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며칠 전 복지관에서 체험 활동을 다녀왔다. 여성장애인복지관이라 아동 장애인팀과 성인 장애인팀이 함께 참여했지만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남성, 특히 아버지들이 참여한 것은 몇년째 봉사를 하고 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네 명의 아버지가 참여했다. 그렇지만 특별한 것도 없어 보이고 좀 허름해 보였을 뿐이라 그런가보다 했지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담당 복지사의 말을 듣고서는 변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한부모 가정이 되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를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리고 보통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아이들을 맡아 키운다. 그런데 이들은 이혼 후 여자 아이들을 맡아서 키우는 아버지였다. 그것도 지적장애를 가진 여자 아이들을.

담당 복지사의 말에 의하면 사춘기, 월경을 하는 지적장애를 가진 여자 아이들을 아버지가 혼자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그뿐이 아니었다. 이 아버지들은 대부분 일용직이라는 것이다. 하루하루 벌어서 생활해 나가기도 어려운 형편에 혼자서 지적장애를 가진 사춘기의 여자 아이들을 키우다니. 과연 그런 형편에 장애를 가진 아이를 맡아 키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만약에 내가 그런 경우라면 어떻게 했을까... 한숨이 나왔다. 솔직히 나는 내가 처한 현실에서 내 자신의 삶에 대해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이나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희망이 있는 것이라고 본다. 또 내가 그렇게까지 살지는 못해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이 땅의 진정한 아버지와 그들의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BLOG main image
초록주의(녹색주의)
초록주의는 생명을 섬기고 삶을 나눔으로써 평화로운 공존의 사회를 지향합니다.
by 초록주의

공지사항

카테고리

초록 세상 (582)
행사 안내 (166)
포럼 및 강의 (71)
성명서 및 기사 (20)
초록 정치 (37)
초록 사회 (58)
초록 경제 (16)
초록 문화 (42)
서평 및 발제문 (16)
책 내용 발췌 요약 (30)
자료 (40)
짧은 글 긴 여운 (48)
시인의 마을 (18)
빛으로 그린 그림 (17)
생각의 끝 (0)
The And (0)

달력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