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녹색평론 143(2015.7~8)

한국 농업, 농민, 농촌 70/윤병선(건국대 사회과학부 교수)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쌀은 적은 해에는 200만 석, 많은 해에는 900만 석에 이르렀다. 식민지 수탈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던 1937년에는 한반도에서 생산된 쌀의 40% 이상이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당시의 농민신문사는 1946~1948년간 쌀 공출량은 933만석이었으나 배급된 것은 389,000석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한 조봉암 초대 농림부장관도 “1947년산 미곡 중에서 수백만 석은 모리배에 의해 밀반출되었고 도입된 외곡보다 일본으로 밀반출된 쌀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자작농은 14%에 불과했다.

1946년에는 일본인 소유였던 귀속농지(이 귀속농지는 전체 경지면적의 13.4%를 차지했고, 경작호수는 전체 농가의 27%에 이르렀다)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종료 시점에 미국 농산물은 해외수요가 크게 감소하여 1953의 소맥 수출량은 1949년에 비해 2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소맥 생산이 제2차 세계대전 전의 절정기인 1929~1931년에 비해 25% 이상 증가한 상태에서 발생한 잉여농산물의 처리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고, 이에 따라 미공법480(농산물무역촉진원조법)의 성립을 보게 되었다.

일제하에서 면화의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해인 1943년의 면화 생산량은 2억 근을 넘었고, 경작면적도 23ha나 되어 식민지 조선에서 면방직공업이 소비하는 원면의 70% 이상을 국내에서 충당하였다. 그러나 1960년에는 생산량이 6,152만 근, 수집량이 97만 근으로 줄어든 반면, 미국 원면의 도입량은 9,449만 근으로 증가하였다. 국내 면방직공업에서 소비하는 면화의 99%를 미국 면화에 의존하는 체계로 전환되었다.

1970년 헥타르당 162kg이었던 화학비료 사용량이 1980년에는 255kg으로 늘어났고, 농약 사용량이 1970년의 1.6kg에서 1980년에는 5.8kg으로 늘어났다. 특히 1970년대 이후 농약 사용량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은 녹색혁명 농업의 보급과 함께 이농의 가속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제초제 사용으로 해결한 결과이기도 하다.

곡물자급률은 1970년의 80.5%에서 2013년에는 23.1%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동안 경작지의 25%가 사라졌고, 특히 식량작물의 경작면적은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경지이용률도 142%에서 108%로 급락했다.

1970년에는 식량작물 생산액이 농업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였지만, 2010년에는 19%로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5%에서 42%로 증가할 정도로 농업생산이 기형적인 구조로 되어버렸다.

농업소득으로 가계비를 충당하는 비율(농업소득의 가계비 충족도)1970년에는 93.4%였지만, 2013년에는 36.5%로 낮아졌다. 1970년에는 3,000평 농사를 지으면 가계비를 거의 충당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2만 평은 지어야 가계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농가 소득을 도시가구 소득과 비교해보면 농가 소득은 1985년에는 도시가구 소득의 110% 정도에 달했지만, 1995년에는 95%, 2005년에는 78%, 2013년에는 63%로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최저생계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농가 비율이 1/4에 이를 정도로 농촌 내 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1960년만 하더라도 농가 인구가 전체 인구의 58.3%였고, 1970년에는 44.7%에 달했지만, 지금은 겨우 5%대를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 5%대이던 30세 미만의 농업경영주의 비율은 0.2%에 불과하고, 60세 이상의 농업경영주 비율은 1980년에 21.5%였지만, 2010년에는 60.9%에 달했다.

농사일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이 66.2%를 차지하고 있다(2013년 기준).

농촌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3년간 매년 1만 가구 이상이 귀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요가 기아를 낳는다

-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를 읽고

 

  풍요는 기아의 어머니이며, 인구 증가는 기아의 아버지이다. 장 지글러는  기아가 육류 소비, 전쟁, 자연 환경, 다국적 기업, 도시화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근본적인 원인으로 신자유주의에 의한 세계 금융자본을 요약한다. 그러나 과연 신자유주의로부터 해방되고 설명한 다양한 요인들이 제거되기만 하면 우리는 기아로부터 영원히 해방될 수 있는 것인가?

  먼저 지구의 수용 능력을 보자. 장 지글러는 1984년 생산력 기준으로 지구는 120억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오직 생산력에만 기준을 둔 것으로 환경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은 오류를 범한 것이며, 또한 석유가 지금처럼 풍부하고 값싼 세상에서만 가능하다. 지구의 수용 능력은 최소치가 1970년 연구로 10억 명, 최대치는 1967년 연구로 122억 명으로 다양하지만 대부분 100~140억 명이다. 그런데 만일 석유가 더 이상 한 방울도 생산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지금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지금처럼 석유 의존적인 식량 생산력은 곧 붕괴될 것이다. 석유를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생산력은 25천만~10억 명의 식량만 조달 가능하게 되므로 인구는 1800년대 수준인 현재의 약 1/6만 생존 가능하게 된다.

  최근 세계 곡물 생산량은 소폭 증감을 해가며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제한된 생산량에서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더 생산력이 향상된다고 하더라도 세계 인구가 모두 굶주리지 않으려면 어느 한쪽도 풍요를 누려서는 안 된다. 다른 산업과 식량 생산과의 관계는 차치하고 식량의 문제만 보더라도 한쪽이 풍요로우면 그만큼 다른 한쪽에서 기아에 허덕이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곡물 생산량과 세계 인구로도 한쪽이 풍요를 누리고 한쪽은 기아에 허덕이는데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세계 인구가 안정화 된다는 2050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면 증가하는 인구보다 많은 인구가 기아에 놓이게 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탄소 발자국을 예를 들면 1인당 2.2ha이며, 지구가 제공 가능한 탄소 발자국은 1.8ha라고 한다. 한 마디로 지구가 수용하기에 인구가 너무 많다. 무엇보다도 먼저 인구가 감소되어야 한다.

  세계 인구의 2%인 농업 인구가 세계를 먹여 살리는 석유 의존의 농업 방식을 버리고, 20세기 이전 60%의 농업 인구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인구가 농부로 전업해야 되지 않을까? 이는 곧 2차 산업과 3차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말이며, 2차와 3차 산업의 인구 감소가 감소되는 관계로 인해 현재 누리고 있는 2차와 3차 산업의 풍요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화학 농업과 기계 농업보다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많은 유기농을 하는 소농이 많이 생겨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미국처럼 1파운드의 식품이 약 2,000km 실어날아야 식탁에 오를 수 있다거나, 독일처럼 딸기 요구르트를 먹기 위해서 각 재료들이 총 8,000km를 이동해야 한다면 아무리 넉넉한 생산을 한다 하더라도 이동과 보관에 따른 부패 등의 손실 그리고 막대한 물류 비용 등으로 온전히 분배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내에서 자급자족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자연 환경의 변화로 유기농 자급자족을 할 수 없다면 기계농과 화학농으로 버티며 환경을 파괴할 것이 아니라 유기농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지역으로 이주하고, 그 지역의 생산력에 맞게 이주나 산아 제한 등으로 인구를 조절해야 한다.

현재의 생산력에서의 문제는 우리의 풍요다.

 

2007년 5월 23일 책읽기모임 때의 발제문입니다.

지난 2월 10일~11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녹색당 농민의 날 행사에서 강연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백승종 교수의 '갑오동학농민혁명 120주년과 농업' 강연자료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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