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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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19 생각의 오류-요약

생각의 오류

- 토머스 키다 지음/박윤정 옮김/열음사 펴냄/2007.11.30

 

20p

  어떤 책이든 읽다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상세한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것 같다. 이런 나이에는 몇 가지 핵심 내용만 기억해도 운이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통계수치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확인하고 싶어 한다.

삶에서 운과 우연의 일치가 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다.

 

22p

  총기규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를 뒷받침해 주는 정보를 더 신뢰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대통령 후보의 호의적인 정보에 더 집중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대통령 후보의 호의적인 정보에 더 집중하지 않을까? 영매에게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영매의 예언이 적중했던 때만 기억하고 예언이 빗나갔던 대다수의 경우는 잊어버리지 않을까? 실제로 우리는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기존의 믿음이나 결정을 굳건하게 만들어주는전략을 쓰는 성향이 있는 것이다.

 

24~25p

  사람들은 자신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본 것을 난 알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우리의 오감은 잘 속아 넘어간다. 게다가 가끔은 세계를 선택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정신이 다른 데 쏠려 있어서, 분명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없는 것을 보기도 한다. 내가 유령을 봤다고 얘기했을 때처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어느 시점에서 환각을 본다고 한다.

이런 부정확한 인식을 사고 과장에 적용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는 특히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바로 기대와 욕망이다.

 

26~27p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정보들에 일일이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말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이런 분석마비증을 피하기 위해서 단순화 전략을 쓴다.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토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우리는 스키를 타다가 다칠 수 있는 경우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거나 스키로 인한 부상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하지 않는다. 대신에 친구의 경험이나 텔레비전에서 본 사고 보도를 떠올리고, 단순하게 판단을 내린다. 소니 보노(미국의 가수이자 배우, 정치가)와 마이클 케네디(전 미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의 조카)가 같은 해에 스키를 타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스키는 아주 위험한 스포츠라고 결론지어 버린다. 실제로는 보트나 자전거 타기처럼 사상자가 더 많이 발생하는 여가활동이 많은데도 말이다.

 

28~29p

  그러나 기억도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심지어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요컨대 우리의 기억은 과거의 경험들을 스냅 사진 찍듯 있는 그대로 담아두었다가 앨범을 펴 보듯 다시 불러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기억은 다분히 구축적이다. 현재의 믿음과 기대, 환경, 암시적인 질문까지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32p

  우리 사회에 위험한 것은 불신이 아니라 믿음이다.

- 조지 버나드 쇼

 

38p

  실제로 갤럽에서 조사한 결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현상들 중에서 최소한 한 가지를 믿는 사람이 73%나 되었다.

 

39p

  (1) 터무니없는 설들을 믿는 사람들의 비율 20056, 갤럽 조사 결과

41% 초감각적 지각력은 가능한 것이다.

37% 집에 귀신이 들 수 있다.

42% 이따금씩 사람도 악마에게 홀린다.

31% 텔레파시, 오감의 작용 없이 마음만으로도 서로 통할 수 있다.

24% 외계의 존재들이 지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

26% 투시, 오감으로는 알 수 없는 사물들도 파악할 수 있다.

21% 산 사람도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다.

25% 점성술

20% 환생

 

42~43p

  한 예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이 두뇌의 10%만 사용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신경과학적으로 이를 뒷받침해 주는 근거는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맹인들은 흔히 고감도의 청력을 자랑한다는 믿음은 어떤가?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또 미국에서는 이미 범죄자와 마약 복용이 통제 수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2003년까지 10년간 폭력 범죄율은 33%나 떨어졌으며, 마약 복용 인구도 줄었음을 알 수 있다. 또 낮은 자기존중감이 공격성의 원인이라는 대부분의 생각과는 달리, 둘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5~46p

  인간이 달 착륙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은 많다. 그런데도 19997월에 실시된 여론 조사를 보면, 11%의 미국인들이 이것을 조작된 사건으로 믿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폭스 사가 음모 이론: 우리는 정말 달에 발을 디뎠나?’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뒤 이 비율이 두 배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검증되지 않은 이상한 주장들만 보고 수백만 명이 생각을 바꾼 것이다.

 

47~48p

  또 미국에서 살인율이 20%나 떨어졌을 때도, 방송의 살인사건 보도는 600%까지 치솟았다. 이런 편향적인 보도는 당연히 우리의 믿음에 영향을 미친다.

 

1994년에는 살을 뜯어먹는 박테리아 이야기가 대중매체의 관심을 집어삼켰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환자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담은 생생한 영상들이 넘쳐났다. 살을 뜯어먹는 박테리아보다 번개에 맞아 죽을 가능성이 55배는 더 많다고 의학계의 권위자들이 지적했는데도 대중매체는 이런 사실을 무시해버렸다.

 

51p

  그래서 이후 몇 해 동안 다른 연구들을 여러 번 실시했다. 그 결과 유방확대수술이 유방암 같은 주요한 만성 질환의 원인은 아니라는 증거를 확보했다.

 

56p

  그런데 이 실험들은 한 가지 지배적인 경향을 보여주었다. 초감각적 지각력을 지지하는 실험들은 하나 같이 적절한 통제가 부족했고, 적절한 통제 아래 이루어진 실험에서는 초감각적 지각력을 입증해 주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58p

  (2) 사이비과학적인 사고의 특징

(1) 무엇을 믿을지 미리 생각하고 있다.

(2) 기존의 믿음을 뒷받침해 줄 증거를 찾는다.

(3) 자신의 주장이나 믿음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증거는 무시한다.

(4) 다른 설명들은 무시해 버린다.

(5) 터무니없는 믿음도 계속 유지한다.

(6) 근거가 빈약한 증거들을 토대로 황당무계한 주장을 펼친다.

(7) 일화적인 증거에 강하게 의존한다.

(8) 엄격한 통제 실험을 통한 검증이 부족하다.

(9) 비판적인 시각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61~62p

  사회학자인 배리 글래스너는 <두려움의 문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난폭 운전 같은 가상의 위험요인이나 다른 사람들을 전혀 또는 거의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찬 감방,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이나 은유적인 질병의 희생자들에게 보상을 해 주는 일 등에 해마다 수백억 달러를 허비하고 일인당 몇 시간씩을 낭비하고 있다.”

 

67p

  많은 자료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다 보면,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원하는 증거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비틀스의 노래 수백 곡을 뒤로 돌리거나 느리게 틀면, “폴은 죽은 사람이다.”와 같은 소리가 나오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물론 노래 속에 이런 가사는 없었다. 그러나 수백만까지는 아니어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것을 믿었다.

 

68p

  최근의 연구 결과, 흔히 유령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하던 이상한 느낌(등골이 오싹해지거나 몸이 후들거리거나 극도의 불쾌감과 두려움이 이는 것 같은)들이 10~20헤르츠의 저주파 음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귀신 들린집의 이런 초저주파 음은 들리지는 않아도 느낄 수는 있다.

 

78p

  현재 믿을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해서 어떤 주장이 거짓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증거가 없다는 것은 연속체상의 왼쪽 끝에서 강한 불신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간 지점에서 멀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뿐이다.

 

79p

그러므로 어떤 것이든 믿음을 형성할 때는 회의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믿음을 형성할 때는 어떤 접근법이 가장 좋을까? 케오도르 시크와 루이스 본은 다음의 네 단계가 상당히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1) 주장을 분명하게 적는다.

2) 이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를 고찰한다.

3) 다른 가정들을 살펴본다.

4) 가정의 타당성을 평가한다.

 

81p

여러 가설 중에서 어떤 가설이 나은지를 평가할 때는 여러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먼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된다.

 

검증이 가능한가?

현상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가설인가?

잘 정립된 다른 학설들과 상충되지는 않는가?

 

83p

불 위를 걷는 사람들의 주장을 믿으려면, 먼저 어떤 신비적이거나 영적인 힘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신비적인 힘을 믿어야만 불 위를 걷는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리학 법칙을 적용하면 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설명이 가장 간단한 가설을 선택한다는 규칙을 일컬어 오감의 면도날이라고 한다. 과학을 이끌어가는 이 규칙은 14세가 영국의 철학자인 오캄의 윌리엄에서 유래된 것이다.

 

93p

콜드 리딩은 쓸모 있는 정보를 얻을 때까지 심령술사가 망자에 대해서 일반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법이다. 쓸모 있는 정보를 얻으면 심령술사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 주고, 듣는 사람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하던 대로 계속 질문과 이야기를 이어 간다. 반대로 자신의 이야기가 빗나가면, 심령술사는 자신의 말이 옳은 것처럼 들리게 만든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심장마비 같은 흉부 질환으로 사망한다는 통계자료를 이용하는 것이다. 심령술사들이 쓰는 일반적인 기법은 다음과 같다.

 

심령술사 : 사랑하는 이를 잃었군요. 가슴에 통증이 느껴져요. 심장마비였나요?

피상담자 : 폐암이었는데요.

심령술사 : 맞아요. 그래서 가슴이 이렇게 아픈 거예요.

 

95p

많은 자료들을 보면, 실제로 잘 속아 넘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주 일반적인 말도 자신에게 직접 적용되는 말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연구자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인상착의를 아주 모호하게 묘사해도 우리는 자신을 묘사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똑같은 묘사가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포러 효과(Forer Effect)라고 한다.

 

103p

광고 문구가 눈길을 확 잡아끈다. “자신감이 커진다. 일이나 공부, 예술, 스포츠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다. 흡연이나 음주, 마약 복용 같은 악습도 힘들이지 않고 극복한다.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치유 효과는 향상된다. 평생 노력 없이 몸무게를 조절할 수 있다.” ‘대단한 걸!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읽어보니, 해답은 바로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명상음악 테이프에 있었다.

 

* 이 광고는 Pychology Today, April 2001, p91에 실린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광고는 잠재의식을 자극한다는 테이프 대부분이 효과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이런 테이프의 무용성을 지적한 믿을 만한 연구들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러나 이어서 새로운 획기적인 기술적 발견 덕분에 이 테이프들은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 혁신이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고 말이다.

 

107p

치료제를 나눠주는 사람이 누가 진짜 치료제를 복용하고 누가 플라시보를 복용하는지 알면, 피실험자에게 그가 먹는 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신도 모르게 암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약을 나눠주는 사람이나 복용하는 사람 모두 누가 무엇을 복용하는지 몰라야 한다. 이런 방식을 가리켜 더블블라인드실험이라고 한다.

 

109p

과학과 과학적인 방식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형성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국립과학위원회에서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중 3분의 2는 과학적인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학적인 절차를 몰라서, 믿음을 형성할 때 자료의 질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14p

진화론은 인간이 지금과 같이 존재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누군가 단순하게 추측해 낸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여러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는 하나의 개념체계이다. 그래서 다른 어떤 이론도 우리가 이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진화론만큼 잘 설명해 주지 못한다. 하지만 기억할 것이 있으니, 과학에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점이다. 과학적인 사실은 현재로서는 그것을 믿는 게 합당하다고 여겨질 만큼 확신이 가는 하나의 결론에 지나지 않는다. 요컨대 과학에서는 모든 지식을 잠정적인 것으로 본다.

 

119~120p

사람들은 대부분 종교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이타적이고, 상반되는 것들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행복한 고용인은 생산성이 더 높다고 믿는다. 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런 생각들이 틀렸음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126p

(3) 과학적인 사고의 특징

(1) 언제나 마음을 열어 두되, 입증되지 않은 주장은 어떤 것이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2) 어떤 주장이든 반드시 검증을 한다.

(3) 증거의 질을 보고 믿음을 결정한다. 실험 시 통제가 엄격했는지를 살피고, 일화적인 증거에 의존하지 않는다.

(4) 어떤 주장이든 그것이 틀렸음을 입증하려고 노력한다. 이 주장의 부당성을 입증해 주는 증거를 찾아보라는 말이다.

(5) 다른 대안적인 설명들을 살펴본다.

(6) 다른 점들이 같다면, 어떤 현상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는 주장을 선택한다. 추측이 가장 적은 주장이나 믿음을 선택하라는 의미이다.

(7) 다른 점들이 같다면, 기존의 과학 지식과 상충되지 않는 주장이나 믿음을 선택한다.

(8)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증거의 양에 따라 믿음의 정도를 결정한다.

 

130p

백만 번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뉴욕에서는 하루에 여덟 번 일어난다.

- 팬 질레트

 

132p

마이클 셔머가 즐겨 말하듯, 인간은 원인을 찾고 싶어 하는 동물이다. 인간에게는 세계 속에서 일정한 양상을 발견하려는 천부적인 욕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삼라만상의 원인을 발견한 이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원인을 찾는 천부적인 성향은 보통 인간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원인을 찾으려는 욕망이 너무 강해서, 아무 이유 없이 우연하게 일어난 일에서까지 원인을 찾기도 한다.

 

143p

여러분은 아마 선수의 실력에 물이 오르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 아니라 가끔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확률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으로 보면, 물오른 손 이론은 거짓임을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이다. 또 여러분은 선수가 공을 몇 개 넣은 후에 이따금씩만 일어나고 다른 때는 없는 일이므로, 언제 이런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물오른 손은 검증할 수 없는 가설이다. 이런 가설은 심령술사들의 논리와 비슷하다. 이들은 연구자들이 부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해 내개 때문에 통제실험에서는 영적인 능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후 변명에 불과하다.

 

150~151p

우연한 사건들을 계기로 미신적인 생각과 행동 패턴을 갖게 되는 것은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과정 때문이다. 조작적 조건화 이론의 주창자인자 <비둘기의 미신>이라는 유명 논문의 저자인 심리학자 B. F. 스키너는 우연의 일치가 미신적인 행위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151p

이처럼 조작적 조건화 이론은 미신의 형성 과정을 잘 설명해 준다. 그래도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미신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답은 우리가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부분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미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확실성을 극복할 방법을 제시해 준다. 미신적인 행위를 하면 흔히 상황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느낌이 들고, 어느 면세서는 이런 행위가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신적인 행위는 불확실하고 무질서하며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쉽게 생겨난다.

 

157p

다른 예를 들어 보자. 검은 색 하트가 세 개 있는 카드를 사람들에게 슬쩍 보여주면, 대부분은 붉은 색 하트나 검은 색 스페이드가 세 개 있는 카드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하트가 검은색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생각에 맞게 그것을 붉은색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렇듯 실제가 우리 기대와 맞지 않을 때 우리는 세계를 잘못 인식한다.

 

161p

심판과 팬들 중에는 검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나오는 비디오를 본 사람도 있고,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나오는 비디오를 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 결과 이들은 흰색보다 검은 유니폼을 입은 팀의 선수들에게 가혹한 판정을 내렸다. 검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는 7.2,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는 5.3을 준 것이다. 우리의 기대는 우리의 인식과 판단은 물론이고 우리의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연구자들은 개복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수술이 얼마나 걸리고 어떤 통증이 생기며, 언제 의식이 돌아올지 등 수술 후 나타나는 반응들을 미리 알려주었다. 반면에 다른 그룹의 환자들에게는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다. 그러자 의사에게서 미리 설명을 들은 환자들은 통증도 덜 호소하고, 약물치료도 덜 필요로 했으며, 회복도 더 빨랐다. 그 결과 이들은 실제로 평균 3일 일찍 퇴원했다.

 

* 프랭크와 길로비치 또한 “The Dark Side of Self and Social Perception”에서 검은 옷이 실제로 부정적인 행위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162p

연구자들은 이번엔 다른 학생들에게 이 경기의 필름을 보여주고, 그들이 본 반칙을 기록하게 했다. 그 결과 다트마우스 학생들은 양편에서 비슷한 수의 반칙을 확인한 반면(평균 4.3개와 4.4), 프린스턴 학생들은 다트마우스 팀에게는 9.8개의 반칙을, 프린스턴 팀에게서는 4.2개의 반칙을 확인했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게임을 보았는데, 이들이 실제로 본 것은 아주 달랐다.

 

165p

아메리카 사람들은 달 속에서 남자를 보고, 사모아 사람들은 베 짜는 여인을, 동인도 사람들은 토끼를, 중국 사람들은 방아 찧는 원숭이를 보는데? 요컨대 화성과 달 위의 형상은 모호해서 마음대로 해석하기가 쉽다. 달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고 있었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166p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호한 자극들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발견하게 된다. 사실 이것은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고 하는 아주 일반적인 인식 현상이다. 화창한 여름날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볼 때 구름 속에서 온갖 형상의 이미지 보이는 것도 한 예다.

 

168p

몇 해 전, 신경생리학자 와일더 펜필드는 두뇌의 다양한 부위에 전기충격을 가하면 생생한 환각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 신경과학자 마이클 퍼싱거는 전자석이 들어 있는 헬멧을 머리에 쓰면 유체이탈을 경험하거나 누군가 방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거나 강렬한 종교적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보고 했다.

 

* 조 니켈은 이런 환각들이 자기력의 자극이 아니라 피실험자의 암시감응성 때문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도 있다고 보고했다.

 

169p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암시에 아주 잘 걸려든다. 실제로 우리 중 5~10%는 쉽게 최면에 빠진다고 한다. 강한 암시가 우리의 인식과 믿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73p

예를 들어 보자. 두뇌에는 약 30개의 서로 다른 시각 영역이 존재하는데, 이 영역들은 깊이나 운동, 색채 등 서로 다른 특징을 지각해 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두뇌의 중측두 영역에 손상을 입으면, ‘동작맹으로 고통을 받는다. 이런 사람은 사물이나 사람은 알아보고 책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차가 질주하는 모습을 봐도, 연속적인 움직임 대신에 정적인 순간촬영 사진 같은 일련의 장면들만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커피도 잘 따르지 못한다. 커피잔 속에서 카피가 얼마나 빨리 차오르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174p

시각경로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찰스버넷증후군(Charles Bonner syndrome)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완전하게 또는 부분적으로 시각을 상실한다. 하지만 실제보다도 더 생생한 환영을 본다.

 

175p

우리의 전두엽은 얼굴과 사물을 인식하게 해 준다. 그래서 이 부분에 손상을 입으면 부모의 얼굴도 못 알아본다. 그런가 하면 카그라스중후군(Capgras Syndrome)에 걸린 환자는 가까운 친지를 사기꾼으로 오인한다. 상대의 얼굴을 알아보지만, 상대가 자신의 부모를 형제자매로 가장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76p

과거의 경험도 우리가 보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생의 대부분을 눈이 먼 상태로 지내다가 시력을 회복했다고 하자. 이런 사람은 새로운 사물을 손으로 먼저 만져보아야 인식할 수 있다. 과거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물을 접하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사물을 손으로 만져보아야 비로소 이것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예로, 수직선만 보이는 환경에서 자란 고양이는 수평의 사물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반면, 수평적인 환경에서 자란 고양이는 수직의 사물들을 인식하지 못한다. 또 새끼 때 수직선만 보고 자란 고양이를 나중에 보통의 환경 속에 데려다놓으면, 탁자의 평평한 가장자리를 볼 수 없어서 탁자 끝에서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를 인식할 때 생기는 문제가 시각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환각지를 생각해 보자. 팔이나 다리를 잃은 환자는 때로 팔다리가 그대로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환각지가 엄청난 통증을 일으켜서,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한 예로, 어느 의사가 버거병(Buerger’s disease)에 걸렸다. 이 병으로 다리에 경련이 일자. 그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다리를 절단해 버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의 환각지에서 통증이 계속되었다!

 

177p

태어날 때 우리의 두뇌 속에는 1000억 개도 넘는 뉴런이 있다. 이 각각의 뉴런은 축색돌기와 수지상돌기를 갖고 있는데, 축색돌기는 다른 뉴런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고 수지상돌기는 다른 뉴런들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을 한다. 또 뉴런들은 시냅스에서 다른 뉴런들과 접촉하는데, 모든 뉴런은 1000~1만 개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래 한 알 크기의 두뇌 속에는 약 10만 개의 뉴런과 200만 개의 축색돌기, 10억 개의 시냅스가 있으며, 이것들 모두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이 신경조직들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외부의 실제를 실제와는 전혀 다르게 인식한다.

 

191p

이처럼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데 연관성이 있다고 인식하는 현상을 일컬어 착각성 상관(illusory correlation)이라고 한다. 로르샤흐 잉크 테스트에 대한 다른 반응들도 비슷한 문제를 보여준다. 환자가 고양이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보여요.”와 같은 반사반응을 보이면, 임상의들은 보통 환자에게 자기도취적인 성향이 있다고 해석한다. 반사반응과 자기도취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도 말이다.

 

210~211p

그런데 나중에 피실험자들에게 이 학생이 꾼 꿈 중에서 기억나는 것을 묻자, 현실로 실현된 꿈들을 더 많이 기억했다. 예언도 마찬가지다. 적중한 것만 기억하고 빗나간 것은 잊어버린다.

 

213p

이미 설명한 것처럼, 포러 효과는 아주 일반적인 묘사 속에서 자신의 성격적 특성들의 일부를 확인하는 현상이다. 사실은 애매모호하고 일반적인 설명인데도, 이것이 특별히 자신을 설명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포러 효과 예로 내가 즐겨 쓰는 것이 있다. 어느 과학자가 무료로 천궁도를 해석해 주겠다고 파리 신문에 광고를 냈다. 그리고 응모자 150명에게 전부 똑같은 천궁도 해석을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해석을 읽은 사람들 중 94%가 이 해석이 맞는다고 답했다. 이 천궁도가 실은 프랑스인 연쇄발인범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로 궁금하다!

 

215~216p

누군가 부엌에 앉아서 전화번호부를 보고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2000통의 편지를 보냈을 수도 있다. 이 편지들 중 반은 매크로테크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적고, 나머지 반은 주가가 내릴 것이라고 적는다. 그리고 그 달에 매크로테크 주가가 오르자, 매크로테크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편지를 보낸 1000명의 사람들에게만 다시 편지를 보낸다. 역시 이중 반은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내용을 보내고, 나머지 반은 주가가 내릴 것이라는 편지를 보낸 500명의 사람들에게만 다시 편지를 보낸다. 역시 반은 다음 달에 주가가 내릴 것이라고, 나머지 반은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적어 보낸다. 역시 이 중 반은 다음 달에 주가가 내릴 것이라고, 나머지 반은 다음 달에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적어 보낸다. 그런데 어쩌다 당신이 네 번 연속 정확한 예측 편지를 받은 125명 중에 들었다고 하자. 당신은 당연히 이런 적중률을 보고, 이 회보가 400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결국 정기구독을 신청한다. 다른 124명도 똑같이 생각한다면,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아마 부엌에 앉아서 엉터리 편지들을 보낸 대가로 단번에 5만 달러를 긁어모을 것이다.

 

231p

요컨대 아무리 정교한 모델로도 미래를 분명하게 예측하지는 못한다. 한 예로, 1995년 이코노미스트가 1985년에 실시했던 아주 흥미로운 콘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콘테스트에서 주최자들은 배경이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10년 후 영국의 경제상을 정확히 예측해 보라고 했다. 어떤 사람들이 이겼을까? 환경미화원들이 네 명의 다국적기업 회장과 똑같이 1등을 차지했다.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사안일 경우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의 양도 미래를 예측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231~232p

보통 경제학자의 특정한 믿음이나 가설이 경기예측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런 가설들은 경제의 미래를 상당히 다르게 예측하도록 만든다. 사실 두 명의 학자가 정 반대의 학설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학문은 경제학뿐인 것 같다. 사람들이 경제학의 첫 번째 법칙을 믿게 된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경제학의 첫 번째 법칙은, 모든 경제학자에게는 반대를 가진 동등한 경제학자가 있다는 것이다.”

 

232p

한 가지 이유는, 경제학자들이 경제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해서 가설을 검증하는 것 같은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이들은 흔히 정교한 이론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런 이론들은 논리적으로는 일관성이 있을지 모릐만, 대개 비실제적인 개념들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한 예로, 사람들이 언제나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기본 가정의 하나다.

 

234p

기상이 대단히 혼돈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장기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하고 있다. 조사 결과, 기상과는 12~44시간 이후의 날씨를 예보할 때만 기온이나 구름의 양, 강수의 확률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실제로 미국기상학회도 10일에서 14일 이후는 날씨를 예측하기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해도, 그렇게 멀리 내다보는 것은 경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236p

최근 몇 년 사이 기상학자들은 폭풍우를 감지해 내고 하루나 이틀 후의 단기적인 기상상태를 예측하는 일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셰든도 기상학만이 유일하게 향상의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예측은 여전히 믿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왜 장기적인 예측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일까? 의아할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앞날을 내다보고 싶은 바람 때문인 것 같다.

 

244p

우리에게는 확인을 받으려는 타고난 성향이 있다. 기존의 믿음과 기대를 지지해 주는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 간담회를 볼 때도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에 부합되는 정보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또 초감각적 지각력을 믿는 이들에게 초감각적 지각력에 대한 연구 자료를 보여준 결과, 상반되는 자료들보다는 초감각적 지각력을 지지해 주는 자료들을 더 많이 기억했다.

 

245p

*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선호하는 성향은 우리가 보는 자료는 물론이고 우리가 찾는 자료의 양에도 영향을 미친다. 처음에 본 자료가 우리가 믿고 싶은 것과 일치하면, 우리는 흔히 만족해서 조사를 멈추어버린다. 그러나 처음에 본 자료가 우리 믿음과 일치하지 않으면, 흔히 믿음을 지지해 주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 자료를 찾는다.

 

246p

마이클 셔머가 지적한 것처럼, 대개의 경우 우리는 무언가를 믿을 때 실험에서 입증된 증거나 논리적인 추론에 의지하지 않는다. 그보다 부모나 형제자매의 영향, 동료들의 압박, 교육, 삶의 경험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원인들로 인해 특별히 선호하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고는 이런 믿음을 지지해 줄 증거들을 찾아 나선다. 실제로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들을 믿게 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과정에 있다. 셔머의 말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이상한 것들을 믿는 이유는, 이들이 바보 같은 연유로 갖게 된 믿음을 방어하는 데 아주 뛰어나기 때문이다.”

 

250p

확인받으려는 성향도 정보를 구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배리를 모르는 상황에서 다음 중 두 개의 질문을 던져서 그가 외향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하자.

 

1) 어떤 상황에서 말이 가장 많아지는가?

2)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3) 파티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어떻게 하나?

4) 시끌벅적한 파티에서 어떤 점들이 마음에 안 드나?

 

당신은 네 가지 중 어떤 질문을 던지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1번과 3번 질문을 선택한다. 그러나 배리가 내향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질 때 2번과 4번 질문을 던지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1번과 3번 질문은 외향적인 행위와 더 관련이 있는 반면, 2번과 4번 은 내향성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253p

요컨대 배심원들은 가혹한 판결을 먼저 접했을 때 가혹한 판결을 내리고, 관대한 판결을 먼저 접하면 덜 가혹한 평결을 내린다. 그러므로 재판장이 혐의 사항만 알려주고, 심의 순서는 정하지 않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또는 무죄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가장 관대한 판결을 먼저 심의하는 것이 우리의 법철학과 더 잘 부합될 수도 있다.

 

256p

서로 다른 카드들 위에 아래의 글자와 숫자들이 적혀 있다고 하자. 카드의 한 면에는 숫자가, 다른 면에는 글자가 적혀 있다. 그런데 누군가 카드 한 면에 모음 글자가 적혀 있으면, 이 카드의 다른 면에는 짝수가 적혀 있다.”고 말한다.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어느 카드를 뒤집어보아야 할까?

 

E K 4 7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다면, 당신은 E4가 적힌 카드 또는 E만 적힌 카드라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128명 중에서 E4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으며(59), 그 다음이 E(42) 순이었다. 왜 이렇게 답한 것일까? 확인시켜주는 증거가 들어 있는 카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답은 E7이 적힌 카드다.

 

258p

확인 전략도 올바른 답을 얻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 전략을 폭넓게 적용해서 정확한 판단을 많이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전략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총체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왜 그럴까? 검증하려는 가설을 지지해 주는 증거도 많지만, 상충되는 증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설을 뒷받침하는 자료에만 초점을 맞추면, 이 가설과 상충되는 자료들이 더 확실할 때도, 이 가설을 받아들이기 쉽다. 요컨대 확인 전략을 쓰면, 잘못된 판단으로 인도하는 불완전한 정보에 의존하기 쉽다.

 

* 물론 언제나 모든 자료들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관련 자료에 주의를 기울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회사의 고용실태를 평가할 때, 취직에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지만 입사에 실패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259p

단적인 예로 자신의 가설이 틀렸다는 말을 들어도, 이들 중 70%는 여전히 자신의 가설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들을 구했다. 이런 성향을 해결하는 방법은, 가설의 부당성을 입증해 주는 증거를 더욱 강화시키는 쪽으로 질문을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급 투자 분석가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자신의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해 주는 증거들을 특별히 구한다.

 

264~265p

이처럼 우리는 흔히 유사성을 근거로 판단을 내린다. AB와 유사하면, AB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같은 것끼리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일컬어 대표성 간편추론법(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고 한다. AB를 대표하는 정도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 대표성 간편추론법은 많은 경우에 아주 효과적이다. 하지만 다른 관련 자료들을 간과해서 결국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도 한다. 예컨대 스티브의 직업을 판단할 때, 어느 마을이든 도서관보다는 가계가 더 많으므로 도서관 사서보다 세일즈맨이 더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세일즈맨은 보통 소심하고 내성적이지 않다고 해도, 세일즈맨의 수가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심하고 내성적인 세일즈맨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도서관 사서보다 소심한 세일즈맨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같은 것은 같은 것끼리 어울린다는 믿음은 하나가 다른 것의 원인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왜 그럴까? 결과는 원인과 비슷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아주 기이한 의학적 관행이 오랜 세월 지속되기도 했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시력에 문제가 생기면 다 자란 박쥐를 처방했다. 박쥐는 시력이 좋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 유럽에서는 천식에 여우 폐를 이용하기도 했었다. 여우는 원기가 강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몇몇 대체 의학에서는 정신 질환에 가공하지 않은 뇌를 처방한다. 정신부석도 상당 부분 우리의 사고에 대해서 비슷한 접근법을 취한다. 예컨대 정신분석가들은 어린 시절 구강기에 고착되어 있으면, 어른이 되서도 입에 집착해서 흡연과 입맞춤,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한다고 주장한다.

 

266~267p

의사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면, 당신은 어느 정도나 걱정을 해야 할까?

 

·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 이 검사는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100%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은 5%.

· 500명 중에 1명은 이 바이러스의 보균자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은 95% 정도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는가? 정답은 4%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런 답이 나올 수 있을까? 야간의 논리를 적용해서 계산을 해 보자.

500명 중에 1명이 이 바이러스 보균자라면 다른 499명에게는 이 바이러스 감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5%라고 한다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감염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이 검사에서 25(0.05X499)이나 나올 수 있다. 5%를 일컬어 가양성률(false positive rates)이라고 한다. 사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검사 결과 감염된 것으로 잘못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267p

하지만 대략 95%라고 답했어도 스스로를 멍청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 소속 의사 60명과 의대생, 사회복지시설 근무자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 결과, 대부분이 95%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의료 종사자들 중 절반이 95%라고 답한 반면, 정답을 말한 숫자는 11명밖에 안 됐다.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의료전문가들 역시 판단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지적인 사람들도 대개는 이런 문제들을 올바로 푸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

 

268~269p

검사 결과를 토대로 판단을 내릴 경우, 진단가는 아주 중요하다. 한 예로,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탐지기에 의존하고 있다. 경찰은 물론 변호사들도 죄인을 신문할 때 이것을 이용한다. 또 미국 연방수사국에서도 고용인들을 조사할 때 이것을 쓴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의 진단가는 2%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앞의 바이러스 검사에서 살펴보았듯이, 실제로 감염이 일어나는 기준율이 아주 낮고 진단가가 20이었을 때,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어도 실제로 감염이 됐을 가능성은 4%밖에 안 됐다.

 

270p

예를 들어 회계감사원은 회계감사 결과를 판단할 때 파산예측 모델을 이용한다. 그런데 어느 연구에서 회계감사원에게 파산예측 모델의 실양성률은 90%인 반면 가양성률은 5%이고, 모든 회사 중에서 약 2%는 파산한다고 말해 주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파산예측 모델상에서 파산이 예측됐을 경우 회사가 정말로 파산할 가능성은 27%일 것이다. 그러나 회계감사원이 내놓은 평균 파산가능성은 66%였으며, 이들이 가장 많이 한 대답은 80%였다. 초보자보다 더 잘 알 것 같은 전문가도 가능성을 판단할 때 기준율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271p

어떤 경우든 극단가(extreme value) 뒤에는 대개 극단가보다 못한 값이 온다. 부모의 키가 크면 아이도 키가 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개는 부모만큼 키가 크지 못하고, 일반적인 평균 신장에 더 가까워진다. 사람들의 평균 신장으로 회귀하는것이다. 마찬가지로 듀발이 지금은 평소보다 더 많은 버디를 기록해도, 다시 그의 평균기록으로 돌아가, 이 게임에서 버디를 다시 못 낚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흔히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그가 드디어 불이 붙었다고 생각한다.

 

* 대표성 간편추론법은 평균회귀 현상을 무시하게 만든다. 어떤 것의 미래를 예측할 때, 흔히 비슷한 기준을 근거로 예측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첫 번째 시험에서 예외적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면, 다음 시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으리라고 예측한다.

 

272p

평균회귀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교육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 예로, 연구자들은 이례적으로 이륙이 부드럽게 이루어졌을 때 교관이 학생을 칭찬해 주면, 학생들이 다음 비행에서는 제대로 이륙을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에 이륙이 거칠었을 때 꾸짖어주면, 다음번 시도에서는 대부분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교관들은 언어적인 칭찬은 해로운 반면, 징벌은 유익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교육에서 정말로 징벌이 칭찬보다 효과적인 것일까? 학생들이 이런 결과를 보인 것은 평균회귀 현상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273~274p

다른 예를 들어 보자. 동전을 아무 생각 없이 여섯 번 던지면, 다음의 (A)(B) 중에서 어떤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더 클까? (A)? (B)? 아니면 둘 다 가능성이 똑같을까?

 

(A) H T H T T H

(B) H H H T T T

 

대부분은 (A)라고 답한다. 그러나 사실은 둘의 가능성이 똑같다. 왜 그런 걸까? 동전던지기는 다음번 동전던지기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은 매번 2분의 1이 된다. 그러므로 (A)(B)의 확률을 구하려며, 2분의 1을 여섯 번(동전을 던지는 횟수) 곱하면 된다. 그러므로 두 개의 연속 모두 64분의 1, 1.5%가 나온다.

 

276p

고정화의 오류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갖고 타인을 판단한다. 이것은 단순화 전략의 하나다. 이 기법을 쓰면,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할지 짐작할 수 있다. 상대방을 특정한 유형으로 분류한 다음, 상대의 다양한 특성들을 이 유형에 꿰맞추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고정관념은 계속 유지된다. 자신의 생각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만을 찾는 성향으로 인해 자신의 고정관념에 들어맞는 면만을 보기 때문이다.

 

* 대표성 간편추론법을 쓸 때처럼, 일반화시킬 때도 유사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일반화하면, 개인을 집단의 일부로 생각하고, 이 집단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따라 집단의 여러 특성이 개인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277~278p

미국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을 가능성과 상어에게 먹혀 죽을 가능성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클까? 대부분은 상어에게 죽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답한다. 하지만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30배는 더 높다. 또 다른 예로 다음과 같은 죽음의 원인들을 생각해 보자. (1)독살이나 결핵 (2)백혈병이나 폐기종 (3)살인이나 자살 (4)온갖 사고나 뇌졸중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가? 두 번째가 더 일반적인 원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번째를 고른다. 실제로 뇌졸중으로 죽을 확률이 40배는 더 높은데도, 사고로 죽을 확률이 뇌졸중보다 두 배는 더 높다고 생각한다.

 

278p

예를 들어 k로 시작하는 단어가 더 많을 것 같은가? 아니면 k가 세 번째로 오는 단어가 더 많을 것 같은가? 대부분은 k가 처음에 오는 단어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k가 세 번째로 오는 단어가 두 배는 더 많다.

이렇게 오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기는 쉽지만, k가 세 번째로 오는 단어는 생각해 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가용성 간편추론법을 쓰기가 쉽다. 보통 특별한 것보다 일반적인 일을 더 쉽게 기억하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용성 간편추론법을 쓰면 이런 사건들을 과대평가하게 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피실험자들에게 명단을 주고 이들 중에 남자가 더 많은지 어떤지를 판단해 보라고 했다. 하나의 그룹에는 잘 알려진 남자들 이름이 들어 있는 명단을 주고, 다른 그룹에는 잘 알려진 여자들 이름이 포함된 명단을 주었다. 그러자 두 그룹 모두 잘 알려진 인물이 남자(여자)일 때는 남자들(여자들)이 더 많다고 오판했다.

 

278~279p

비행기로 750마일을 여행해야 한다고 하자. 그런데 친구가 공항까지 20마일이나 되는 거리를 차로 태워다 주었다. 친구는 당신을 터미널에 내려주고 이렇게 말한다. “안전한 여행되길 빈다.” 하지만 당신이 이 친구에게 집까지 안전하게 돌아가라고 당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죽을 가능성보다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 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세 배는 더 높다.

 

279p

부모에게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걱정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유괴라고 답했다. 실제로 아이가 유괴당할 가능성은 70만 분의 1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반면에 아이가 교통사고로 죽을까 봐 걱정하는 부모는 훨씬 적었다. 교통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유괴당할 가능성보다 100배는 더 높은데도 말이다. 부모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유괴사건이 일어나면 대중매체에서 크게 다루지만 교통사고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280p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권이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생각에 복권을 사러 24시간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심리학자 데이비드 메이어가 지적하듯, 복권을 사기 위해 10마일을 운전해서 갈 경우,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16배는 더 높다.

 

281p

이렇게 일을 억지로 밀고 나간 이유는, 농축코카인을 포함한 마약매매를 심각한 국내 문제로 대중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였다. 실제로는 지난 10년간 미국인의 마약 사용량이 줄어든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대중매체는 농축코카인이 인간에게 알려진 약물 중에서 중독성이 가장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공중위생국 장관의 보고에 따르면, 농축코카인 사용자 중에서 중독자는 33%가 채 안 되지만, 일정 기간 담배를 피운 사람들 중에서 담배에 중독되는 비율은 80%나 된다.

 

282p

1980년대 말, 미국 국회는 코카인 가루보다 농축코카인을 소지했을 때 더 과중한 형량을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까지 코카인 가루는 주로 백인들이 사용하고 농축코카인은 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마약 관련 수감자 중에서 네 명 중 셋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다. 실제로는 백인이 코카인을 더 많이 사용했는데도 말이다.

 

283~284p

10이나 200이라는 숫자는 사실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숫자를 높여서 질문하자, 전문가들이 추정한 회사의 수는 거의 세 배나 증가했다. 왜 그런 것일까? 이들이 정박과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이라는 간편추론법을 썼기 때문이다. 이 추론법에서는 먼저 추산(, 정박)을 한 다음, 새로운 정보가 얻어질 때마다 이것을 조정한다. 그러나 처음에 추정을 잘못하거나 새로운 정보가 생겼을 때 조정을 충분히 안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284p

또 다른 예로 다음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어떤 식으로든 계산은 하지 말고, 5초 동안 추산해 본다.

 

8X7X6X5X4X3X2X1=?

 

답이 어떻게 나오는가? 사람들은 평균 2250이라고 답했다. 그럼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 다음의 문제를 물으면 어떻게 답할까?

 

1X2X3X4X5X6X7X8=?

 

숫자는 똑같은데, 평균 512라고 답했다. 이유가 뭘까? 사람들은 처음의 숫자들을 정박시켜둔다. 그런데 첫 문제의 경우 이 숫자들이 더 높으므로, 사람들이 답으로 내놓은 숫자도 더 높아졌다.

 

287p

실제로 단순화 전략이 도움이 되는 경우들은 많다. 가용성 추론법을 쓰면, 관련 정보들을 힘들게 전부 조사하는 대신에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자료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면 된다. 이런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우리가 흔히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큰 일반적인 일들을 가장 쉽게 떠올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린 사람들을 더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암보다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은 우리를 올바른 판단으로 인도한다.

 

290p

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컵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 조지 칼린

 

292p

요컨대 이 두 쌍의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선택은 똑같지만, 우리는 아주 다르게 반응한다. 왜 그럴까? 질문의 (frame)’이 다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목숨을 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도 이득이라는 틀 속에서 생각하게 된다. 반면에 두 번째 질문은 목숨을 잃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상실의 틀 속에서 생각하게 된다. 요컨대 문제를 이득의 틀에서 보느냐 상실의 틀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단적인 예로 그 유명한 컵을 반이나 찬 것으로 보느냐 아니면 반밖에 차지 않은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판단은 정말로 달라진다!

 

293p

한 예로, 71명의 노련한 경영자들에게 비슷한 상황에서 사업적인 결정을 내리게 했다. 이 경우 경영자들은 처음의 대안을 선택하면 40만 달러를 잃거나 20만 달러를 얻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40만 달러를 잃는 것으로 질문의 틀을 잡자, 이 대안을 선택한 경영자는 25%밖에 안 됐다. 반면에 20만 달러를 얻는 것으로 틀을 잡았을 때는 63%가 이 대안을 선택했다.

 

이들 중 일부는 문제를 삶의 틀에서 보게 하고, 다른 이들은 죽음의 틀에서 생각하게 했다. 예컨대 이중 약 반에게는 수술을 받으면 1년 이상 살 가능성이 68%라고 말해 주고, 나머지 반에게는 수술을 받으면 1년 안에 죽을 확률이 32%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전자의 경우에는 75%가 수술을 선택한 반면, 후자는 58%만 수술을 선택했다.

 

295p

방금 1000달러를 잃었다고 하자. 기분이 어떨까? 그럼 이제 1000달러를 벌였다고 생각해 보자. 대부분이 1000달러를 벌었다며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강하게 반응하는 것은 1000달러를 잃었을 때다. 1000달러를 번 것보다 1000달러 잃은 것을 더욱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손실혐오(loss aversion)라고 부른다.

 

296p

이번에는 이 운동 경기를 보고 싶은데 표가 없다고 생각해 보자. 이 표를 사는 데 얼마까지 기꺼이 지불할 수 있겠는가? 갖고 있던 표를 팔 때는 대개 표를 살 때 지불했던 금액의 두 배를 요구한다. 왜 그럴까? 자신의 것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소유물은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타인의 소유물은 과소평가한다.

 

297p

이것을 소유효과라 부르는 이유는 어떤 물건이 우리의 소유물일 때 그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299p

심적회계가 일어나면, 우리는 돈을 서로 다른 범주나 계좌 속에 집어넣고, 이 계좌의 성격에 따라 돈을 다르게 다룬다. 그러나 사실 이런 심적 회계로 인해 돈을 낭비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모든 돈을 대용 가능성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월급이든 선물로 받은 돈이든 도박에서 딴 돈이든, 다르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 돈들은 모두 똑같이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

 

대부분이 세금환급금을 거저 얻은 돈으로 생각해서 마구 써버린다. 세금환급금이 사실은 월급의 일정액을 강제로 저축해 두었다가 나중에 지불받을 돈인데도 말이다. 자발적으로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어 저축했을 때는 나중에 이 돈을 어떻게 쓸지 신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세금환급금은 전혀 이렇게 다루지 않는다. 왜 그럴까? 마음속으로 세금환급금을 별도의 계좌 속에 집어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 Why Smart People Make Big Money Mistaken, p.36. 환급액의 크기도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요인이다. 적은 금액은 대개 써버리지만, 큰 금액은 은행에 숨겨둔다. 환급액이 많으면 쓸 돈도 많을 텐데 이렇게 하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301p

마찬가지로 F. Leclerc, B. Schmitt, and L. Dube, “Waiting Time and Decision Making: Is Time Like Money?”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2(1995)를 본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표를 사려고 40분 동안 기다리는 일을 면하는 것에 얼마를 쓰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표 값이 45달러일 경우 15달러일 때보다 두 배는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304~305p

흑인이 농구계를 주름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전적 자질을 포함한 온갖 이유들이 제시되었다. 어떤 이는 흑인이 더 높이 도약하고 더 빨리 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흑인이 농구에서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사실 다른 식으로는 설명이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사후확산편향(hindsight bias)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사람들은 그 일을 처음부터 분명했던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인과적 설명을 찾아낸다. 그래서 흑인이 유전적 특질 덕분에 프로 농구계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말도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다음의 사실을 기억해 보라.

한때는 유대인 농구계를 지배했었다. 1920~1940년대까지 농구는 주로 이스트 코스트의 도시빈민 지역에서 행해졌다. 당시 농구를 했던 사람들은 대개 억압받던 유대인이었다. 그런데 르포 기자인 존 엔티네의 말에 따르면, 유대인이 농구계를 장악하자 당시 스포츠 기자들도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했다고 한다. “기자들은 유대인이 유전적·문화적으로 농구 경기의 긴장과 체력을 잘 견디게끔 되어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또 키가 작은 사람은 균형도 잘 잡고 뛰는 속도도 더 빠르기 때문에 유대인이 농구를 하기에 유리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한편 유대인이 주의력도 더 뛰어나고 더 영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306p

어떤 일의 결과를 알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1)결과를 불가피한 것처럼 여긴다. (2)일이 그렇게 되어버린 이유를 쉽게 결론지어 버린다. 요컨대 어떤 일의 결과를 알면,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엄연히 존재했던 불확실성들은 잊어버리고, 실제로 벌어진 일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과거를 재국성하는 것이다. 지식의 저주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사후확신편향이 있으면, 경험을 통해 배우기도 힘들어진다. 결과를 보고 스스로를 일깨우지 않으면, 결과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307p

의사나 변호사, 증권분석가, 기술자 등과 같은 전문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예로, 의사들은 폐렴 진단을 내리고 나서 자신의 진단을 88% 확신했다. 그러나 실제로 폐렴에 걸린 환자는 20%에 불과했다. 또 변호사들 중에서 68%가 승소를 확신했지만, 실제로 이긴 경우는 50%에 지나지 않았다. 도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전망한 예측들 중에서 정확한 것은 47&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예측에 대해서 평균 65%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뿐인가? 우리 중에서 85%는 자신이 보통 사람들보다 운전을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우리는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일관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

 

309p

그런데 실패를 기억해도, 우리는 자신의 믿음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이 실패를 해석한다.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 에일린 랭거는 이것을 가리켜 앞면 승리 뒷면 승리 가능성(Heads I win, tails its chance)’ 현상이라고 부른다. 도박사들의 행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결과가 좋으면 우리의 지식과 능력 때문에 그런 긍정적인 결과가 생겨났다고 믿는다. 반면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실패도 우리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깨뜨리지 않는 쪽으로 재해석한다.

 

311p

어느 연구에서는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대학교 의과 대학생들의 성적을 비교해 보았다. 텍사스 주 의회는 대학 당국에 입학 정원을 늘리라고 권고했다. 그래서 대학 당국은 입학사정위원들의 면담 결과, 지원학생들 중에서 하위에 드는 학생들도 입학시켰다. 그런데 입학사정위원들이 상위 그룹으로 평가한 학생들과 이 학생들은 대학 성적에 별 차이가 없었다.

 

315p

실제로 전문가들의 직관적 판단이 통계학적 자료에만 의자한 판단보다 별로 정확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 직관적 판단이 더 부정확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직관적 판단을 여전히 확신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판단이 이처럼 부정확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가지고 있는 정보들이 형편없어서 예측을 하기가 어려울 경우들도 있다. 예컨대 믿을 만한 진단법이 없어서, 환자의 병이 심리적인 것인지 신체적인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 때도 있다. 반면에 유용한 정보가 있는데, 이것들을 잘못 해석하거나 오용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정보는 무시하면서 덜 중요한 정보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또 입학심사위원들처럼 판단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판단 전략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326p

19861월 챌린저호 추락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후, 연구자들은 여러 명의 학생에게 이 소식을 처음 어떻게 들었는지 물었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난 뒤 이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거의 모든 학생이 2년 반이 지났어도 자신의 기억은 정확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기억 중에서 완벽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완전히 틀린 기억도 3분의 1을 넘었다.

 

실제로 이들은 챌린저호가 추락했을 때보다 지금 기억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리학자 울릭 나이서가 지적한 것처럼, 최초의 기억은 우리 두뇌 속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새롭게 재구성된 실재들이 이 기억들을 대체한다.

 

332p

거짓 자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흔하게 일어난다. 연구자들은 대학생들에게 자신들이 불러주는 글자를 입력하게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망가질 수 있으므로 Alt 키를 누르지 말라고 했다. 학생들 중에서 이 키를 누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연구자들은 이 키를 눌렀다고 학생들을 비난했다. 처음에는 학생들도 이를 부정했다. 그러나 연구자들과 공모한 증인들이 학생들이 Alt 키를 누르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하자, 70%의 학생들이 거짓자술서에 서명했다.

 

333p

1692년 세일럼의 마녀사냥으로 19명이 교수형을 당했으며, 한 명이 죽음을 강요당하고 수백 명이 수감되었다. 오늘날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한 예로, 우리는 이미 억압된 기억을 빌려 우리만의 마녀사냥을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학대 같은 범죄행위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데도, 되살아난 거짓 기억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감옥에서 썩고 있다.

 

336p

귀인오류 머릿속이 뒤범벅이야!

어느 날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친구 딕이 그의 아내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을 들려주었다. 우리는 전부 그의 아내가 처했던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런데 그때 식탁에 있던 한 동료가 이렇게 소리쳤다. “그거, 지난주 심슨네 가족들에 나왔던 이야기 아냐?” 사실인즉, 딕이 심슨네 가족들이라는 텔레비전 쇼에서 본 내용을 그날 아내가 들려준 경험담과 혼동한 것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런 귀인오류(misattribution)는 아주 흔하게 일어난다.

 

340p

증인의 잘못된 증언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갇히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자료는 있다. 목격자 증언을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 건수는 미국에서 해마다 75000건이 넘는다. DNA 분석 결과 엉뚱한 사람을 수감한 것으로 밝혀진 40건의 사례들을 최근에 분석해 보았는데, 이 중 36, 90%가 증인의 잘못된 증언과 연관되어 있었다.

 

* 연구자들은 또 거짓 확인도 보고했다. 한 예로, 연구자들은 학생들로 이루어진 증인들에게 일정 시간 동안 범죄자들을 보게 했다. 증인들은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 면밀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다. 연구자들은 2~3일 후 이들에게 범인들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이후 4~5일 뒤에는 줄지어 서 있는 용의자들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용의자 열에 서 있던 무고한사람들 중에서 18%를 범인으로 잘못 지목했으며, 얼굴 사진첩 중에서는 29%를 잘못 지적했다.

 

341p

몇몇 기억의 문제들이 두뇌의 특정 부위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해마상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기억 결합 오류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점을 밝혀냈다. 게다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데도 해마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5년 전에 해마상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그 후의 기억은 전혀 못해도 그 전의 일들은 기억했다. 이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두뇌가 특별한 회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견해를 뒷받침해 준다. 해마상에 기억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억을 기록하는 데 해마상이 필요한 것이다. 한 예로,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은 수학과 철학을 논할 수 있는 지적인 환자를 만났다. 그런데 라마찬드란이 잠시 방을 나갔다 돌아오자, 환자는 자신이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349p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복종에 대한 고전적인 실험을 했다. 밀그램은 먼저 40명의 정신의학자들에게 사람들이 전기 충격을 어느 정도까지 가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희생자가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시점, 150볼트 정도의 전압에서 거의 대부분이 멈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에서 약 62%가 끝까지 전기 충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었을까? 천만에! 이들 역시 희생자에게 가학적이거나 무감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격을 가할 때 땀을 흘리거나 몸을 떨거나 말을 더듬었다. 그러면서도 멈추지는 않았다. 게다가 남녀,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교육 배경을 막론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반응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와 요르단, 스페인, 서독 등과 같은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왜 이들은 이런 식으로 행동한 걸까? 권위적인 인물에게 복종하는 성향이 우리의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350p

이처럼 우리에게는 권위자의 주장을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권위적인 인물이라고 해서 그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부적합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권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계획을 관철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354p

애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럴 때 피실험자가 틀린 판단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약 3분의 1 정도였으며, 피실험자들 중에서 4분의 3이 적어도 한 번은 틀린 견해를 받아들였다. 요컨대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판단을 내리면, 우리는 답이 분명한 문제도 틀리게 판단할 수 있다.

 

355p

우리의 행위 모델인 부모를 모방함으로써 믿음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나 다른 권위적인 인물이 우리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천사와 악마, 지옥이 존재한다고 말하면, 이들과 같아지기 위해서 우리도 이것들을 강하게 믿는다. 실제로 어른이 된 후에도 이것들을 믿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여긴다. 반면에 환생 같은 다른 종교의 주장은 괴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모가 환생이 사실이라고 가르쳐주면, 우리는 천국이나 지옥에 대한 믿음을 쉽게 뒤집어버린다.

 

357p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한 사람에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부러 연필을 떨어뜨려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연필을 집어주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연필을 집어주는 경우는 적었다. 실제로 56건의 실험 중 48건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대체로 혼자일 때는 도움을 주는 경우가 평균 75%에 달했지만, 여럿이 있을 때는 53%밖에 안 됐다. 흥미롭게도 이런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집단이 딱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아홉 살 미만의 아이들이었다.

또 우리는 무리에 섞여 있을 경우 혼자일 때만큼 열심히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사람들은 여덟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 속에 있을 때보다 혼자일 때 밧줄을 47%나 더 세게 잡아당겼다. 그 뿐만 아니다. 간단한 일이냐 복잡한 일이냐에 따라, 타인의 존재는 우리의 행위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평균 이상의 당구 선수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 공을 더 잘 치는 반면, 평균 이하의 선수들은 공을 더 못 쳤다. 실제로 200가지도 넘는 연구 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복잡한 일의 경우에는 보는 사람이 있을 때 일의 정확도가 떨어진 반면, 간단한 일의 경우에는 정확도가 약간 높아졌다.

 

360p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믿음을 공유하는 정도를 실제보다 더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거짓합치성 효과(false-consensus effect)라 한다. 한 예로, 학생들에게 회개합니다.”라는 글을 큭 쓰인 옷을 입고 교정 안을 돌아다닐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럴 수도 있다고 답한 학생들은 60%의 다른 학생들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그럴 수 없다고 답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 중에서 약 27%만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367p

다른 견해로부터 차단되어 있을 경우,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은 다른 궁극적인 사태에 적절한 대비책을 세워놓지도 않고 위험한 행동을 무릅쓰기 쉽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집단사고의 문제를 줄일 수 있을까? 최선 중 하나는 집단 지도자들이 반대 견해들을 확실하게 이끌어내는 것이다. 예컨대 아예 구성원 중 한 명을 전략적인 트집쟁이 의론이나 견해의 타당성을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 의견을 말하는 사람 로 임명한 다음, 그 사람 말을 진지하게 숙고하라고 못 박아 두는 것이다. 그리고 지도자들은 처음부터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일본 기업체들도 이런 사항들을 준수한다. 그래서 회의 때는 직급이 가장 낮은 직원에게 먼저 의견을 말하게 한다.

 

368p

집단극화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고 하자. “네 생각을 좀 듣고 싶어. 의사가 그러는데, 내 심장병이 심각해서 수술을 안 하면 일을 그만두고 식단도 바꾸고 내가 좋아하던 스포츠도 거의 다 그만두어야 한 대. 네 생각은 어떠니? 수술을 하는 게 좋을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심장병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아주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의사가 성공 확률이 90%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또 성공 확률이 80%70, 60, 50%라고 한다면? 최소한 몇 %가 돼야 수술을 권유하겠는가?

369p

그러나 구성원들 대다수가 처음부터 이쪽이나 저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집단 전체의 판단은 이 방향으로 더욱 분명하게 기운다. 왜 그럴까? 대다수의 견해를 뒷받침해 주는 주장을 더 많이 고려하게 되고, 그러면 집단결정에 대한 개인의 책임감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집단 린치만 생각해 봐도, 집단극화가 불러오는 이런 끔찍한 결과들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370~371p

리더가 가만히 앉아서 개입을 안 할 경우에는 정답을 맞히는 비율이 72%, 리더가 구성원 전원에게 참여를 부추길 때는 84%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적극적인 리더는 처음부터 정답을 맞힌 구성원이 한 명뿐일 때, 특히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성원들 중 처음부터 정답을 맞힌 사람이 한 명뿐일 경우, 소극적인 리더를 둔 집단에서는 36%, 적극적인 리더를 둔 집단에서는 76%가 정답에 도달한 것이다. 요컨대 집단사고의 경우처럼, 리더가 반대 의견을 북돋워주는 것이 집단결정의 정확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이다.

 

372p

우리의 지식은 유한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무지는 필연적으로 무한하다.

- 칼 포퍼

 

오늘날 이 세계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리석은 자들은 확신에 차 있는 반면 지적인 사람들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 버트런드 러셀

 

377p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의 말처럼, “우리를 곤란에 빠뜨리는 것은, 흔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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