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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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05 열흘간의 평화 - 피스 & 그린 보트를 타다(첫째 날)


<부산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정박 중인 피스& 그린 보트>

나는 지난 10월 19일(토)부터 10월 28일까지 열흘간 피스 & 그린 보트를 타고 대만, 중국, 일본을 다녀왔다. 이 글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열흘간의 여행을 기록한 것이다.
직장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나는 이 여행을 선택했다. 나에게는 다소 사치스럽고 여러 가지 처리해야 할 일들을 미룬 상태에서의 여행이지만 모든 일에서 떠나 열흘간 시간을 갖는 이런 기회가 평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수 있기에 선택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약간의 설레임과 함께.
피스 & 그린 보트는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부산까지 나는 무궁화호를 타고 갔다. 가격은 둘째치고 집이 수원이라 KTX가 잘 서지 않아 갈아타는 시간과 불편함보다 좀 느리더라도 그냥 한 번에 가는 것도 편하지만 사실 좌석도 KTX보다 더 넓어 편안하고, 기차에서 충분히 자며 피곤한 몸을 풀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나 KTX를 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율 스님과 오랜 동안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함께해 오고 있는 나로서는 지율 스님이 목숨을 바치다시피하여 반대해 온 천성산을 뚫은 KTX를 탈 수 없었다.
기차는 15분 정도 연착하여 12시 50분쯤 부산역에 도착했다. 부산역에서 국제크루즈터미널까지 12시와 12시 30분에 셔틀 버스가 운영되었지만 나는 늦게 도착한 관계로 66번 버스를 타고 갔다. 보트는 3시 출발이고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출국 심사하므로 시간은 충분했다. 버스 타는 곳을 몰라 찾던 중 66번 버스가 지나쳐 가는 것을 보고 뛰어갔지만 결국 놓쳤다. 그러나 버스가 5분도 안 되서 다시 올만큼 자주 왔다. 부산역에서 국제크루즈터미널까지 40분 정도 예상되었다. 시간은 충분하다. 아무 일만 없다면...
시내를 벗어날 무렵 버스가 급정거해 온몸이 앞으로 쏠렸다. 맞은편에서 오던 1톤 트럭이 갑자기 버스 앞에서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해 거의 부딪힐 뻔하게 스치며 골목으로 뺑소니치듯 도망갔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몇 명 탔지만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기사분이 아이들이 타면서 자리에 제대로 앉아 있지 않자 계속 앉으라고 안내 방송을 한 덕분이었다. 여행을 하면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므로 시간은 항상 여유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0.1초만 늦었어도 사고는 났다. 사고가 났다면 나는 보트를 타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사고가 나도 경미하다면 택시를 타고 갔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힘들게 뻔히 보였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도 여유는 필요한 것이다. '여유' 그 짧은 단어만큼의 시간도 너무 무시하며 살아온 내게 일종의 경고였을까?
국제크루즈터미널은 해양박물관 전 정류장인데 이곳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정류한다고 적혀 있다. 국제크루즈터미널에서 100미터 쯤 될까 얼마 멀지 않으니 도착해서도 해양박물관까지 걸어가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 싶다.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정박 중인 피스 & 그린 보트에서 바라본 부산 앞바다>

국제크루즈터미널에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모두 단체인듯 했다. 아이들도 많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는지는 몰랐다. 이중에 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될 사람이 있을까.
내 ID는 3069번이고, Cabin은 7050실로 배정되었다. 출국 절차를 마치고 2시 40분 경 보트를 타러 갔다. 보트는 큰데 보트로 들어가는 입구는 생각보다 무척 낮아 허리를 굽혀야 했고 작업복 차림의 검은 남아시아 선원들이 환영 인사를 해 주었다. 그런데 내 방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 건가?
내 방이 있는 7층에서 7050호실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왜 7048호 옆에 7052호는 있는데 7050호는 없는 거지? 7048호 맞은편은 분명 7049호인데... 7048호와 함께 쓰는 것인가. 좁은 통로에서 지나가는 한국 사람에게 물어 보지만 그들도 모르고... 선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7048호와 같은 방을 쓰는 것이냐고 물어 보니 건너편이란다. 아~ 이 보트는 양쪽 옆으로 통로가 있구나. ^^;


<좁긴 하지만 호텔과 같은 Cabin 내 화장실>

나는 창이 있고 2층 침대가 있는 4인실을 선택했다. 방은 넓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쓸만 했다. 호텔방을 줄여 놓은 것처럼 욕실, 옷장, 책상, TV를 갖추어져 있었고, 옷장 안에는 금고까지 있었다. 그런데 짐을 풀고 함께 방을 쓰는 사람을 기다리는데 도무지 사람이 나타나질 않았다. 배가 이미 출항을 하고 있는데도.


<긴급 피난 교육을 받고 있는 한국 참가자들>

3시에 8층에 있는 중앙 홀에서 긴급 피난 교육을 받았다. 수영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고 굳이 교육까지 받을 필요가 있을까 했지만 사실 어떤 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가가 궁금했다. 뻔한 이야기지만 구명 조끼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떻게 구명 조끼를 입는가에 대한 교육이다. 비상 탈출 방법에 대한 것은 그냥 선원들 지시에 따르면 된단다.
4시부터 5시 30분까지 참가자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기항지인 기륭, 나하 설명회인데 지금 생각 나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보니 별로 중요하지는 않은 듯하다. ^^;
6시 9층 뷔페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 배에는 4층에는 정식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고, 9층에는 뷔페가 두 군데 있다. 아침, 점심은 4층, 9층 모두 뷔페식이고, 저녁은 4층에서는 정식을 주는데 사람이 많은 관계로 분홍색과 파랑색 카드 두 팀으로 나누어 먹는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이번에 가장 참가자가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 500명, 일본에서 600명, 선원 100명.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에 있을까?
7시에 자주 기획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프로그램 이름은 'Peace & Green Life 채식주의' 사전 설명회에서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외에 참가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해서 나름 보트의 취지에도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신청했다. 참가자가 없을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고 또 자주 기획 프로그램 신청자 수가 해마다 달라 자신들도 이번에 얼마나 신청할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설명회에서 CC(통역자)가 있어 일본 사람과도 이야기 나눌 수 있다고 했는데, 자주 기획 프로그램에 배정될 CC는 없다고 한다. ㅜㅜ


<P&G 출항 이벤트>

7시가 넘어 P&G(Peace & Green Boat) 출항 이벤트가 있었다. 뻔한 이벤트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진행하는지는 봐야겠지. ^^ 막걸리를 나누어 준다고 했는데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쥬스도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사람이 많아서 한 잔만... 그래도 나는 두 잔을 마셨다. 나누어 주는 곳에서 직접 달라고 해서 또 나누어 주러 돌아다니는 자원봉사자에게서. ^^;
이벤트가 끝나고 방으로 들어와도 아직 아무도 없다. 이 방엔 나 혼자뿐인가. ㅜㅜ 남들은 부러워하겠지만 나는 모르는 사람과의 교류도 목적이고, 또 단체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 쉽게 교류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럼에도 당연히(?)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함께 내성천을 순례했던 환생교(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교사들의 모임) 선생님,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그리고 어디선가 봤지만 정확히 알지 못해 말을 건네지 못하는 분,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잘 아는 프로그램 강사로 온 서대문구청장, 서해성 작가, 김정욱 교수 등.
어찌되었든 나는 시간 나는 대로 여기 저기 보트 안 구경을 하며 구조도 익히고, 사진도 찍고 날씨는 그런대로 맑아 바다 한가운데서 잠시 달밤의 낭만에 취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세상과 단절된 평화로운 하루가 태평양을 지나고 있었다.

나의 부지런병과 호기심이 발동해 알아 낸 사실 ^^;
1. 탑승 인원
① 한국인 : 484명+14명(중간 탑승)=502명(6명은 못 옴, 개인 100명, 롯데백화점과 전통시장 상우회, 유한킴벌리, 하이원리조트, 경기도와 강원도 교육청, 안산 에버그린, 여성재단 후원 여성 활동가, 어린이 선상학교, 곶자왈 작은 학교 등)
② 일본인 : 600명
③ 선원 : 100명
④ 총 : 1,200명 탑승

2. 구명 보트
① 98인용 4척 : 396명
② 120인용 10척 : 1,2000명

3. 객실 수
4층 : 52개
5층 : 158개
6층 : 168개
7층 : 122개
10층 : 12개(2인용 스위트룸) - 입구가 닫혀 있는 것을 보니 아무도 안 탄듯.
2인실이 또 있는데 몇 층 어느 쪽에 있는지 모르겠음. 그나 저나 선원들 숙소는 어디지?(나중에 누군가가 3층(창이 없음)에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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