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주의(녹색주의)

'시인의 마을'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3.06.15 천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에게
  2. 2013.05.28 내가 알았던 한 시인
  3. 2013.04.24 열등생
  4. 2013.04.12 고양이와 새
  5. 2013.04.10
  6. 2012.10.31 두물머리에서
  7. 2012.04.14 봄, 봄, 봄
  8. 2011.06.28 세상에서 가장 귀한 책

천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에게

- 조상우


신의 정원에는
천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한 송이 있었네
평생에 한 번 한 알의 씨만 맺는
신이 가장 아끼는 유일한 꽃
어느날 신은 실수로 지상으로 꽃씨를 떨어뜨렸다네
나는 그 꽃씨를 찾기 위해
천상에서 지상으로 파견된 신의 사자
꽃씨를 찾아 수만 번의 삶을 살아 왔다네
마침내 나는 꽃씨를 찾아냈다네
어느 오래된 책집 앞에서
이제야 싹이 터 꽃봉오리를 맺히기 시작한 꽃씨
하지만 아직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네
나는 신으로부터의 사명을 어기고
찾은 사실을 숨기고 있다네
신의 어떤 처벌도 두렵지 않으니
천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기에
신만이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꽃이기에

그녀는 빨리 시인이 되고픈 성급함에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다시 공부하기 위해 시 강의를 들었다.

그녀는 함께 공부하는 시 동인 MT에 가서 자신은 프리섹스주의자라며, 여기 있는 누구와도 원하다면 함께 잘 수 있다고 선언했다.

나는 그녀의 당당함이 부러웠다.

그 다음 모임에서 그녀는 섹스를 하면서 시를 썼다면서 그 시를 발표했다.

나는 그녀의 솔직함이 좋았다.

그런 그녀는 스승이 사랑을 고백했다며, 강의 후 쫒아올까 봐 무섭다고 쫓아오면 자신 좀 지켜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누구와도 잘 수 있다는 그녀의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모임 뒤풀이에서 술에 취한 그녀는 모든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위로하기는커녕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기도 하고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사랑하기도 하는데, 모든 사랑이 이루어지면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하루하루 생활비를 걱정해야 했던 그녀는 한 문예지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문예지가 썪었다며 직장을 그만 두었다.

참 오래 전의 일이다.

당장 생활비를 걱정해야 했던 그녀는, 사랑을 잃었던 그녀는 원하던 시를 얻었을까?

그녀의 삶은 지금 아름다운 시로 되어 있을까?

열등생

시인의 마을 l 2013. 4. 24. 10:33

열등생

- 자크 프레베르

 
그는 머리로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슴으로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그가 사랑하는 것에게는 그렇다고 하고
그는 선생에게는 아니라고 한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선생이 질문을 한다
벼라별 질문을 다 한다
문득 그는 폭소를 터뜨린다
그는 모두를 지워버린다
숫자도 단어도
날짜도 이름도
문장도 함정도
교사의 위협에도 아랑곳없이
우등생 아이들의 야유도 모른다는 듯
모든 색깔의 분필을 들고
불행의 흑판에
행복의 얼굴을 그린다.

고양이와 새

시인의 마을 l 2013. 4. 12. 13:12

고양이와 새

 - 자크 프레베르

온 마을 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상처 입은 새의 노래를 듣네
마을에 한 마리뿐인 새
마을에 한 마리뿐인 고양이
고양이가 새를 반이나 먹어치워 버렸다네
새는 노래를 그치고
고양이는 가르랑거리지도
콧등을 핥지도 않는다네
마을 사람들은 새에게
훌륭한 장례식을 치르고
고양이도 초대받아
지푸라기 작은 棺 뒤를 따라가네
죽은 새가 누워 있는 관을 멘
작은 소녀는 눈물을 그칠 줄 모르네
고양이가 소녀에게 말했네
이런 일로 네가 그토록 가슴 아플 줄 알았다면
새를 통째로 다 먹어 치워 버릴 걸
그런 다음 얘기해 줄 걸
새가 훨훨 날아가는 걸 봤다고
세상 끝까지 훨훨 날아가더라고
너무도 먼 그 곳으로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러면 네 슬픔도 덜어줄 수 있었을 걸
그저 섭섭하고 아쉽기만 했을 걸

어떤 일이든 반쪽만 하다 그만두면 안된다니까

시인의 마을 l 2013. 4. 10. 16:11

- 조상우

 

새 한 마리
내게 날아와

내 안에 둥지를 틀었네

새 한 마리
내게 날아와
내 생각을 쪼아 먹고
내 마음
어지럽게 날아다니네


새는 나를
잠 못이루게 지저귀고
나는 새 소리로 가득차고
나는 노래 부르네
새의 목소리로


어느 날
내게 날아온 새 한 마리
나를 가두었네

두물머리에서

시인의 마을 l 2012. 10. 31. 21:48

두물머리에서

- 조상우


강물은 흐른다
만나기 위해 흐른다
모여 하나되기 위해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낮은 곳을 향해 흐른다
한때
솟구쳤던 몸부림도
격렬했던 울부짖음도
만나고 모일수록
모여 하나 될수록
낮게 포옹하며 흐른다
깊이 침묵하며 흐른다
부딪히고 굽이쳐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기 위해
몸을 뒤섞으며 흐른다
모두 하나되어
더 낮은 곳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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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봄, 봄

시인의 마을 l 2012. 4. 14. 18:19

봄, 봄, 봄

- 조상우



봄볕에 겨워
거실에 앉아 졸고 있는데
뜰안의 동백꽃이 웃고 있었다
앵두꽃도 함께 깔깔거리고 있었다
집앞 공원의 꽃들이 모두 박장대소하고 있었다
온동네 꽃들이 미친듯 웃고 있었다
웃음소리에 놀라 졸다가 깼다
나도 하하 웃었다
미친듯 따라 웃었다
세상이 온통 미쳤나 보다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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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책

 

신의 비밀의 방에는

작은 서재가 하나 있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책들만

진열되어 있네

시간이 갈수록

진열된 책들은

새 책들로 바뀌고

그 옛날

이름을 날리던 책들은

하나둘 사라지네

그러나 오직 왼쪽 맨 위

한 권의 책만은 바뀌지 않으니

신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자신만을 위한 책

나는 감히 그 책을 빌려 달라고

떼를 쓰네

죽어서나 돌려줄

신만을 위한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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