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2005년에 녹색연합에 썼던 글입니다. ^^;

만일 내가 보육원 아이들에게 최신 휴대폰을 하나씩 사주자는 캠페인을 제의한다면 대부분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너무도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치가 아닐까요?"
등등...
어쩌면 너무 당연한 반응이기에 나는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바엔 차라리 모두 가난해져 상대적 빈곤을 없애자고 주장합니다.

사회 복지 시설에 가 본 사람들 중에는
"우리집보다 좋네요."
"이런 데 말고 더 불쌍한 데 없어요?"
이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흔히들 매스컴을 통해 보여지는 보육원이나 지체장애인들은 울음바다를 만들어냅니다.
어느 복지 시설이나 기관에도 대표(?)로 불쌍해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처음엔 매스컴을 타기 싫어했던 이 아이들도 나중엔 매스컴을 즐길 줄 알게 된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어디다 다 헐어가는 집을 얻어 얼굴에 때가 더덕더덕하고 꾀죄죄한 아이들을 살게 한 다음 후원을 원하는 사람들을 견학시키자고.
그래야 사람들은 후원하는 것을 보람있게 생각할 거라고.

지금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아픔의 원인은 절대적 빈곤이나 박탈감보다는 상대적 빈곤이나 박탈감 때문입니다.
그나마 시설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모든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휴대폰을 보육원 아이들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한참 정서적으로 민감한 나이의 그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시설에서 봉사를 끝낸 후 그냥 가기에 미안해 햄버거 하나씩이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에 뒷풀이 얘기를 꺼냈다가 갈비를 먹으러 가자는 아이들 말에 황당해 했던 봉사자들...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한 것이라구요?
만일 그게 당신의 아이들이었다면 황당해 했을까요?

우리에게 봉사라는 것이 사회 소외층에 대해 우리보다 못 사니까, 불쌍한 존재이니까(아마 밥 먹고 살기도 곤란한 정도로 --;) 우리에게 남는 시간과 돈을 가지고 겨우 먹고 살게는 해주는 한도 내에서 후원을 해 줘서 우리에게 감사함을 느끼도록 하여 상대적 우월감이나 행복을 즐기자는 것인가요?
이것은 그들이 정녕 필요로 하는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아닌가요?

우리는 사회 소외층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요?
너희들은 스스로 밥 먹고 살기도 힘드니까 우리에게도 아까운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이 정도로 해주는 것도 고맙게 생각해야 해!
너희들은 사회에 공헌한 것도 없고 우리들이 내는 세금으로 살아야 하니까 우리보다 좋은 시설에서 우리보다 잘 먹고 우리가 누리는 것을 똑같이 누려서는 안돼!

제로섬의 경제학으로라면 우리의 풍요는 타인의 빈곤을 바탕으로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나눠줘야 할 몫을 착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이익의 분배 문제뿐 아니라 그들에게 일자리나 기회 등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그러면서 우리는 당연히 분배되야 할 그들의 몫을 봉사나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적당히 나눠주면서 스스로 만족해 하는 것은 아닌가요?
우리나라처럼 경제가 수출을 바탕으로 한다면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지금 우리나라는 절대적 빈곤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빈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요롭습니다.
우리 경제가 얼마간 위축된다 해도 우리는 절대적 빈곤을 없앨 정도로 풍요롭습니다.
상대적 빈곤자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이대로라면 난 차라리 우리 모두가 절대적 빈곤은 벗어나는 한에서 모두 가난해짐으로써 상대적 빈곤을 없애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물론 모든 봉사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봉사나 후원에 대한 일반적 사람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았습니다.
녹색연합도 사회 봉사 단체라 할 수 있겠죠.
녹색연합의 강령 중에는 사회 약자의 권익을 신장을 위해 노력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 그 부분의 활동이 가장 미약한 것 같습니다.
사회적 약자가 왜 생겨나고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는지 불가항력이라면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줄여나가며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활동도 해야만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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