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 조지프 핼리넌 지음/김광수 옮김/문학동네 펴냄/2012.5.7

 

10~11p

  비행기 사고의 70퍼센트, 자동차 사고의 90퍼센트, 직장 내 사고의 90퍼센트가 당사자들의 실수 때문에 일어난다. 따라서 비난받을 대상도 인간이다. 그러나 비난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적절한 해결책에서 멀어진다. 그래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비난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의 상당수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인간은 주변 세계를 보고 기억하고 인지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구조적 편향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구조적 편향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예를 들어 오른손잡이는 건물에 들어설 때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 길이 가장 가까워서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숫자 7이나 푸른색 계통을 이유 없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무언가의 첫인상에 집착하는 태도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시험을 볼 때도 처음 적은 답을 웬만하면 바꾸려 하지 않는다.

 

15p

  운전자가 대시보드 위의 GPS 기기를 만지작거리다가 사고를 냈을 때 사람들은 그 책임을 운전자에게 돌린다. 그러나 같은 사고가 또다시 반복되는 것을 피하려면 운전자를 바꾸기보다 자동차 시스템을 바꾸는 편이 효과적이다.

 

17p

  포드에서 만든 마취약 조절 밸브는 시계 방향으로 돌려야 하는 데 반해 GM의 밸브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도록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의사들이 착각해 밸브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는 일이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치를 표준화해야 했다. 이후 두 기업은 밸브 방향을 통일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20p

  충분히 쉬면 행복감도 높아진다. 행복감은 체계적인 사고와 유연한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다. 그뿐만 아니라 행복감은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계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실수를 자초한다. 과신이야말로 실수의 주요 원인이다.

 

26p

  예를 들면 적정 시거리에서 명확히 바라볼 수 있는 시야의 범위는 전체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눈은 1초에 세 번씩 대상을 바라보고 이동하고 정지하면서 범위의 한계에 대응한다.

눈을 움직여 바라보는 대상은, 보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컨대 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도 실제로 남자와 여자가 보는 대상은 다르다. 소매치기가 여자의 지갑을 낚아채는 장명을 포착할 때, 여자는 소매치기 당하는 여자의 외모와 행동을 눈여겨보는 데 비해 남자는 도둑의 인상착의를 더 세밀히 살핀다.

또 오른손잡이는 왼손잡이에 비해 대상의 방위를 더 정확히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7p

  시선고정 시간이란 인간의 운동 반응을 신체에 정확히 입력하는 데 필요한 시간으로, 목표물을 마지막으로 훑어본 순간부터 신경계가 처음으로 가동하기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연구진은 농구의 자유투에서 사격의 격발에 이르기까지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전문가와 초보자 사이에 시선고정 시간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문가에게는 시선을 오래도록 고정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도 알아냈다.

 

28p

  맹점 중에서도 매우 황당한 것으로 주의맹이라는 것이 있다. 주의맹이란 눈 깜빡이 같은 사소하고 순간적인 시선 혼란으로 인해 그 장면에 나타나는 중대한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32p

사이먼스는 인간의 눈이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각도는 겨우 2도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주먹을 쥔 채로 팔을 쭉 뻗어 엄지손가락을 세웠을 때, 엄지손가락의 폭과 눈이 이루는 각도가 약 2도이다.

 

 

33p

  세부 요소들을 얼마나 발견할 수 있는가는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문짝 실험에서 사이먼스와 레빈은 상대방이 바뀐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일곱 명의 학생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들은 모두 실험에 등장한 이방인과 비슷한 또래였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이 소속된 사회집단과 성향이 다른 사회집단의 사람들을 대할 때면 행동을 달리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흑인은 같은 흑인을 만날 때와 다른 인종집단의 사람을 만날 때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만날 때, 젊은 사람이 노인을 만날 때, 남자가 여자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사인먼스와 레빈은 타인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확대했을까?

 

36p

  ‘테이블 회전이라고 이름 붙인 이 착시모델은 지각의 왜곡현상이 우리의 신경계에도 깊이 자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왜곡현상이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 결과, 눈앞에 있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어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서로 달라 보이는 두 테이블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누군가 얘기해 주어도 우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지 못한다. 착오를 일으키고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39p

  울프 박사는 이 실험에서 얻은 교훈이 다른 상황들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즉 사람들은 표적을 손에 넣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될 때는 서둘러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고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말한다. “제 생각은 그래요. 가당치도 않은 것을 찾아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일 자체가 어리석은 것 아닌가요?”

 

40p

메이요 의료원(Mayo Clinic) 의사들이, 과거에는 정상으로 판별되었지만 이후 폐암에 걸린 환자들의 X선 사진을 다시 검사했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던 사진들의 90퍼센트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진은 당시의 암이 이미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진행된 상태였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방사선 전문의들이 무심코 놓친 것이다.

 

45p

  알다시피 인간의 장기기억력은 완전하지 못하다. 게다가 장기기억은 다분히 의미 중심적이다. 우리가 일상 사건들에 대해 기억을 떠올릴 때 그 사건의 표면적인 세부 요소보다는 의미를 기억한다는 뜻이다.

 

56p

  하지만 훗날 밝혀진 사실은 그 반대다. 특이한 장소는 기억하기 쉽기는커녕 오히려 잊어버리기 쉽다.

 

60p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성인인 우리도 누군가의 얼굴을 채 1초도 안 될 만큼 잠깐 바라보고도 그 사람에 대해 상당히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 게다가 상대방을 볼 때 항상 신체적 특징만을 보지는 않는다.

 

65p

  최근의 연구 사례들에서도 보듯이 사람을 잘못 알아보는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한 예로 1989년부터 2007년 사이에 미국의 수감자 중 201명이 유전자 증거를 통해 뒤늦게 무죄로 밝혀져 석방되었다. 더욱이 그중 77명은 증인의 잘못된 진술로 투옥된 경우였다.

 

66p

  아름다움을 인식할 때도 마찬가지다. 얼굴이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눈에 더 잘 띈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 300명을 노인과 젊은이, 흑인과 백인, 여성과 남성 집단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학교 졸업앨범을 보여주며 어떤 얼굴이 눈에 잘 띄는지 찾아보라고 했다. 그러자 집단에 상관없이 대다수 피험자들은 미모가 뛰어난 사진을 우선으로 고르는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범죄자의 얼굴을 규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인간의 이런 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 ‘범죄의 추악한 얼굴이라는 비유적 표현도 있듯이,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범죄자들의 얼굴이 보통 사람들보다 추악해 보인다는 설을 입증했다.

 

72p

  더 중요한 사실은, 피험자들이 사진 속 인물의 능력을 추측한 시간이 대단히 짧았다는 점이다. 이어진 실험에서 피험자들이 정치인의 사진을 보고 그들의 능력을 추측한 시간은 각각 1초 이내였다. 게다가 연구진은 사진을 보여주는 횟수를 늘리더라도 피험자들의 처음 추측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첫인상이 머릿속에 각인된 것이다.

 

73p

  여성의 신체가 월경 주기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월경기에는 얼굴 표정과 체형뿐 아니라 체취까지 달라진다. 실험 결과, 여성의 월경 주기 중 배란 직전의 얼굴이 (이성이 보기에는) 가장 매력적으로,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도 가장 멋지게, 체취도 가장 유혹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변화에서 주목할 사실은 변화의 정도가 눈에 띄게 확연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76p

남자들의 소비 습관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이미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예컨대 특정 향기가 남자들의 지갑을 연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 실험에서 어느 소매점에 남성 취향의 방향제를 뿌렸더니 남성 1인당 평균 지출이 55달러였는데 반해, ‘여성 취향의 방향제를 사용했을 때는 그 절반도 안 되는 23달러에 그쳤다.

 

* 설명 가능한 경로로 무희의 목소리를 들 수 있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생식주기에서 최고조에 다다른 여성들은 목소리가 더 매력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호르몬의 변화로 후두부의 형태와 크기가 달리지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Pjptone and Gallup(2008) 참조.

 

77p

값비싼 와인을 예로 들어 보자. 스탠포드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기술원의 연구진이 자원한 20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각각 5, 10, 35, 45, 90달러라고 적힌 와인을 맛보게 한 뒤 맛을 평가해달라고 주문했다. 피험자들은 와인 전문가가 아니라 우리처럼 간혹 와인을 마시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시음 후의 반응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가장 비싼 와인이 가장 맛있다는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시음 과정에서 연구진은 가격표와 내용물을 바꿨다. 90달러짜리 와인을 한 번은 90달러 병에, 또 한 번은 10달러 병에 넣었다. 45달러 와인도 한 번은 45달러, 또 한 번은 5달러 병에 넣었다.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시음을 계속했더니 피험자들은 예외 없이 높은 가격표가 붙은 왕ᅟᅵᆫ을 선택했다.

 

78p

우리의 판단을 흐르는 것은 가격뿐만이 아니다. 색상도 그중 하나다. 앞의 실험에서 약의 색깔에 따라서도 피험자들이 느끼는 약의 효능에 차이가 있었다. 실제 실험에서 사람들은 검정색과 빨간색 캡슐의 효능에 가장 강한것으로, 흰색이 가장 약한것으로 평가했다.

 

81p

그러나 살아가면서 가끔 경험하듯이,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답 바꾸기를 주제로 지난 70년 이상 진행해 온 연구를 살펴보면, 답을 바꾼 사람들 대다수가 틀린 답을 옳은 다으로 고쳐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객관식이든 양자택일형이든, 혹은 시간이 정해져 있든 없든, 시험의 유형과 상관없이 결과는 동일했다.

그런데도 처음 선택한 답이 정답이라는 신화는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학생들은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도 여전히 처음의 답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2p

일반적으로 인간은 행동하지 않을 때보다 행동했을 때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무언가를 실행하다가 일이 어긋나버릴 바에야 차라리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수동적’,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과 같이 인식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르는 죄책감도 훨씬 적다.

 

83p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은 사후에 가진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정답을 오답으로 바꾼 학생들 대부분이 오답을 정답으로 바꿀 시도조차 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훨씬 많이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두 경우 모두 정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바꿔서 틀리는 것보다 차라리 틀리더라도 내버려두는 편이 덜 후회스럽다는 뜻이다.

 

84~85p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처음 선택한 답을 고수하는 것이 더 훌륭한 전략이라고 기억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크루거 교수는 사람들이 처음 선택을 고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믿게 된 배경에 이런 기억 편향도 한몫을 한다고 설명한다.

선택을 바꿔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반대의 현실을 더 잘 기억합니다. 역설인 셈이지요.”

 

90p

아마도 학생들은 성적이 나빴을 때보다 좋았을 때를 더 잘 기억하는 듯하다. 실제로 A학점을 기억한 비율이 89퍼센트였던 반해 D학점은 29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그래서 연구진은 F학점은 아예 계산도 하지 않았다).

91p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과거의 기억을 긍정적이고 자기만족적인 내용으로 재구성한다. 한 예로 부모는 자신들의 양육 방식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기보다 전문가가 권유하는 이상적인 모델에 가깝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또 비슷한 예로, 도박꾼도 돈을 잃었을 때보다 땄을 때의 상황을 더 생생히 기억했다.

 

98p

실수를 유발하는 한 가지 중요한 원천이 바로 이 사후해석 편향이다. 사건의 결말을 충분히 알고 나면 과거의 그 사건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이 사후해석 편향의 핵심이다.

 

99p

게티즈버그 전투든 진주만 폭격이든, 사건이 지나고 나서야 역사학자들은 의미 없는 것들로부터 의미 있는 것들을 더 쉽게 추출해낼 수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그 사건의 결과를 필연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해석은 또 다른 무언가를 대가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른바 점진적 결정론이라고 알려진 과정이다.

 

사후해석 편향을 주제로 한 여러 실험의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사건 당시에 알게 된 것들을 과장할 뿐 아니라 그것들을 엉뚱하게 기억했다. 특히 사건 당시의 상황을 애초부터 잘못 파악했을 때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

 

101p

그뿐만 아니라 웨슬리언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학생 역시 자신들이 실제보다 똑똑해 보일 법한 기억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음의 예측이 현실로 드러났을 때 학생들은 처음의 그 예측을 과도하게 강조했다. 예를 들어 처음 예측의 발생 확률이 30퍼센트에 불과했음에도, 그것이 현실로 드러났을 때는 확률을 50퍼센트 정도로 높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처음의 예측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는 그 반대였다. 즉 처음 예측의 발생 확률이 50퍼센트였더라도 실제로 기억하는 확률은 30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102p

미국 전역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남자들이 말한 평생의 섹스 파트너 수치는 일반적으로 여자들에 비해 최대 네 배나 많았다. 한 남자의 새로운 파트너는 결국 한 여자의 새로운 파트너와 수적으로 동일함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107p

한 연구에서는, 동료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뇌물 공세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의사들의 비율이 84퍼센트에 달했다. 그럼 본인은 어떨까? 자신이 그 뇌물에 영향을 받는다고 대답한 비율은 고작 16퍼센트였다.

 

111p

한 연구진은 실험실 연구 결과, 자신은 부정하지 않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일수록 이후의 잇따른 상황에서 부정한 행위를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프린스턴 대학교 연구진의 최근 실험에서 이 점이 입증되었다. 자신은 편견이 없다고 당당히 선언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정확하지 않는 견해를 드러내는 경향이 더 많았다.

 

112p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공개해버리면 이런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담배회사들은 경고성 문구 하나를 표기해 놓고 마치 흡연자들을 죽여도 된다는 면허를 받은 것처럼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뢰벤슈타인의 투자 상담사들 역시 정확하게 예측하려 하기보다 자기 이익을 추구해도 좋다는 면허를 받은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이봐요, 저는 분명히 경고했어요.”)

 

117p

기술이 계속 혁신되고 있음에도 CFTT(정상 운항 중의 지상 충돌) 사고는 여전히 비행기 운항에서 치명적인 위험으로 분류된다. 비행기 사고의 40퍼센트 이상이, 그리고 비행기 사고 희생자들의 절반을 훨씬 넘는 사람들이 CFTT와 관련되어 있다. 1990년 이후로 발생한 사고 중에는 이처럼 많은 생명을 앗아간 유형도 없었다.

 

사고 원인을 분석한 공군은 대다수 사례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절반 이상의 사고에서 승무원들은 로프트 기장처럼 조종실 내부의 상황에 대한 주의력을 상실했다. 긴급한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비행기를 제어할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공군에서 지칭한 업무 포화이다. 업무 포화란 한 번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진 상황을 말한다.

 

120p

한 실험에서 연구진이 학생들에게 채색된 십자가 형태와 삼각형 같은 도형 형태의 이미지 두 가지를 구분하게 했다. 순간적으로 보여 준다면 충분히 헷갈릴 법한 형태였다. 두 이미지를 동시에 본 학생들이 형태를 구분하는 데 약 1초의 반응 시간이 걸렸고, 그럼에도 실수가 여러 번 있었다. 반면에 이미지를 한 번에 하나씩, 예컨대 처음에는 십자가를 보여 주고 이어서 도형을 보여 주는 식으로 했을 때는 시간이 그 절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121p

직장 내 여러 연구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하다가 전화 등을 이유로 방해를 받았을 때 본래의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는 약 15분이 걸린다고 한다.

 

125p

클라워는 운전자의 주의를 빼앗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불과 2초만 눈을 돌려도 사고 위험이 두 배로 증가한다. 따라서 운전하다가 다른 무언가를 2초간 바라보아야 할 상황이라면 짧게 여러 번 나눠 봐야 한다.

 

130p

그는 초록색이라는 단어를 이와 대조적인 색상인 빨간색으로 인쇄해 놓고 실험 참여자들에게 읽게 하자 그들이 약간 머뭇거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트루프 효과(Stroop Effect)로 알려진 이 현상은 두 가지 일이 서로 얽혀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131p

운전자도 하나의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비가동 시간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특히 60대 이상의 노인들은 이것이 더 어렵다. 바뀐 일에 집중하기까지 걸리는 이 시간은 노인들의 경우 젊은이들에 비해 두배까지 길어진다.

 

138p

그 결과, 프랑스 음악을 튼 날은 프랑스 와인의 판매량이 독일 와인을 압도했다. 반면에 독일 음악을 튼 날은 판매량이 그 반대였다(식품점 와인 코너에서는 보통 프랑스 음악을 트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고객들 대부분은 음악이 자신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와인을 선택한 구매자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해당 항목에 답하게 했따. 그랬더니 응답자 4명 중 음악이 자신의 와인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대답한 사람은 14퍼센트인 6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구성의 위력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구성이란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깨닫지 못한다.

 

140p

* 다른 몇몇 실험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암 치료법으로 방사선 요법과 수술 요법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리고 생존율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자 피험자들은 수술 요법을 더 많이 선택했다. 반대로 사망률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을 때는 방사선 요법을 선택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피험자들의 의학 지식이나 학력 등은 선택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일반 대학생과 의대생,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결과는 모두 비슷했다.

 

141p

인간이 위험을 판단하는 시스템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반사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이고, 둘째는 그보다 깊이 생각하여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오리건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폴 슬로빅 교수의 말이다. “인간의 위기 인식은 주로 감정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합니다.”

 

145p

시간적 압박을 여러 경로로 우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2001911,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고 나서 많은 미국 사람들의 시간관념이 변했다. 특히 뉴욕과 같은 대도시 사람들일수록 하루살이식의 시간관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다이어트나 운동처럼 많은 시간이 필요한 활동들을 거부한 채 그럭저럭 편하게 지내는 생활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 결과, 다이어트 클럽에 계약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149p

물라이나단은 말했다. “놀랍게도 남자 대신에 여자 직원의 사진을 붙이자 이자율을 5퍼센트 내린 것도 동일한 수요 창출 효과가 있었습니다.”

 

150p

* 앵커링 효과란 누군가가 먼저 제시한 수치를 준거로 삼는 현상을 말한다.

 

153p

복숭아 통조림의 경우에는 ‘4’라는 숫자가 구매자들에게 준거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네 개라는 것만 보고 별 생각 없이 통조림을 집어 든다. 묶음 가격의 효과는 매우 확실하다. 식품점 86군데에서 실험한 결과, 묶음 가격 방식으로 판매된 제품의 매출이 단일 가격 방식에 비해 32퍼센트나 향상되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앵커링 기법을 이용하는 또 다른 사례가 보로 한정 수량이다. “고객 1인당 12개 이내 한정 판매와 같은 식이다. 이때는 숫자 12가 준거로 작용한다. 수량 한정이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실제로도 그렇다. 준거의 수치가 올라갈수록 매출도 더 늘어난다.

 

154p

실제도 거대 정당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선거에서 투표용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후보자들이 3퍼센트 정도 더 많은 표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156~157p

영향력이 매우 큰데다 이러한 심리적 조작은 식품점에서 투표소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에 소개하는 몇 가지를 참조하면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도 있다.

첫째, 재구성을 해봐야 한다. 한 예로 집을 사기 위해 가격을 절충해야 하는 사람은 전체 가격(25만 달러)이 아니라 면적당 가격(1평방미터당 2,500달러)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

둘째, 먼저 제시해야 한다. 물론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압류되었거나 그럴 예정인 부동산이라면 임대인이나 소유주에게 먼저 가격을 제시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러면 이 가격에서 시작하여 앞으로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셋째, ‘할인가격에 유의해야 한다. 판매자는 자신의 정한 가격을 내세워 구매자의 생각을 그 수준에 묶으려 한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도 밝혀졌듯이, 판매자 입장에서 할인가격은 더 이상의 할인을 차단하는 좋은 무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구매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 곳의 가격을 비교하여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161p

심한 갈증으로 ㅇㅇ이 탄다.” 이 문장을 읽고 굳이 고민하지 않더라도 ㅇㅇ에 들어갈 단어가 입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은 이처럼 어떤 대상을 대충 훑어보는 성향을 교정자 실수라고 부른다.

 

169p

연구진은 수중에서 외운 피험자들은 수중에서, 지상에서 외운 사람들은 지상에서 단어를 더 잘 기억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컨대 지상 암기자들은 지상에서 평균 13.5개의 단어를 기억한 데 반해 수주에서는 8.6개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수중 암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수중에서 평균 11.4개를 기억한 데 반해 지상에서는 8.4개밖에 기억해내지 못했다.

 

185p

한 연구진의 실험에서 가격표의 음절이 하나 늘어나면 기억하는 비율은 20퍼센트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둥글고 매끄러운 형태의 가격표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했다.

 

188p

몇 년 전에 바버라 트버스키와 듀크 대학교의 동료 교수 엘리자베스 마시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몇 주간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매일 기록하도록 지시했다.

 

몇 주 뒤에 두 교수가 기록을 정리한 결과, 학생들의 이야기 중 절반 이상(58퍼센트)은 정보 전달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 내용은 주로 사회적 사건과 관련되었으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 횟수는 평균 2.7회였다. 두 사람의 예상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왜곡 수준은 뜻밖이었다, 학생들이 왜곡했다고 인정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지만 실제 왜곡 횟수는 학생들의 생각보다도 더 많았다. 트버스키와 마시가 분석한 바로는 학생들이 이야기를 첨가하거나, 생략하거나, 과장 또는 축소한 경우가 전체의 61퍼센트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인정한 비율은 42퍼센트에 불과했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시사한다. 즉 왜곡 현상이 매우 일반적이어서 학생들은 사실을 엉터리로 전달하면서도 스스로 인식조차 못 한다는 것이다.

 

189p

두 교수가 이 실험에서 확인한 사실 중의 일부는 다른 한 실험에서 얻은 결과와도 놀랍도록 흡사했다. 다른 실험에서 두 교수는 피험자들을 낯선 사람과 만나게 하여 10분간 이야기하게 하고는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대화 후에 녹음한 내용을 틀어 주면서 그 내용 중 얼마만큼이 진실인지 본인이 직접 확인하게 했다. 그랬더니 피험자들의 60퍼센트가 대화 도중에 거짓말을 했다고 인정했다.

 

190p

대화가 일종의 행동이라면, 우리는 상대방이 내 위주로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움직이도록 행동(대화)하는 셈입니다. 즉 나를 좋아하게 만들거나, 내가 현명하거나 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려는 것이지요.”

그녀는, 이런 이유 때문에 대화의 목적은 사실 전달이 아니라 이미지(인상)를 창조하는 데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대화에서 정확성은 이미지 관리보다 후순위라는 뜻이다.

 

듣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쉽게 속지도, 쉽게 믿지도 않는다. 즉 이야기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곧바로 바로잡으려 한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으로서, 이야기를 들을 때 남성이 여성보다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91p

트버스키와 마시는 앞의 연구에서,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마저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변형된 내용이 말하는 사람의 기억에 자리잡는 바람에 사실이 아닌 것사실처럼 기억되는 것이다. 이 점을 현실에서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통제되는 실험실 환경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입증할 수 있다.

 

198p

바꾸어 말하면, 남성은 자신의 IQ를 과대평가하는 반면에 여성은 과소평가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비단 IQ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은 자신의 매력에 대해서도 실제보다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201p

남성이 반드시 위험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위험의 가치를 여성에 비해 더 크게 생각할 뿐이었다(이번에도 사회영역은 제외되었다).

 

로프 끝에 매달린 사람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번지점프는 번지점프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베버가 발견한 바로는, 이런 행동의 인식 가치에는 차이가 있으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번지점프를 원치 않는 경우가 더 많은 이유도 바로 이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즉 여성은 위험을 무릅쓸 정도로 번지점프에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202p

한편, 남성과 여성은 거짓말을 하는 방식도 달랐다. 남자 대학생들은 (특히 여성과 이야기할 때) 계획이나 성적을 과장하는 등 자신에 대해 거짓말을 많이 했다. 반면에 여대생들은 다른 사람을 치켜세우는 거짓말을 많이 했다.

 

204p

자신에게 회의적인 사람은 잘못된 전략을 과감히 버리지 못하고 대안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껏 해오던 대로 고수할 뿐이다.

 

205p

남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지리, 게임 등의 분야에 대해 연구했더니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으로 도구를 활용했다. 그에 비해 여학생은 임기응변보다는 분명한 지침에 따른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선호했다.

 

211p

길을 묻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연구한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대니얼 몬텔로 교수의 말이다. 그는 남자들이 이 남성 자아에 얽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드 코넬 실험에서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닌 6세 남자아이들이 그랬듯이, 많은 성인 남자들도 현실에서 이렇게 배회하는 것을 그다지 불편하게 여기지 않았다. 몬텔로는, 남자들은 경로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반드시 방향을 상실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했다.

 

217p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고객은 실패하는데 회사는 성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해답은-다른 대기업들이 흔히 그렇듯이-뉴트리시스템이 고객들의 믿음을 최대한 이용하는 데 있다. 즉 고객들이 앞으로 도전할 일이 아니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233p

모든 실험에서 전문보다 요약본이 더 효과적이었다. 학생들에게 20~30분의 시간을 주고 전문과 요약본을 구분하여 읽게 했더니 요약본을 읽은 학생들의 이해도가 더 높았다. 글을 읽은 지 20분 후와 1년 후에 각각 시험을 쳤을 때도 결과는 동일했다. 두 경우 모두 요약본을 읽은 학생들이 내용을 더 잘 기억했다(그러니 요약본이라고 해서 하찮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소용이 있든 없든 정보를 과도하게 축적하려는 욕구가 숨어 있다.

 

정말로 쓸모 있는 정보가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지금도 정보를 열망한다.

 

246p

전문가를 진짜전문가답게 만들어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 문제에 대해 남보다 빠르게, 남보다 깊이 생각하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런 능력을 어떻게 계발했을까?

보통은 뛰어난 기억력 덕분이라고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의 앤더스 에릭슨 교수는 말한다.

 

그는 분야에 상관없이 이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전문가들은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중요한 것은 연습이다. 세계적 권위자들은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부단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248p

이처럼 각 분야 전문가들의 머릿속에는 커다란 도서관들이 하나씩 있기 때문에 이들은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문제점도 재빨리 파악할 수 있다.

 

258p

인간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때 그리 창의적인 편은 아닌 것 같다. 특히 현재와 비슷한 상황을 과거에 겪으면서 그 해결책을 이미 학습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262p

실수를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은 제약이다. 제약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가진 다른 대안들을 제한함으로써 정도를 유지하게 도와주는 의식적 도구로 정의된다. 나 역시 제약을, 정해진 코스로 주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범퍼와 같다고 생각한다. 달리 생각하면, 제약은 실수를 막아 주는 차단막이기도 하다.

 

263p

제약과 유사한 개념 중 하나가 유도. 사용방식을 유도하는 것도 결국은 사용방식을 제약하는 것과 비슷하다. 유도의 방식도 다양하다. 제품의 형태, 구조, 크기 등을 통해 사용방식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은 바닥에 튀기거나 던지기에 좋은 생김새다. 자동차의 운전대도 돌리기 좋게 되어 있고, 현금 투입구는 슬로이 있어 지폐를 밀어 넣기에 편하다. 처음 접한 물건도 유도의 의미만 잘 이해하면 그것의 기능과 작동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71p

인간의 실수도 마찬가지다. 실수의 원인을 분석하려면 인간이 가진 동기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인가의 행동이 반드시 자기 의지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게다가 자신에게 편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과신, 뒤늦은 깨달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간의 판단은 왜곡된다.

 

275p

지난 10년 사이에 미국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비행기 사고는 65퍼센트나 줄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1997년에는 이륙한 비행기를 기준으로 거의 200만 대당 한 대의 비율로 치명적 사고가 발생했지만 2007년에는 약 450만 대당 한 대꼴로 줄었다.

 

276p

부검 사례를 연구했더니 의사들이 치명적인 질병을 오진한 비율이 무려 20퍼센트에 달했다. 이는 다섯 번 진단 중 한 번은 오진이라는 뜻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오진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다. 오진 비율이 1930년대 이후로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학협회저널은 개선 없음!”이라는 제목으로 이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을 요약했다.

291p

사람들은 누구나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며, 어떤 상황에서든 결과가 더 좋은 쪽으로 달리질 수 있기를 바란다. 대출할 때 변동금리를 선화하고, 이혼에 대비해 결혼 전에 재산 분할 합의서를 만들고, 물건을 사더라도 자유롭게 반품할 수 있는 판매회사를 선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292p

뢰벤슈타인은 희망이 적응을 방해한다.”라고 결론지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무언가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 상황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방법을 빨리 배울수록 행복이 빨리 찾아온다.

 

293p

캘리포니아 대학교 새디에이고 캠퍼스의 데이비드 슈케이드 교수는 사람들의 예상과 실제 미래의 행복 사이의 관계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그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 중에서도 사람들이 특정 용인의 가치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와 동료들은 이런 경향을 매몰 환상'이라고 불렀다. 이 환상도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그르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요인이다.

 

298p

대출자의 관심을 유발한 것은 무엇이었나?

 

여자 직원의 미모가 대출자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그러면 NHL이나 NFL에서 팀에 주어지는 벌칙의 경우는 어떨까? 벌칙을 유발하는 범인은 선수도, 코치도, 심판도 아니었다. 선수들의 유니폼 색깔이 바로 범인이었다.

 

299p

최근에 일부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두 가지, 즉 이성적 차원과 본능적 차원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며, 마치 자동차의 전조등으로 아래위를 비출 수 있듯이 이성과 본능이라는 두 가지 차원이 지속적으로 교차한다는 사실에 의견을 같이했다. 우리의 실수 중 상당수는 행동하는 상황과 생각하는 상황의 경차 속에서 일어난다.

304p

실수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들도 있다. 그중에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것도 있는데, 자기 방식에 대한 고집을 내려놓는 것도 그런 방법 중 하나다. 습관은 우리의 시간과 정신노동을 아껴 주는 좋은 친구다. 하지만 그 습관 때문에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 눈에는 애초에 보려 했던 것만 보인다.

 

306p

무언가를 결정할 때 우리는 다이어트 체험기 같은 눈에 보이는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에 그릇된 결정을 할 때도 많다. 실제로 미국 중앙정보국은 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부 정보 분석관들에게 사례 제시를 경계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사례가 사람들을 혼동하게 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결론은 이렇다. “정보 분석가들은 매우 일반적이거나 정보로서 가치가 거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례나 개인적인 상황에 큰 비중을 두지 말아야 한다.” 훌륭한 조언이다. 우리도 누군가의 추천이 아니라 상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310p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사고파는 현실 세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효과가 나타난다. 행복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오래 머뭇거리지 않고 신속하게 의사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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