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향기
- 한병철 지음/김태환 옮김/문학과 지성사 펴냄/2013.3.19
62p
자유를 주는 것은 해방이나 이탈이 아니라 편입과 소속이다. 그 무엇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는 공포와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자유롭다(frei), 평화(Friede), 친구(Freund)와 같은 표현의 인도게르만어 어원인 ‘fri’는 ‘사랑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자유롭다는 것은 본래 ‘친구나 연인에게 속해 있는’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바로 사랑과 우정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묶여 있지 않음으로 해서가 아니라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가장 전형적인 관계적 어휘다. 받침대 없이는 자유도 없다.
72p
이상적인 웹 공간에서는 언제든지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최종적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유동적 상태에 머물러 있다. 가다, 나아가다, 행진하다가 아니라 서핑하다, 브라우징하다(브라우즈는 원래 소 등이 이리저리 다니며 풀을 뜯어먹는 것을 뜻한다)가 웹 공간에서의 걸음걸이에 대한 표현이다. 이러한 운동 형식은 어떤 방향에도 묶여 있지 않다. 그것은 길 또한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