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아니다!
요즘 녹색당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고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운 녹색당공동운영위원장 후보들이 있어 우려되는 바가 커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전 사회당 기본소득위원장인 고 권문석 동지로부터 기본소득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그 후 전 사회당 최광은 대표가 쓴 ‘모두에게 기본소득을’을 갖고 저자 초빙 책읽기 모임을 가졌으며, 수원에서도 전 사회당 대표인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금민 운영위원장을 초빙해 강의를 들었지만 결론은 기본소득은 아니였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본소득이 녹색당이 추구하는 생태적 가치를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녹색당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상은 간디의 ‘스와라지’나 그와 비슷한 개념의 사회라고 봅니다.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는 지역순환형 마을공동체의 연합체가 녹색당이 추구해야 하는 사회라고 보는데, 기본소득은 이런 생태적 사회를 지향하지 않으며 오히려 생태적 사회를 파괴하는 정책이라고 보기에 녹색당공동운영위원장 후보들이 공약을 철회해 주기를 부탁드리며 이 글을 씁니다.
1. 기본소득이란?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 연령, 성별 등과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입니다.
여기서 지급되는 소득이란 단지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최저생계비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상대적 빈곤도 줄이는 소득을 말하며,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지급됩니다.
2. 최저생계비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및 각종 복지제도의 선정과 급여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저생계비 결정을 위하여 3년마다 360여 종에 해당하는 물가 및 가구실태 등에 대한 계측조사를 실시하여 표준가구의 최저생계비 등을 산출하게 되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위의 계측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의 소득·지출수준과 수급권자의 가구유형 등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해마다 다음연도 최저생계비를 매년 9월 1일까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표하고 있습니다.
3. 기본소득과 최저생계비의 차이점
먼저, 최저생계비는 선별적으로 이루어지고 기본소득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는 소득입니다.
그리고 최저생계비는 가족의 수에 따라 평가액이 다릅니다. 2014년 최저생계비는 603,403원(1인 가구), 1,027,417원(2인 가구), 1,329,118원(3인 가구), 1,630,820원(4인 가구)입니다. 기본소득이라면 603,403원(1인 가구), 1,206,806원(2인 가구), 1,810,209원(3인 가구), 2,423,612원(4인 가구)입니다.
또, 최저생계비에서 현금급여는 최저생계비에서 현물급여(의료비, 교육비, TV수신료 등 지원 금액)를 뺀 금액으로 488,063원(1인 가구), 831,026원(2인 가구), 1,075,058원(3인 가구), 1,319,089원(4인 가구)입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무상교육(무상급식 포함), 무상의료, 주거공공성, 무상보육, 노후보장 등의 보편 복지와 함께하기 때문에 이 비용이 포함되지 않고 지급됩니다.
4. 기본소득의 목적
사회당은 2009년 11월 29일 13차 당대회에서 강령 개정과 부속강령(1) '사회 구성원 모두의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를 위하여' 제정을 통해 한국 정당 사상 최초로 기본소득을 강령의 핵심적인 지위에 올려놓았는데, 고 권문석 동지의 말에 의하면 사회당은 기본소득의 목적을 노동선택권에 두고 있었습니다. 노동을 하지 않아도 절대적 빈곤은 물론 상대적 빈곤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나 최소한의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굳이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하려는 사람이 줄어들어 기본적으로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인건비는 전반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임금의 3D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을 선택할 수 있어 3D업종의 인건비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나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합당한 지금 노동당에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기본소득 도입은 투기불로소득 중과세를 통한 신자유주의 금융수탈체제 종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농민기본소득과 같이 기본소득을 부분적으로 사용한다면 기본소득의 본래 취지가 아니므로 저는 농민최저생계비나 농민기본생계비 등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또한 노동 선택권이 주어질 수 없는 정도의 기본소득이라면 역시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후보들은 어떤 목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는 것인가요?
5. 기본소득은 생태주의적인가?
기본소득은 경제 성장 촉진 효과가 있습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도 주장하는 바이지만 일부 신자유주의자들 역시 주장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빈익빈부익부가 가속화되고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물건을 살 돈이 없게 되면 결국 경제가 어렵게 되므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경제 성장을 유지할 정도로 소비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신자유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기본소득을 주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지구가 어떤 상황입니까? 왜 지구온난화를 발생했고 왜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요? 생태발자국과 탄소발자국, 제로성장과 탈성장과 마이너스성장 등을 들어 봤나요? 현재 우리나라 생활수준으로는 지구가 2~3개 정도 필요합니다. 미국 생활수준이라면 5개 정도 필요합니다. 이 말은 지금 당장 우리가 소비와 생산을 1/2~1/3로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는 제3세계 시민들과 다음 세대와 다른 생명체의 몫을 빼앗아 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들에게 물려줄 것은 쓰레기뿐입니다. 과연 우리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나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하향평준화입니다.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 등이 보장된다면 그렇게 하고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자급자족 가능한 지역순환형 공동체를 만들려고 하나요? 우리는 왜 생태적 지혜를 외치는 것인가요? 국가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일을 하지 않아도 인간적으로 품위를 잃지 않을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한다고요? 이는 마치 감기의 자연치유력을 부인하며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니, 지금 아프다고 지금 당장의 고통을 없애자고 마약을 계속 투약하자는 것과 같습니다. 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굳이 말해야 하나요? 인간은 수십만 년 자연과 관계를 맺으며 진화해 왔습니다. 인간은 자연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국가에 의존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런 국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마약중독자가 마약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과 같습니다.
IMF 시절이 생각납니다.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희생해서라도 국제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그래서 빵 덩어리가 커지면 배고픈 사람 더 먹일 수가 있다고 …. 그래서 모두 배가 덜 고파졌나요?
어렸을 때 저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모든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완전 해방되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로봇이 인간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을 대신해 주고 인간은 그야말로 삶을 향유하기만 하는 …. 그러나 그 꿈을 버린지 오래되었습니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언젠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도 있을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할 것입니다. 그날은 인간이 세상에서 절멸하기 시작하는 날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인간이 신의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욕망과 감정 같은 것은 신처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왜 핵발전소를 반대하는지, 우리가 어떤 방식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6. 기본소득 도입 이후의 효과(경제 상황 등)
제가 이 글을 9월초에 쓰려다 늦어졌고 저는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라 생략하겠습니다.
7.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가능성
우리나라보다 2~3배 국민소득이 더 많고, 세금도 더 많이 걷고, 복지 의지와 제도도 더 발달된 나라에서도 왜 아직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지 못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준다면 재원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한다면 603,403원×약 5,100만 명=30,773,553,000,000원/월 1년에 약 370조 원이 필요합니다. 이는 2014년 정부 예산안과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측의 몇 가지 주요 재원 마련에 대해 살펴보면
(1) 세금
① 2014년 국가 예산[안](총수입 : 370.7조 원)
예 산 : 245.2조 원(국세 218.5조 원)
기 금 : 125.5조 원
② 2014년 국세 세입예산[안](총국세 : 218.5조 원)
소 득 세 : 54.2조 원
법 인 세 : 46.0조 원
부가가치세 : 60.8조 원
교통·에너지·환경세 : 13.5조 원
관 세 : 10.6조 원
기 타 : 33.4조 원
③ 직접세와 간접세
* 직접세 : 소득세, 법인세, 상속 및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증권거래세, 재산세, 주민세, 지방소득세 등
* 간접세 :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교육세, 지방소비세, 담배소비세 등
2013년 간접세 수입은 84.4조원(52.1%)으로 년 소득 950만원(직접세 8만원, 간접세 64만원 : 8배), 4,000만원(직접세 136만원, 간접세 213만원 : 1.5배) GDP 대비 직접세 비중이 8.4%로 거의 최하위 수준, 1위 덴마크의 1/3 수준. 간접세 비중은 OECD 회원국 가운데 3위, 멕시코, 터키 다음으로 높다.
④ 결론
국세(218.5 조 원)로 기본소득(370조 원)을 충당할 경우 지금보다 1.7배를 더 걷어야 가능하며, 서민 경제에 영향을 주는 간접세를 더 걷지 않고 직접세로만 걷는다면 국세 중 간접세 비중을 50%로 잡을 때 지금보다 3.5배를 더 걷어야 합니다. 법인세의 경우 28%인 세율이 거의 100%에 달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번 돈을 모두 세금으로 내야 기본소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소득세로 기본소득을 충당할 때 세금 비율을 높이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소비를 늘리는 방법입니다. 즉, 간접세를 포함한다면 1.7배 정도 직접세만 걷는다면 3.5배 정도 소비를 더 늘려야 합니다. 정말 이것이 가능하다면 과연 이것을 녹색당이 취해야 할까요?
* 참고
- 2014년 보건복지부 예산 46조 8995억 원(여기에 포함한 최저생계비, 노인연금 등 기본소득과 중복된 예산은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제외했으며, 아직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보편복지가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도 제외했습니다.)
- 우리나라 상속세 수입은 전체 세수 중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득세 비중도 주요 선진국의 절반에 불과하며, 그나마 근로자로부터 거두어들이는 근로소득세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법인세의 경우 우리나라는 세율이 일률적으로 28%(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일 경우만 16%)지만 미국은 최고세율이 35%, 영국 33%, 독일 45%, 일본 37.5%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우리는 직접세의 비중이 크지 않은 대신 제품가격 속에 숨겨져 있는 부가가치세, 주세, 특별소비세 등 간접세의 비중은 외국에 비해 훨씬 높다.
재정경제원이 2013년 11월 29일 발표한 올해(1~9월)의 국세징수 실적을 보면 직접세는 19조 3219억원, 부가세, 특소세, 주세 등 5대 간접세는 16조 9558억원보다 약 2조 3000역원 이상 많다. 또 2조 6594억원이 징수된 교육세도 대부분 특소세와 교통세가 붙는 제품에 부과되기 때문에 간접세의 성격이 짙다. 이를 더할 경우 간접세의 비중은 직접세보다 높은 수준이다.
(2) 토지세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5~6%의 토지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럴 경우 대부분 몇 년 안에 투기 목적의 토지를 팔고 토지 값도 떨어져 이로 인한 세입 증가효과는 몇 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재원 마련은 어렵습니다.
(3) 이자
우리는 세계적 금융 위기가 이자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을 압니다. 그런 이자가 없는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리는 목표이지 이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국민 건강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그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담배를 팔아 그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8. 대안은 없는가?
부분의 합은 전체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일부 지역과 일부 금액 등 부분적으로 도입된 기본소득(저는 이것을 기본소득이라고 부르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을 기본소득 도입의 성과로 평가하는 것은 올바른 평가가 아니라고 봅니다. 또 알래스카처럼 공유재인 석유 자원을 마치 지금 그 주민들만의 몫인 것처럼 마음대로 채굴하여 수익을 나누어 주는 것도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요?
저는 6시간 노동제와 대안화폐가 그 대안이라고 봅니다.
(1) 6시간 노동제
과거 산업혁명 시대에는 10대 초반의 아이들도 쉬는 날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주5일 근무에 40시간 근무제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간단하게 계산하여 주5일 근무에 30시간 근무제만 되어도 고용이 25% 늘어납니다. 자발적 실업이 아닌 경우라면 실업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고 또 여유 시간이 늘어나 지역 활동이나 여가 활동 등을 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계속 생산성이 향상된다면 하루 5시간, 4시간 노동으로, 주4일, 주3일 근무로 노동 시간을 줄여 나가면 실업의 문제는 해결되고 그만큼 여유 시간도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수입을 어느 정도는 줄여나간다는 조건이 있지만 충분히 남은 시간으로 공동육아나 도시텃밭 등 생태적 삶으로 그 몫을 충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대안화폐
법이나 정책을 통해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생활의 변화를 통해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저는 이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자본주의 근본 문제는 돈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돈의 사용을 바꿈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봐서 성공한 대안화폐의 예로는 스위스의 지역화폐인 WIR도 있지만 지금 아이슬란드에서는 한 기업가에 의해 오로라코인이 시도되고 있고, 마약 밀매나 투기적으로 사용되는 등 부정적인 결과도 있지만 비트코인도 있고, 비트코인 같은 분산형 암호화폐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대전 한밭레츠를 포함해 성남의 성남누리, 용산 해방촌의 해방화폐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얼마 전 수원에서는 수원 시민화폐라는 분산형 암호화폐가 출범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강원도 차원의 지역화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녹색당에서도 자체의 대안화폐를 만들어 활동가의 급여 일부를 대안화폐로 주고 녹색당 농부 등 생산자들의 물품을 대안화폐로 구매하는 등의 사업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