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공사 현장을 다녀와서
몇 주 동안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짧은 동안에 두물머리는 저절로 생태 복원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새떼들이 찾아들고 무성한 잡초 위에는 멧밭쥐들이 여기저기 집을 지었습니다. 고라니는 열심히 일구어 놓은 땅콩을 맛있게 먹어치우고(--;) 밤에는 도요새처럼 생긴 새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공사가 신속히 진행되었습니다. 공사 브리핑 때 하던 말은 모두 거짓말로 확인되었습니다. 자라 부화 예정지는 그냥 밀어버렸고, 처음 2m 폭의 산책로를 만든다며 3~4m미터 정도 밀었던 산책로도 6~10m 폭으로 초지를 밀어 버렸습니다. 7m 폭 관리용 도로를 만들기 위해 25m폭으로 밀어버렸을 때만 해도, 추석 연휴 첫날까지만 해도 녹색당 콩밭의 반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천절에 가서 보니 길이 60m의 녹색당 콩밭이 흔적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관리용 도로 근처를 모두 밀어 버렸습니다.
공휴일에도 공사가 한창인 두물머리에 더 이상 새떼들도 찾아들지 않고 고라니의 섭식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간 없는 세상이라는 다큐가 생각났습니다. 차라리 두물머리를 그대로 놔둔다면 우리가 뺏은 다른 생명체들의 서식지를 일부라도 되돌려 준다면 우리는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 원래 그대로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을 살린다면서 멀쩡한 강을 콘크리트로 가두고, 생태계를 복원한다면서 멀쩡한 자연 생태계를 밀어 버리고 새로 인공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4대강 살리기식 개발이고 발전입니다. 성장을 위하여, 풍요를 위하여 자연의 품 속에서 자연에 기대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이 계속된다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인지 우리 눈으로 확인하게 될 날이 오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