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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내가 부러워 하는 옷은
도쿄에서 탤런트 이시카와 아사미가 선보인 17억6000억원짜리 백금 웨딩드레스도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식 때 입었다던
실크에다 수공예 레이스로 장식되고 135개의 다이아몬드가 달린 경매가 7억 달러짜리 옷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성철 스님이 입기도 하고 걸레 스님이 즐겨 입기도 한 낡은 승복이다.
헤어진 곳에 천을 덧대고 또 덧대어 원래 천이 남아 있기나 한지 알 수 없는 그런 옷이다.

사람들은 옷을 단지 몸을 가리거나 보온을 하기 위해서만 입는 것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때로는 자신의 지위와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서 입는다.
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문제 삼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가 정말 아름다운 것과
아름다워 보이는 것을 혼동하며 살고 있지는 않나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쉽게 알아볼 수 없어서
외면적인 것으로 아름다움을 평가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비싸고 아름다운 옷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단정하지 못하고 언행이 온전치 못하다면
아무도 그 사람을 아름답다고 보지 않을 것이다.
돈으로 무엇이든 평가하는 요즘 세상에서 아름다운 옷이라면 대개 비싼 옷을 의미하고
비싼 옷을 입는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특히 사기꾼들은 지나치게 비싼 옷과 차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아는 한 사람 역시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다.
그 사람 앞에서 내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그 사람이 갖는 아름다움에 나는 따라갈 생각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람을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그 사람은 언제나 챙만 있는 모자와 검은 잠바 그리고 베이지색 골덴 바지를 입고 있다.
일년 열두달이 아니라 몇 년을 나는 오직 그 차림새의 그만을 봐 왔다.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이외수씨와 외모는 물론 이름까지 비슷해 이외수씨로 오해 받기도 하는 그는
그런 타인의 시선 때문에 챙만 있는 모자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김포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사랑해서 옛 시집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그가 일년 열두달 입는 그 옷은
낡았지만 항상 깨끗하고 언행은 단정하다.
나는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그의 아름다움이 부럽다.

지금의 사회는 모든 것이 부족하기보다는 너무 넘쳐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
한때 소비가 미덕이라고 외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경제가 어렵기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비를 늘려야 한다며 그런 말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이상의 소비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시간을 투입해야 할 뿐 아니라
자원을 채취, 가공하고 유통은 물론 소비된 후 폐기될 때까지
자연을 파괴하고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가 결국 우리에게로 되돌아 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소비를 즐기는 이상한 문명인이다.

요즘 아이들은 왠만한 물건 심지어 핸드폰까지 잊어버려도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다시 사려고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고 그런 아이들이 이끌어갈 세상은 아찔하기만 하다.
나는 아직은 헤어진 옷을 꿰매어 입는 것에는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어리석고 모자란 사람이다.
약간 떨어진 양말이나 겨우 꿰매어 쓰려고 하는 정도다.
하지만 옛날 착용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덧대에 꿰매 신던 양말이 그립다.
더 이상 덧대어 꿰매 신기 불편해지면 화장지로 사용하기도 했던 그 시절,
신문지는 물론 다 쓴 공책도 그냥 버리지 않았던 그 시절로
우리는 스스로 선택해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만큼,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을 만큼 생산하고 아껴 써야
우리는 물론 다른 생명과 우리의 딸과 아들인 다음 세대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질이 넘쳐나다 보니까 사람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물질적인 것으로 더 차별화 시키려 한다.
개성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요즘의 시대를 가장 쉽게 반영하는 것이 옷이 아닌가 한다.
각자의 개성을 잘 드러내려면 직접 옷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직접 옷 만들 정도까지의 기술이 없다면, 기술은 있어도 시간이 없다면
기존에 입던 낡은 옷에 약간의 디자인으로 낡은 부분이나 크기 등을 보강해 다시 입는 것은 어떨까.
그런 개성이 넘치는 옷들이, 환경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옷들이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한 수십수백억 원씩 하는 옷보다 나는 부럽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어떤 옷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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