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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03 미안해

미안해

서평 및 발제문 l 2014. 12. 3. 16:57

미 안 해

- ‘축하해발제문

 

한참 전에 성매매가 크게 이슈화된 적이 있었다. 성매매특별법이 효과를 보기는커녕 오히려 성범죄율을 증가시켜, 성매매를 합법화할 것이냐, 비범죄화할 것이냐, 불법화로 단속과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합법화는 인류 역사상 성매매가 강하게 통제될수록 오히려 음성화되고 성범죄가 늘어나 일반 여성들의 피해를 줄이자는 실용적 입장에서 접근하지만 일부 여성, 그리고 성 자체를 남성을 위한 노리개로 전락시킨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면 남성의 성매매도 합법화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도 하지만 아직 남성 위주의 성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오히려 성차별을 조장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일반 업종처럼 관리를 통해 근로 조건이 좋아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불법화로 인해 성매매가 음성화됨으로써 발생하는 성매매 종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성매매 여성은 처벌하지 않지만 성매매업자나 성 구매자는 처벌하자는 비범죄화를 대안으로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비범죄화는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성매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어찌되었든 성매매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여기에 피해자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커지는 것 같지만 실제 근본적인 것은 성에 대한 인식과 문화적인 것에서 기인한다. 생존을 위한 최후의 선택으로나 쾌락과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택하기도 하지만, 실연이라든가 가까운 사람에게서 느낀 배신감에 대해 복수를 하거나 삶을 포기하는 수단으로 가장 타락한 삶이라고 생각해 성매매를 선택하기도 한다. 성폭력을 당해서 자살하거나 정신병에 걸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우리가 성에 대해 서로 너무나 다른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성관계는 성스러운 것인가, 아니면 쾌락의 한 가지일 뿐일까? 성관계가 성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생명의 탄생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그래서 성관계의 방법도 제한하고 자손 번식 외에는 성관계를 불경시하는 문화도 있고, 자유스러운 성관계로 쾌락을 즐기고 유대관계를 맺는 문화도 있다. 이런 성에 대한 생각은 크게 부계사회와 모계사회로 나누어진다고 볼 수 있으며, 성매매는 부계사회의 특징이기도 하다.

생물학적 특성상 일반적으로 여자는 성폭력의 피해자, 남자는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에 대한 폐쇄적 문화는 여성을 더욱 피해자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부계사회에서 순결은 여성들을 소유하고 지배하여 자신들의 대를 잇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남성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임신과 같은 성관계에 대한 결과는 여성에게만 나타나기 때문에 남성의 순결을 여성의 순결보다 중요시하는 부계사회는 없다.

문화는 누군가에는 폭력적일 수 있다.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문화는 유럽 일부 국가처럼 성매매 합법화로 나가기에는 아직 미성숙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 지식은 물론 웃음 등의 서비스, 심지어 정신까지도 팔아먹는다. 이런 사회에서 성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판매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고, 성매매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반 서비스업종의 사람과 같이 대우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성관계가 여성들에게 생물학적으로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가졌다면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구조와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데 부계사회의 성문화는 생물학적 피해를 오히려 심화시키는 여성들에게 매우 폭력적인 문화이다.

남성의 한 사람으로서 수백 년 동안 유교 문화로 인해 성문화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우리는 이 미안함이 미안함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성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도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동안 제도적으로 문화적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성관계를 단지 쾌락의 대상으로만 보기에는 생명 탄생과 직접적 관계가 있어 성스러움을 완전히 배제하기가 어려우며, 완전 피임이 사실 불가능해 쾌락의 대상으로만 보는 데는 문제가 있다. 또한 성스러운 것으로만 보기에는 생물학적 욕구를 사회문화적으로나 법적으로 완전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랑=결혼=성관계=자식이라는 異常적인 틀이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현실에서 성폭력과 성매매의 문제는 결국 부계적 사회 구조와 문화를 모계적 사회 구조와 문화로 전환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본다.

 

2010년 5월 27일 샨티 출판사를 찾아가 저자 박금선님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책읽기 모임을 했을 때의 발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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