/이상 펴냄/2010.7.15

 

10p

  오류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이고 평등하다. 최고의 학벌을 자랑하는 사람들의 의견조차도 단지 소문과 권위와 편견과 정당화가 교묘하게 합쳐진 하나의 집합체일 수 있다. 비논리성과 비합리성은 프로레슬링 경기뿐만 아니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실험실에도 만연해 있다. 이 같은 일반적인 어리석음(vulgar error)은 단순히 몰라서 저지르는 실수와는 다르다(끈 이론이나 대위법, 혹은 키르케고르의 철학에서는 이를 용서가 되는 무지로 본다). 문제는 날마다 말하고 행동하는 익숙한 것들에서 노골적으로 저지르는 잘못이다. 우리는 뻔뻔스럽게도 충동적으로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는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대중매체의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잘 알지 못하는 어떤 막연한 대상들이나 사건들에 책임을 전가한다. 심지어 자신을 내세우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혀 관계없는 이유를 끌어다 쓰기도 한다(나는 진실한 신자이기 때문에 내 믿음은 분명 진실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온갖 미사여구(‘진정한 미국인이라면 나를 지지할 것이다’)와 사실이 아닌 통계수치(‘200% 더 싼 가격!’)를 들이댈 때, 우리는 쉽게 현혹되기도 한다.

 

20p

  매우 감정적이거나 정치적인 의미가 함축된 말은 객관성이 필요한 진술에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이 같은 비형식적인 오류들은 교묘하게 논리적 균형을 깨뜨린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전형적인 유도 심문에서 그렇다. ‘그래서 지금 월마트가 저소득 공동체에 저가 물품을 공급하는 정책이 나쁘다는 겁니까?’ ‘그래서 우리가 줄행랑을 친다면 테러리스트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이제 아내는 안 때리시나요?’ 화자의 권위도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 화자의 강한 존재감과 드높은 명성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논거의 허점을 지적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그 오률들은 이렇게 속삭인다. ‘내가 더 크니까, 내가 더 좋은 교육을 받았고 더 좋은 차림새이며 더 좋은 지위에 있으니까 내 의견에 찬성해야 하고, 내가, 내가 아는 사람이, 내가 지금 언급하는 사람이 이미 크게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 말을 따라야 한다’ ‘당신은 내 영화들을 좋아했으니까 총기 규제에 관한 내 의견도 받아 들여야 한다’ ‘히틀러가 채식주의자였기 때문에 우리는 고기를 더 많이 먹어야 한다

 

23p

  그런데 영역 논리를 입돠 더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타당성진실성의 차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적 타당성을 확립하기 위한 규칙들을 제시했지만, 내용의 진실성까지 따지지는 않았다. 언뜻 다다이즘의 성격을 띠는 듯한 삼단논법을 예로 들어보겠다.

 

1. 모든Xqrspoo.

2. 2VX7Xqr이다.

3. 그러므로 2VX7spoo.

 

이 명제들은 진실한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형식논리의 규칙을 착실하게 잘 따르고 있다. , 대전제, 소전체, 결론의 추상적 관계가 잘 성립되어 있다. 그러므로 내용이 진실하지 않아도 형식논리의 측면에서 결론은 참이다. 이외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 우리가 믿는 것들, 우리가 상상하는 것들도 이 삼단논법에 대입해볼 수 있다. 물론 튀어 오르는 원자들혹은 춤추는 천사들도 해당된다.

 

28p

  이마누엘 칸트의 표현대로 그 당시는 미몽에서 벗어나는시대였다. 칸트와 다른 모든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뉴터의 발견이 천문학의 발전으로 이어졌듯이 독단적인 사고를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사물과 현상을 관찰하는 태도가 계몽주의를 싹트게 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는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여겼다. 계몽주의가 내건 표어는 다음과 같이 간단하다. “용기 내어 지신의 이성을 사용하라(Sapere aude!)”

 

29p

  베이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은 자신의 기꺼이 믿을 수 있는 것만을 믿는다. 이간은 관찰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참을성 있게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을 배척한다. 진실하고 균형된 것도 마찬가지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신에 집착하며 그보다 차원이 높은 것들을 배척한다. 자만에 빠져 경험의 관점도 배척한다. 저속한 자들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면서 일반적인 믿음과 반대되는 것들을 배척한다.

 

38p

  스위스 뇌샤텔 대학의 레두안 비샤리(Redouan Bshary)10여 년 동안 청소 물고기를 관찰한 결과는 궤변과 억지가 판치는 시장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청소 물고기들은 각자 자기만의 작은 공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곳을 찾아오는 고객은 지역 주민들만이 아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매우 다양한 종의 물고기들은 빠른 서비스를 받기 위해 언제 어느 가게로 갈지를 선택한다. 그래서 시장을 둘러보는 관광객처럼 까다로운 물고기를 상대할 때는 더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다른 고객들에게 어떻게 서비스를 하는지 꼼꼼히 지켜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비스가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느껴져야 비로소 자세를 취한다. 그러다가 무슨 속임수를 눈치 채기라도 하면, 당장에 지느러미를 흔들어 그 작은 물고기를 해치우려고 한다.

 

42p

  애덤 스미스가 창시한 고전파 경제학에서 가치란 대체 가능한것을 말한다. , 가치 있는 것이라면 가치 있는 다른 것과 주저 없이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완벽히 대체 가능한 가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50만 달러에 달하는 당신 집을 사겠다면서 은행 수표가 아닌 현금(100달러짜리 지폐 5,000장을 일일이 세면서), 혹은 금 50파운드를, 혹은 앞으로 10년 동안 당신의 십대 자녀 두 명을 무보수로 돌보겠다는 각서를 내민다고 상상해보라. 모두 화폐 액수는 같지만, 어쨌든 당신이 느끼는 가치는 각각 다를 것이다. ‘사용가치개념에서 교환가치개념으로 전환하는 일은, 합리적 경제학이 보장하는 약속의 땅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과정인지도 모르지만 참으로 복잡한 일이다.

 

42~44p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우리가 선택을 할 때 어떤 상황의 결과에 대해 알거나 혹은 적어도 추측한 것을 바탕으로 한다고 가정한다. 이 가설이 과연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은퇴하는 날 다우지수가 어디에 머물지 추측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기대효용을 설명하는 데는 유용하다. 적어도 이론적으로 확실한 가능성을 따질 수 있다면 합리적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가설에 대해 1953년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모리스 알레(Mauice Allars)가 제기한 흥미로운 문제가 있다. 다음을 읽고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 보라.

알레는 당신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제안한다.

A) 100만 달러를 받을 확률 100%

B) 100만 달러를 받을 확률 89%, 500만 달러를 받을 확률 10%, 한 푼도 못 받을 확률 1%

선택을 했다면 다음 두 가지 중에서도 하나를 선택해 보자.

C) 100만 달러를 받을 확률 11%, 한 푼도 못 받을 확률 89%

D) 500만 달러를 받을 확률 10%, 한 푼도 못 받을 확률 90%

A)D)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사림이 아니라 컴퓨터다. 컴퓨터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A)100만 달러를 받을 기회가 있다(이 경우는 확실하다). C)도 그렇다. B)500만 달러를 받을 확률이 10%이고, D)도 그렇다. 따라서 내가 1%라도 높은 확률을 원해서 A)를 선택한다면, 당연히 C)도 선택할 수는 없다. 그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선택한다. 결과가 불확실해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도박보다는 결과가 확실한 것을 선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관적 기대효용이론을 세운 I. J. 새비지(I. J. Savege)조차 A)D)를 선택했다. 그가 자신의 본능이 저지른 실수를 정정할 때까지였지만 말이다.

 

50p

  먼저 가치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과연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을 만드는가? 우리가 괜찮은 베이컨 샌드위치에 대해 말할 때 그 괜찮은 정도는 괜찮은 트럼펫 연주에 못지않을까?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카밀로 파도 아스키오파(Camillo Padoa-Schioppa)와 존 아사드(John Assad) 교수는 노의 안와전두피질에 있는 뉴런들이 가치에 대한 생각을 부호화한다는 점을 발견했다(그것은 우리를 비롯한 영장류들이 이를테면 사과와 오렌지를 돈 같은 매개물로 전환하지 않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선호의 척도가 된다). 게다가 이 뉴런들이 부호환된 선호도는 일관적이고 강력하다. 붉은털원숭이들이 늘 사과주스 세 모금보다 포도주스 한 모금을 더 선호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사과주스가 네 모금일 때는 사정이 달라지지만 이 같은 뇌의 선호도는 경험에 따라 쉽게 바뀌지도 않는다. 노년에 부자가 되어 고급 샴페인을 맛볼 수 있게 되더라도 가난한 젊은 시절에 마시던 맥주보다 더 좋은 맛이 안 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편 대뇌피질의 외내두정역에 있는 뉴런들은 시각 정보를 안구 운동 지령으로 바꾸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것들은 여러 물체를 보면서 기대 이익을 추측할 때에도 활성화한다. 그에 따라 우리 뇌의 일부는 혜택과 가능성을 계산하며 주관적 기대효용에 근거하여 작동하기도 하는데, 그 계산이 꼭 의식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우리는 두개골 안에 있는 재정 고문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관심을 보내는 것이다.

 

52~53p

  신고전파의 경제학의 거장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1963년 한 MIT 동료 교수와 점심식사를 했다. 그때 새뮤얼슨이 한 가지 게임을 제안했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맞추는 내기에서 이기면 200달러를 따고, 지면 100달러를 잃는 게임이었다. 경제학자인 그 동료는 난색을 표하며 답했다. 만약 그 내기를 한 번에 끝낸다면 사양하겠지만, 연속해서 몇 차례 계속한다면 기꺼이 할 의사가 있노라고, 그렇자 새뮤얼슨이 화를 내며 말했다. “결국에 가서 유리한 내기라면 한 번에 끝내도 유리한 건 마찬가지네. 불리한 내기면 몇 번을 해도 승산이 없을 테고.”

  그러나 그 동료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감정을 표출했다. “결국에 나한테 승산이 있다 해도 동전을 단 한 번만 던진다면 나는 질 수도 있지. 나는 그게 싫어.” 똑같은 행동이라고 해도 우리가 받는 느낌은 그것에 따르는 위험의 크기와 위험이 다가오는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널따란 널빤지 위를 걸을 때, 그 널빤지가 땅 위에 있는지 20층 위에 있는지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유리할 것 같은 내기를 제안하더라도, 당신은 분명 내기에서 질 가능성뿐만 아니라 왠지 불길한 다른 가능성들까지 고려할 것이다. ‘게임은 공정할까?“ ’내가 이기면 돈을 선뜻 줄까?‘ ’내가 모르는 어떤 함정이 있는 건 아닐까?‘ ’혹시 내가 잘 속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러한 의심은 유리한 조건들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게임이 여러 번 반복된다면 그런 의심은 점점 사라진다. 새뮤얼슨의 동료가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

 

53~55p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r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사람들이 돈 내기를 꺼리는 성향, 손실 회피를 수량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대효용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이 기피 현상에 관한 연구는 행동경제학이 태동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그 결실로 카너먼은 2002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트버스키는 그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 연구의 피험자들은 대체로 내기에서 이길 때 얻는 돈이 위험을 감수하며 건 돈보다 적어도 두 배가 되어야만 내기에 응했다. 사실 두 배 이상의 수익은 심지어 사기꾼조차 홍보할 엄두를 못 내는 수준이다.

놀랍게도 예일 대학 키스 첸(Keht Chen) 교수의 꼬리감는원숭이들 또한 거의 같은 계산을 했다. 그들은 확실한 만족감을 얻을 기회와 불확실하지만 더 큰 만족감을 얻을 기회 중 하나를 선택할 때, 불확실한 만족감이 확실한 만족감보다 적어도 두 배 반이 되지 않으면 결코 도박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절대적 관점이 아닌 상대적 관점에서 삼루의 가치를 평가한다. 이를 준거점 의존성이라고 한다. 실험자들이 한 원숭이에게 사과 조각 몇 개를 보여준 다음 거기에 몇 개를 더 추가했을 때(이때 총계를 X라고 하자) 그 원숭이는 기뻐했다. 그러나 실험자들이 처음에 X보다 더 많은 양을 보여준 다음 몇 조각을 빼고 남은 총계인 X를 건넸을 때는 원숭이의 고약한 심술을 상대해야 했다. 우리 영장류는 잃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는 이미 가진 것뿐만 아니라 가질 수도 있었던 것까지 고려하면 손실을 측정한다. ‘나는 구글을 150달러에 살 수도 있었다’ ‘나는 보스턴의 아파트를 팔지 않을 수도 있었다’ ‘나는 록밴드를 해체하지 않았어야 했다우리 내면의 꼬리감는원숭이는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준거점 의존성은 단순한 가치판단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의 본질적인 단면이다. 19세기 독일의 심리학자 에른스트 베버(Ernst Weber)는 자극과 지각의 관계가 비대칭적임을 설명한 베버의 법칙을 만들어 명성을 떨쳤다(처음에 강한 자극을 주면 이후의 약한 자극에는 변화를 지각하지 못하고 더 크게 자극해야 지각할 수 있다는 법칙). 우리가 소리나 밝기, 무게와 같은 것이 일정한 비율로 점차 커지고 있다고 느끼려면(예를 들면, 1+1+1+1), 실제로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져야 한다(1*3*3*3). 그렇게 때문에 별의 밝기나 데시벨을 측정할 때는 대수 계산자를 사용한다.

 

57~58p

  보유 효과는 놀라운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무엇을 잃고 난 뒤에 그것을 다시 살지 여부를 묻는 문제다. 당신은 기대감에 잔뜩 부푼 채 영화관에 도착한다. 티켓 가력은 10달러다(눈치 챘겠지만 실제 극장이 아닌 실험 속 가장 극장이다). 극장 안에 들어섰을 때, 당신은 A) 주차하는 동안 10달러 지폐를 잃어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도 티켓을 살 것인가? 혹은 B) 이미 샀던 티켓을 잃어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티켓을 다시 살 것인가? 이 질문으로 실험한 결과, A)의 경우 88%의 피험자들이 그렇다라고 대답한 반면 B)의 경우는 46%만이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돈은 오로지 잠재적인 것이지만(아직 실질적 가치를 발휘하지 않았으므로) 티켓은 나의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두 번이나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지나치게 빨리 팔고 수익률이 저조한 주식을 지나치게 오래 끌어안는 경향이 있다. 비록 투자 손실이 과세에서 비롯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사람들이 판 주식은 팔지 않은 주식보다 다음 해 수익률이 평균 3.4% 높았다. 우리는 좋은 것을 버리고, 나쁜 것을 유지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손실을 끌어안는 것은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원래 보유한 나의돈이 줄어든다. 이와 달리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팔면 분명한 수입인 남의 돈이 내 손에 들어온다. 이것을 바로 도박사의 오류라고 한다. 무언가가 평균 가치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그 가치를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심리다. 이 경우 우리가 평균으로 여기는 것은 주식을 살 때 지불했던 금액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이렇게 다짐한다.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때까지는 꽉 쥐고 있는 거야.” 그러나 1929RCA 주식(주가가 무섭게 치솟다가 192910월 미국 주식시장의 붕괴와 함께 곤두박질 쳤음)을 보유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59p

  보유 효과란, 무엇이든 구매해서 자신의 것일 되고 나면 구매하기 전보다 그 물건에 더 애착을 갖는 현상을 뜻한다. 보유 효과는 돈마저도 단순한 돈으로 생각할 수 없게 유도해 우리를 더 큰 재정적 혼란에 빠트린다.

 

62p

  하지만 이런 현상은 개선되기보다는 손실 회피, 보유 효과, 근거 없는 낙관이 더해지면서 방치될 뿐이다. 역사는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에디슨이 백열전구 필라멘트 실험에서 만 번이나 실패했던 이야기 같은 수없는 실패담을 들려줄지 모른다. 하지만 이성은 할리우드의 유명 코미디언이었던 W. C. 필즈(W. C. Fields)의 다음과 같은 말에 동의한다. “처음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시도하고 시도하고 시도한 다음 멈추라. 정신을 차려보면 저주받은 바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덫에 걸린다. 재정 낭비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계속해서 무리수를 둔다면 세상의 비웃음을 살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재정적 타격을 면하기도 어렵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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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적인 예로,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하는 뇌 영역인 전전두피질이 손상된 사람들은 위험한 판단이 야기할 불행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그들은 계산을 정확하게 할 수 있고, 이기는 게임과 지는 게임을 추상적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는 게임이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언제 그만두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직감이 없거나 설령 있다고 해도 대개 무시한다.

이들보다 덜 극단적인 상태인 위험을 즐기는 도박꾼들은 미래의 상황을 상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 상황이 좋든 나쁘든 간에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 잠재적 손실이 증가할 때 점점 큰 고통을 느끼고 잠재적 이익이 증가할 때 점점 큰 쾌감을 느끼는 것과 달리, 이들은 어떤 경우에서도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감각을 느끼기 위해 더 큰 자극을 원한다. 번지점프나 러시안룰렛(총알이 한 발만 들어있는 회전식 연발 권총을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방식으로 목숨을 거는 내기) 못지않게 위험한 도박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 간단한 카드 게임인 고 피쉬에서 이길 때 느끼는 쾌감은 앞서 말한 도박사들이 전 재산을 걸 때 느끼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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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압도적인 욕망의 결과를 과도한 가치폄하라고 한다. 물건을 받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 그 중요성이나 가치를 대폭적으로 깎아내리는 심리를 말한다. 우리는 그것들이 우리 손에 당장 주어지는가 혹은 먼 미래에 주어지는가에 따라 그 가치를 판단한다. 비록 31일 후에 받는 1달러 10센트와 30일 수에 받는 1달러 중에서는 전자를 선호하겠지만, 내일 1달러 10센트를 받는 것보다 오늘 당장 1달러를 받는 편을 서택할 것이다. 즉각적인 보상과 지연되는 보상의 가치를 평가하는 뇌 영역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본능적 욕구와 감정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가 맡지만, 후자는 냉철한 판단을 하게 하는 전전두피질이 맡는다. 경제적 선택이 구매를 동반한다는 사실만 아니라면,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하는 심리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본능이다. 만약 우리가 오늘의 1달러를 내일의 1달러 10센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누군가는 우리에게 1달러를 그러한 기준으로 팔려고 할 것이다. 바로 신용카드 발급을 제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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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 사기꾼은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사람들의 두 가지 비합리적인 본성에 의지한다. 그것은 바로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가용성 간편추론법’, ‘대표성 간편추론법이라고 부른 것이다(간편추론법의 다른 말은 어림짐작이나 주먹구구식으로 헤아리는 방법). 이 중 앞의 것은, 우리가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이상적이고 만족스러운 것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는 특성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좋아하고, 따분한 숫자들이 나열된 통계표보다 하나의 좋은 사례를 더 환영한다. 그리고 흔히 내가 기억하는 걸 보면 중요한 것이 분명하다라는 생각을 한다. 뒤의 것은, 서로 관련이 없는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때 둘 사이의 관련성을 생각하는 특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값비싼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재계의 실력자들만이 알 법한 금융 비화들을 줄줄이 늘어놓는다면, 그 사람의 존재감을 크게 느끼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스스로 삶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불법 텔레마케터들이 외과 의사를, 이메일 사기꾼들이 성직자를 주로 표적으로 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75p

  오늘날의 시장에서 진정으로 자주적이고 자유로운 해지펀드들은 규제나 감시를 받지 않은 채 다른 사람들의 돈을 이용해 그리고 가장 예측하기 힘든 파생상품을 통해 주식을 사고팔지만, 여전히 일관되게 절대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심지어 시장이 상승세를 탔던 1990녀과 2000년 사이에도 그중 90% 이상이 수익을 내지 못했다. 높은 수수료가 부과되기 전이었는데도 말이다.

 

77~79p

과학은 이성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아마도 이 가설은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실생활에서 효과적이지 않은 다른 가설들을 낳는다. 실제로 우리는 비합리적 행동에서 비롯된 여러 경제 문제들을 겪고 있으며, 거시 경제는 계속해서 변칙들을 양산한다. 조지 애커로프(George Akerlof, 이 장에서 언급한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처럼 그도 노벨상 수상자다)2007년 미국 경제학회에서 그중 다섯 가지를 설명했다.

첫째,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고전파 경제학은 사람들이 부(현 수입과 할인된 미래 수입의 총계)가 증가할 때만 소비를 늘린다고 가정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중 절반 이상은 현 수입만 증가해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무모하게 소비를 늘린다. 이 사회에는 검소한 개미가 있는가 하면 무책임한 베짱이도 늘 존재한다.

둘째, 당신과 당신 자녀들이 모니악에 설치된 수조처럼 합리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면, 당신은 죽기 전에 정부 지원금을(이를테면 방탕한 생활을 통해) 모두 써버리려고 할 것이다. 정부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당신에게 무엇을 주었든 결국은 당신 자녀들에게 상속세와 양도세를 부과함으로써 도로 거둬들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본질적으로 빌린 돈을 유산으로 상속하는 것일까? 하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그렇게 한다. 그리고 말년에는 단지 무언가를 남기는 즐거움을 위해 지나친 절약을 한다.

셋째, 이론상 회사 임원들은 주주들을 위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려고 최상의 투자를 시도한다. 이용 가능한 현금 자금을 활용하든 주식을 되사든 부채를 지든 그 방법은 중요하지 않지만, 올바른 투자라면 융자 옵션들을 균형 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업 역시 개인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계산을 하지 않고 경상수입만 고려해 투자를 촉진한다. 현금이 갑자기 많이 유입될 때, 그 기업 임원들은 무엇이라도 사야 할 것만 같은 충동을 자주 느낀다.

넷째, 필립스 곡선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관계를 매우 간단하게 보여준다. 실업률이 낮을수록 임금 인상률이 높게 나타난다. 후에 이 이론은 자연실업률이 반영되면서 수정되었다. , 실업률이 낮으면 임금 상승 기대로 말미암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실업률이 높으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로 말미암아 경기침체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1990년대 미국의 상황(역대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동시에 낮은 인플레이션을 보였다)뿐 아니라 불경기에도 임금이 낮아지지 않고 단지 임금을 받는 사람 수만 더 적어진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했다.

다섯째, 고전파 경제학은 합리적 기대를 바탕으로 한다. 예를 들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다음 달 무슨 조치를 내릴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합리적 기대에 속한다. 만약 중앙은행이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하기로 결정한다면, 각 경제주체들은 수요를 늘림으로써 이에 미리 대비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만 높아진다. , 통화정책은 이론상 실물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파워가 결정적인 변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1970년대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아서번스(Arthur Burns)G. 윌리엄 밀러(G. William Miller)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과 고물가 상태)을 잡기 위해 애를 썼음에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1990년대에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눈썹을 한 번 까딱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80~81p

애틀랜타의 여키스 국립영장류연구소에서 갈색 흰목꼬리감기원숭이 무리는 우리의 오랜 습관처럼 일하고 지불하고 소비하는 행동 패턴을 보였다. 그들은 본래 협력하는 무리로, 먹이를 포함해 무엇이든 공유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보상에 관한 한 그들은 날카로운 눈으로 거래를 주시한다. 포도는 맛이 좋고 오이 조각은 맛이 덜하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한 암컷에게 오이 한 조각을 주고 그 이웃에게도 똑같이 한 조각을 주면, 그 암컷은 오이 조각이 맛이 없어도 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만약 이웃에게는 오이가 아닌 포도를 주었다면, 그 암컷은 당신 얼굴에 오이를 던지려고 할 것이다.

단지 오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캐플런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일을 하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이거나 적성에 맞아서이거나 존경을 받기 위해서이므로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로는 충분치 않다. 보수만으로는 의미 없이 분주한 노동을 충분히 보상할 수 없다.

 

82~84p

먼저 죄수의 딜레마를 보자. AB는 범죄 혐의를 받고 검거된 후 서로 격리된 채 심문을 받았다. 검사는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의했다. 만약 A가 밀고하고 B가 침묵하면 A는 자유의 몸이 되고 B20년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A가 침묵하고 B가 배신할 경우 A20년형을 받게 된다. 만약 서로 상대방을 배신하면 AB10년형을 받는다. 만약 서로 협조적으로 끝까지 함구한다면 몇 달 수에 방면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한 개인에게 가장 좋은 전략(,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든 형량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기 위한 전략)은 상대방을 배신하는 것이다. 이 게임이론을 보면 냉전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핵무기 경쟁이 대표적인 예, 핵무기는 비용이 많이 들고 사회적 불안감을 조장하는 등 이익이 될 것이 없지만, 미국과 소련은 서로 상대방이 먼저 군사적 우위를 차지할까봐서 계속 핵무기를 만들게 되는 딜레마에 빠졌음).

최종제안 게임에서는 A가 게임의 주재자에게서 10만 달러를 받는다. A는 그 돈을 자기 몫과 B의 몫으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A10만 달러를 73으로 나누어도 되고, 5 5로 나누어도 된다. 만약 BA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AB는 그 비율대로 돈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BA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둘 다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전통적인 경제이론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면 A10만 달러 중 극히 일부를 B에게 제안해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고, B는 그 제안을 거절해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는 쪽보다 극히 일부의 돈이라도 받는 쪽을 택할 것이다. 물론 컴퓨터라면(그리고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앓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선택을 쉽게 할 것이다.

그러나 페르 교수의 피험자들은 예상과 다르게 행동했다. 여러 번 실험 한 결과, 그들은 경제성과 합리성보다 공정성과 이타성을 더 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상대 용의자와 협력하고, 계속해서 돈의 공정한 배분을 요구했다. 게다가 배신자나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상대방을 응징하기 위해 기거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결정은 장기적인 안정성을 획득하거나 자신에 대한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실험은 단 한 번에 그쳤고 피험자들은 서로를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훌륭한 도덕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피험자들 중 약 50%는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 하는 사회적 기준들을 개인의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평가했다.

당신이 ,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취리히 대학원생들에 한한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전에 페르 교수는 당신의 생각을 읽었다. 그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금액이 석 달 치 월급에 달하는 진짜돈을 걸고 똑같은 실험을 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네델란드, 미국에서도 같은 실험을 했다. 각 실험 결과,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사회적 응집력은 같은 비율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팀에서는 경제학이나 심리학 이론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에 사는 민족들인 탄자니아의 하드자(Hadza), 몽골의 토르구드(Torgoud), 파푸아의 구노우(Gnau), 파라과이의 아체(Achá), 페루의 마치구엥가(Machiguenga)족 등을 상대로 실험을 실시했다. 농부든 양치기든 정착민이든, 유목민이든, 튀르크 어파에 속하든 쿠시 어파에 속하든 매크로파노타칸 어파에 속하든 간에 개인적 이기심보다 공정성을 따지는 사회규범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호 이코노미쿠스는 사람이 사는 육지에는 살지 않는 모양이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사회적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더 사회적인 사람들이 있다. 페루의 키추아(Quichua)족과 인도네시아의 라마레라(Lamalera)족이 각각 최종제안 게임을 했을 때, 평균 제안액은 전자가 훨씬 더 적었다. 라마레라족은 돈의 절반만을 제안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듯했다. 그리고 카추아족은 상대가 얼마를 제안하든 기꺼이 수락하는 경향을 보였던 반면 도도한 구노우족은 호의적인 제안을 피츠버그 대학생들보다 더 자주 거절했다. 이렇듯 다양한 양상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상호 거래가 활발하고 협력 수준이 높은 사회일수록 이익을 더 공정하게 분배하며 사회규범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우리는 알 수 있다(예컨대 라마레라족은 고래잡이로 생계를 꾸려나가기 때문에 협력이 중요한 부족이다). 개인별로 나타나는 다양한 양상은 무의미하다. 집단의 기준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제로 분배 게임이 몇몇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아웃사이더들만이 즐겨 하는 무모한 놀이라고 생각하는 부족은 없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은 재화의 공정한 분배를 결정하는 것이 일상생활의 일부라는 점을 인정했다(케냐의 오르마(Orma)족은 자신들도 그와 같은 게임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 게임을 하람비(harambee)’라고 불렀다).

 

85p

앞의 시럼들에서는 어떤 목적성도 과감히 배제했다. 남은 것은 페르 교수가 강한 상호성이라고 부른 것뿐이다. , 자신의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타인의 친절을 친절로 갚고 타인의 불친절은 불친절로 응수하는 본능적인 태도다. 이 본능이야말로 비합리적이고 비형식적인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놀랍게도 우리는 완전히 낯선 사람들과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계약을 맺는다. 라고스나 상파울루에서 택시를 잡아탈 때, 운전기사는 우리가 요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 알기도 전에 우리를 행선지로 데리고 갈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칠 수도 있지만 대개 요금을 지불한다. 강한 상호성은 직장에서도 적용된다. 직원들이 법정 근로 시간을 초과하여 일할 때(물론 심야 비디오 대여점은 예외다), 고용주는 직원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계급투쟁을 선동하는 발언들은 그 논리정연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비합리적인 계급 평화주의라는 암초에 부딪혀 좌초하고 만다. 자본가든 노동자든 우리가 같은 장소에서 일할 때, 우리는 서로 함께 일하고 있다고 믿는다.

 

86~87p

캘리포니아 대학의 제프리 골드버그(Jeffrey Goldberg), 리비아 마르코치(Livia Markóczy), 로렌스 잔(Lawrence Zahn)에 따르면 그 욕구는 단순하다. 그들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상대를 배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상대와 협력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두 가지 특징을 밝혀냈다. 그것은 통제감 착각대칭이다. 우리는 특정한 상황에서 막연히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할 거라고 믿으며, 무언가를 선택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통제력을 지나치게 과신한다. 선거를 생각해 보자. 자신이 뽑은 당이 다수당이 되지 않았을 때 짜증이 나는가?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어?’라는 마음으로 투표를 하는가? 그러나 논리적으로 따져본다면, 당신의 표는 수백만 표 중 하나에 불과할 뿐 그다지 큰 의가 없다. 또한 게임이론에 따르면 합리적인 선택은 이기적인 배신자가 되는 것이지만, 대칭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공정한 선택을 하길 바랄 거라고 느끼게 한다. 이와 동시에 통제감 착각은 우리의 공정함이 상황을 올바르게 만들 수 있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물론 그런 것들은 사회적 훈련에 따른 습관과 선택일지도 모른다. 몽골의 천막집과 아마존의 오두막, 형광등이 켜진 세미나실에서 모두가 같은 행동을 보일 때, 우리는 사회적 삶에 가해지는 압력(어머니의 훈계 같은)은 놀랍게도 세상 어디에나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몇 가지 실험에서는 그러한 우리의 사회규범들 저변에 더 기본적이고 확고한 무언가가 있음을 보여준다. 실험의 피험자가 불공정한 제안을 받았을 때, 뇌 영상에서는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일부인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크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르 교수의 연구진은 이 뇌 영역의 활성화를 억제하기 위해 경두개 자기자극을 가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만족과 관련 있는 뇌 영역인 선조체가 현금을 지급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배신자를 응징할 때도 활성화되었다. 우리는 상대를 응징할 때 경제적 손해를 보더라도 경제적 이익을 얻었을 때와 똑같은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민속학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는 협력, 배신, 복수와 같은 문제들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것은 사실이다.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수치만 보더라도 그 피험자가 불공정한 제안을 얼마나 쉽게 거절할지를 알 수 있다(‘고작 3달러를 주겠다고? 이거나 먹어라!’). 남성의 뇌는 그렇게 경제적 의사결정을 내리고는 바로 스위치를 끈다. 반면 여성의 뇌는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미래의 보상을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며 불공정성에 분개한다. 그리고 서로가 협력할 때 여성의 뇌는 보상 영역인 선조체와 규칙과 관습을 인지하는 영역인 안와전두피질에 스위치를 켠다. 이렇게 볼 때, 여자들이 이기적인 행동보다 공정한 행동에서 더 큰 만족을 얻으며 그러한 행동을 더 자연스럽게 여긴다는 걸 알 수 있다.

 

92p

지극히 평범한 물건도 저항하기 힘들 만큼 유혹적인 대상으로 보여야 한다. 따라서 영리한 광고는 그저 필요하기만한 물건을 모두가 갈망하는 물건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암시와 연상 작용을 사용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상품을 개인적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93~94p

벨기에 루벵 대학의 연구팀은 둘째손가락과 넷째손가락 길이의 차이와 남성들이 섹시한 여성이나 란제리 사진을 본 후 불공정한 제의를 받아들일 확률 사이에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손가락 길이라니? 하지만 사실이다. 둘째손가락이 넷째손가락에 비해 더 짧을수록 태어나기 전부터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성일수록 최종 제안 게임에서도 대개 속임을 당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쉽게 주의가 흐트러질 수 있고 성적인 자극이 가해졌을 때는 불공정한배분을 수락할 가능성이 더 높아간다. 돈보다 즉각적이지만 더 작은 보상에 높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성적 욕망은 과도한 가치폄하가 작용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상인들은 예쁜 여자 점원을 고용했고, 자동차 공구회사들은 섹시한 여성의 사진이 인쇄된 달력의 힘을 일찍부터 발견했다. 불공정한 거래를 분간하지 못하도록 남성들에게 성을 파는 것이다.

 

96~97p

그러나 우리는 막상 선택권이 주어지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심지어 의사가 관절염 처방을 내리기 위해 두 개의 치료약 중 하나를 선택할 때도 그렇다. 버트랜드 연구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험을 했을 때도 같은 결론이 도출되었다. 은행이 단기 대출 프로그램 안내장을 보낼 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자, 월별 이자율을 2.3% 올렸을 때만큼 대출 신청 수가 줄어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는 많은 휴대전화 회사들이 복잡한 요금제를 실시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느니 차라리 가장 비싼 요금제를 선택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 우리의 이상은 다음과 같은 코닥의 약속 안에 있다. “버튼만 누르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합니다.”

광고가 정보나 경고, 혹은 선택권이 아니라면 우리는 그 앞에서 보내는 수천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전 세계적으로 그 산업에 연간 수천 억 달러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인지, 위신, 연상이다. 먼저 인지부터 살펴보자. 우리의 마음은 효율을 추구한다. 효율은 우리가 선택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무언가가 필요한 순간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발견하면, 우리는 그 브랜드를 선호하게 된다. 뇌 스캔 실험에서 사람들은 같은 코카콜라라도 브랜드를 몰랐을 때보다 브랜드를 알았을 때 맛이 더 좋다고 느꼈다(흥미롭게도 펩시의 경우에는 똑같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듯 편향된 선택은 우리가 일반적인 제품들을 지칭할 때 제록스클리넥스같은 특정 상표명을 언급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위신 역시 선택을 크게 좌우한다. 만약 할리우드 여배우 앤디 맥도웰(Andie MacDowell)이 당신에게 자신의 메이크업 브랜드를 사용할 가치가 있음을 인정한다면, 그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것은 무례한 일일 것이다. 광고는 그 제품을 사용하면 우리도 동료 영장류가 주스 및 몇 모금을 희생해서라도 보려고 안달이 난 그런 부류의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속삭인다. 광고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비단 개인의 지위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교묘하고도 의미심장한 계급의식을 심어준다. 랄프로렌(Ralph Lauren)은 부유층 자녀들이 입었던 치노바지와 샴브레이 워크셔츠의 고급화 전략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그 옷을 입은 빼빼 마른 모델들은 조금 서투르고 어색하면서도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어서 마치 그로턴과 미스 포터즈(미국 명문 사립학교들)의 학생들을 보는 것 같다. 옷이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까지도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신감이 높아서 겉치장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의 이미지를 정교하게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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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처럼 위신도 상대적인 문제다. H. I. 멩컨(H. I. Mencken, 미국의 평론가이자 언론인)부유한 남자란 처형의 남편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렸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비교당하는 것만큼 불쾌한 일도 없다. 하지만 햄프턴, 생트로페, 키웨스트의 쇼핑가들을 거닐다보면, 경쟁적인 과시와 소비의 불안한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단조로운 어촌으로 온 사람들이 또다시 그 틀에 갇히고 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당신은 이번 시즌의 필수 아이템들을 가지고 있는가? 이 맥락에서 당신의 검정 티셔츠가 J. C. 페니(J. C. Penney)인지 아르마니(Armarii)인지는 실제로 중요하다. 브랜드는 당신이 오이가 아닌 포도를 땄다는 안심을 주기 때문이다.

경제적 가치는 수요뿐 아니라 공급도 반영한다. 그래서 제품의 희소성 또한 위신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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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험을 구입할 때, 우리는 오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스카이다이빙 레슨을 받거나,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오르거나, 운하용 배에 올라타 루아르 강을 건너거나, 야구장에 갈 때, 각각이 주는 행복감은 오래 지속되는데다 결코 질리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증명된 바는 없지만 설득력 있는 네 가지 가설이 있다. 경험은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는 영원한 부분이 되지만, 소요물은 분실, 부패, 퇴색 등을 통해 언젠가 버려질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라 경험은 사회적이어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해주는 반면, 소유물은 개인적이어서 어느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다. 경험은 물질만큼 우열을 가르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대성당 안을 구경하는 동안 나는 세인트바트 섬 해변에서 휴식을 취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롤렉스는 나의 타이맥스에 끊임없이 모욕을 준다. 또 경험은 시간을 늦춘다. 신형 메르세데스 벤츠는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일과 속에서 당신과 함께할 것이다. 자동차 주행거리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를 상기시켜준다. 그러나 한여름에 카타딘 산에서 해돋이를 본 기억은 전혀 다른 교훈을 준다. 짧은 순간도 더없이 충만하고 황홀한 기끔을 담아 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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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뇌에는 그 수가 대략 1조에 달하는 뉴런들이 있다. 그리고 그 각각은 다른 1만 개의 뉴런들과 연결되어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또한 1초당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호는 1년간 전 세계의 국제 전화 통화 중에 오가는 단어 수보다 1,000배 더 많다. “나는 수많은 것을 담고 있다.”라는 휘트먼(Whitman, 미국 시인)의 말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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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대학의 콰비나 보아헨(Kwabena Boahen)은 실리콘으로 뇌의 뉴런 구조들을 재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인정한다. “최첨단 컴퓨터는 초당 109개의 명령을 수행하는 데 100와트의 전력을 사용하지만, 뇌는 초당 1016 시냅스 작용을 수행하는 데 겨우 10와트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볼 때 뇌가 109와트로 처리하는 일을 컴퓨터가 하려면 무려 1기가와트(10억 와트)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수치는 대다수 발전소의 최다 발전량을 초과하는 양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전력을 50만 가구에 공급하든지 아예 하 인간의 지성에 공급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뇌는 매우 느리기도 하다. 대다수 뉴런들은 5밀리 초(1밀리 초는 1,000분의 1)당 오로지 한 번만 활성화할 수 있다. 우리가 0.5초 사이에 하는 행동(구덩이를 피하기 위해 길을 가로지르거나, 자기방어를 위해 총을 꺼내는 것처럼 인식, 결정, 행동으로 이어지는 패턴)에서 뉴런은 100회에 걸쳐 활성화한다. 하나의 컴퓨터로서 인간의 뇌는 랩톱컴퓨터보다 클록 속도가 50만 배나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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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병렬 처리를 함에 따라 추가적으로 두 가지 기능을 더 갖는다. 그 때문에 뇌는 범용컴퓨터의 단순한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다. 첫 번째 특징은 모듈성(단원성이라고 한다)이다. 한 가지 문제를 두고 뇌의 다양한 영역에 있는 개별적인 시스템들이 동시에 작용해 그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한다는 것이다. 이때 자극의 위치나 강도 같은 기본적인 감각 정보는 물론 더 고차원적인 문제들도 처리한다. 이 과정은 1초당 200회에 이르는 뉴런의 활성화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시 롤린슨의 예로 돌아가 보자. 롤린슨이 쓴 혼란스러운 문장들을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동안 당신의 뇌는 다양한 영역에서 매우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처리한다. 명암이나 날카로움, 형태 등을 단순히 파악하는 것에서 나아가 문법, 구문론, 의미, 기억 그리고 이게 뭐지?‘ 하는 어리벙벙함까지. 이 다양한 생각의 흐름은 저절로 전개된다. 화사의 경영자 같은 누군가가 나서서 일을 분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로지 이 같은 뇌의 처리에 따라서만 세상을 인식한다. 그렇다면 여기에 빈 서판, 인간이 백지 상태에서 태어나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은 없다. 인간의 마음은 이미 내부에서 미리 형성되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비선형성(반응이 주어진 것에 비례 또는 반비례하지 않는 성질)’이다. 개별적인 뉴런만을 볼 때, 뉴런의 임무는 간단하다. 흥분하거나 흥분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뉴런이 흥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집단이다. 이웃 뉴런들로부터 흥분성 또는 억제성 입력을 받는 것이다. 만약 흥분이 뉴런의 시냅스를 거쳐 다른 뉴런의 입구(수상돌기)로 전달된다면, 그 흥분은 그 뉴런 안(축색돌기)에서 전기 신호로 전도된다. 이 연결은 마이크로 회로의 논리적 문들처럼 고정적이지 않다. 그보다는 마치 친구들이 밥을 여기서 먹을지 다른 데서 먹을지를 결정하는 것처럼 개연적이고 순환적이다. 이러한 비선형적 요소는 뇌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속한다. 따라서 동일한 자극에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고, 미세한 변화로 인해서도 매우 의외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는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예측 불능을 낳는 미생물이 늘 존재한다. 뇌 속에 있는 각기 다른 수준의 다양한 모듈들은 하나의 (인지적) 문제를 두고 병행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예측 불능성을 띠며 수많은 상황 속에서 오류를 저지르기 쉽게 되다. 따라서 열쇠를 잃어버린다거나, 모임에서 본 낯선 사람을 친구로 착각한 나머지 지나치게 친한 척을 한다거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예측 불능성은 더 나아가 사랑을 할 때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인간이 컴퓨터보다 더 나아 보이게도 한다. 입력은 출력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저마다 다르게 반응하고 다르게 행동한다. 또한 뇌의 활동이 비록 전기화학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하더라도 이 같은 비선형성 덕분에 우리의 경험은 본질적으로, 그리고 즐겁게도 자유의지처럼 느껴질 것이다.

 

117~118p

이 문제의 원천은 우리의 탁월한 능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는 동시에 세 개의 뇌를 사용한다. 바로 뇌의 진화과정에서 발달한 세 가지 층을 말한다. ‘3부 뇌이론을 주창한 매클린(Paul Maclean)은 이 세 개의 뇌를 양손이 두꺼운 모직 장갑을 끼고 주먹을 쥐어 들어 올린 모양으로 묘사했다. 이때 손바닥에 해당하는 뇌간은 원시적인 파충류의 뇌. 트라이아스기에 번성하던 파충류의 뇌와 다를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파충류와 원숭이의 뇌에서 이 구조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을 담당한다. 사냥하여 먹이를 구하고 구애를 위해 과시하고 잘 곳을 마련하며, 떼를 지어 다니고 영역을 지키고 약자를 겁주고 한곳에서만 배변하는 등의 동물적 본능을 주관한다. 물론 우리도 이러한 일들을 하고 있다.

손가락들(변연계)포유류의 뇌가 된다. 이 역시 의식적이지 않으며, 파충류는 못하지만 포유류는 할 수 있는 일을 담당한다. 새로운 행동을 배우고 가족들을 돌보며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일 같은 것들이다. 이런 행동들은 파충류 노이무조건적인 반사 의식적인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감정의 소용돌이치는 힘에 따른 것이다. 당신이 개와 함께 산다면 그 감정의 역할이 얼마나 강렬하고 미묘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외로움, 공감, 심술, 모성애. 아마도 우리는 이러한 감정을 다른 동물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느낄 것이다. 느끼는 방식에 관한 한 우리는 그들과 같은 매커니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모직 장갑(신피질 혹은 대뇌피질)은 우리가 영장류로서 특별한 사고를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엄지손가락들(전전두엽)은 우리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게 한다. ,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접근법을 통해 자신을 조절하는 등 인간다운 정신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엄지손가락은 손이 하는 모든 역할을 통제하지는 못한다. ‘인간의 뇌포유류의 뇌파충류의 뇌를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동시에 모든 층에서 삶을 경험한다. 우리가 느끼는 분노, 두려움, 욕망, 불쾌감은 신중한 결심과 계획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우울, 향수, 연민은 우리의 결의를 무력하게 만든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라고 자문하고 있다면, 즉 다시는 안 마시겠다던 술을 마시고 있거나, 단골 고객에게 모욕을 주었거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다시 악화되었다면 그것은 당신이 라고 부르는 정신이 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와 반대인 본능과 감정이 없는 논리도 똑같이 위험할 수 있다.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이 손상된 상태에서 전전두엽이 작용한다면, 위험을 잘 판단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의욕과 열의를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120~121p

왼쪽 눈을 감아보라. 채을 들어 눈과 어느 정도 간격을 둔 다음, 옆 페이지 그림 안의 왼쪽 하얀 점을 응시하라. 그 상태에서 책을 가까이 당기면 검정색 십자가 사라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 눈에 맹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맹점은 망막에 시신경만 있고 시세포가 없어서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 실험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당신에게 맹점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