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절망이 벤치 위에 앉아 있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01.05 自由地域
  2. 2015.02.09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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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l 2016. 1. 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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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크 프레베르


군모(軍帽)를 새장에 벗어 담고
새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외출했더니
그래 이젠 경례도 안 하긴가? 하고
지휘관이 물었다
아뇨
경례는 이젠 안 합니다 하고
새가 대답했다
아 그래요?
미안합니다 경례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하고
지휘관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누구나 잘못 생각할 수도 있는
법이지요 하고
새가 말했다.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엘자 앙리께즈에게

- 자크 프레베르

 

 

우선 문이 열린

새장을 하나 그리세요

다음엔

뭔가 예쁜 것을

뭔가 간단한 것을

뭔가 멋진 것을

뭔가 쓸쓸한 것을 그리세요

새를 위해

그 다음엔 그림을 나무에 걸어 놓으세요

정원이나

숲이나

깊은 산 속

나무 뒤에 숨겨 놓으세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꼼짝도 말고…

때론 새가 빨리 날아들기도 하지만

그런 마음을 먹기까지

오랜 세월 걸리기도 하지요

낙심하지 마세요

기다리세요

몇 년이라도 기다리세요 그래야 한다면요

새가 빨리 날아들건 늦게 날아들건

그림의 성공과는 무관하답니다

새가 날아올 때엔

혹 새가 날아오거든

가장 깊은 침묵을 지켜야 해요

새가 새장 안에 들어가기를 기다리세요

새가 들어가거든

붓으로 살며시 새장을 닫으세요

그리고

창살을 하나씩 모두 지우세요

새의 깃털이 다쳐서는 안되니 조심해야죠

다음엔 가장 아름다운 가지를 골라

나무의 초상을 그리세요

새를 위해

푸른 잎새와 싱그런 바람

햇빛 속에서 춤추는 먼지까지도 그리세요

그리고 여름 열기 속 풀숲의 동물 소리도요

이젠 기다리세요

새가 마음먹고 노래하기를

혹 새가 노래하지 않으면

그건 나쁜 징조이어요

그림이 잘못 된 징조이어요

하지만 새가 노래하면 좋은 징조지요

당신이 사인해도 좋다는 징조지요

그러면 당신은 살며시

새의 깃털 하나를 뽑아서

그림 한 구석에 당신 이름을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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