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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재앙인가 축복인가?


-'세계화와 그 적들' 발제문


세계화란 무엇일까?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의 정보 교류와 상품의 교역을 제공한다. 이러한 교류와 교역의 범위가 마을 내에서 다른 마을로, 다른 지역으로, 더 나아가 다른 나라로 확대되는 것이 순수한 의미의 세계화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로 인한 교류와 교역의 확대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구조적 변화를 때에 따라서는 폭력적으로 수반한다. 다니엘 코엔의 말을 빌리면 ‘세계화의 주된 역설은 세계화의 과정이 너무 빠르거나 너무 폭력적이라는 데 있지 않다. 기술의 진보를 확산시킬 수 있는 자본주의 능력이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자본주의 경향보다도 더 미약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글을 인용해 서구 기술 세계가 가진 퇴폐적인 부작용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계급 착취나 종교간 착취의 형태처럼 나타나 보인다고 한다. 그 예로 스페인에 점령당한 잉카 문명의 멸망과 식민지 하의 인도 방직 산업과 식민지 독립 후의 아프리카 가나와 탄자니아의 경제 몰락이라고 한다.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경제 부흥은 내부 역량 강화로 면역력을 키운 성공적인 사례로 설명한다.

또한 다니엘 코엔은 거리의 역설을 예로 들어 ‘운송 비용의 절감은 경제 활동을 공간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구와 부를 밀집시킨다’고 한다. 도시화는 세계화의 필연적인 결과물의 하나이며, 세계화의 결과로 개인 간, 지역 간, 국가 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한다. 그럼, 이렇게 불평등한 형태로 나타나는 세계화는 과연 필요한 것이며, 막을 수 없는 것인지, 또한 폭력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와해시킬 수는 없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세계화 특히, 경제의 세계화를 주장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세계화가 성장을 통해 세계를 빈곤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것이다. 빈곤의 가장 큰 원인인 질병과 기아 두 가지 문제를 예를 들어 세계화가 재앙인지 축복인지 생각해 보자.

1930년대 알제리의 오레스 주변 사회는 빈곤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균형 잡힌 행복한 사회였다. 프랑스인들은 이 지역의 빈곤을 해결하고자 DDT 같은 살충제를 마구 뿌리고 인근 지역과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하였다. 결과적으로 디푸스와 말라리아를 박멸함으로써 유아 사망률은 급격히 감소하여 한 세대 동안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하였다. 부양 인구가 늘어나 가축 수를 늘림으로써 토양은 척박해졌고, 잉여 생산물은 인근 지역에 수출하여 일부는 부유해졌지만 많은 사람들은 빚에 허덕이는 불평등 구조가 되고 기존의 전통적 가치가 붕괴되었다. 결국 20년도 지나지 않아 오레스 주변 사회는 빈민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모스 H. 홀리는 그의 책 ‘인간생태학’에서 다수확 품종의 벼는 제3세계를 쌀 수입국에서 쌀 수출국으로 성공적으로 변환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관개 시설의 확충, 도구 구입, 자본 투자 등 농장 규모를 확대시켜 소규모 농장들이 사라져 실업률이 높아지게 되었으며, 생산성 증가로 쌀값을 하락시켰고 싼 쌀값은 재래종 쌀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를 타파시켰다고 한다.

다니엘 코엔은 세계화의 문제점을 식민지를 가진 나라보다 식민지를 가지지 않은 나라가 더 경제 성장률이 높고 보호 무역을 하는 나라보다 하지 않는 나라가 더 경제 성장률이 높다는 등의 예를 통해 세계화의 문제가 선진국이나 계급에 의한 착취라든가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 갈등으로 인한 문명의 착취가 아니라 선진국이나 지배 계급과 같은 풍요를 누릴 것이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문제와 불평등함에도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로 된 소외의 문제로 보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 세계화는 총량적으로 엄청난 부를 세계에 안겨 주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질병과 기아로 인한 유아 사망률의 감소는 물론 평균 사망 연령의 증가는 세계화의 혜택이다. 그러나 또한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와 빈부 격차(의도적으로는 저자의 주장대로 착취라고 볼 수 없으나 구조적으로는 착취다)로 인한 소외감과 전통적 가치의 파괴를 안겨 준 것 역시 세계화의 혜택(?)이다. 다니엘 코엔은 이 모든 혜택 자체가 세계화의 결과가 아니라 세계화 자체라고 말한다.

다니엘 코엔의 관점에서는 능동적으로든 수동적으로든 세계가 세계화되는 것을 반대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양면적 가치를 지닌 세계화에 대해 다니엘 코엔은 국가 간의 문제는 경제 발전에 성공한 나라의 예를 들어 독재적이건 자율적이건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변화는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세계화는 변화는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며, 급격히 진행되고 면역력을 갖출 내부 역량이 부족할수록 부정적인 결과를 심화시킨다. 작게는 마을 간 크게는 국가 간의 의도하지 않은 빈부 격차의 심화라는 세계화의 병폐를 줄이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길러주는 내부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며 구조적 피해자를 위해서는 의도적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계화가 양면성을 가졌다는 다니엘 코엔의 주장은 세계화를 상품의 교역을 중심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이다. 세계화가 정보의 교류를 중심으로 자급자족의 소규모 공동체 사회 위주로 된다면 다니엘 코엔이 주장하는 세계화 그 자체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세계화를 단지 성장 위주 관점에서 본다면 인구와 부를 밀집시킬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빈부 격차의 심화와 각종 환경 파괴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지속 가능하고 소외되지 않는 평등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상품의 세계화가 아니라 정보의 세계화를 지향하여야 한다. 상품의 교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화가 아니라 정보의 교류를 통해 지역 기반의 자급자족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이며 세계화가 더 이상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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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6~17일 책읽기모임 발제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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