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도 보도 못한 정치/이진순, 와글 지음/문학동네 펴냄/2016.9.5
132p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가장 좋아한 것은 중세 교회였습니다. 수작업으로 일일이 쓰고 그려서 팔아먹던 면죄부를 대량 인쇄로 찍어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현금통에 동전이 딸랑거리며 떨어지는 순간, 네 영혼이 연옥에서 벗어나 하늘나라로 날아오르리라"라고 설교하며 성직자들은 교황의 사인이 찍힌 면죄부를 누구나 돈만 내면 살 수 있게 했습니다.
한때는 면죄부 한 장당 가격이 시민 연봉의 1.5%였다고 하니 지금 우리 기준으로 치면 장당 47~48만 원 가량 됩니다. 이걸 뚝딱뚝딱 찍어내는 인쇄기는 교회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죠.
그러나 이 '황금거위'가 교회를 배신합니다. 1517년 타락한 교회를 질타하며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했을 때, 그의 반박문 역시 구텐베르크 인쇄기로 대량 인쇄되어 유럽 전역에 배포되었습니다. 그것이 중세 교회의 절대 권위를 무너뜨린 종교개혁의 시발점입니다.
-----------------------------------------------------
성직자들이 "현금통에 동전이 딸랑거리며 떨어지는 순간, 네 영혼이 연옥에서 벗어나 하늘나라로 날아오르리라"고 설교하며 교황의 서명이 찍힌 면죄부를 누구나 돈만 내면 살 수 있도록 했습니다.
- Johann Tetzel "Tetzel's One Hundred and Six Thsese", Catholic Encyclopedia,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